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권 박사의 경제포커스
KBS 제2라디오 '이영권의 경제포커스' 제작팀 지음 / 크리스타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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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가 어렵다. 힘들다는 말뿐만이 아니라 어디를 가나 사람이 없어 소규모로 장사를 하는 분들의 한숨소리가 들려올 정도가 되었다. 20대 젊은이들의 취업고민부터 5.60대 분들의 노후대비불안까지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경제에 관한한 자유로울 수 없는 듯 하다. 지난 해 상반기까지는 치솟는 주가에 대한 정보와 전략의 미비로 가슴을 치더니 얼마 전까지는 반토막난 주식으로 가슴을 쓸어내리게 된 것이 아마 우리 모습이 아닌가 싶다. 세계 경제의 흐름을 알고 싶은 이들은 서점가를 배회하고 경제 신문을 탐독한다. 이 모두가 가계경제의 문제를 진단하고 잘 살아가고픈 소시민의 바람인 것이다.

우리가 뉴스와 경제신문 그리고 경제관련 도서를 손에 짚는 이유는 궁극적으로 경제흐름을 알고 손해를 방지하여 이득을 도모하는 데에 있다. 쉬운 말로 잘 살아보기 위함인 것이다. 이 때 큰 테두리를 알고 반드시 가계의 경제에 적용할 줄 알아야 이전의 수고로움을 덜어주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문제를 진단하는 일이 시급해진다. 경제흐름은 제대로 짚으려 노력하면서도 나의 위기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면 수고는 수고에 그치게 될 뿐이다. 경제를 어렵게 생각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책은 경제를 어렵게 생각하는 이들에게 매우 친절한 해결방법을 들려준다. 20대부터 50대의 고민을 들어주고 사례에 맞는 맞춤방법을 제시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각각의 사례가 다분히 개인적인 부분도 있지만, 대출과 이자납부, 종잣돈 마련, 교육비, 노후자금 마련 등 대부분의 사람들이 고민하는 문제에 대한 사례를 주로 엮었기 때문에 많은 이들에게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뿐만 아니라, 창업과 재테크의 방법으로 쉽게 접할 수 있는 주식이나 펀드, 보험과 예금 등의 사용방법을 간단히 제시해 주고 있어 나름의 방법을 모색할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절약부분의 내용에서는 종합소득세, 소득공제, 차량 유지비용 절감처럼 생활에서 손쉽게 적용해볼 수 있는 방법들을 담았다. 절약이 모든 투자의 핵심이 된다는 사실을 절감하게 하는 부분이다.

이 책은 경제생활의 대략적인 개요를 작성하는데 유리한 책이라 생각된다. 사례를 담긴 하였지만, 그 해결방안의 제시가 상당히 간략하기 때문이다. 더 자세한 것을 알고 싶은 이들은 그와 관련된 세부적인 사항이 적힌 책들을 읽어보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단순히 경제지식의 나열만을 담고 있는 책이 아니라 개인의 경제문제를 진단해보고 가이드라인을 잡아 행복한 경제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마인드를 잡아줄 수 있는 책이다. 2009년  새해가 밝은 이 시점, 그동안 계획은 없고 걱정만 무성했던 경제생활에 대한 반성과 새로운 모색이 필요한 이 시점에 필요한 책이 아닌가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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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근, 조선을 뒤덮다 - 우리가 몰랐던 17세기의 또 다른 역사
김덕진 지음 / 푸른역사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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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산한 묵시록적 전망의 시대였다. 기근, 질병, 죽음, 그리고 저주. 15세기 말부터 시작하여 유럽의 회화와 문학이 암울하게 제시되듯, 자연세계는 철저히 비정해 보였다. 이 비정함은 후대 작가의 말로 표현하면 하늘의 변덕과 땅의 결핍 사이의 지속적인 투쟁인, 그 예측불가성만큼이나 컸다. 17세기의 속담은 “인간의 운명은 언제나 어둡다”고 한탄했다.      

