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지기는 어제 저녁 광주에 내려갔고(그렇다, 완벽한 일요일 오후가 되려면 옆지기도 가끔 방해꾼이다)
해람이는 맘마 먹고 낮잠이 들었고,
마로는 옆집 언니, 오빠들과 놀이터에 갔고,
청소는 오전에 해놨고, 해치워야 할 집안일 딱히 없고,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책을 보며 완벽한 일요일 오후를 즐기자구.

어? 점심 설겆이를 안 했었군. 대충 부시자.
음? 그러고보니 점심 때 밥을 홀랑 다 먹었지. 저녁쌀을 씻어둬야겠군.
자, 이제 커피물이 끓는 동안 마루의 장난감만 좀 정리하자.
이런 젠가가 몇 조각 없어졌네? 책장 밑에 들어갔나?
윽, 책장 밑에 먼지가 왜 이리 쌓인 거야, 이제 보니 책장에도 먼지가. 쩝.

에구 에구, 이제야 커피 마시며 책을 볼 수 있겠군.
그런데.
"엄마, 그러고보니 우리 오후에 산책 가기로 했잖아."
우당탕탕 마로가 뛰어들어오고, 해람이는 그 소리에 놀라 깨고.
아, 오늘도 완벽한 일요일 오후는 훨훨 날라갔구나.

(덧붙임)
마로는 옆에서 산책 갈 준비물을 늘어놓고 이것도 가져가도 돼? 저것도 가져가도 돼? 쫑알쫑알.
해람이는 내 등에 엎혀서 버둥버둥.
책상 의자는 오전에 세탁한 터라 의자에 앉지도 못하고 엉거주춤 서서 페이퍼를 끄적끄적.
왜 그렇게까지 페이퍼를 쓰냐고? 억울하잖아. 투덜대고 싶은 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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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오 2007-05-20 1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부지런하셔서 그렇잖아요. 그러니까 저처럼, 애가 자면 모든 일을 다 미루시고 커피부터 타들고 알라딘으로... ^^;; =3=3=3 좋은 오후~ 아마, 제 옆지기랑 님의 옆지기가 가신 곳은 같을 것 같고, 저희집도 지금 완벽한 오후여요. ㅋㅋ

파란여우 2007-05-20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로와 산책까지 상큼하게 갔다오면, 완벽한 일요일!^^

홍수맘 2007-05-20 1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에 지저분한 뭔가가 눈에 자꾸 띤다니 님은 깔끔한 주부라는 생각이 들어요. 전 스스로가 으악~ 지저분해 하고 느낀적이 별로 없어서 문제랍니다. ^ ^;;;;;;;
산책 잘 다녀오세요. 해람이 등에 업고 갔다오시려면 힘드시겠어요.

울보 2007-05-20 16: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류랑 둘이서 놀이터에서 실컷 놀다가 좀전에 들어와 자고 일어난 옆지기 떡볶이 해주고 지금은 저만이렇게,,

Mephistopheles 2007-05-20 1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완벽한 그림이 그려지는 신묘한 페이퍼에요....^^

비로그인 2007-05-20 17: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옆지기가 아기도 아닌 마당에..옆지기 재워놓고 알라딘 서재질을 하고 있어요. 차도 마시고 츠바이크도 읽고. 하지만 조선인 님의 일요일 오후도 완벽합니다.

antitheme 2007-05-20 2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완벽해지시려면 가끔씩 사소한 건 잊어버리세요.

조선인 2007-05-20 2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클리오님, 부럽부럽.
파란여우님, 산책은 다녀왔어요. 마로랑 간 건 사실인데, 마로만 간 건 아니에요. 어쩌다 보니 같은 층 아이들은 죄다 따라나와서. 쿨럭.
홍수맘님, 제가 맞벌이를 하거든요. 평소에 돼지우리를 하고 살기 때문에 주말에만 치우는 시늉을 하는 거에요. ㅎㅎ
울보님, 님의 고민에 답글을 단다고 하고 깜박했네요. 저도 내성적인 마로 때문에 몹시 마음썼는데, 커가면서 조금씩 나아지더군요. 그리고 어느 정도는 천성이라는 생각도 해요. 세상에 외향적인 사람만 가득할 수는 없잖아요. 조금 더뎌도 우리, 너무 조바심내지 말자구요.
메피스토님, 흑흑, 눈에 보이시죠? 정말 슬펐다우.
쥬드님, 남자는 결혼하면 제2의 회귀현상을 겪어요. 아기 맞답니다.
안티테마님, 마로 실내화 빠는 건 일부러 잊어버리고 있었어요. 그런데도 사람 엎어지고 자빠지게 하는 일거리가 왜 이리 많을까요?

가을산 2007-05-20 2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인님 지금이 가장 애들에게 손이 많이 가는 때에요.
조금만..... 한 5년만 지나면.... 조선인님도 여유가 생기실 거에요. 화이팅!

chika 2007-05-21 0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저 성격검사에서 내향성 수치 최고였잖아요. 근데.. 잘 살잖아요~ ....잘사나? ;;;;;;;;)

근데, 조선인님... 한가지 부탁할 것이 있어서요.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지금 제주교구 신부님들이 모슬포 해군기지 문제로 단신중이시거든요. 수녀님께서 단식에 대해 좀 아신다고 해서 잘 준비하시겠거니..싶었는데 그게 아닌가봐요. 제가 귀동냥으로 들은 상식도...없어서. ;;;;
네이버검색을 해볼까, 하다가 조선인님께 조언을 구하는건 어떨까 싶어 글 남깁니다. 단식중에(지금 4일째네요) 주의할 점 같은 정보 있으면 알려주실 수 있는지요?

조선인 2007-05-21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을산님, 헉, 5년이요, 에, 그러니까, 5년이라면, 음, 음, 음, 위로가 안 되는뎁쇼? 흑
속닥님, 그죠? 억울하죠?
치카님, 님의 페이퍼에 남깁니다.

건우와 연우 2007-05-21 1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건우는 일요일 오후만되면, <엄마, 어제가 그리워요...징징> 이런답니다.
달콤한 휴식은 어느새 애나 어른에게나 로망이 되어버렸어요. ㅜ.ㅜ

세실 2007-05-21 1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일요일의 달콤함을 기대했는데..역시나 무리죠?
해람이가 마로랑 이야기, 놀이 상대가 되어야 님도 좀 자유로워 지실듯^*^

chika 2007-05-21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마워요! ^^

조선인 2007-05-21 1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건우와 연우님, 마로는 일요일 아침이면 일어나자마자 만세를 해요. 월요일엔,,, 아침 먹이는 게 평소보다 10배는 힘든 듯.
세실님, 해람이가 좀 더 크면 마로는 초등학생이라 시시해서 동생과 안 놀지 않을까요?
치카님, 도움이 되셨는지. *^^*

미설 2007-05-21 1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알도랑 봄이랑 뿡뿡이 비디오 틀기 시작해서 막간을 이용해서 잠깐 들어왔어요. 이제 둘이서도 놀기 시작하는데 그 시간이 길어야 15분, 딱 그 시간 지나면 봄이가 엄마 부르면서 저 찾으러 옵니다. ㅋㅋ 5년은 있어야 한다니 웃음만 나오네요.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