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력혁명 - 평범한 사람도 비범한 성취를 가능케 하는
문용린 지음 / 비즈니스북스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어릴 때 IQ점수를 받은 기억이 난다. 문제가 많은 시험지에 답을 써 내야 했던 조사. 그 후 선생님이 불러 가보니 얼굴에 미소를 띠면서 머리가 무척 좋다고 했다. 같이 갔던 어머니에게도 신이 나서 이야기를 했고. 그래 나는 머리가 좋았다. 그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성적이 안 좋으면 선생님은 나를 불러 머리 좋은 놈이 왜 공부안하냐고 한 마디 했고, 어쩌다 성적이 잘 나오면 당연한 듯이 쳐다봤다. 당시 사람들을 평가하는 것은 IQ라는 요상한 점수를 통해 우열반을 나눴고, 그 점수가 고등학교 졸업할 때가지 따라다니며 성공의 핵심척도처럼 활용되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과거를 돌아보면 IQ높은 게 무슨 의미가 있는 건지 잘 모르겠다. 머리 좋다고 하는 놈들은 머리 나쁘다(IQ가 낮다고 평가받은 학생)고 평가받은 아이보다 암기력은 좋은 것 같았고, 선생님이 하는 말을 좀 더 잘 이해하는 것 같았다. 정확히는 모르지만 어쨌든 머리 좋고 나쁨의 기준은 암기력과 이해력(문장과 지시사항의 이해)인 것 같았다.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고.

하지만 요즘 세상은 성공이란 개념이 다양화되면서 머리 좋고 나쁨의 기준이 애매해졌다. 학교성적이 인생성적이 아니고, 암기력이 곧 성공의 기준은 아니니까 말이다. 사람 이름을 못 외워도 다른 사람이 필요로 하는 기술을 갖고 있으면 성공한 사람이고, 아무리 수학문제를 잘 풀어도 특별히 쓸데가 없으면 말짱 헛일이다. 계산기가 있고, 컴퓨터가 있고, 하다못해 휴대폰이나 MP3에 막강한 저장 공간이 있는데 암기 좀 못하면 어떠랴. 도리어 공부할 시간에 열심히 운동장에서 뜀박질하며 땀 흘린 운동선수들이 연봉 100억 어쩌니 하는 소리를 들으면 확실히 성공여부와 IQ와는 별 상관없는 것 같다. 물론 이들도 이해력도 좋으면 더욱 좋겠지만.

다중지능. 몇 년 전에 들은 이야기지만, 그래서 책을 몇 권 봤지만 역시 예전 IQ와는 사람을 이해하는 시각이 조금 다르다. 다중지능에서는 인간의 능력, 즉 뇌와 관련된 능력을 IQ 라는 지적 분석능력 외에 여러 가지 다양한 능력으로 평가한다. 즉 말솜씨와 글 솜씨로 세상을 이해하고 만드는 능력인 언어지능, 기호와 규칙을 찾고 만들어내는 능력인 논리수학지능, 음과 박자를 쉽게 느끼고 창조하는 능력인 음악지능, 형태와 방향을 구상하고 창조하는 공간지능, 몸으로 표현하고 창조하는 신체운동지능, 원만한 대인관계를 결정짓는 인간친화기능, 자신의 심리와 정서를 파악하고 표출하는 자기성찰지능이다. 이들은 각기 다른 지능과는 차별화된 기호와 상징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력으로 인간의 뇌와 직결된 것들이다.

저자는 여러 가지 다양한 인간능력 중에서 재능이 아닌 지능으로 구분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첫째, 두뇌에 그 기능을 담당하는 부위가 있어야 한다. 기능과 관련되는 두뇌부위가 있음을 증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그 부위 이외의 곳이 손상되도 그 기능은 지속될 테니까 말이다. 예를 들어 언어지능은 좌측두엽과 전두엽, 논리수학지능은 두정엽의 좌측, 우반구, 공간지능은 우반구의 후반구, 신체운동지능은 소뇌, 기저핵, 운동피질, 음악지능은 우측두엽, 인간친화지능은 전두엽, 측두엽, 변연계, 자기성찰지능은 전두엽, 두정엽, 변연계이다.
둘째, 지능에는 최저와 최고의 수준 차이가 있어야 한다. 기존 잠재력을 키울수록 지능수준이 올라가고 떨어지는 것을 측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셋째, 지능은 그것이 발휘되기 위한 나름의 체계가 있어야 한다. 넷째, 지능은 실험연구나 심라학적 연구로 검증되어야 한다. 다섯 째, 지능은 독립적인 형태로 관찰 가능해야 한다. 특히 이 내용이 중요한 것 같은데 예를 들면 영화 레인맨에서 주인공 레이먼드가 자폐증상을 보이지만 숫자계산에는 천재적인 능력을 보여준 것 같은 내용이다. 여섯 째, 누구나 겪는 발달과정이 있어야 한다. 기본적이고 보편적으로 나타나서 전문가가 되기까지, 두드러진 능력이 보이는 독특한 발달과정을 통해 독립적인 지능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일곱째, 지능은 진화적 특성을 갖고 있어야 한다. 일순간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니라 오래 전 인간의 조상 때부터 발달되어 온 흔적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덟째, 지능은 관련된 상징체계를 갖고 있어야 한다. 즉 수학, 지도, 건축, 언어, 음악, 춤, 축구 등에서 사용되는 표식들로 숫자나 몸짓, 그림, 단어 등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중지능. 이 책에 담겨진 내용 평가를 떠나 인간의 능력이 오로지 정보를 분석하는 것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라는 선언과 같은 면에서는 무척 놀라운 인간분석 도구다. 얼마 전에 나온 감성지능(EQ)보다 한 단계 더 발전된 시각이다. 하지만 이 지능체계를 이해함으로써 우리 자신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눈에 들어난 지능이면 별도로 평가할 필요도 없을 것 같고(그저 심적 위로를 위한 것이 아니라면), 언어지능이 높다고 해서 어릴 때부터 작가나 아나운서로 키운다? 이것도 조금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저자 역시 하나의 지능을 다른 지능과 연계되어 그 힘을 발휘된다고 말하는데, 이런 복합적인 연계성 없이 무한대의 가능성을 가진 아이를 하나의 직업군으로 키운다는 것이 마치 미래사회 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인간을 하나의 로봇처럼 만들어내는 것 같다....게다가 자신의 능력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나이 20이 넘은 사람들에게는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아직 다중지능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서 그런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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