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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암집 - 전3권 세트
박지원 지음, 신호열.김명호 옮김 / 돌베개 / 2007년 2월
평점 :
연암집! 박지원 그는 분명히 조선 최고의 문인이었으며, 그의 문장은 300년이 지난 지금의 우리의 가슴에 선명한 깨달음을 제시해주고 있다. 그런 그의 문장을 이렇게 전질로 읽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축복인지 모르겠다.
연암의 문장은 깊이가 있으며 인간을 보는 따스함이 담겨 있다. 연암 이전의 문장들이 理나 氣를 논하는 형이상학적인 문장이었는데 반하여 연암에 이르러선 파격적인 문체 변화가 일어난다. 일상에 볼 수 있던 사물을 통해 자기의 주장을 피력하며 아무렇지도 않게 개인 감정을 담아 낸다. 그런 파격 덕(?)에 연암은 집중 관심의 대상이 된다. 정조가 성리학을 벗어난 불온한 문체를 모두 이단으로 규정하며 문체를 바로 잡고자 벌인 문체반정이란 정책에서 연암을 불온한 문체의 대표자로 뽑을 정도였으니 할말 다 하지 않았던가. 이른바 패관잡서의 소품체라는 것이, 중국 명나라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이 문체를 받아들인 연암은 파격적인 이야기를 서슴없이 한다.
양반의 무능함을 헐뜯으며, 조선 시대를 풍미하며 좋은 묘자리를 찾아다니게 만든 풍수지리 사상을 여지 없이 비판한다. 좋은 일을 하면 덕이 오는 것이고 나쁜 일을 많이 하면 나쁜 일이 일어난다는 게 그의 논리이다. 또한 고문 위주의 흉내내기에 불과했던 문장론을 배격하며 자기만의 색채를 가진 글을 쓸 때라야 진정한 문장이라 주장한다. 이를테면 기존 관념에 대한 무차별적인 공격과 선회를 택했으니, 그에게 감정을 가진 사람 또한 많았을 것이다.
이런 그의 문장론과 문학론이 이 책에 들어 있다. 이 책을 읽고 있으면 그의 문학관을 여지 없이 느낄 수 있지만, 이런 기본 상식마저 가지고 있지 못한 채 그냥 맹목적으로 읽어서는 아무 의미 없는 독서로 그칠 뿐이다.
이 책을 읽기 전에 박지원의 둘째 아들이 쓴 '과정록' (박희병역, 나의 아버지 박지원)이나 정민 선생님이 쓴 '비슷한 것은 가짜다' 정도는 읽어야 한다. 그런 박지원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밑바탕이 된 뒤에 이 책을 읽게 되면 이 책이 가진 묘미와 박지원을 대문호라 이야기 하는 의미를 알 수 있으니 말이다.
요즘 시대는 박지원 같은 사람을 원한다. 박지원은 그 당시 이단아로 불리워지며 인정 받지 못했으나, 지금에 이르러 대문호라는 호칭을 얻으며 인기를 얻고 있다. 이게 바로 역사의 아이러니이지만, 요즘 시대는 박지원 같은 자기의 사상이 뚜렷하고 자기의 길을 맘껏 향유하며 갈 줄 아는 그런 뚝심 있는 사람을 원한다. 박지원이 전해 주는 메시지를 통하여 진정한 문학이란 무엇인가, 또한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따위의 생각을 하게 되었다면, 이 책을 산 것이 전혀 아깝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