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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형의 싸이월드를 통해 처음으로 78 on the rise를 접하게 되었다. 사진과 글을 통해서 나는 막연히 맛있지만 약간 비싼 중국집, 특히 딤섬을 전문으로 하는 음식점이라는 이미지를 갖게 되었고, 마침 삼성동에 갈 일이 있었던지라 여자친구와 함께 예약을 해서 방문하게 되었다.

음식을 다 먹고 난 지금 결론적으로 말해서 78 on the rise는 ‘꽝’이었다.

우리가 시킨 음식은 주말에만 가능한 딤섬 브런치 세트 (2만원짜리)였다. 음식의 맛은 그럭저럭 괜찮았다. 하지만 강남 한복판에 맛있는 집이 어디 한둘이던가? 음식의 맛이란 괜찮은 음식점의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지 않는가.

무언가 탁탁 맞아들어가지 않는다는 느낌은 음식을 시키기도 전에 시작되었다. 우리는 싸이월드의 글을 보고 딤섬을 먹으려고 왔다. 그런데 메뉴판을 아무리 뒤져봐도 딤섬이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쉽게 사람 부르는 것을 잘 못하는 나는 메뉴판을 3-4번 정독하고서야 그 메뉴판에는 딤섬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런데 요리사들이 요리하는 곳 상단에는 딤섬 메뉴가 분명히 적혀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종업원에게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그때서야 비로서 딤섬 메뉴판을 주는 것이었다. 물론 아주 사소한 일이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일이 겹치고 난 지금 되돌아보면 모두가 시빗거리가 되는 것이다.

우리는 어떻게 시킬 줄 몰라 세트메뉴를 시키기로 했다. 딤섬은 크게 골드와 실버로 나누어져 있어 세트메뉴당 골드 2개, 실버 3개..이런 식으로 고르고 식사를 별도로 고를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세트 메뉴를 시키려면 5가지 종류의 딤섬을 시켜야 하는데 종업원이 다 정했냐며 옆에서 서 있는데 5가지를 모두 불러주려니 무언가 좀 어색했다. 차라리 세트메뉴를 시키는 사람을 위해서 손님이 체크표시를 할 수 있는 쪽지를 나누어 주었으면 어땠을지. 뭐 그것도 사소한 것이다. 약간 불편하긴 했지만 말이다.

내가 가까스로 5가지를 일일이 불러주면서 고르고 난 뒤에 여자친구도 골드에서 2개를 고르고 나와 다른 것을 고르기 위해 내가 실버에서 무엇을 골랐는지 물어보았고 나는 이미 내가 무엇을 골랐는지 기억하고 있지 않았다. 종업원이 내가 무엇을 골랐는지 불러주었지만 내가 고른 딤섬들을 메뉴판에서 일일이 찾아 대조하는 수고를 하는 것은 너무나도 수고스런 일이었다. 결국 여자친구는 실버에서는 나와 똑같은 것을 하기로 했다. 그때까지는 우리는 세트메뉴가 딤섬 5개와 식사로 구성되는 줄 알았다. 그래서 양이 좀 적겠다는 식으로 걱정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막상 딤섬이 나오자 딤섬 하나를 고를 때마다 딤섬이 2개씩 나오는 것이었다. 이런 젠장~ 말을 해 주었어야지. 그랬으면 그냥 다 다른 것으로 10개를 골랐으면 되는 것을...이런 생각이 딤섬이 나오자 마자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우리가 열심히 고르고 있을 때 종업원은 그에 대해 일언반구도 없었다. 뭐, 그것도 괜찮다. 처음에 5개만 먹을 생각을 하고 있다가 10개가 나왔으니까. 사실 세트메뉴의 양은 꽤 많다. 그것은 만족스운 점이었다.

아까 말했듯이 맛은 꽤 괜찮았다. 감동의 수준까지는 아니었지만. 그런데 여자친구가 간장에 고춧가루를 뿌리려다가 질겁을 하고 말았다. 고춧가루에 곰팡이가 폈다는 것이었다. 나는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다. 이런 고급 음식점에서 음식에 곰팡이라니...상식적으로 말이 안되는 것 아닌가. 어두워서 잘못 보았겠지. 그리고 나는 고춧가루 통을 열어보았는데 그것은 곰팡이가 아니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명백히 곰팡이였다. 먼지 같기도 하고 솜에 털이 막 삐져나와 있는 것 같기도 한 그것은 곰팡이였다. 참, 황당했다. 나는 음식에 대해 그리 까다롭지 않은 편이라 그것만으로 항의를 하거나 그러지는 않았다. 그냥 믿기지 않았을 뿐이다. 분식집도 아니고 이런 고급 음식점에서...(지금 생각해보면 고급 음식점이란 것은 내가 싸이월드를 통해서 받은 이미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세트메뉴의 값이 7만원짜리도 있었던 것을 보면 고급 음식점이 아니라고도 할 수 없다.)

