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51 | 52 | 53 | 54 | 55 | 56 | 57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한국사 천자문 - 한자와 한문으로 읽는 우리의 역사
한정주 지음 / 포럼 / 2006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천자문뎐이 작은 책자 형식여서 소박한 느낌이 강했던 것에 반해 이 책은 상당한 분량의 크기를 자랑하는 책이어서 전공 서적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그래서 받는 순간 천자문뎐에서 느껴지던 아기자기함과는 달리 좀더 알찬 책을 받은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던 거다. 그 두툼한 책을 펼쳐들고서 한 장 한 장 넘겨 보는 맛이란 책 읽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 느낌과 그 설레이는 기쁨을 알터이다.

  천자문뎐과 비슷한 방식이다. 천자문이란 게 8자식 125구로 이루어진 내용이니만치, 이 책 또한 그러한 방식을 차용하여 서술하고 편집하였다.

  이 책은 우리의 역사를 천자문 방식의 8자의 한자 속에 담아 들려준다. 동저자가 쓴 '천자문뎐'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이 책 또한 쉽고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단군 신화에서부터 현대사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내용을 8자의 한자 속에 담아 내고 있다. 그래서 읽으면서 짤막짤막한 역사의 편린들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든다.  8자씩 125구로 구성되어 있다보니 전체 내용을 실려 있진 않다. 솔직히 이 한 권을 통해 우리 나라 역사를 조망할 수 있을까 기대했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쉬웠다. 하지만 어차피 이게 국사교과서가 아닌 이상 그러한 기대를 하는 게 무리일 수도 있겠지. 그런 아쉬운 점을 빼면 나름대로 괜찮은 책이었다. 한 구절 한 구절 끊어지는 얘기들이기에 짧은 시간씩만 투자하면 아무 무리 없이 끝까지 볼 수 있으니까. 그리고 한 단락이 끝날 때마다 한문 익히기와 한문 만들기가 들어가 있어서 그걸 통해 한자와 한문에 대한 기초를 닦을 수 있으니까.

  역사와 한문은 떼려야 뗄 수 없다. 과거에 우리 나라의 글이 없던 시기에 한자란 우리의 글이었으니 말이다. 그런 글을 통해 역사가 쓰여질 수밖에 없었다. 바로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일석이조의 성취를 노린 듯하다. 역사에 대한 상식을 얻음과 동시에 한문에 대한 관심까지 얻게 하려고 말이다. 이 책을 통해 그 두가지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길 바란다. 나처럼 한문과 역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쉬엄 쉬엄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학 입문 - 심경호 교수의 한학 강좌
심경호 지음 / 황소자리 / 2007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문교육과에 들어간다거나, 한문학과에 들어가려 맘 먹은 사람, 아니면 한자급수증을 따고 한문이란 무엇일까 궁금한 사람들이 읽기에 딱 좋은 책이다.

나도 예전엔 서당에 다니면서 사자소학, 취구, 동몽선습, 명심보감 등을 배우며 한문에 자신 있다고 말할 때가 있었다. 그게 우물 안 개구리의 자만임을 알지 못했던 때의 내 모습이었으니까.

하지만 곧 머지 않아 나의 어리석음을 깨닫게 되는 일이 생긴 것이다. 본격적으로 시작한 한문 공부를 통해 너무도 좁은 세상 속에 자족하며 살았구나 하는 생각을 한 것이다. 다른 사람과의 대화 속에 나 자신이 아는 건 하나도 없었으니 말이다.

한학은 별도의 학문이 아니다. 중국에서 발원하여 한국, 일본까지 영향을 미친 문학일 뿐이니까. 그렇기 때문에 한학을 하기 위해서는 중국역사와 문학사를 기본으로 알고 있어야 가능하다. 또한 한문 문체에 관한 기본 소양 정도 알고 있어야 한문을 한다고 말 할 수 있는 것이다.

바로 이 책에는 그러한 사항들이 빠짐없이 기록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을 기본 소양서로 삼아 공부하고서 본격적인 한문 공부를 하게 된다면, 바로 한문에 덤벼드는 사람보다 50미터 앞에서 출발하는 격이 될 것이다.