                                                                                          -밤의 문화사 중에서-』

17세기의 또 다른 역사라는 부제를 달고 대기근, 조선을 뒤덮다가 출간되었다. 책의 제목에서도 알 수 있다시피 조선을 큰 위험으로 몰아간 경신대기근에 관한 책이다. 이 책을 쓴 저자의 말처럼 이 책은 그동안의 책들과는 다른 시도로 쓰여 졌다. 우선은 기후라는 하나의 주제를 다룬 책이라는 점과 그동안 16 ․ 18세기에 초점을 두고 있는 다른 역사책들과는 달리 17세기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이 그렇다. 17세기는 그 이전과 이후의 시기 사이에 있을 뿐 별로 주목받지 못했음을 지적하며 오히려 18세기의 역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시기에 관심을 둘 것을 당부하고 있다.

17세기는 유럽뿐만 아니라 가까운 중국 대륙에서도 새로운 사회질서의 재편 등으로 혼란스러웠다. 조선에서도 전란, 북벌, 반정, 예송, 반란 등등의 크고 작은 혼란이 나타났는데, 이 모두가 당시의 기후 변동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 이는 오랜 연구의 결과로 나타났으며 위에서도 알 수 있다시피 17세기가 세계사적으로도 매우 위험한 시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원인과 결과를 깊게 따지고 들자면 그 깊은 곳에 기후변동이 자리하고 있는데 이 시기의 기후변동을 소빙기라 부른다. 당시에는 산업화가 이루어지기 전이므로 농업이 국가의 중요산업이었다. 이러한 이유로 소빙기에 걸친 기온저하는 농업생산력의 악화로 이어져 여러 어려움이 많았다. 이 시기 어려움에 관한 조선의 현실과 해결방안의 모색을 다루면서 17세기 이후 나타난 조선의 여러 정책에 관해 설명한다. 정체되고 끼어있는 시기가 아닌 어느 시기보다 역동적이고 체계적인 정책들을 만들어내는 시기라는 것을 증명해보이고 있는 것이다.

기근은 재해로 인한 흉작의 결과였다. 단순히 굶주림에 그치지 않고 굶주려 죽는 이가 많아 민심이 동요하고 정권이 위태롭게 되는 상태가 대기근이다. 여기에서 말하고 있는 경신대기근 또한 인구의 100만이 죽을 만큼 위급한 상황이었기에 대기근이라는 표현을 쓴다. 이 당시 명과 청이 교체된 것을 기후변동에 원인을 둔 저자의 시도가 새롭다. 크고 작은 문제가 있었겠지만, 시기를 앞당긴 결과를 가져온 것이라 한다. 명이라는 대국이 망할 때에도 조선은 왕조를 지키고 새로운 시기를 맞이하게 되는데 이는 어떤 이유때문인가. 바로 이를 적절하고 조절하고 관리하는 체제를 정비해 두었기 때문이었다. 처음부터 잘 정비된 것은 아니나 기근이라는 어려움이 지속되면서 자연스레 강화되었다고 볼 수 있겠다.

18세기 후반 영조와 정조시기에 이전의 경험을 토대로 재난관리를 견고하게 했던 점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기후이상으로 인한 잦은 가뭄은 수차 보급의 확산을 가져왔고 대기근의 영향으로 공납을 현물 대신 전세화한 대동법이 차차 자리를 잡게 되었다. 가장 큰 변화는 정치적 갈등의 증폭이었다. 유교적 자연관에 비추었을 때 대기근은 지배계층에 대한 도전을 배제할 수 없었다. 이로 인해 정쟁이 유독 활발했고 그 양상은 더욱 치열했다고 하는데, 그 동안은 이러한 정쟁을 사상과 정치적인 관점에서만 다루어왔음을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은 상당한 흥미를 유발하였는데, 그동안 접해왔던 책들과는 다른 시도라는 저자의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기후변화에 의한 사회변화를 조선의 17세기를 통해 역동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던 책읽기가 되었다. 아울러 조선이 위기를 기회로 맞아 체계적인 정책을 추진해 나아갔던 것을 기억하여 오늘의 교훈으로 삼을 수 있다면 좋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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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타비안 낫싱, 검은 반역자 1 - 천연두파티
M. T. 앤더슨 지음, 이한중 옮김 / 양철북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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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반역자 옥타비안은 출생 이후 혼자만의 생각이 가능하게 된 어린 시절부터 남다른 자신의 모습에 고민하기 시작한다. 가령 음식을 섭취한 후 용변을 보게 될 경우 금으로 만든 용기에 담아 무게를 재는 행위들이 이상하다라고 느끼는 경우 등을 말한다. 이전에 미처 느끼지 못한 이질감이 옥타비안의 내부에 작은 균열을 만들었고, 오랜 교육의 결과로써 관찰과 물음이 지속되었기에 더 많은 파장을 가져왔다.

