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손가락의 시

 

 

 

 

 

 

어젯밤에 뭐 했어?

잤어

특별한 건 없었고?

음, 더웠어, 엄마

 

 

*

 

 

수증기 바람 맞고 새침해진 보라색 가지에

다진마늘 국간장 고춧가루 참기름을 넣어

조물조물 무치고 그렇게 아픈 손가락으로

초록 푸성귀, 빨간 고기, 주황 당근

하얀 양파, 노란 피망, 생블루베리까지  

아픈 손가락으로 밥상을 차리지

 

아이는 간밤의 경련을 모르고

나는 아픈 손가락으로 시를 쓰고 

모든 죽어가는 것을 대신하여 

아이의 밥상에서는

(역시, 지금 이대로가 좋다)

여름 잔치가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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