한학은 과거의 고루한 문장학이 아니다. 현재에도 여전히 살아 있고 우리의 삶 속에 숨쉬고 있는 문학이론일 뿐이다. 그런 한학에 빠져 보고 싶다면 이 책을 집어들고 맘을 가다듬고 천천히 읽어 볼아야 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연암집 - 전3권 세트
박지원 지음, 신호열.김명호 옮김 / 돌베개 / 2007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연암집! 박지원 그는 분명히 조선 최고의 문인이었으며, 그의 문장은 300년이 지난 지금의 우리의 가슴에 선명한 깨달음을 제시해주고 있다. 그런 그의 문장을 이렇게 전질로 읽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축복인지 모르겠다.

  연암의 문장은 깊이가 있으며 인간을 보는 따스함이 담겨 있다. 연암 이전의 문장들이 理나 氣를 논하는 형이상학적인 문장이었는데 반하여 연암에 이르러선 파격적인 문체 변화가 일어난다. 일상에 볼 수 있던 사물을 통해 자기의 주장을 피력하며 아무렇지도 않게 개인 감정을 담아 낸다. 그런 파격 덕(?)에 연암은 집중 관심의 대상이 된다. 정조가 성리학을 벗어난 불온한 문체를 모두 이단으로 규정하며 문체를 바로 잡고자 벌인 문체반정이란 정책에서 연암을 불온한 문체의 대표자로 뽑을 정도였으니 할말 다 하지 않았던가. 이른바 패관잡서의 소품체라는 것이, 중국 명나라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이 문체를 받아들인 연암은 파격적인 이야기를 서슴없이 한다.

  양반의 무능함을 헐뜯으며, 조선 시대를 풍미하며 좋은 묘자리를 찾아다니게 만든 풍수지리 사상을 여지 없이 비판한다. 좋은 일을 하면 덕이 오는 것이고 나쁜 일을 많이 하면 나쁜 일이 일어난다는 게 그의 논리이다. 또한 고문 위주의 흉내내기에 불과했던 문장론을 배격하며 자기만의 색채를 가진 글을 쓸 때라야 진정한 문장이라 주장한다. 이를테면 기존 관념에 대한 무차별적인 공격과 선회를 택했으니, 그에게 감정을 가진 사람 또한 많았을 것이다.

  이런 그의 문장론과 문학론이 이 책에 들어 있다. 이 책을 읽고 있으면 그의 문학관을 여지 없이 느낄 수 있지만, 이런 기본 상식마저 가지고 있지 못한 채 그냥 맹목적으로 읽어서는 아무 의미 없는 독서로 그칠 뿐이다.

  이 책을 읽기 전에 박지원의 둘째 아들이 쓴 '과정록' (박희병역, 나의 아버지 박지원)이나 정민 선생님이 쓴 '비슷한 것은 가짜다' 정도는 읽어야 한다. 그런 박지원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밑바탕이 된 뒤에 이 책을 읽게 되면 이 책이 가진 묘미와 박지원을 대문호라 이야기 하는 의미를 알 수 있으니 말이다.

  요즘 시대는 박지원 같은 사람을 원한다. 박지원은 그 당시 이단아로 불리워지며 인정 받지 못했으나, 지금에 이르러 대문호라는 호칭을 얻으며 인기를 얻고 있다. 이게 바로 역사의 아이러니이지만, 요즘 시대는 박지원 같은 자기의 사상이 뚜렷하고 자기의 길을 맘껏 향유하며 갈 줄 아는 그런 뚝심 있는 사람을 원한다.  박지원이 전해 주는 메시지를 통하여 진정한 문학이란 무엇인가, 또한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따위의 생각을 하게 되었다면, 이 책을 산 것이 전혀 아깝지 않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8세기 조선 지식인의 발견 - 조선 후기 지식 패러다임의 변화와 문화 변동
정민 지음 / 휴머니스트 / 2007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을 읽고 있으니, 동저자가 쓴 '미쳐야 미친다'와 안대회 교수님이 쓴 '알아주지 않는 삶'과 유사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만큼 18세기를 화두로 쓴 책들은 너나 할 것 없이 癖과 痴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다.

