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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스바루 - 뉴욕 촌놈의 좌충우돌 에코 농장 프로젝트
덕 파인 지음, 김선형 옮김 / 사계절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버블붐’이란 책을 보면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 점차로 바뀌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처음에는 농촌에서, 그것도 각기 자신의 땅을 중심으로 살다가, 점차 상점을 중심으로 모이게 되고, 그 다음 도시로 모였다가 이제 다시 교외로 옮겨가고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결국엔 농촌으로 돌아가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물론 농촌이라고 해서 우리가 생각하는 쌀을 심고 가축을 키우는 농촌이 아니라 공기 좋고 물 맑은 해변 가나 공해로부터 해방될 수 있는 근교지를 말한다.
하지만 요즘엔 근교지를 넘어 아예 농촌으로 돌아가는 사람도 조금씩 늘고 있다. 세상이 어수선하여 덜 복잡한 세상으로 돌아가겠다고 나선 사람도 있고, 도시에서는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워 농촌으로 돌아간 사람도 있으며, 나이 50이 넘어 조금 한가로운 삶을 살고 싶다고 농촌으로 돌아간 사람도 있다. 어쨌든 예전처럼 도시로 나와야 성공하고 잘 살 수 있다는 생각은 조금씩 바뀌는 것 같다. 게다가 도시와 농촌간의 구분도 조금씩 없어지고 있는 상황이고.
농촌으로 가는 사람들은 무엇을 얻고자 할까? 아마도 그들이 도시를 버린 이유가 바로 그들이 원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즉 번잡스러운 생활, 초를 다투며 살아가야 하는 바쁜 삶, 매연으로 가득 찬 공기, 비싼 물가, 방부제로 범벅이 된 음식 등 자연과는 거리가 먼 삶이자 자신만의 여유를 느낄 수 없는 도시인의 삶일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이 바라는 것은 좀 더 한가로운 삶, 남의 눈치 안 보고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삶, 자연과 함께 하는 삶, 그리고 머리보다는 몸을 쓰면서 얻을 수 있는 상쾌함 같은 것이다.
그러나 이들을 농촌생활에 적응시키려면 무엇보다 도시생활과 연관된 무엇인가가 필요하다. 도시인으로 오랜 세월을 살아왔기에 이미 몸에 배인 것을 농촌으로 간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버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아침에 눈 뜨고 컴퓨터를 통해 세상을 알던 사람이 농촌에 갔다는 이유 때문에 세상 소식을 듣지 못한다면 얼마나 답답할까? 평소 맛있게 먹던 햄버거 하나 먹지 못한다면 그의 입맛은 얼마나 서운할까? 조금만 나가도 널려있던 음식점, 책방, 문구점 같은 것을 구경할 수 없는 곳이라면 그는 얼마나 허탈할까? 사람은 할 수 있지만 안 하는 것과 할 수 없어 못하는 것에는 큰 차이를 느끼기에 농촌이라고 해서 도시인이 느끼던 문화생활의 대부분을 포기해야 한다면 그건 자연을 찾아 떠난 승리자가 아닌 귀향자가 진배없게 돤다.
이 책을 보면 말짱하게 살아가던 한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우리 식으로 말하면, 촌동네로 이사를 갔다. 인간이 만든 인공적인 것을 거부하고 자연 그대로 살고 싶다는 마음 때문이다. 하지만 그 역시 컴퓨터와 휴대폰 등 도시에서 사용하던 것을 그대로 사용한다는 전제 하에서의 농촌생활이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귀향 가듯이 자신이 살았던 세상과는 완전히 다른 세계로 들어간 것이 아니라 자신이 편하게 사용했던 도시의 문화를 그대로 가져갔다. 다만 도시인과 다른 점이 있다면 화석연로를 사용하는 전기보다는 태양광은, 방부제가 든 조리음식보다는 자연 그대로의 음식을, 남이 키우고 만든 것을 슈퍼에서 사 먹기보다는 자신이 직접 키우고 길러 먹는다는 것뿐이다.
사람들은 저자가 ‘단지 몇 가지를 바꿨을 뿐’이라는 말을 들으면 무척 의아해한다, 즉 도시인이 농촌사람이 되어 살아가는데 그게 왜 ‘단지’ 조금 바뀐 것뿐이냐는 것이다. 하지만 저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도시문화를 그대로 간직한 채 ‘단지’ 자신의 모습 중 일부를 바꾼 것뿐이며, 그것도 예전보다 못한 삶이 아닌 더 나은, 자신을 위해서도, 남을 위해서도, 그리고 미래를 위해서도 더 나은 삶으로 바꾼 것이다. 도시생활이 농촌생활보다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나도 시골에 내려가 살까?’ 하는 마음이 들 정도로 모든 내용이 재미있다. 도시를 떠난 삶이 어렵기보다는 위트 있고 하루하루가 도전하는 삶과 같은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실제 생활이야 책에 나온 대로 재미만 있겠는가. 아마도 말없이 울은 적도 있을 것이고, 다 때려 치고 도시로 다시 갈까 생각도 해 봤을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저자 자신이 그 삶을 사랑한다는 것이다. 내가 사랑하는 삶이라면 어디서든지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