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끝났다. 겨울이 시작됐다. 


오늘, 비 온 뒤 온도가 '뚝' 떨어져서가 아니다.  


2012년의 플레이오프가 끝나자마자, 계절은 그렇게 바뀌었다.  


눈물 난다. 13년 만의 한국시리즈 진출, 20년 만의 우승은 산산조각났다. 


준플레이오프 승리로 충분하다고 설레발 쳤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노떼가 지는 야구, 겨울이 뜨는 신호. 


이젠 야구 없는 계절, 겨울.


겨울을 맞으라. 


야구 없는 계절, 아다치 미쓰루의 <터치>를 꺼내든다.



노떼 자얀츠, 너 없이 살겠지만.   


야구는 끝나지 않았다. 우리는 챔피언이었고 여전히 챔피언이다. 


물론, 노떼 자얀츠 아닌 노떼 자얀츠 팬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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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난다.  



이런 가을이라면, 더 이상 바랄 것도 없다(고 진심 담긴 뻥 치고 싶다). 



13년 만. 21세기 들어 처음이다. '드디어'라는 말, 이럴 때 쓰라고 있었구나. 

이것이 바로 가을의 '드라마'다. 



너무 오래 기다렸다. 

내 30대를 슬픔 속에 소진한 뒤 끝물에 이렇게 달궈주시다니. 

노떼 자이언츠의 포스트시즌 시리즈에서의 승리에 미친 듯 좋아하는 나는, 

어쩔 수 없이 부산 남자다. 부산 갈매기다. 

사직야구장에서 '부산 갈매기' 미친 듯이 부르고 싶어 죽것다!



이것으로 충분하다만, 

그래도 남은 바람이라면, 

1992년, 20년 만의 한국시리즈 우승. 

20대와 30대의 암흑기를 한방에 날려버릴 우승. 


씨바, 자이언츠 때문에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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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커피를 주시오, 아니면 죽음을 주시오"


- 패트릭 헨리(미국 독립운동 지도자)


그래, 당신도 동의할 거야. 

영원히 익숙해지지 않는 것들이 있어. 가령, 사랑이 그렇고, 죽음이 그래. 


오늘, 한 우주가 스러졌어. 

처음 가본 서울추모공원, 친구 아버님이 한 줌의 먼지가 되셨어. 

이 세계를 구성하던 하나의 우주가 희미해지면서 없어진다는 것, 비극.

느닷없이 닥쳐온 비극 앞에 인간은 무력할 수밖에 없지만, 이별 앞에서 필요한 것은 예의여야 함을 새삼 깨달았던 시간. 


아버님을 화장실로 보내기 직전의 곳, '고별실'이라는 팻말을 달고 있었어. 

그 '고별'이라는 말, 유난히 마음에 콕콕 박히더라. 

장례에서 죽은 사람에게 이별을 알림, 고별. 


이별해야 하는 곳. 한 우주의 스러짐을 마음으로 확인해야 하는 곳. 


그래, 익숙해지지 않는 이유를 분명히 알 수 있었어.

개별의 인간이기 때문이지. 구체적인 존엄이 새겨진 개별의 인간이기 때문이었어.

숱한 죽음 앞에 내가 익숙해질 수 없는 이유가 그것이었던 거야. 

한 우주가 구축한 세계, 그 삶의 구체는 내가 알 수 없는 심연이겠지만, 

구체적 존엄 앞에 나는 고개를 숙여야했고, 추모는 마땅한 것이었어. 

이별 앞에 반드시 예의를 필요한 이유도 거기 있었고. 


화장 후 곱게 갈린 뼈라고, 개별의 구체가 아닐쏘냐.  

그래서, 성당으로 향하는, 아버님의 유골을 태운 리무진에 나는 고개를 숙여야 했어.


 

그리고, 

45년 전 오늘, 타살 당한 혁명을 떠올렸어. 

1967년 10월9일, 볼리비아에서 날아왔을 혁명의 으스러짐. 


체 게바라. 

오늘, 그에 대한 추모도 함께.

당신과 함께 타살 당한 혁명을 추모하는 것이고, 위로하는 것이지.  


비록 우리에게 혁명의 새벽은 오지 않았고, 어쩌면 영원히 오지 않을지 몰라도,

만나지도 못한 혁명에게 이별을 말할 수는 없는 노릇.

그렇다고, 혁명과 만날 날을 포기할 순 없는 법. 

언젠가 올 혁명에 대한 예의!


그리하여, 

오늘 같은 밤에도, 노떼 자얀츠가 이겨줘야 할 것 같아.

내 마음에 꿀렁이는 이 슬픔과 추모의 마음에 대한 위로.  

당신도 여전히 우리 자얀츠 팬이지?   


그래 내겐,  

당신이 혁명이었어. 내 마음은 그래서 이미 혁명을 경험한 거야.