항의를 하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종업원에게 알릴 필요는 있었다. 직접 음식은 아니지만, 고춧가루에 곰팡이가 피다니...종업원에게 그 사실을 말했다. 그러자 종업원은 몇 마디 얼버무리더니 스리슬쩍 고춧가루 통을 들고 가버렸다. 죄송하다는 우물거림을 들은 것도 같았다. 곰팡이를 보았을 때도 사실 기분이 그리 나쁘지는 않았는데 종업원이 별일 아닌 듯이 고춧가루 통을 들고 나가자 기분이 좀 나빠졌다. 분식집도 아닌 고급 음식점에서는 적어도 매니저가 와서 사과해야 하는 것이 일반적이지 않나...하는 생각과 함께 78 on the rise가 내가 생각하던 꼭 그런 음식점이 아니고 은근히 빈틈이 많은 음식점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식사를 계속했다. 그때까지도 식욕이 그리 떨어진 편은 아니었다. 그런데 돼지 군만두를 먹어보던 여자친구가 맛이 이상하다고 했다. 부추가 쉰 것 같다는 것이었다. 나는 사실 잘 몰랐다. 냄새를 맡아보니 시큼한 것 같기는 한데, 꼭 상했다고 확신할 수는 없었다. 부추 색깔도 약간 노르스름 해 졌기는 한데 혹시 식초를 넣었을 수도 있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도 해 보았다. 여자친구는 부추가 상했다는 것을 확신하고 있었고, 고춧가루에서 곰팡이가 있었다는 사실이, 돼지군만두가 상했을 수 있다는 사실의 개연성을 높여주고 있었다. 이제껏 음식점을 다니면서 음식이 상했던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하물며 이런 고급(?) 음식점에서야...그런데 곰팡이를 본 후로 나는 돼지군만두가 쉬지 않았다고도 확신할 수 없게 되었다. 우리는 종업원을 불렀고, 결국 종업원은 다른 만두를 가져다 주었다. 부추가 상한 것은 아니고 중국부추라서 좀 시큼한 냄새가 나는 것이라고...사실 지금도 그 만두가 상했었다고 확신할 수는 없다. 그 설명을 듣고 쉽게 수긍이 가지 않았을 뿐이다. 차라리 식초를 뿌렸다고 했으면 쉽게 믿었을 텐데.

아무튼 싸이월드를 보고 기대에 부풀어 예약을 하고 찾아간 78 on the rise는 우리에게 그와 같은 해프닝을 안겨 주었다. 사실 지금도 그 음식점에 크게 불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종업원이 불친절한 것도 아니었다. 음식도 먹을 만했다. 다만 일련의 사태 때문에 음식을 먹고 나서 만족스럽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와 같은 연속된 해프닝은(곰팡이 하나였다면 너그럽게 넘어가 줄 수도 있겠지만...넘어갈 수 없는 문제인가? ^^;;) 음식점의 운영과 음식관리에 무언가 상당한 허점이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78 on the rise는 종업원의 서비스와 음식의 맛, 위생관리 면에서 정말 괜찮은 고급 중국식 레스토랑이라고 하기에는 80% 정도 모자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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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사과 2005-07-24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이름만 그럴듯하게 내 걸고 서비스나 음식면에서는 떨어지는 가게가 많지요.그런데도 사람이 몰리는 것을 보면 광고의 효과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많은 사람이 드나드는 홈페이지같은 곳에 맛집을 소개해놓으면 그걸 보고 그 음식점에 가는 사람이 한 둘이겠습니까? 저번에 저도 스파게티전문점에 갔었습니다. 볼...무슨 스파게티를 시켰는데 제 것만 탔더군요. 제 친구들은 오븐스파게티를 먹었기 때문에 별 지장이 없었는데..저는 다른 걸 시켰더니 타서 먹는 내내 탄네가 끊이질 않았습니다. 그러나 소심했던 저는 한 마디도 못하고 탄 음식을 다 먹고 나왔었죠.많이 억울했었습니다. 그 곳은 막 개업한 집이 었는데...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죠.

외로운 발바닥 2005-07-24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빨간사과님 반갑습니다. 첫 외부 방문객이라 긴장이..^^;; 혹시 제가 아는분인지...
저도 예전에는 소심해서 음식점에서 음료수 리필 시키는 것도 주저하면서 했었죠. 지금도 뭐 크게 다르진 않지만. 그래도 비싼 돈 주고 먹는 바에야 최소한의 이의제기는 할 권리가 있겠죠. 그리고 요즘은 정말로 막나가는 음식점이 아니고서는 손님들의 문제제기를 무시하지는 않을테니까요.

우기부기 2005-07-26 2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78...가 80%만족이라니, 말도 안 된당. 40%라면 모를까..
기본이 안 되어 있는 음식점이야. 곰팡이에 중국산 쉰 부추라니.. 별루다. 쳇!

