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은 좋아하는 꽃향기가 향알러지가 있는 나에겐 치명타다.
특히 4~5월은 라일락, 아카시아, 장미로 이어지는 꽃행진 때문에 죽음의 계절이라 명명하고 싶다.
물만두님의 아카시아 페이퍼 속 사진이라도 즐감해보려고 했으나,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고 사진만 봐도 숨이 콱 막히는 증세를 느낄 정도. -.-;;

우선 수수꽃다리의 경우 나는 그 향이 어떤지 잘 모르겠다.
왜냐? 반응이 최루탄 수준이기 때문에.
노출된 피부와 콧구멍과 기관지까지 최루탄을 뒤집어쓴 듯 화끈거리고 얼얼거려 냄새는 못 느낀다.

아카시아의 경우 향기가 달콤하다는 건 안다.
다만 숨쉬기가 매우 곤란하여 무더운 날 밀폐된 상자 안에서 숨쉬는 듯한 고통을 느낀다.
공기의 밀도가 100배쯤 농축된 느낌이랄까?

장미에 대한 반응은 가장 무난한 편으로 아파트 화단에 핀 장미향을 9층 베란다에서 맡으면 좋아한다.
혹은 지하철 옆 칸에 장미꽃다발을 든 사람이 있다는 걸 느끼는 건 괜찮다.
하지만 장미를 원료로 한 향수는 독약이다.
아침에 장미향수를 뿌린 사람이 내 전에 엘리베이터나 화장실을 이용했다는 정도만으로도 구역질이 치민다.

그 외에도 백합, 국화, 군자란 등 향이 좋다는 꽃은 거의다 치명적이다.
어쩌면 난 전생에 지은 죄 때문에 후각의 쾌락을 박탈당한 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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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6-05-18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그러시군요. 그럼 어떤 향기를 좋아하시나요? 좋아하시는 향을 많이 맡으시면 민간함이 둔화되지 않을가요?

sweetmagic 2006-05-18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장미향에만 유독 알러지가 있어요.
헛 구역질까지나요.

조선인 2006-05-18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꽃향기 중에는 치자꽃, 쇠먹이풀 향기 좋아하고 아무 문제도 없어요. 그 외 좋아하는 향으로는 아가 살냄새, 마른풀냄새, 비오기 직전 흙내음 등등.
스윗매직님, 으, 동지~ 나의 쌍둥이~

바람돌이 2006-05-18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생의 죄가 맞을거 같애요. ^^;;
근데 이 봄의 그 많은 꽃향기들을 다 어쩌지도 못하고 힘드시겠어요.

반딧불,, 2006-05-18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저는 요사이 알러지 생겼어요.
저도 유난하게 장미향에만 강하게 반응합니다.
저는 아주 약하게^^;;

조선인 2006-05-18 1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흑, 역시 전생이 있는 걸까요? 아잉, 무서워.
반딧불님, 빨간머리앤을 읽으며 결코 동의할 수 없는 구절이 장미 예찬이었어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