몸이 검다는 것 외에, 한 나라의 공주의 아들이었기에 왕자처럼 길러진 옥타비안은 기트니씨 및 석학협회의 ‘젊은친구’들처럼 귀족과 같은 대우를 받으며 성장한다. 다양한 학문, 예술, 문화를 배울 기회는 어디에든 있었으며 집안의 다른 검은 노예와는 달리 우월한 지위를 타고난 듯 보였다. 이때가 18세기 미국의 독립전쟁의 발발 직전의 일이기에 사뭇 색다른 느낌을 받은 이유였다. 20세기는 되어야 흑인의 인권이 공론화 되는 것이라고 알고 있는 이들에게는 옥타비안의 이러한 지위와 대우에 대해 사뭇 의아한 것이었다.

아무튼, 이러한 성장기의 옥타비안은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비밀의 방의 문을 열게 되고 자신의 성장이유를 알아차리고 만다. 실험대상으로서의 검은 아이 옥타비안. 엄마의 뱃속에서 아메리카에 도착한 이후부터가 실험의 시작이었던 것이다. 흑인은 백인처럼 사유하고 교육받음으로 인해 달라질 수 있는가?하는 의문으로 시작된 실험은 어느 시점에 이르러서는 변화를 맞는다. 샤프씨의 등장과 함께. 조금 더 인종차별주의적인 샤프씨의 등장은 그동안의 옥타비안의 성과는 무용지물로 취급받는다. 인종적으로 반항적이고 저항적이며 금새 교육의 효과를 잊기 만할 뿐인 흑인을 위해 과도한 지출을 늘리고 있는 석합협회의 연구에 종지부를 찍고 마는 것이다. 이후 실험은 대개 드러나지 않은 혹은 부정적인 측면만을 부각하도록 하는 실험의 방법만을 고수할 뿐이었다.

그러던 중 독립전쟁이 발발한다. 자유를 위한 대의를 위해 총을 겨누는 식민지 군은 자신을 대신해 자신의 노예를 전쟁터에 보낸다. 자유를 위해 싸워야하는 이들은 누구보다 자유를 열망하는 노예를 전쟁터에 보내는 모습이 역설적이다. 영국군은 이러한 식민지군에 맞서 노예들의 자유를 보장해줄 것을 약속하며 노예반란을 부추긴다. 결국 식민지의 대부분의 주인은 영국군의 총과 노예들의 반란을 막고 단속하기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 흑인들에게는 더 많은 억압과 자유를 위한 대의를 싸운 결과로 적절하지 않은 대가만이 남을 뿐이었다. 석학협회에서 벌인 ‘천연두 파티’이후 어머니를 잃고(이마저도 석학협회의 적절하지 않은 실험 때문이었다.) 어머니의 부검을 목격하고는 도망자가 된 옥타비안은 결국 석학협회에 잡혀오고 만다. 탈출 이후의 옥타비안의 여정은 2권에서 만나봐야 할 것 같다.

