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문명의 눈부신 비전 열하일기 나의 고전 읽기 7
박지원 원작, 고미숙 지음, 이부록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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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미숙 선생님이 쓰신 열하일기에 관한 책이 나왔다고 하길래... 부푼 기대를 가지고 보았다. 양장본으로 되어 있었지만 학술적인 무게가 느껴지지는 않는 편안한 편집이 눈에 뛴다. 또한 아기자기하게 편집되어 있어서 보는 내내 책에 빨려 들어갈 듯 했으며, 컬러 사진들이 다수 실려있어서 열하일기의 여행에 관한 이해를 심어주었다.

  이 책은 고미숙 선생님이 '열하일기 웃음과 유머의 유쾌한 시공간(이하 열하일기...)'에서 약속한대로, 청소년들이 읽기 쉽도록 쓴 책이다. 그런 까닭에 '열하일기....'을 읽었던 사람이라면 반복되는 이야기에 식상할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난 전혀 식상하지도, 지겹지도 않았다. 그건 내 눈 높이에 맞다는 이야긴가^^

  아기자기한 편집에 사진까지 실려 있다보니, 난해하게 다가오던 부분들이 나의 현실인양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게 되었다. 그건 리상호 선생님이 번역하신 '열하일기'를 읽을 때 난해해서 그만둘까 생각했던 것과는 확실히 반대되는 감정이었다. 분명 같은 책에 대한 이야기인데도 다르게 느껴지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건 나의 열하일기에 대한 감식안이 자랐기 때문인가? 아니면 고미숙 선생님의 글에 익숙해졌기 때문인가?

  전자보다는 후자일 거라 생각한다. 이 책에선 고미숙 선생님도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쓰려다보니 '열하일기...'에서 줄곧 나오던 들뢰즈&푸코의 철학 개념 ('기계''유목화''주름' 등등)이 다 빠졌다. 그리고 한층 더 다듬어 들려주기 때문인지 이해하기 쉬웠으며, 연암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를 준 것이다. 이 책을 읽는 내내 행복했다. 책을 읽으며 그 책에 맘껏 공감할 수 있고, 여유를 가질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축복인가....

  열하일기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전작인 '열하일기...'를 읽었던 사람이라도 한 번쯤 봤으면 좋겠다. 참 맛깔나는 책이니 말이다. 사족이지만, 지금 열하일기를 쉽게 풀어논 책을 고미숙 선생님이 작업하고 계시단다. 그 책 또한 이 책처럼 아기자기하게 그러면서도 사진도 많이 실려 있어서 진짜 여행하듯이 볼 수 있는 그런 책이 되어 나왔으면 좋겠다.  (거기에 한문 원문까지 첨부한다면 일석이조겠지^ ^) 그런 책이라면 돈을 집기둥을 뽑아서라도 꼭 사고야 말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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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공감 - 김형경 심리 치유 에세이
김형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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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료는 다 준비되어 있다. 하지만 그 재료들을 어떻게 잘 섞어서 요리하느냐에 따라 맛은 천차만별 달라진다. 난 요리에 소질이 없다보니, 아무리 싱싱하고 좋은 재료를 주더라도 맛있는 요리를 할 수 없다. 맛을 본 사람들은 한결 같이 "왜 이렇게 맛이 밋밋하냐... 뭔가 빠진 것 같은데....." 라고 말한다. 아직까지 나의 내공이 부족하기 때문에 그런 결과가 빗어진 것이다.

  글을 쓰는 것 또한 마찬가지이다. 아무리 많은 지식을 알고 있어도 그걸 잘 풀어내는 일은 힘들다. 나의 것으로 만들어 적재적소에 알맞게 배치해야 한다. 그래서 난 글도 잘 쓰지 못한다. 아는 것들을 과장되게 풀어내려 하다보니, 이건 여러 책에 들어 있는 말들의 집합소일 뿐 하나의 글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쓴 글을 읽는 사람들은 한결 같이 "왜 이렇게 주위 산만하냐.. 군더더기가 너무 많다..."라고 한다.

