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지기는 어제 저녁 광주에 내려갔고(그렇다, 완벽한 일요일 오후가 되려면 옆지기도 가끔 방해꾼이다)
해람이는 맘마 먹고 낮잠이 들었고,
마로는 옆집 언니, 오빠들과 놀이터에 갔고,
청소는 오전에 해놨고, 해치워야 할 집안일 딱히 없고,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책을 보며 완벽한 일요일 오후를 즐기자구.
어? 점심 설겆이를 안 했었군. 대충 부시자.
음? 그러고보니 점심 때 밥을 홀랑 다 먹었지. 저녁쌀을 씻어둬야겠군.
자, 이제 커피물이 끓는 동안 마루의 장난감만 좀 정리하자.
이런 젠가가 몇 조각 없어졌네? 책장 밑에 들어갔나?
윽, 책장 밑에 먼지가 왜 이리 쌓인 거야, 이제 보니 책장에도 먼지가. 쩝.
에구 에구, 이제야 커피 마시며 책을 볼 수 있겠군.
그런데.
"엄마, 그러고보니 우리 오후에 산책 가기로 했잖아."
우당탕탕 마로가 뛰어들어오고, 해람이는 그 소리에 놀라 깨고.
아, 오늘도 완벽한 일요일 오후는 훨훨 날라갔구나.
(덧붙임)
마로는 옆에서 산책 갈 준비물을 늘어놓고 이것도 가져가도 돼? 저것도 가져가도 돼? 쫑알쫑알.
해람이는 내 등에 엎혀서 버둥버둥.
책상 의자는 오전에 세탁한 터라 의자에 앉지도 못하고 엉거주춤 서서 페이퍼를 끄적끄적.
왜 그렇게까지 페이퍼를 쓰냐고? 억울하잖아. 투덜대고 싶은 게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