당신 하나로 내겐 충분히 가능했던 혁명. 


당신과 함께 보고 싶은 이 영화. 끝내 개봉하지 못하고 DVD로 직행한 이 영화, <체>.


오늘, 서울추모공원에서 만났던 커피, 향긋했어.

커피 자체 맛보다는 카페인이 필요했거든. 내 정신을 깨우고 싶은.

내 마음의 추모도 담아 마셨던 그 커피, 오늘의 나를 지지해 준 커피.

수골실 앞에서 커피 마시던 유족들 모습에서, 나는 커피가 주는 위로를 생각했어.


슬픔을 안녕~할 순 없지만, 커피는 슬픔을 위로할 수 있구나.

당신이 슬플 때, 나는 커피를 건네고 싶다...     

  

언젠가 이 세계에 변혁을 초래할 인간이 찾아올 것이다.

그 인간에게도 방황하는 밤이 있을 것이다.

그 밤에 문득 펼쳐본 책 한 줄의 미미한 도움으로 변혁이 가능해질지도 모른다.

그 하룻밤, 그 책 한 권, 그 한 줄로 혁명이 가능해질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가 하는 일은 무의미하지 않다. 결코 무의미하지 않다.

- 프리드리히 니체


 

밤9시의 커피.

밤 9시가 넘으면 1000원으로 내려가는 커피 한 잔이 있는 곳. 그 커피 한 잔으로 생을 확인하고, 외로움을 위로받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커피 한 잔에 담긴 어떤 세계의 확장과 연결도 엿본다. 커피가 있어서 다행이다. 나는 밤 9시가 되면, 낮에 만든 커피와는 또 다른 커피를 내린다. 그 커피는 오로지 당신 하나만을 위한 커피다. 그리고, 당신과 나만 아는 이야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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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날마다 굽는 빵 같은 것

 

아름답다.

엽서를 처음 만난 순간, 숨이 턱.

그때 내 곁을 감싸고 있던 공기가 그랬다. 

엽서 그 자체가 가을이었다.


그리고, 그 카피가 내 숨결을 간질인다.

"30년 후 오늘, 당신과 키스할래요..."

그 말, 그 행간에 숨은 어찌할 수 없는 안타까움과 슬픔,

어쩌면 미열 같은 희열 혹은 기다림의 설렘.

그 모든 감정을 응축한 말 한 마디.


우리도 사랑일까.

이 가을, 나는 사라 폴리(감독)의 유혹을 거부할 자신이 없다.

이 가을, 숨이 막힌다면 아마도 이 영화 때문일 것 같다는 예감?

 

나도, 내 마음도 살랑살랑 흔들린다.

사랑한다, 가을.


(다만, 아래 그림은 엽서의 색감이 주는 정서를 잘 표현하지 못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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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2-10-08 2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만 봐도 어떤 얘기인지 알 수 있다는게 같은 영화를 공유한 사람들 사이의 짜릿함이겠죠. 오늘따라 유독 반가운 제목입니다. 흣

책을품은삶 2012-10-09 23:04   좋아요 0 | URL
ㅎㅎ 반가워해주시니, 제가 제대로 낚은 것 같은 뿌듯함이!ㅋㅋ
이 영화, 이 땅에서 100만 명도 1000만 명도 볼 영화가 아니라서 그 짜릿함은 더할 듯.^^

프레이야 2012-10-09 0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훗! 저도 반가운 제목이에요. 30년까지 안 기다려서 잘됐지 뭐에요. 열병을 30년씩이나 앓으면 그전에 속타서 죽을걸요.ㅎㅎ 환상에서 깨어나 혼자서도 외롭지않게 된 마고는 이제 진짜사랑을 할 수 있게된 거 같아요.

책을품은삶 2012-10-09 23:08   좋아요 0 | URL
그 여자, 마고.
미셸 윌리엄스여서 가능하지 않았을까, 하는 저 혼자만의 생각을!
히스 레저를 보내고 더 깊어지고 넓어진 것 같은. ^^

saint236 2012-10-09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마구 땡기는 포스터와 제목입니다.

책을품은삶 2012-10-09 23:09   좋아요 0 | URL
마구 돋으시면,
꼭 보셔야 하옵니다. ^^
 

스물일곱의 시월, 누구나 꿈 꿀 수 있는 산화의 시간. 

누군가는 실행하고, 누군가는 건너뛴다.


재니스 조플린은 그것을 감행했다. 

남성 중심의 사회에 던진 악마적 외침. 

여성의 자유라는 화두를 노래를 통해 쏟아낸 마녀.


여성에게 록을 허한 혁명의 다른 이름, 재니스 조플린. 

그녀는 진짜 '진주(Pearl)'였기에 스물일곱의 시월에 자폭했는지도 모르겠다.

개쉐, 이 좆 같은 세상은 진주의 진면목을 알 턱이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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