  맛없는 내가 만든 요리와, 맛없는 내가 쓴 글들이여....

  그런 나에게 맛있는 글이란 어떤 것인지 알려주는 책이 있었으니, 바로 '천개의 공감'이다. 맛있다고 표현할 수 밖에 없었던 건, 복잡한 심리학적 지식을 간단히 풀어내는 저자의 솜씨를 말함이다.

  상담을 한다. 그러면서 그 안에 있는 심리적 요소들을 하나 하나 알려주고 왜 그런 마음가짐이 생기는지 명쾌하게 알려준다. 군더더기가 없다. 그래서 더욱 명확해지는 느낌이다. 글이란 이렇게 쓰여야 한다. 장황한 전문용어를 쓰며 하는 설명보다, 간단하지만 생각케 하는 무한한 사유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천개의 공감'은 그래서 나에겐 특별한 책이다. '사람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에서 이야기 되던 저자 자신의 심리에 대한 통찰들이 자기의 것을 풀어내는 데 멈추지 않고 다른 사람을 상담하는 데 까지 나아갔기 때문이며, 맛있는 글쓰기란 어떤 것인지, 상담이란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알려주는 책이기 때문이다.

  왜 제목이 천개의 공감일까? 아무래도 천개란 많은 수의 상징일 것 같다. 그렇다면 '모두의 공감' 이란 뜻이진 않을까. 이 책을 읽고서 모두가 그런 공감대를 형성하며 자기의 심리상태를 돌아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덩달아 맛있는 글도 쓸 수 있고, 다른 사람과도 그런 심리적 상담을 나눌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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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의 달인, 호모 쿵푸스 - 공부하거나 존재하지 않거나! 인문학 인생역전 프로젝트 1
고미숙 지음 / 그린비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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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에 대한 열정이 가득 담긴 책이었다. 고미숙 선생님이란 말만 들어도 왠지 모를 신뢰감이 있다. '열하일기 웃음과 유머의 유쾌한 시공간'을 통해 선생님에게 흠뻑 매료되었기 때문이다. 인문학이란 딱딱할 수도 있는 글들을 유쾌하게 풀어내는 그녀의 글솜씨에 놀랐으며, 인문학에 대한 새로운 주장들에 동조했던 것이다.

  이 책의 제목이 참 이채롭다. '호모 쿵푸스' 아마 제목만 읽으면, 무술 교과서라는 착각을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안에 담고 있는 메시지는 참으로 의미 심장하며 우리에게 시사해주는 바가 크다. 어떻게 하면 공부의 달인이 될 수 있는지, 우리의 제도권 교육은 무엇이 잘못이며, 학생들은 어떤 착각에 빠져있는지, '대학은 죽었다' 등등의 다방면의 문제 제기와 함께 공부의 비법을 전수해준다.

  200페이지 내외의 책이 왜 이렇게 비싼 가격으로 팔리게 되었는지는 솔직히 의문이다. '열하일기..'와 같은 책은 양장본에 400페이지가 넘어감에도 이와 엊비슷한 가격이기 때문에 왠지 더욱 손해보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그럼에도 이 책을 보게 된 이유는 뭔가 이상한 제목에서 한번 끌렸으며,  저자가 고미숙 선생님이라는 데서 두번 끌려서 이다.

  그렇게 펼쳐진 책은 나의 기호에 딱 맞았다. 난 한문을 공부하는 인문학도이다. 지금은 교사를 준비하고 있는 사람이다 보니 교수법이랄지, 공부법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던 터였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을 잘 가르칠 수 있을까? 공부의 달인... 어떤 것을 말하는 거지? 하는 의문들이 있던 터였기에 이 책을 집어 들었다. 고전을 통해 현실을 알고 내가 아는 것들을 맘껏 조리하여 학생들에게 쉽게 설명해 주는 것들...그런 모든 것은 독서를 통한 충분한 상식의 통합이 가능해야 가능한 것이다. 독서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며, 고전의 중요성을 말한다. 또한 암송의 중요성까지... 어찌보면 요즘 시대엔 잊혀져버린 정통 교육법이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속에 공부의 비법과 확대 재생산을 할 수 있는 사유의 공간이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글을 쓰고 풀어내는 솜씨는 여전히 놀랍다. 보고 있노라면 글이란 이렇게 재밌게, 그러면서도 힘있게 쓸 수도 있는 거구나 하고 감탄할 것이다. 어느 순간에 저자의 생각에 동조하게 되며 나의 공부법에 대한 생각들로 내 머릿속은 회오리칠 것이다.