'미쳐야 미친다'를 읽었던 사람이라면 더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불광불급에서 말했던 것을 여기서 더욱 자세하게 파헤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린 18세기 조선인들과 우리들의 닮은 점을 발견하기에 이른다. 바로 오타쿠나 매니아라고 일컬어지는 현대인과 벽에 들린 18세기 조선인은 닮은 꼴이기 때문이다.

하나의 일에 온전히 매료되어 자기의 모든 것을 다 걸 수 있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선 축복이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어리석다고도 할 수 있으리라. 대학에서 자퇴했음에도 성공한 빌게이츠나 안철수 같은 사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린 아직도 자기의 일을 찾기보다 대학 진학에 더 신경쓰고 있다. 그러다가 무언가 하나에 매료되어 공부를 팽게친 사람을 만나면 한심하다고 혀를 끌끌 차지 않던가.

저자는 그런 벽에 걸린 사람들을 포근한 시선으로 바라 본다. 그리고 그들이 그렇게 몰두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하나 하나 들려준다. 이런 논조의 글을 읽고 있으면 나는 왜 이렇게 나의 색깔을 갖지 못하고 바다 한가운데서 아무 생각 없이 표류하고 있을까 하는 답답증을 일게 된다. 더욱 큰 물로 나갈 수 있도록 여러 벽을 가진 사람들의 예화를 통해 일깨워 주는 것이다.

자기의 길이 무엇인지 몰라 헤매이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하지만 중간부분에 논문 형식의 글이 있음은 감안해야 할 것이다. 논문 형식의 글은 좀 딱딱하기 때문에 지루할 수도 있고 잘 이해가 안 될 수 있다.

자기만의 색깔로 승부해야 하는 21세기이다. 이 책을 통해 나만의 癖은 어떤 것이 있을지 탐구해보자. 그 작업을 마치고 나면 어떤 일을 하든, 그 일에서 나만의 一家를 이룰 수 있으리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스승의 옥편 - 한문학자의 옛글 읽기, 세상 읽기
정민 지음 / 마음산책 / 2007년 2월
평점 :
품절


정민 선생님의 글은 한결 같다.

그래서 읽던 사람이 보더라도 재밌고, 처음 보는 사람이 보더라도 아주 재밌게 읽을 수 있다.

'죽비소리'나 '미쳐야 미친다'에서 익히 읽었던 내용들이 반복되어 나오기도 하지만 전혀 다른 의미를 부여한다. 더더욱이 옛문장을 통해 현재를 재조명하는 부분에선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한문에서 한글로 문자의 변혁만 일어났을 뿐이지, 결코 사유의 방식은 변하지 않았기 때문에 옛 글을 보면서도 현재에 사는 우리들조차 감동하며 감격할 수 있는 것이다.

참된 독서란 어떤 것인가? 참된 작문이란 어떤 것인가?

이런 물음에 대하여 과거의 문장과 현실 체험을 통해 명료하게 해답을 내려 준다.

참된 독서란 독서목록에 채워지는 책의 숫자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결국 읽고나서도 머리 속이 텅비어 있다면 그건 안 읽은 것만 못한 게 된다. 그렇다면 참된 작문이란 무엇인가? 말꼬리를 잡아 늘리며 수식어를 동원하여 쓰는 글은 제대로 된 글이 아니다. 그건 지적 허영심이며 남에게 과시하기 위한 글일 뿐이니까.

그 해답들은 당연히 책에 있다. 이 책은 에세이 형식으로 짧게 짧게 쓰여져 있어서 시간 내어 읽기에 좋다. 하지만 한번 읽고 나면 여러 생각들로 한동안 생각을 정리해야 할 것이다. 그만한 각오가 되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강추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51 | 52 | 53 | 54 | 55 | 56 | 57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