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the Road - 카오산 로드에서 만난 사람들
박준 글.사진 / 넥서스BOOKS / 2006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어쩌면 나에게 있어서 이 책은 선택 되어진 것이 아니라, 나를 찾아온 것일 거다. 이렇듯 책과의 인연은 언제나 놀라울 정도로 우연하게(?) 이어진다. 요즘 들어 읽게 된 책들이 '수유+너머'의 책들이고 그 곳에서 나온 신간들인 '나비와 전사, 장자...., 제국 그 사이의 한국 등'의 책을 읽어서 나에게 한계지워진 것들을 알 수 있었고, 그것을 넘어선 자유로운 신체를 꿈꾸게 되었다면 이런 여행서를 읽는 것 또한 자연스러운 결론이라 할 수 있다.

  언제나 내 모토는 '앉아서 유목하기'이다. 정착과 유목의 상대성은 그 자리에 머물로 떠나는 일차적인 것으로 표현되는 건 아니다. 멀리 떠나 있으되, 고향을 그리워 하는 사람, 첫사랑의 아련함에 헤어나오지 못한 사람은 '떠난 곳에서 정착하기'에 불과할 따름이다. 또한 한 곳에 머물러 있으되 이 곳에서 수많은 인연들과 능동적으로 소통하며 자아와 타자의 사이에 놓여진 거리들을 지워나갈 수 있다면 그것이야 말로 '앉은 채로 유목하기'일 것이다. 바로 나의 앉은 채로 유목하기 위한 그래서 새로운 인연들과 다수로 접속하기 위한 까닭으로 선택한 책이 이 책이다. 그런 이유 때문에 내가 선택했으되, 내가 선택한 것이 아닌 나를 찾아왔다는 애매한 표현을 쓴 거지만~

  이 책은 가벼운 마음에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깔끔하게 편집되어 있고 컬러 사진도 가득한 탓에 이야기책을 읽듯 가볍게 읽을 수 있다. 또한 카오산에서 만났던 여러 인물들의 얘기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바, 우린 이 책을 통해 인간사와 인생사를 엿볼 수도 있다.  자기의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먼 곳을 늘 동경하며 살아가는 우리이다. 그런 우리이면서도 주위 사람이 멀리 여행을 간다고 하면, 으레 "너 현실을 도피하는 거야. 왜 멀리까지 가냐? 여기서도 니가 하고자 하는 일들은 다 할 수 있는데...."라고 하면서 비난이란 비난은 다한다. 물론 그게 도피이기 때문에 그런 비난을 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자기가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자기 비난을 타인에서 쏟아내고 있는 것일 뿐이다. 물론 서두에서도 이야기 했듯이 유목과 정착은 장소를 떠났느냐, 떠나지 않았느냐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것은 아니다. 언제나 자기 마음에 달려 있는 문제라는 이야기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린 이 책을 보면서 바로 그 유목과 정착의 논리를 엿볼 수 있다. 카오산에서 만났던 인물들 중에 어떤 사람이 멀리 떠났으되 유목의 자유를 느끼며 맘껏 소통하는 사람들일까? 그건 각자가 읽으며 느껴보도록 하자.

  지금도 이산하라는 어린 소녀가 했던 얘기가 날 흔들고 있다. 바로 "다시 돌아간다는 게 어디예요? 대학교를 1~2년 늦게 대학 가는게 뭐가 문제죠? 인생은 길게 봐야 돼요. 중요한 건 햇수가 아니라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어떤 마음으로 하고 있는지 아는 것이에요."라는 이야기 말이다. 남보다 뒤쳐진다는 두려움 때문에 우린 언제나 전전긍긍하며 살아간다. 그런데 우리의 인생의 관점에서보면 그런 1~2년의 뒤처짐은 아무 것도 아니다. 오히려 그 때 나름대로 고민하고 새로운 인연을 쌓고 철학담론을 통해 인생을 재정비한 것이 자유로운 신체를 구성하는 데 도움이 되곤 한다. 바로 그것이다. 타인과 나를 나누는 행위는 결국 나를 위축되게 만들며 나의 가치나, 장점을 단점과 나약함으로 치환할 뿐이다. 나는 나일 뿐, 남이 빨리 오른다하여 빨리 올랐다간 정상에 도달하지도 못하고 넉다운 될 뿐이다. 나는 나의 속도로 타인을 신경쓰지 말고 오를 일이다. 즉 타인과의 거리를 지워내고 나만의 가치를 찾아야 한다. 그럴 때 나의 삶이 열리며, 나를 비워내고 타인과의 소통 또한 원활할 것이다.

  난 이제 여행이 하고 싶다. 그것이 떠남을 전제로 한 정착이 되게 해서는 안 됨을 잘 안다. 그런 유목적인 여행이 되기 위해선 나를 구성하고 있던 모든 것들을 비워낼 수 있어야 하리라. 그리고 타인과의 소통을 통해 새로운 삶의 조건을 조성해야 한다. 아직 해외여행은 두려운 고로, 국토 종단을 계획해야 겠다. 이미 한비야씨가 쓴 '바람의 딸, 우리 땅에 서다'를 통해 다짐했던 것인데, 그간 핑계를 대며 하지 못했던 그 일, 이번 임용시험이 끝나면 과감하게 실행해 봐야겠다. 여행은 날 들 뜨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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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7-08-28 0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머리로나마 유목을 꿈꾼다면, 앉아서 유목하기 족이 되려나요?

프레이야 2007-08-28 0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자님, 굿모닝! 앉아서유목하기족, 여기 하나 추가요^^ 추천합니다.

leeza 2007-08-28 2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앉아서 유목하기' 참 좋은 말인거 같아요~ 우리 모두 그렇게 자유를 누리며 살 수 있음 좋겠어요~

비로그인 2007-09-04 0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소장만 하고 있지, 아직 보지 못했는데, 이자님 서평보니 읽어봐야겠다라는...
'앉아서 유목하기' 정말 좋은 말인 것 같아요.

leeza 2007-09-04 06:21   좋아요 0 | URL
한번 꼭 읽어보세요. 기분 비우고 읽기 시작하면 금새 다 읽을 걸요~ 그리고 나선 왠지 여행을 떠나고 싶어질지도 몰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