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은 좋아하는 꽃향기가 향알러지가 있는 나에겐 치명타다.
특히 4~5월은 라일락, 아카시아, 장미로 이어지는 꽃행진 때문에 죽음의 계절이라 명명하고 싶다.
물만두님의 아카시아 페이퍼 속 사진이라도 즐감해보려고 했으나,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고 사진만 봐도 숨이 콱 막히는 증세를 느낄 정도. -.-;;
우선 수수꽃다리의 경우 나는 그 향이 어떤지 잘 모르겠다.
왜냐? 반응이 최루탄 수준이기 때문에.
노출된 피부와 콧구멍과 기관지까지 최루탄을 뒤집어쓴 듯 화끈거리고 얼얼거려 냄새는 못 느낀다.
아카시아의 경우 향기가 달콤하다는 건 안다.
다만 숨쉬기가 매우 곤란하여 무더운 날 밀폐된 상자 안에서 숨쉬는 듯한 고통을 느낀다.
공기의 밀도가 100배쯤 농축된 느낌이랄까?
장미에 대한 반응은 가장 무난한 편으로 아파트 화단에 핀 장미향을 9층 베란다에서 맡으면 좋아한다.
혹은 지하철 옆 칸에 장미꽃다발을 든 사람이 있다는 걸 느끼는 건 괜찮다.
하지만 장미를 원료로 한 향수는 독약이다.
아침에 장미향수를 뿌린 사람이 내 전에 엘리베이터나 화장실을 이용했다는 정도만으로도 구역질이 치민다.
그 외에도 백합, 국화, 군자란 등 향이 좋다는 꽃은 거의다 치명적이다.
어쩌면 난 전생에 지은 죄 때문에 후각의 쾌락을 박탈당한 건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