외로운 발바닥 2005-07-31 2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80% 부족하다는 뜻, 즉 20% 만족이라는 뜻인데...
글 안 읽었지? -0-

우기부기 2005-08-01 2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었어읽었어. 체쳇!
너무 길어서 부족을 만족으로 생각한 거지. 으음..
 
 전출처 : 바람구두 > 알라딘 서점에 보내는 공개적인 충고....

알라딘의 변모를 한 마디로 압축해보면...
"알라딘 서재지인의 자율성을 저해하는 상업성의 강화로 인해
쓸데없이 복잡해진 구성을 예전의 인력만으로 감당하려다 보니
역부족인 상황이다"
라고 압축할 수 있다.

알라딘은 아마존과 구글에서 배워야 한다.
인터넷 쇼핑몰 가운데 아마존엔 블로그 시스템이 없다.
아마존에선 컨텐츠를, 구글에선 목적에 충실한, 단순하지만 확실한 기능성을 배웠으면 한다.

알라딘은 책을 좋아하는 이들, 서점을 중심으로 모이는 단골 고객들을
떠 안는 시스템(서재)을 이용해 이들을 알라딘 서점 안에서 즐기도록 배려한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알라딘 서점에 의해 주어진 환경, 틀 안에서 활동하도록
제약받는 틀 안에 둥지를 틀었다.
알라딘 서재는 알라딘 서점 측에서 미리 만들어 둔 프레임 안에서 활동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블로그들과는 다르다.


서재라 불리는 블로그의 목적
"서재"란 명칭은 이 블로그의 목적을 규정한다.
마이리뷰, 마이리스트 등은 알라딘측의 목적과 서재 이용자의 목적이
서로 공통되는 지점에서 형성된 주제들이다.
이런 주제는 알라딘 서재에 일정한 진입장벽을 형성한다.
즉, 이곳은 그냥 노는 곳, 자기 얘기만 하고 가는 곳이 아니라 책을 매개로 한 소통을 강제한다.
서재 이용자들의 숫자가 일정하게 증가하지 않는 이유는 알라딘 서재의 이런 진입장벽 때문이고,
이는 서재 이용자들의 불만이 아니라 다른 의미에선 만족감을 증대한다.

알라딘 개편 이후의 불편함
앞서 알라딘의 개편을 다음과 같이 요약한 바 있다.
"알라딘 서재지인의 자율성을 저해하는 상업성의 강화로 인해
쓸데없이 복잡해진 구성을 예전의 인력만으로 감당하려다 보니
역부족인 상황이다"


실제로 알라딘 서재의 개편 이후의 불편한 점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서재인들에게는 사실상 불필요하거나 자율적인 이용에 맡겨두어도 될 부분들 혹은
다른 곳에서라면 서재인들을 위한 별도의 인덱스 화면에서 처리해도 될 항목들을 불필요하게
각각의 서재에 할애하고 있는 것들이다.

서재 개편 이전에 알라딘측이 서재지인들에게 기본적으로 요구하는 사항들은
"보관함, 소장함, 마이리스트, 마이리뷰" 와 같이 책, 인터넷 서점 이용과 관련한 4가지 항목이었고,
여기에 블로그라 할 수 있는 "마이페이퍼" 기능까지 포함하면 5가지 기능이었다.
이 기능들은 이용하지 않아도 그만일 수 있고, 비공개로 할 수도 있으며 나름대로 이용자 각 개인이
선택한 서재의 이용목적에 부합되는 혹은 인터넷 서점 이용에도 도움이 되는 항목들이라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개편 이후의 가장 큰 문제는 알라딘 서점측이 지나치게 서재의 항목들을 세세하게 규정하고 있어
서재인들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침해하는 결과를 빚고 있다는 것이다.
우선 서재 구성 자체가 매우 복잡해졌다는 점을 지적해야 한다.
복잡해진 반면에 이용에 편리가 더해졌다면 그나마 다행인데,
사실상 불필요한 항목들이 너무 많이 생겼다.


쓸데없이 많아진 항목들
- 혹시 알라딘 서점측의 공연한 참견은 아닌가?

예를 들어 "나의 질문, 나의 답변, 구매상품에 대한 질문, 내가 참여한 투표" 등은 개인에 따라
이용빈도가 거의 없거나 필요없는 항목이다. 더군다나 보다 많은 이들의 참여가 필요한 항목이라면
각각의 서재에 굳이 이 부분을 삽입하지 말고, 별도의 메인 화면(예를 들어 "알라딘 마을" 과 같이)
이런 기능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그외에도 불필요한 기능들은
 "나를 즐겨 찾는 사람들"이다. 상대방이 공개하지 않으면
볼 수도 없는 기능을 굳이 포함시킬 필요가 있을까?
하려거든 확실히 모두 볼 수 있게 하던지,
아니면 이런 기능없이도 지금껏 잘 해왔다는 점을 고려해 없애도 무방하다.
이전부터 있었지만 "즐겨찾는 리스트""즐겨찾는 서재"와 기능과 목적이
중복된다는 점에서 삭제되어도 무방하다.


