오늘은 세상에 이별하기 좋은 날 - 235명의 지혜로운 인생 선배들이 전하는 행복한 인생의 다섯 가지 비밀
존 이조 지음, 박윤정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일까? 어떤 사람은 비전을 찾아 이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멋진 삶이라 하고, 어떤 사람은 자신을 넘어 남을 위해 사는 것이 복된 삶이라고 하며, 또 어떤 사람은 지금 이 순간을 충실하게 사는 것만이 삶의 기쁨을 느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한다. 뭐가 맞는지를 모르겠지만 한마디로 표현하기는 어려운 질문 같다. 

나는 가끔 사람들에게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지 물어보곤 한다. 나도 궁금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의 답을 들다보면 왠지 모르게 공허하게 느껴질 때가 많다. 대답은 하지만 그들의 눈빛은 ‘먹고 살기도 바쁜 세상에 쓸데없는 질문을 한다’거나 ‘젊은이들은 직장을 못 구해 쩔쩔매고, 나이든 사람들은 남은 생을 살아갈 방법을 찾지 못해 고민하는 상황에서 무슨 배부른 소리냐고 묻는 것 같기 때문이다. 잘 사는 것도 중요한 것이지만 지금은 살아남는 게 더 시급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나도 그런 사람 중의 한명일 것이고.)

하지만 이 책(오늘은 이별하기 좋은 날)을 보면 그 동안 내가 했던 질문-잘 사는 방법이 무엇이냐?-이 뭔가 잘못된 것 같다. ‘잘 사는 법’에 대한 답을 찾으려면 삶을 바라보지 말고, 죽음을 생각해야만, 어떻게 죽고 싶은지를 물어야만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예전에 게이 핸드릭스가 쓴 ‘다섯 가지 소원’이라는 책을 본 적이 있는데 이 책에서도 저자는 행복한 삶이 뭔지를 알고 싶다면 죽음의 사신이 내 앞에 서 있다는 가정 하에 ‘지난날들을 되돌아보며 가장 후회스러운 일, 다시 태어난다면 꼭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답해보라고 한다. 그때만이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임사체험, 죽음을 연구하는 많은 학자들도 연구 결과 마지막에 잊지 않고 하는 말이 있다. ‘우리가 죽음을 연구하는 이유는 죽음 자체에 대한 관심보다는 잘 사는 방법을 찾기 위해서다.’

저자는 이 책을 쓰게 된 이유를 “이 책은 삶에서 정말로 중요한 것, 의미 있고 행복한 삶의 비밀을 분명하게 깨닫고픈 나의 욕망에서 비롯되었다. 나이가 들수록 나는 평생토록 내 안에 있던 의문들을 더욱 절박한 심정으로 묻게 되었다. (삶에서) 정말로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삶을 마감하는 순간 나는 어떤 생각들을 하게 될까? 남아 있는 건 시간뿐인데, 이 시간을 지혜롭게 사용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행복과 의미 있는 삶의 비밀들은 무엇일까?"라고 말한다. 나이 들어가는 자신을 바라보며 어떻게 사는 것이 후회 없이 살아가는 것인지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는 여행을 갈 때 무턱대고 가는 것보다 그곳을 다녀온 사람의 말을 들어보고 가는 것이 도움이 되듯이, 삶도 우리보다 이미 앞서간 세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어떻게 사는 것이 좋은 지 알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미국 전역과 캐나다에 거주하는 1만 5천명의 사람들에게 “당신의 삶에 영향을 끼친 인생의 스승은 누구입니까?” “당신이 아는 어른들 중에서 삶에 대해 중요한 무언가를 가르쳐 줄 수 있는 분이 누가 있지요?”라는 질문지를 보냈고, 그들이 추천한 사람, 즉 다른 사람들이 지혜롭다고 인정한 사람 중에서 다양한 집단을 대변할 수 있는 인물로 253명을 선정해 인터뷰했다. 저자는 이들을 만나 “가장 행복을 안겨주는 것은 무엇이며, 삶에서 정말로 중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더 일찍 알았으면 좋았을 점은 무엇인가?”와 같은 질문을 던졌고, 그들의 답변을 정리했다. 그 결과가 바로 이 책이다.

하지만 저자가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깨달은 것이 하나 있는데, 나이 60세를 기점으로 해서 사람들의 생각이 분명히 달라진다는 것이다. 저자도 처음에는 오십대 초반사람과도 인터뷰를 했는데 20여 명 정도 인터뷰를 하고 보니 예순에 즈음해서야 삶을 되돌아보기 시작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예순 이전에는 아직 삶의 경험 속에 휩싸여 삶과 충분한 거리를 유지할 수 없는 것 같았다. 그러다 세월이 더 흘러 예순을 넘으면 더욱 신비롭고 아름다운 어떤 것이 사람들을 한층 지혜롭게 해 주는 것 같았다. 나이와 지혜사이에 신비롭거나 혁명적인 어떤 연관성(저자는 이를 죽음과 연관되었다고 한다.)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저자가 몇 백 명이나 되는 인생지도자들의 인터뷰를 통해 얻고자 한 것은 ‘현관 흔들의자에 않아 있는 노인’이 가진 혜안이었다. 오랜 삶을 통해 인생의 참 의미와 지혜를 가득 갖고 있는, 항상 죽음을 생각하며 자신만을 위한 아집보다는 지나온 삶을 되돌아보며 후회 할 줄 아는 ‘깨달은 자’의 모습을 말한다.

저자는 253명의 인터뷰를 마치고 나자, 죽기 전에 발견해야 할 다섯 가지 비밀, 즉 만족스러운 삶을 살아가는 방법들이 선명하게 떠올랐다고 한다. 다양한 사람들, 인종, 종교, 문화, 성, 사회적 지위를 떠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표현을 조금씩 다를지라도 공통된 이야기를 전해줬기 때문이다. 그것은 첫째, ‘가슴이 시키는 대로 살아라.’ 둘째, ‘후회를 남기지 말라.’ 셋째, ‘스스로 사랑이 되라.’ 넷째,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 다섯 째, ‘받기보다 주는데 힘써라.’ 그리고 마지막으로 ‘실행하라.’다.

어떻게 보면 뻔한 내용들, 자기계발이나 인생에 대한 책을 몇 권이라도 본 사람이면 누구나 익히 알고 있는 것들이지만 인간의 삶을 거의 다 거친 사람들은 우리에게 또 다시 이 말을 전한다. 오랜 세월(인간의 삶으로 계산했을 때)동안 수많은 일을 겪으며 살아왔건만 결론은 ‘네가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위해 지금 이 순간에 몰입함으로써 절대 후회를 남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살라’는 말이다.

나이 60세가 넘은 사람들, 그 중에서도 삶의 의미를 이해한 자들이 이렇게 말했다면 우리 역시 이 나이가 되어 삶보다 죽음이 더 가깝게 느껴졌을 때 이들과 같은 말을 하지 않을까. 우리 중 누군가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또 어떤 사람은 ‘내 이럴 줄 알았어’하면서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면서 말이다. 누구도 대신 살아줄 수 없는 삶. 그리고 단 한 번의 삶(다시 태어난다 해도 지금과는 다른 모습일 테니까). 어떻게 살던지 간에 자신만이 평가할 수 있는 삶이기에 더욱 마음에 와 닿은 내용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