미국이라는 나라가 자유를 지지하는 이들 손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사실과 그들이 가장 적극적으로 아프리카 흑인 무역을 주도했다는 사실은 모순적이지만 진실이다. 그래서 더욱 미국의 이중적인 잣대에 많은 질타가 있는 것 일지도 모르지만. 바야흐로 세월은 흘러 흑인대통령이 선출되기에 이르렀다. 세월은 흘러갔지만 여전히 미국의 이중적 잣대는 유효한 것 같다. 평화를 외치며 자국의 군대를 세계 최대 혹은 최강으로 유지하는 모습이나 자유무역을 외치면서도 보호무역을 일삼는 일이나...일반화하기는 무리가 있는 이야기이겠지만 이 책을 읽고 있는 동안 느꼈던 비인간적이면서도 이성적이지 못하다는 느낌이 오늘에도 이어지는 이러한 모습들을 떠올리게 한다. 옥타비안의 반역은 자유를 얻고자 하는 모든 이들의 바람과 같을 뿐이었다. 오늘 날 미국이라는 나라에 세계 여러 나라가 원하고 있는 모습도 옥타비안의 바람과 어느 면에서는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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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예보의 첼리스트
스티븐 갤러웨이 지음, 우달임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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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빈도는 이웃 나라 간이 가장 많고, 전쟁의 상처와 후유증은 하나의 국가 내에서 이루어지는 경우에 가장 많이 남는다. 한 민족이 서로 총부리를 겨누고 전쟁을 했던 우리의 모습에서 아직까지 치유되지 않는 무언가가 남아있음을 감안할 때, 전쟁의 명분은 어떠한 이유로도 용납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그 삶을 파헤쳐 속살을 들여다 볼 때에도 그러한 생각은 마찬가지로 남는다.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는 최소한의 환경마저 박탈당하는 사라예보 사람들의 삶을 오늘 처음 만나게 된 것은 아니었다. 사라예보라는 지역의 이끌림 때문에, 그간 논픽션 자료와 책을 통해 만났던 곳이었다. 사실과 사실을 기록한 자료들에서 최근 도피 중이던 라도반 카라지치와 라트코 믈라디치의 기소와 체포까지 관심 있게 지켜본 곳이었다. 대개 우리와 관계없다라고 느끼는 많은 사람들은 내전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그곳을 직접 경험해 알리고자 한 이들의 용기를 이해하지 못한다. 소용없다라는 인식의 공유는 더없이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여기 사라예보에도 누구나 불가능하리라 여겼던 첼로 연주자가 있었다. 저격수의 총알을 피하기 위해 몇 시간씩 때를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첼로 연주는 무의미한 것으로 여겨졌다. 살기 위해 몸을 숨겨야 할 때 드러내어 연주를 한다는 것은 죽음을 자초한 것 다름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변해갔다. 세상의 모든 위대한 일이 그러하듯 작은 균열이 세상을 변하게 만든 것처럼. 이는 첼리스트의 바람이었다. 불가능하지만 가능하리라 여길 수 있는 것이라면 첼리스트의 연주가 시작될 가치는 있었다.

『첼리스트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바로 그런 점들이다. 폐허가 된 도시 풍경에서 거의 지워졌던 무언가가, 다시 새롭게 가치 있는 것으로 재건될 수 있다는 사실에 그는 희망을 품는다.  p.14』

이제 희망은 포위당한 사라예보 시민들에게 남아 있는 몇 안 되는 것들 중 하나이며, 그마저도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하루하루 줄어들고 있다. 이전 사라예보의 시간과 전쟁이후의 시간이라는 불일치 한 삶속에서 적응해 가는 동안 케난, 드라간, 애로의 삶은 분리되어간다. 분리되어가는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보며 괴로워하는 이들은 사라예보의 사람들이자 내전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노인의 낚실 줄에 낚이지 않는 비둘기는 행운이라 여길 테지만, 노인의 의지에 의해 잠시 안전할 뿐이다. 거리의 개는 저격수의 총을 맞게 될 운명에서 사라예보 사람들과 동등하다. 곳곳에서 묘사하고 있는 사라예보의 사람들은 인간 본연의 존재감을 상실해 가는 모습이다.

살기 위해 버둥거리며 겁을 집어먹고 있는 모습이 이해되지 않는 것이 아니다. 그들 스스로 그동안 우위에 두었던 무언가를 버리고 이전 삶에서 용납되지 않는 행위들을 함으로써 느끼는 비참함을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을 일깨워 주고 미묘한 변화를 이끌어주는 것이 선율이었다. 비록 목숨이 위태롭다 해도 죽은 이들을 위해 연주되는 선율은 이전의 사라예보에서와 마찬가지로 아름답게 연주되어지는 선율이다. 삶의 끝에 있다고 느껴져도 버려질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 무언가를 품었을 때 자신의 삶을 분리하지 않고 하나로 일치한다고 느껴지는 때가 되리라. 마지막 장면이 오래도록 각인되는 이유다. 애로는 죽음에 직면했지만, 본연의 자신으로 돌아가 있었다.