상업성의 흔적들인가? 어쩔 수 없는 서재의 한계인가?
"밑줄 긋기, 사진으로 올리기"와 같은 항목은 "마이페이퍼" 기능을 상당부분 침해하고 있는 것들이다.
알라딘 서점측에서 이런 기능들을 도입한 것은 필경 상업성의 강화 때문이다.
책에 대한 보다 많은 정보를 제공한다는 취지도 존재하지만,
독자가 찾아낸 책 속의 매력적인 부분을 부각시켜 이를 판매와 연결시켜 보겠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마이리뷰"가 지닌 몇몇 단점들 - 독서인이라고 해서 글쓰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리뷰 참여도를 높이기 어렵다. 서재인들의 리뷰가 책에 대한 종합적인 정보를 제공하지 못할 수도 있다 등 - 때문에, 그리고 밑줄 긋기와 같이 손쉬운 참여 방법을 통해 알라딘 서점측에서 판매하는 상품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고조시키기 위한 것이다. "사진으로 올리기"도 이와 같은 목적을 지닌다.

"땡스투" 역시 상업적인 목적이란 점에선 대동소이하기는 하지만, 이건 어떤 의미에선 서재지인들을 서점의 종업원으로 만드는 일이기도 하다. 좋은 리뷰, 밑줄 긋기 등등 혹은 기타 다른 사유(가족, 친구, 애인, 동문, 친분도 등)로 자신이 누군가에게 밀어주어 상대방이 경제적 이익을 얻게 만든다는 점에서 최근 교보 측에서 도입한 프렌드샵인지 하는 것과 같다. 이는 소비자가 판매에도 일정하게 관여된다는 점에서 옥션의 방식이다.
이런 방식에 익숙해지고, 실제로 이득을 얻는 이들이 생긴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 익숙해지면 어떨지 모르겠으나 이는 알라딘 서점이 여타 다른 인터넷 서점들과의 경쟁에서 지닌 차별성, 강점들을 상대적으로 약화시키는 방식이라 판단된다.


서재의 의의와 커뮤니티
서재 서비스는 블로그의 유행 이전에 알라딘 서점측에서 도입한 최초의 서비스다.
이는 기존의 인터넷 쇼핑몰이 지닌 기능들 가운데 일부를 강화한 것이자,
동시에 기존의 아날로그 서점의 기능을 포함한 탁월한 서비스였다.


기존 인터넷 쇼핑몰들은 게시판들을 통해 서재가 주는 기능들 가운데 일부를 담당하도록 했다.
사실 서재의 기능 가운데 일부는 이전 쇼핑몰들 게시판들이 지닌 기능과 같다. 그것은 상품에 대한 소비자의 평가와 불만사항, Q&A 등의 상품에 대한 피드백, 쇼핑몰과 이용자간의 커뮤니케이션 기능을 게시판이 담당했던 것들이다. 그런 내용들을 서재란 기능에 포함시켜 서재를 관리하고 운영하는 각 소비주체들에게 자율적으로 담당하도록 한 것이다. 우리는 별점주기와 리뷰를 통해 상품에 대한 피드백을 제공해 왔다. 즉, 우리들 자신이 쇼핑몰 게시판 관리자가 담당해야 할 몫을 대행해 온 것이다. 그것도 아주 즐겁게...


최초의 알라딘 리뷰는 200자인지, 500자인지로 한정되었고, 타인의 리뷰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개진할 수 있도록 하는 리플 기능이 없었다. 이에 대해 글자수 제한을 해제하고, 리플 기능을 보완한 것이 현재의 마이리뷰 기능이고, 이에 대해 알라딘 서점측에서 제공하는 메리트 역시 리뷰 5개당 얼마라는 형태에서 이달의 리뷰, 이주의 리뷰, 서재의 달인 30위 안에 드는 이에게 제공하는 5,000원 상당의 상품권으로 대체되었다.
이런 기능의 변천은 알라딘 서재의 도입과 함께 온 것으로 상업적인 성공 여부는 알 수 없으나 나름대로 정착에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글자 수 제한의 해제는 리뷰를 본격화할 수 있도록 했고, 상대적으로 리뷰어의 자율성을 보장해줄 수 있게 되었다.

