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마로가 딴 친구의 가방을 들고 왔습니다.
마로가 실수한 건지, 그쪽에서 아는지 모르는지 몰라 확인차 유치원에 전화를 했더랬죠.
마로 담임이나 종일반 선생님은 자리에 안 계셨고, 다른 분이 받아 상황 설명을 해줬습니다.
엄마가 직접, 일찍 찾으러 오자 신이 난 한 친구가 실수로 마로 가방을 가져갔다고 하더군요.
(종일반은 대부분 버스로 귀가)
그런가 보다 하고 전화를 끊으려고 하는데 선생님이 덧붙인 말씀에 확 심상해 버렸어요.
"마로가 00 가방을 대신 가지고 갔죠? 00 엄마가 바뀐 거 알고 전화하셨더라고요, 도시락 문제 때문에....."

하아, 대신 설겆이를 해달라는 신신당부를 받고 전화를 끊노라니 기분이 안 좋았습니다.
00 엄마가 유치원에서 설겆이하는 게 미덥지 않아 자기 아이 가방을 우리 아이 편에 들려보내달라고 했든,
아니면 유치원에서 00 도시락 설겆이를 하는 대신 우리 아이 편에 보냈든,
저로선 처음 당하는 경우라 이상하게 마음이 불편하더군요.

마로야 3살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종일반만 다니니 오전반 친구가 가방을 잘못 가져간 경우가 꽤 있었어요.
그때마다 마로는 빈 손으로 귀가를 했지, 바뀐 가방을 대신 들고온 적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도시락 하나 설겆이해주는 거야 대수가 아니지만(이미 설겆이를 끝낸 뒤기도 했고),
대신 설겆이를 해주라고 가방을 들려보낸 '발상'이 영 마뜩찮아요.
시시콜콜하게 얘기하긴 그렇지만 그 동안 마로 유치원에 가졌던 여러 찝찝함이 
이 '유치원 편의주의적 발상'과 연결되는 면이 있다고 여겨지거든요.
제가 지나치게 까칠하게 느끼는 걸까요? 영 마음이 불편합니다. -.-;;

* 덧붙임)
만약 유치원에서 그런 흉측한 어린이날 선물을 안 보냈다면 이렇게 예민하지 않았을까요?
중국제 플라스틱 물병인 거도 참겠고, 창고에 오래 있었는지 변색되고 때 탄 거도 참겠는데,
마감처리가 제대로 안 되어 있어 입 대고 먹는 주둥이가 어찌나 뾰족한지 다치기 좋겠더라구요.
바로 분리수거통에 버리면서 속상했어요.
예산편의에 맞춰 저렴한 선물을 골라야 했더라도 최소한 안전은 고려했어야 하는 거 아닐까요?
차라리 지우개 한 개나 연필 한 자루를 보냈다면 불쾌하진 않았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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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5-07 1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린이날 선물 문제에요. 정말 필요한 아이들에게 돌아가면 좋을텐데 그도저도
아니고 여기저기서 다 하니까 구색 맞추는 것 같은 선물, 기분 나쁜 거 맞아요.

바람돌이 2007-05-07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건 유치원에서 조금만 신경쓰면 훨씬 나아질 수 있는건데.... 돈보다는 성의의 문제지요. 근데 그 성의의 문제가 너무 아니다 싶을땐 속이 많이 상하는거 맞아요.

비로그인 2007-05-07 1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려의 문제를 강요하는군요. 불쾌해지는 것이 당연합니다.

perky 2007-05-07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러모로 속상할 만 하네요. 님이 까칠한 것 절대 아녜요.

무스탕 2007-05-07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치원 측에서 매를 벌었네요.. 그냥 두면 알아서 설겆이하고 잘 챙겨보낼텐데 거기다 말을 보탭니까?
한마디 해주지 그랬어요? 그럼 다음날 그 도시락에다 밥 먹을텐데 그냥보내요? 하고요..
(까칠한건 차라리 저네요 ^^;;)

2007-05-07 10: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조선인 2007-05-07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닥님, 담임도 아니고, 종일반 선생님도 아닌 분이라 더 아무 말도 못했어요. -.-;;
배혜경님, 이렇게 조잡한 선물을 할 돈으로 온갖 항목의 잡비를 줄여줬으면 좋겠어요.
바람돌이님, 특정 선생님의 성의라기 보다 유치원의 관행이 문제인 거 아닐까요? 제가 까칠한 걸까요?
쥬드님, 앗, 맞아요, 그점도 속상했어요. 당연히 알아서 할 일인데, 뭘 그리 강조하나 싶어서. 절 모르니 제가 싹퉁머리 없다고 여길 일도 없을텐데 말이죠.
차우차우님, 흑, 고맙습니다.
무스탕님, 크으, 전화받으신 선생님은 무지 상냥하고 싹싹하고 친절했어요. 어쩌면 그분의 보들보들한 말씨 때문에 까칠한 성격에도 불구하고 암소리 못 하고 끊었는지도 몰라요.
속닥님, 아무 것도 모르는 딸아이에게 대놓고 차근차근 설명했습니다. "마로야, 여차저차하니 이 물통은 못 쓸 거 같구나. 대신 엄마가 새로 사줄게." -.-V

울보 2007-05-07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고 가끔 철없는 부모도 있어요,
조선인님 님이 까칠하신것은 아닌듯해요,,

Mephistopheles 2007-05-07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그럼...주니어가 다니는 어린이집(구립) 원장 선생님의 고압적인 자세를
구청에 전화걸어 거품물고 항의한 저는 뭐가 됩니까....

nemuko 2007-05-07 1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우...정말이지. 유치원 보내놓고 맘에 안 드는 거 진짜 말도 못해요. 별 거 아닌 일이라 할 수도 있지만 무심하다고 느껴지는 엄마 맘은 어쩔 수가 없다구요.

홍수맘 2007-05-07 1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절대 까칠아니예요. 이래저래 속상하시겠어요.
그러면서도 아이를 맡기는 입장이다 보니 혼자 궁시렁궁시렁 대는 일이 많아지는 듯 해요. 훌훌 털어버리자구요. 훌~훌~

2007-05-07 13: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조선인 2007-05-08 0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보님, 철없는 부모는 아닌가봐요. 미안하다고 딸아이 편으로 사과를 해왔고, 마로에게 시계반지 선물까지 줬더군요.
메피스토님, 그야말로 메피스토인 거죠. 교회 다니는 메피스토, 우하하
네무코님, 아, 정말 일일이 얘기할 수 없는 온갖 자질구레 찝찝함! 아시죠? ㅠ.ㅠ
홍수맘님, 흑흑, 바로 정곡이에요. 혼자서만 궁시렁궁시렁.
속닥님, 헉, 저도 마로에게 확인해봐야겠어요. 마로 유치원도 화장실이 교실 안에 없고 별도로 있거든요. 그애 성격상 유치원에서 큰 일 보는 경우는 거의 없겠지만요. @.@
또 속닥님, 님 말씀대로 경험부족인 ##의 담임과 ##엄마에 대한 까칠한 마음은 훌훌 털려구요, 그런데, 그 선물은 아직까지 용서가 안 되네요. 쩝.

진/우맘 2007-05-08 1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연우는 구립 어린이집 다니는데요, 골판지에 감기공예로 일일이 만들어 붙인 정성 어린 어린이날 기념 카드를 들고 왔더군요.....감동했었는데. 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