이 책은 사라예보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인간의 이기심이 만연해 전쟁이라는 극단적인 경우를 초래하는 모든 곳에서의 삶의 모습이라 볼 수 있다. 지금도 지속적으로 전쟁의 피해자가 된 사람들, 가해자든 피해자든 승자는 없다. 인간으로써의 모습을 버린 혹은 버려진 이들에게 남은 것은 깊은 상처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모든 이들이 전쟁에 직면하기 전에 이와 같은 소설을 읽고 공감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은 일인가...내전을 배경으로 하면서도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는 책이다. 첼리스트의 연주가 애로의 마음을 움직였던 것처럼 이 책 또한 우리의 마음을 움직이는 선율이 되어 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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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편지
정민.박동욱 엮음 / 김영사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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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면 연쇄적으로 비슷한 유의 책을 찾게 되는 이유 때문일까, 아버지의 자식에 대한 가르침을 담고 있는 책을 근래에 자주 접하게 된다. 백범과 율곡에 관한 책 또한 아버지로써 자식을 이끌어주기 위한 책이었는데, 두 권 모두 유익하면서도 부정에 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었다. 한국사회가 바라는 아버지상이 그러했을지도 모르겠지만 아버지는 어머니에 비해 유난히 거리가 느껴지는 분이었다. 살가운 말 한마디보다는 엄준한 꾸중을 하시는 분이라고 여겨지는 아버지의 모습은 편지에서도 여실히 느껴진다. 허나 매섭기 보다는 자식을 걱정하고 귀히 여기는 모습이다.

시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주제를 들라하면 역시 입신이 되겠다. 예나 지금이나 자식의 성공은 부모의 바람이 아니던가. 물론 고생보다는 편함을 바라는 마음도 있겠지만 세상을 살아가며 큰 뜻을 품고 펼치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 컸을 것이다. 큰 뜻을 품지 못하고 중도 포기하는 경우를 크게 나무란 부분이 각각의 편지마다 큰 비중을 차지했음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대 최고의 문인 혹은 예술가였던 이들의 편지이기에 본인이 빈한 생활을 하면서도 아들에게 이러한 길을 걷지 말라 당부하는 이는 없었다. 재물보다도 더 큰 사람으로서의 도리를 다하는 길을 모색할 것을 끊임없이 당부하고 있는 것이다.

학문하는 자로서의 공부법에 대한 내용이 편지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자신의 젊은 시절의 공부법부터 공부를 게을리 할 경우의 나무람까지 오늘날 부모님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자식의 성격에 대한 파악을 통해 각자의 맞춤 공부법까지 적절하게 지적하는 부분에서는 아버지는 역시 큰 스승이라는 옛 말씀이 떠오르기도 했다. 학문에 임하기 전의 마음을 다스리는 법과 말을 다스리는 법 등등 구구절절 옳은 이야기들은 곱씹어 읽을 만한 글이 다. 다만 못된 점만을 부각하여 나무라는 부분이 아쉬운 점도 없지 않았다. 칭친은 고래도 춤추게 하건만, 당시에는 통용되지 않았던 것일까. 그러함에도 대부분의 자식들이 아버지의 모습을 좇아 옳은 길을 갔던 것을 보면 아버지의 관심과 걱정이 잘 전해진 듯하다.

여러 명의 아버지들이 각자의 자식에게 보낸 편지이건만, 상황설명이나 세부적인 사항을 제외하고는 내용이 비슷하다. 물론 오늘날의 아버지의 걱정과도 무척이나 닮았다. 예나지금이나 부모의 마음은 한결 같은 것이 그 이유이리라. 오늘 날 아버지들도 자식들에게 손수 편지를 쓰는 방법을 사용해보는 것도 좋은 가르침의 방식이 될 것 같다. 글이란 것은 말과는 다른 묘한 매력을 지니고 있어, 아버지의 심정을 전하는 좋은 매개체가 되리라 생각되어진다. 오늘 날 이 편지들을 읽고 있는 우리에게도 유효한 가르침이 되어주고 있지 않은가하는 생각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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