개선이 아닌 개악으로 흐르는 알라딘 서재 개편
문제는 알라딘이 애초의 서재가 지녔던 정신으로부터 멀어지는 개선 아닌 개악으로 가고 있다는 점이다.
누가 뭐래도 알라딘 서재의 핵심 컨텐츠는 마이리뷰와 마이페이퍼에 있다.
마이리뷰가 알라딘 서점에서 고객들에게 요구하고, 제공하는 최소한의 요구치라면,
마이페이퍼는 그 댓가로 알라딘이 제공하는 서비스라 할 수 있다.

알라딘 서재는 양자의 기능으로 압축될 수 있으며, 압축되어야 한다. 
알라딘 서재는 블로그에 비해 상당히 많은 것을 서재 이용자들에게 요구하며 제약하는 시스템이다.
그럼에도 서재지인들이 알라딘 서재를 떠나지 않는 이유는?

그것은 앞서 기존의 아날로그 서점들이 지닌 미덕
(서점 주인과 단골 고객 사이의 소통관계를 상기해보라)
알라딘 서점이 제공하기 때문이고, 그것은 디지털화된 인터넷 쇼핑몰 가운데
알라딘 서점이 가장 아날로그적이란 것에 있다. 즉, 서재의 존재 때문이다.
그런데 서재에 대해 알라딘 서점측이 점차 강요하는 항목들이 증대할 수록
알라딘 서재 이용자들에게 드리워지는 하중은 커지게 된다.

서재 이용자들의 자율성과 창조성을 살릴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해주길
이에 대해 나는 알라딘 서재를 다음과 같이 개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선 알라딘 서재는 마이리뷰와 마이페이퍼 기능 가운데
서재 이용자들의 자율성에 맡길 수 있는 부분들은
최대한 서재 이용자 자신들의 손으로 규정하고, 변경을 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카테고리 기능은 물론 리뷰와 페이퍼 기능의 이용에 대해
최소한 제로보드 수준의 활용도와 편의성을 제공해주길 바란다.
(여기엔 서재의 바탕화면 혹은 게시판의 스킨 변화 기능을 도입하는 것.)
 
알라딘 마을을 서재만을 위한 별도의 메인 페이지 기능을 갖추도록 하고,
알라딘 서점측에서 서재 이용자들에게 요구하고 싶은 기능들을 필요한 이들,
이를 활용하고자 하는 이들 중심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라.

기타 세부적인 개선 사항들은
서재 타이틀 이미지를 현재의 840x50픽셀에서
최소한 840X100픽셀 정도의 크기로는 이용할 수 있도록 해줄 것.
현재 마이페이퍼의 수정 기능을 이용할 시 저절로 간격이 벌어지는 문제를 수정할 것 등이다.

나머지 사항은 좀더 생각나는 데로 해보겠지만...
알라딘 서점측에서 정말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서재를 상업적인 용도, 비즈니스 차원에서 활용하는 것도 정도껏,
이용하는 데 불편이 없는 선에서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구글의 "본래의 목적과 기능에 우선적으로 충실하라"는 교훈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 끝으로 알라딘 서점의 본 페이지 개편이야 알라딘 서점에서 알아서 할 일이겠지만,
서재의 기능들을 변경하는 데 있어서는 최소한의 예의를 지켜주기 바란다.
우리는 알라딘 서적 백화점에 입점해 있는 영세 점장들이 아니라 알라딘 서재의 주인들이다.

이 가운데에는 나처럼 알라딘에서 가물에 콩나듯 30위 안에 든 서재인들에게 제공하는 5,000원의 상품권에 눈이 어둔 사람도 있겠지만, 그보다 더 많은 대다수의 사람들은 책이라는 인류공동의 지적 재산을 사랑하는 이들이다. 변화를 주려거든 미리 의견을 물어본다든지, 앞으로 어떻게 변했으면 좋겠다든지 하는 의견 수렴 과정을 밟는 시늉이라도 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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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 Marco

보드게임방에서 이 게임을 해 보았는데 후에 집에서 이 게임을 할 때를 위해 기억이 다하기 전에 게임방법을 적어보려한다.(3인기준)

1. 개요 및 게임세팅

이 게임은 각 주에 가능한 많은 귀족들을 두어 그 영향력을 통해 점수를 얻는 게임이다. 게임의 구성은 게임판과 두 종류의 카드, 그리고 다리, 귀족(네모), 점수 및 순서표시돌(동그라미), 주사위로 구성되어 있다.

처음에 각 플레이어마다 4번씩 주사위를 굴린다. 나오는 숫자마다 그 숫자가 표시되어 있는 지역에 귀족을 2명씩 위치시킨다. 다리는 하나씩 그 위에 귀족을 놓아 자신의 다리임을 표시한 후 두 지역에 걸쳐 놓는다.

2. 게임 구성요소의 설명

귀족 - 그 지역의 귀족수가 영향력을 의미하고 가장많은 영향력을 가진 사람과 그 다음의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 점수 계산시 지역에 표시된 점수(ex: 8/6)를 얻게된다.

