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태어나서 처음으로 스팽글이 달린 옷을 입었을 뿐 아니라 그 옷을 입고 출근했다.
옆지기는 아침에 나를 보고 눈이 똥그래졌었지만 '이쁘네' 소리를 해줬다.
그만큼 나로선 큰 사건이지만, 직장 동료들은 전혀 눈치를 못 채고 있다.
하긴 내가 너무 유난스러울지도.
친정어머니는 물론 외가 대부분이 동대문 또는 남대문 혹은 대구 방산시장에서 장사를 했다.
즉 대학갈 때까지 돈 주고 옷 사 입는 일이 거의 없었다.
샘플이나 불량(로고 위치가 잘못되었거나 지퍼 손잡이 방향이 뒤집혔다든지)난 옷을 공으로 입었더랬고,
지금도 옷 사는 돈이 세상에서 제일 아깝다.
게다가 옷 고르는 기준이 워낙 보수적인지라 옆지기에게 핀잔듣기 일쑤이다.
스팽글, 리본, 레이스, 프릴이 달린 옷은 다 싫고,
커다란 꽃무늬나 화려하거나 파격적인 디자인의 옷이나 노출도 자신이 없다.
붉은색 바바리와 노란색 스웨터가 있긴 하지만 그 외에 원색 옷이 있었던가?
결국 내 수중에 있는 옷은 검은색, 회색, 흰색, 베이지색, 갈색, 남색이 대부분이고,
디자인도 대동소이하여 혹자에 따르면 1년 열두달 교복패션이란다.
그런 내가 비록 검정이긴 하지만 스팽글이 달린 옷을 사서 입은 까닭은?
그 동안은 겉옷에 가려 티가 안 났는데, 몸무게도 3키로 정도 불었고 제법 배도 나오기 시작해
이번 주부터는 임산복 바지를 입고 출근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문제는 이번 주가 21주째인데 아직도 회사에선 아무도 백호에 대해 모른다는 것.
게다가 조직개편과 연봉협상이 코앞에 닥쳤고, 어쩌면 구조조정도 있을 지 몰라 털어놓기 참 애매한 상황.
하여 어떻게든 시선을 분산시키기 위한 윗옷을 고르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다
스팽글이라는 과감한 선택을 한 것이다.
아흑, 이 상황이 너무 질곡이다. -.-;;

사진은 옥션에서 퍼왔고, 딱 오늘 내 차림새.
다른 게 있다면 가방과 구두까지 검정색이라는 것.
너무 시커먼 거 같아서 붉은색 바바리를 걸쳤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