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큰 맘먹고 인터넷을 검색하여 서래마을에 있는 '떼르메르'를 방문하게 되었다.
이전에 인터넷 검색으로 흙속의 진주같은 '듀파르'를 발견한 것에 한껏 고무되어 있던 나는,
이번에도 막연한 성공을 예상하고 있었다. 물론 일부 평가가 '그저 그랬다'든지, '파스타가 조금 짜다'는
말이 있어, 기대수준을 조금 낮추기는 했었다.
사실 '떼르메르'를 가게 된 것은 얼마전 아는 분이 서래마을로 데이트를 간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이전에도 우리 나라 안에 작은 프랑스 마을 같은 곳이 있다고 해서 호기심이 있었고, 그곳에 작지만 맛있는 음식점이 많다는 말도 얼핏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결과는 대 실망이었다. 사실 여러가지로 기분을 잡쳐버려서 정말 음식값이 아깝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우선 장소가 너무 비좁았다. 장소가 좁은 것 자체를 탓할 수는 없으나 다른 손님들과의 거리가 수십센티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서 대화도 크게 할 수 없었고, 한마디로 분위기를 전혀 낼 수가 없었다.
가격은 인테리어에 비해서는 결코 싸다고 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뭐, 하지만 프랑스 요리가 워낙 비싸니 맛만 있으면 사실 크게 불평할 정도는 아니었다. ...고 생각했다. 샐러드가 15,000원, 양갈비가 40,000원, 파스타가 16,000원 등등...갔다온 지금은 물론 그 돈내고 먹은 것이 엄청 후회스럽지만...
처음 나온 샐러드는 뭐...그럭 저럭 먹을만했다. 사실 아주 맛있다고 할 정도는 아니었는데 나는 속으로는 아주 조금 실망했지만, 내가 오자고 한 곳이라서 분위기를 깨고 싶지 않아서 더 맛있는 척을 하면서 먹었었다. 그나마 샐러드에 있던 작은 토마토 - 말린 것을 데친 것 같다 - 는 맛있었다. 하지만, 정말 소금 덩어리인 앤초비로 추정되는 물체는 정말 한 조각만 베어 먹어도 입이 쓸 정도로 짰다. 아무리 다른 야채와 섞어 나온다고 해도 어떻게 그렇게 짠 것을 샐러드에 넣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뭐, 그래도 샐러드까지는 그리 나쁜 편은 아니었다.
우리가 시킨 것은 해물파스타와 돼지고기 구이였다. 사실 뭐 그렇게 조리가 어려운 음식도 아니지 않는가? 그런데 샐러드를 비운지 한참이 지나고 음식이 좀 안나온다는 생각이 들고도 한참 있도록 음식이 나오지 않았다. 더욱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은 우리보다 늦게 온 테이블 손님은 이미 음식이 나와서 거의 다 먹은 상태였고 (우리가 조금 먹었을 때쯤 다 먹고 갔던 것 같다 -0-;; ) 그 손님 다음 다음에 온 손님조차 우리보다 먼저 음식이 나왔다. 우리만 차별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우리 다음다음에 온 손님도 한참동안 음식이 나오지 않았으니까...단지 주문 접수 시스템에 심각한 문제가 있거나 아예 그런 개념이 없는 것이라 생각된다.
참다 참다 음식이 안 나오냐고 가볍게 이야기를 하였더니 거의 다 되었다는 형식적인 대답이 나왔고, 그로부터 다시 한참이 더 지나서 - 최초 음식점에 도착한 때로부터 거의 40분이 되었던 것 같다 - 음식이 나왔다. 그때는 이미 비싼 프랑스 음식점에서 기대했던 분위기는 모두 깨진 상태였다.
그때까지는 분위기를 유지하려고 애쓰던 내가 돼지고기를 썰어 여자친구에게 주었는데 속살이 분홍빛으로 다 익지가 않은 것이었다. 스테이크 비슷한 요리였지만, 고기가 돼지고기였기에 다시 한번 종업원을 불러 고기가 익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그랬더니 '그 요리 원래 그런 것인데 손님이 원하시면 더 익혀드릴께요.'라는 대답이 들려왔다. 모르겠다. 원래 프랑스에서는 돼지고기도 덜 익혀먹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정작 우리가 마음이 상할대로 상했던 것은 음식이 늦게 나왔을 때부터 고기의 익힌 정도에 대한 클레임까지 종업원들이 우리를 대하는 무성의한 태도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사실 나는 왠만하면 음식점에서 클레임을 제기하지 않는편인데 그때는 내가 생각해도 좀 클레임을 걸 만한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업원들은 겉으로는 친절한 듯 했지만, 그 안에 진심은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다. 건성으로 '니가 손님이니까 미안하다고 해준다.' 는 느낌이랄까.
그날 '떼르메르'의 서비스에 불만을 품은 것은 우리뿐만은 아니었다. 우리가 겨우 나온 요리를 먹고 있는 중에 다른 손님은 신용카드 결제가 8만원이 아닌 80만원으로 되었다고 뒤늦게 항의를 했고 - 사실 말도 안되는 큰 실수인데, 종업원은 아무렇지도 않게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로 마무리 했다 - 우리 옆에 앉은 손님도 거의 우리와 비슷한 정도로 음식을 기다려야 했기에 그곳을 오자고 한 것으로 보이는 남자손님이 상당히 난처한 듯 보였다.
음식점 가서 항상 만족할 수는 없는 법이다. 하지만 인터넷에서 '프랑스 요리사의 솜씨가 소문을 타서 서래마을에서 명물로 자리잡았다.'는 막연한 광고성 문구만 보고 찾아간 떼르메르는 정말 '아니올시다'였다. 고급읍식점에서 요리를 먹고 이렇게 음식값이 아까워 본 것도 정말 오래간 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