다리 - 도제(빨간색 말..카탄의 도둑 비슷한 말^^;;)는 다리를 통해서만 다른 지역으로 옮겨갈 수 있다. 다른 사람의 다리를 이용하려면 그 사람이 1점을 얻게된다. 자신의 다리가 없고 다른 사람의 다리도 이용하기 싫다면 2점의 점수를 지불해야 한다.(2점이 내려간다.) 다리만 연결되어 있다면 연결된 다리를 통해 어디로든 이동할 수 있다. 도제는 이동하지 않고 그 지역에서 점수를 계산하여 얻을 수도 있다. 두 지역을 연결하는 다리는 3개까지만 가능하다. 다리가 모두 떨어졌을 때 다리카드가 나온다면 다른 사람의 다리를 빼앗아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다.

한계점수카드 - 1,2,3 이렇게 세 종류가 있다. 매 라운드마다 분배자가 이것을 나누어 기능카드와 함께 분배하는데 라운드를 진행하다가 한명이 10점이상이 되는 순간 그 다음 라운드로 한 페이지가 종료된다. 두명이상이 10점 이상이 되면 그 라운드로 페이지가 끝난다. 기본적으로는 좋은 카드와 높은 점수를 함께 묶어 분배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한 페이지가 끝났을 대 한계점수가 가장 낮은 사람은 10점에서 자신의 한계점수를 뺀 만큼의 점수를 얻는다. 그리고 한번의 추방(기능카드 설명에서 후술)기회를 갖는다. 분배자 - 매 라운드마다 분배자와 첫 번째 선택자, 두 번째 선택자가 순서대로 바뀌게 된다. 이 게임의 묘미는 분배자가 카드를 마음대로 분배할 수 있지만 그 분배된 카드묶음을 가장 나중에 선택한다는 데 있다. 다시 말하면 분배자는 어쩔 수 없이 가장 공평하게 카드를 분배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고수들의 단계에 이르면 다른 사람에게는 별 이득이 없지만 자신에게는 유리한 카드 조합을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게임도우미의 말에 따르면 약 200가지가 넘는 카드 분배가지수가 있다는데 제대로 머리 카드를 분배하려면 정말 머리가 아플 듯하다.)

기능카드

가. 지역카드 - 해당지역에 귀족을 한명 위치시킨다.

나. 다리카드 - 다리를 두고 싶은 곳에 둔다. 여분의 다리가 없는 경우 다른 플레이어의 다리를 자기 것으로 만든다.

다. 교체카드 - 원하는 지역의 다른 플레이어의 귀족 하나를 제거하고 자신의 귀족을 대신 집어넣는다.

라. 추방카드 - 한 지역을 골라 주사위를 던지고 나오는 수만큼의 귀족을 제거한다.

마. 도제카드 - 이 게임의 핵심이다. 이 게임에서 점수를 내는 방법은 딱 세가지다. 첫째는 각 페이지가 끝날때마다 한계점수가 10점이 되지 않는 사람이 얻는 점수이고, 둘째는 도제카드이고 셋째는 세 번째 페이지가 끝나 게임의 총 점수를 계산할 때 각 지역별로 점수를 계산하는 경우이다. 그 중 실제로 가장 점수를 많이 내게 되는 경우는 둘째와 셋째경우인데 셋째경우는 게임 끝날 때 딱 한번이니 평소에 점수내는 것은 모두 이 도제카드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카드를 제시하면 도제를 원하는 지역에 위치시킬 수 있다.(최초에는 어느 곳에나 가능하지만 그 이후에는 그 도제를 다리를 통해서 이동시키는 것이다. 다리를 통한 이동방법은 전술하였다.) 그리고 도제가 위치한 지역에서의 영향력을 계산하여 영향력이 가장 많은 두 플레이어가 점수를 얻게 되는 것이다.(ex: 1, 2등이 구별되면 지역에 표시된 점수를 얻고 1등이 2명이면 각각 2등에 해당하는 점수를 얻는다. 2등이 둘이면 2등은 점수를 얻지 못한다. 따라서 한 지역에 귀족이 무조건 많다고 좋은 것은 아니고 적은 수의 귀족으로라도 영향력이 1등이나 2등이면 좋은 것이다.) 게임 중간에 점수를 내는 것은 거의 도제카드가 유일하기 때문에 이 카드는 상당히 중요한 것이고 따라서 카드 분배시 제한점수가 높은 카드묶음에 배치하는 것이 합리적인 경우가 많을 것이다.

3. 게임의 진행

게임 세팅후 한명의 플레이어가 최초 분배자가 되고 이를 게임보드 위에 표시돌로 표시한다. 그리고 그 플레이어가 눈을 감고 선택자의 순서를 정한 뒤에 역시 이를 표시돌로 표시한다.