  공부해서 뭐하나? 남에게 줘야한다. 내가 아는 것들을 통합하고 잘 조리해서 맛난 지식으로 만들어 남에게 주자. 확실한 건 뻔한 이야기일지라도 어떻게 조리하냐에 따라, 나의 머릿속에 어떤 재료들을 합성하여 요리하냐에 따라 그 맛은 천차만별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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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호모 쿵푸스 실사판] 공부는 셀프!
    from 그린비출판사 2011-03-30 17:08 
    ─ 공부의 달인 고미숙에게 다른 십대 김해완이 배운 것 공부의 달인 고미숙 선생님. 몸으로 하는 공부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적절한 계기(혹은 압력?)를 주시곤 한다.공부가 취미이자 특기이고(말이 되나 싶죠잉?), ‘달인’을 호로 쓰시는(공부의 달인, 사랑과 연애의 달인♡, 돈의 달인!) 고미숙 선생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공부해서 남 주자”고. 그리고 또 말씀하셨다.“근대적 지식은 가시적이고 합리적인 세계만을 앎의 영역으로 국한함으로써 가장 ...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한국사 편지 3 - 조선 건국에서 조선 후기까지
박은봉 지음 / 웅진주니어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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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요즘들어 왜 이렇게 역사가 좋던지..

  많이 많이 읽고 싶단 말이다. 그래서 한국사신론이나 역사에 관한 논문들을 자주 보는 편이다. 더욱이 중국의 동북공정과 일본의 일본해 단독 표기, 독도 자국 영입 등 첨예히 대립되는 사안들을 볼 때마다 역사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학교 국사 공부에 질려버린 역사 공부를 새롭게 할 수 없었다. 어른이라는 것 때문에 만화로 된 책들을 보기 꺼렸던 것도 하나의 이유일 테지만.. 그렇게 지내다 이 책을 보게 된 것은 다행이었다. 역사를 쉽고 자세히 알려주는 좋은 책이었으니 말이다. 자료도 풍부하고 거기에 쉽게 쓰여져 있어서 보기에 편했다.

  역사는 자기를 아는 첫걸음일 것 같다. 나는 곧 우리 민족이며, 우리 나라에서 뿌리 내려왔기 때문이다. 역사를 읽자. 그리고 나의 역사를 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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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한국사 편지 2 - 후삼국 시대에서 고려 시대까지
박은봉 지음 / 웅진주니어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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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에 대한 관심은 많았다. 하지만 단편적으로 짜깁기 했을 뿐이다. 어린이를 위한 책이라고 해서 선뜻 보지 못하다가 1권을 읽고 나서 푹 빠져버렸다.

  이렇게 좋은 책이었을 줄 알았으면 좀 더 빨리 읽을 것을 말이다. 후삼국의 통일부터 고려시대까지 다루고 있는 2권은 1권의 명성 그대로 이어 받은 책이다. 그래서 자료도 많을 뿐더러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지식들도 상세히 알려준다. 이를 테면 삼별초에 관한 이야기들 말이다.

  참 흥미롭게 글을 잘 쓰신단 말이다. 아이가 해주듯 편안하게 해주시지만, 머리로 생각하는 역사가 되어야 한다는 역사관을 놓지 않으신다. 생각하고 그걸 나의 주관적인 것으로 만들 수 있어야 역사공부를 제대로 하는 것이란다. 단순히 연표만 외우고 인물만 외워서는 아무 것도 아니란다.

  그런데 난 지금까지 그렇게 공부해서 역사에 대한 흥미를 잃었었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 다시 역사관을 재정립하고 받아들일 수 있게 되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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