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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공감 - 김형경 심리 치유 에세이
김형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06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재료는 다 준비되어 있다. 하지만 그 재료들을 어떻게 잘 섞어서 요리하느냐에 따라 맛은 천차만별 달라진다. 난 요리에 소질이 없다보니, 아무리 싱싱하고 좋은 재료를 주더라도 맛있는 요리를 할 수 없다. 맛을 본 사람들은 한결 같이 "왜 이렇게 맛이 밋밋하냐... 뭔가 빠진 것 같은데....." 라고 말한다. 아직까지 나의 내공이 부족하기 때문에 그런 결과가 빗어진 것이다.
글을 쓰는 것 또한 마찬가지이다. 아무리 많은 지식을 알고 있어도 그걸 잘 풀어내는 일은 힘들다. 나의 것으로 만들어 적재적소에 알맞게 배치해야 한다. 그래서 난 글도 잘 쓰지 못한다. 아는 것들을 과장되게 풀어내려 하다보니, 이건 여러 책에 들어 있는 말들의 집합소일 뿐 하나의 글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쓴 글을 읽는 사람들은 한결 같이 "왜 이렇게 주위 산만하냐.. 군더더기가 너무 많다..."라고 한다.
맛없는 내가 만든 요리와, 맛없는 내가 쓴 글들이여....
그런 나에게 맛있는 글이란 어떤 것인지 알려주는 책이 있었으니, 바로 '천개의 공감'이다. 맛있다고 표현할 수 밖에 없었던 건, 복잡한 심리학적 지식을 간단히 풀어내는 저자의 솜씨를 말함이다.
상담을 한다. 그러면서 그 안에 있는 심리적 요소들을 하나 하나 알려주고 왜 그런 마음가짐이 생기는지 명쾌하게 알려준다. 군더더기가 없다. 그래서 더욱 명확해지는 느낌이다. 글이란 이렇게 쓰여야 한다. 장황한 전문용어를 쓰며 하는 설명보다, 간단하지만 생각케 하는 무한한 사유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천개의 공감'은 그래서 나에겐 특별한 책이다. '사람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에서 이야기 되던 저자 자신의 심리에 대한 통찰들이 자기의 것을 풀어내는 데 멈추지 않고 다른 사람을 상담하는 데 까지 나아갔기 때문이며, 맛있는 글쓰기란 어떤 것인지, 상담이란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알려주는 책이기 때문이다.
왜 제목이 천개의 공감일까? 아무래도 천개란 많은 수의 상징일 것 같다. 그렇다면 '모두의 공감' 이란 뜻이진 않을까. 이 책을 읽고서 모두가 그런 공감대를 형성하며 자기의 심리상태를 돌아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덩달아 맛있는 글도 쓸 수 있고, 다른 사람과도 그런 심리적 상담을 나눌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