분배자는 기능카드 6장, 한계점수카드 4장(3명 기준, 2명일때는 5장과 3장)을 위에서부터 선택하여 이를 세묶음으로 자유롭게 나눈다. 그리고 첫 번째 선택자가 한 묶음을 고르고 두 번째 선택자가 또 한 묶음을 고르고 마지막으로 분배자가 나머지 묶음을 고른다. 그리고 첫 번째 선택자부터 순서대로 기능카드를 실행하고 제한점수카드는 자신의 앞에 펼쳐둔다. 각 플레이어가 기능카드를 모두 실행하면 한 라운드가 끝나고 다음 라운드에서는 첫 번째 선택자가 분배자가 되고 분배자는 두 번째 선택자가 된다.

마찬가지로 게임을 진행하며 전술했듯이 한명의 플레이어의 한계점수가 10점 이상이 되는 경우 다음 라운드에 한 페이지가 끝나고 두명 이상의 플레이어의 한계점수가 10점 이상이 되는 경우 그 라운드로 한 페이지가 끝난다.

한번 사용한 기능카드는 한쪽에 버려두고 기능카드가 모두 바닥나기 전까지는 다시 사용하지 않는다. 게임은 세페이지로 구성되고 세 번째 페이지가 끝나면 각 지역마다의 영향력에 따라 점수를 얻고 그때까지의 종합점수를 계산하여 승자를 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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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기부기 2004-11-13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었어. 감자랑 또 하자
 
 전출처 : 쎈연필 > 베르세르크 이미지 몇몇

전장에서 태어난 아이, 가츠. 산모는 죽어 있었다. 가츠는 6살 때부터 전장에 투입됐고 9살 때는 동료에게 강간당하고, 곧 강간한 놈을 죽이고, 이어서 살육기계화 된다.



베헤리트가 선택한 주인은 대마왕 비슷한 존재(?)가 된다. 베헤리트는 눈, 코, 입, 귀가 따로 박혀 있는데, 일식이 있는 날 주인의 원에 따라 눈, 코, 입, 귀가 원위치가 되면 피눈물을 흘린다. 그리고 제물이 바쳐지고 악의 천사가 태어난다.

 

공주의 사랑을 얻지만 왕의 음모로 인해 고문 당하고 온몸의 근육이 끊어지다시피 한 그리피스. 아름다운 청년이었고 지략가였고 숭배의 대상이었던 그는 동료(가츠, 캐스커 등)들에 의해 구출된다. 자신의 공백을 대신하는 가츠, 자신을 사모했지만 가츠의 연인이 된 캐스커, 자신의 부하였지만 이제는 자신을 동정하는 동료들. 그리피스는 일식이 있는 날, 어릴 적부터 간직해 오던 베헤리트의 부름을 듣는다. 그리고 동료들을 자신의 제물로 삼는다.


일식이 있던 그날, 매의 용병단 모두가 죽는다. 캐스커는 괴물들에게 강간 당하고, 악마의 수장으로 변한 그리피스에게 치욕적으로 강간 당한다. 이후로 캐스커는 자폐아가 된다. 가츠는 팔이 씹혀 먹히고 눈알이 으깨지면서도 괴물들을 죽인다. 가까스로 살아 남은 그들에겐 제물의 낙인이 몸에 찍혀진다. 그후로 밤이 되면 낙인의 냄새를 맡은 유령들이 그들을 급습한다.


숲에 사는 요정의 모습을 한 괴물과 싸우는 가츠. 어린 아이는 순수하다. 선/악을 구분하지 못한다. 아이는 외피만을 중시한다. 아름다운 요정의 모습을 한 숲의 생물들은 끔찍한 성교를 하고 살육을 한다. 천진난만하게 살육을 일삼는 요정은 결국 아이의 모습으로 도륙당한다.

가츠의 육박전이 나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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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발바닥 2004-12-08 2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베르세르크를 본지도 꽤 시간이 흐른 것 같다. 작품 전체를 내리누르는 무겁고 음침한 분위기...그럼에도 무언가 희망이 느껴지는, 이 만화가 좋다.

빨간사과 2006-01-31 2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베르세르크...이 만화를 추천하시는 분들이 많더군요...근데...19금아닌가요? 제가 기억하기로는 19금이었던것 같은데...그래서 포기했습니다.ㅠㅡㅠ 미성년자거든요~

외로운 발바닥 2006-02-03 2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헐...미성년자라고 19금을 읽지 않으시다니..모범생이시군요 ^^
20세 넘으면 한번 꼭 봐보세요. 꽤 에로틱하면서도 남성적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강렬한 액션이 넘칩니다. 처음에는 정말 재미있었는데 20권쯤부터 좀 늘어지는 느낌이예요. 저도 마지막으로 본지 1년은 된 것 같아요.
 
 전출처 : naomi > 이 경자씨의 나의 이혼이야기중'3.마음의 이혼....나자신에게로 돌아오기

둘째와 둘이 사는 살림이 시작됐다. 내 새끼가 지금 함께 있다는 것이 이토록 큰 위안일줄 몰랐다.  그 애와 둘이 먹을 음식을 이렇게 만들고 밑반찬을 하고 그랬는데 자꾸만 음식이 남아서  버려야 했다.  내가 네 식구분의 음식을 만든다는 사실을 깨닫고 마음이 서늘해진 것은 한참이나 지나서였다.  계절 과일을 사거나 야채를 살 때도 예전의 버릇대로였다.  그 애가 학교로 가고 나면 나 혼자 남았다.  맑고 밝은 가을 햇살이 방안 가득 찼다.  아주 오랜만에 베토벤을 들었다.  그의 피아노 협주곡을 들으며 지나간 내 청춘의 적막함과 조우하려고 해봤다.  깊고 투명한 공허감 속에 가만히 들어갔다.  자취하는 사람의 살림같은 단순한 집안을 돌아보았다.  저 햇볕이 없었다면 얼마나 우울했을까.  그러나 나는 행복하다.  행복하다.  자꾸만 자신에게 말했다.  그리고 마루를 청소하고 방을 청소하고 자꾸만 음식을 만들고 일기를 썼다.  그러고도 시간이 나면 후다닥 산으로 올라갔다.  산으로 오를 때, 어쩌면 그렇게 분노가 마치 지층처럼 솟구쳐 오르는지. 사람들이 왜 이혼이라는 이별을 졸렬하게 하는지,문득 이해할 것 같았다.  비열하고 야비하고 졸렬하게 하면서 얻어내는건 아마 정을 털어내는 것이 아닐까.  그러나 나는 비열할 수도 야비할 수도 졸렬할 수도 없었다.  <그 매듭은 누가 풀까>를 교정보고 또 일거리가 생기면 어느 것 하나 거절하지 않고 매달렸고 또한 불면증에 시달렸다.  참 이상했다.  돌아보면 이런 단순소박한 삶은 내가 늘 꿈꾸던 것이었다.  행복보다 더 익숙한 것이 쓸쓸함같은 것이었다.  어느 때,행복이 느껴지면 울컥 겁이 나던 거. 직업병의 일종이라고 생각한다.  바로 이 직업병이 남편을 떠나게 하는 깊은 원인 중 하나였을 것이라고 인정한다.  내 처지를 나보다 더 헤아려주는 사람들도 있었다.  어려운 일이 닥치면 주변 사람들의 나에 대한 진정성이 드러 난다고 하던데 꼭 그랬다.  많은 도움을 받았다.  집을 얻는데 흔쾌히 돈을 빌려주고 집안정리를 도와주고 내 파도치는 감정이 쏟아지는 거품을 견뎌주었다.  하지만 이런 이유로 내 처지를 알게 된 사람들 외엔 내가 '이혼했다'고 먼저 말하지 못했다. 그토록 내게이혼해야 한다고 말하던 친구들에게조차 말을 못했다.  부끄러워서?  열패감 때문에?   "엄마 정말 이혼했어? "  때론 내 갈팡질팡하는 감정이 지겨워진 딸이 내게 물었다.  몸 둘바를 모르게 부끄러웠다.  " 시간이 필요하단다."   딸보다 더 어리디어려져버린 내가 말했다.  "난 엄마가 당당했으면 좋겠어! "  "그래. 시간이 필요하단다."  주눅든 내가 말했다.  부끄럽고 부끄러웠다.  28년 결혼 생활끝에 내 영혼이 남루하다면 그건 내가 잘못 산 것이 분명했다.  아이들의 지적대로 내 생명이 병든 것이 분명했다........중략.........

"당신은 소설을 못쓰면 죽은 여자 아니냐. 그러니 나가라. "  그가 막판에 한 말 중 하나였다.  그도 깊이 헤아리지 못했을 한 여자의 운명의 분열증을 그가 이렇게 표현했을 것이다.  잡을 수 없는 남편에 대한 집착. 그의 아내에 대한 환멸은 이게 아니었을까.  나는 처녀로 28년 살다가 결혼해서 28년 살았다.  그리고 쉰 여섯 살이됐다. 기운도 많이 늙었고 폐경된 지 오래다.  여자인 나를 남자의 말뚝에 고삐 매려고 아득바득 시달리는 어리석은 인생을 다시는 살지 않으려고 한다.  남자를 벗어 던지자 비로소 내가 사람인 것이 느껴진다.  나를 깊은 병에 들도록 한 분노는 남편에 대한 것이 아니라 내가 나를 학대한 것에 대한 분노라는 걸, 이제 깊이 깨달았다.  큰딸이 미국으로 떠나면서 당부한 말이 있었다.   "누구에게 잘해주려고 애쓰지 말것. 엄마만 생각할 것."   인생도 그저 인생이듯이 이혼도 그저 이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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