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짜사회학
수디르 벤카테시 지음, 김영선 옮김 / 김영사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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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는 공동체 생활을 영위하는 인간에게는 필수의 관심분야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한 연구가 오랫동안 지속되어왔고 사회학이라는 학문의 정립이 이루어진 시기 이전에도 많은 사람들의 관심의 대상으로 자리매김을 해왔다. 오늘날 사회학이라는 학문은 인문과정의 하나로 축소된 측면이 없지 않지만 여전히 사회 곳곳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학문을 하는 연구자들에게는 학문의 대상으로써 매력을 발휘하고 결국은 더 나은 사회로의 이동을 가능하게 하는 정책책임자들에도 그러할 것이다.




결국 사회학이라는 학문의 당위성은 현실에서의 적절한 쓰임과 무관할 수 없으리라 생각한다. 연구를 지속하는 것은 학자들의 몫이겠지만 궁극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이 그 목표일 것이다. 그러한 측면으로 본다면 이 책은 사뭇 특이하기는 하지만 좋은 의도로 볼 수 있겠다. 연구의 과정에서 나타나는 객관적 입장의 고수로 인해 나타나는 도덕적 비난도 감수해야 하지만 말이다. 어찌 되었든 벤카테시라는 인물은 이러한 비난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는 그런 연구자였음에는 분명하다. 이 책이 미국의 흑인 빈민가에 대한 정책에 얼마나 영향을 주었는지는 확인할 수는 없으나 지하경제의 구조와 그들의 네트워크에 대한 진지한 관심을 이끌어내는 데 충분하니 말이다.




대학원 생으로 연구 조사를 위해 시카고 최악의 빈민가 로버트 테일러 홈스에 방문하게 된 벤카테시의 긴 연구 내용이 책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강렬한 첫 인상을 가졌던 제이티는 갱단의 영향력 있는 중간보스에 해당하는 친구였다. 자신의 전기를 쓰는 것으로 착각한 제이티는 벤카테시의 방문을 막지 않았고 벤카테시는 처음에는 갱단을 중심으로 시간이 흐른 뒤에는 빈민가의 구조와 사람들의 네트워크에 대한 연구를 해 나아간다. 갱단의 보호를 받고 있는 로버트 테일러의 모습과는 지나치게 어울리지 않는 순진한 연구자는 이 모든 과정을 글로 남겼다. 




로버트 테일러 주택단지는 남부의 가난한 흑인들을 안정적으로 수용하자는 좋은 취지로 만들어졌지만 이 후 백인 사회의 차별과 멸시로 인해 빈민가로 전락했다. 실업률은 갈수록 높아졌고 흑인들은 대부분 지나치게 가난했다. 남자들은 갱단에 가입해 마약을 팔았고 여자들은 매춘으로 자식들을 벌어 먹였다. 치안이 불안한 이곳으로 출동하고자 하는 경찰이 없기 때문에 범죄가 만연했다. 역설적이게도 이곳의 질서를 회복하는 역할은 갱단의 업무 중 하나가 된다. 갱단을 이끌고 있는 제이티가 지역사회에서의 자신의 업적을 강요하는 것도 틀린 말은 아닌 것이다. 남자들을 이끌고 있는 것이 갱단이라면 여자들을 관리 하는 것은 주민 대표였다. 사람을 이끌어 나가는 힘을 가진 이들은 대가로 돈이나 물건들을 받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힘든 생활을 벗어나기 힘들었다. 정부의 구제정책 또한 중간 관리자 격인 이들을 통했으므로 경찰이 이들과 손을 잡고 돈을 갈취하는 모습도 찾아 볼 수 있다. 




빈곤의 악순환과 범죄의 증가는 이곳에 낙인찍힌 이미지였다. 외부 사람들에게도 그렇지만 내부 흑인들에게도 마찬가지이다. 지하경제의 모습을 파헤치면서도 이러한 모습에 쉽게 동의를 보내지 못하는 벤카테시의 모습은 순진해 보일 정도다. 호기심은 더 많은 곳으로 눈을 돌리게 만들었고 이러한 최악의 상황에서도 공동체를 굴러가게 하는 동인을 발견하게 된다. 네트워크. 공동체 내에 속한 이들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상부상조의 모습은 빈민가의 흑인들의 삶을 지탱해 주는 무엇이라는 것을 발견한다. 어쩌면 다른 사회에서는 상상할 수조차 없는 조치들이 너무도 당연시 하게 이루어지는 이곳을 객관적인 시선으로 담아낸 것이 놀랍다.




거의 10년간 방문을 통해 어울렸던 주민들은 이제 거의 대부분 뿔뿔이 흩어졌고 갱단활동의 축소로 그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10년 동안 그들 삶을 참여 관찰한 연구자로써 벤카테시는 그 오랜 시간만큼 어려움도 겪었다. 바로 연구자로서의 도덕적 책임에 관한 것이었는데 그를 사회적으로 괴짜라고 하는 면과도 통하는 면이 있다. 갱단의 마약판매와 총격사건, 그리고 폭력사건, 경찰의 부적절한 처사 등에 손을 놓고 있는 자신을 스스로 인정하기가 어려웠던 때문이다. 벤카테시는 연구를 위해 이 사실들을 묵인하는 자신을 부정수익자로 표현하기도 한다.




미국에는 여전히 빈곤한 지역과 범죄로 고통 받고 있는 지역이 많다. 이 책에서 나온 시카고 주택공사의 졸속 행정이 또 얼마나 많은 빈민들을 양산해 내었는지 배워야 할 점은 곳곳에 남아있다. 우리 나라의 경우 또한 마찬가지이다. 서민들의 고통을 덜기 위해 내놓은 정책들이 오히려 서민들의 고통을 가중하는 것이 얼마나 많은가. 그들의 삶을 바로 보고 이해할 때만 올바른 정책이 만들어지고 실행될 수 있는 것은 당연지사인 것이다. 대학의 학생을 가르치는 교수가 된 벤카테시는 당시 연구자의 신분이었음에도 이러한 사실을 인식한 진정한 사회학자였음에 틀림없다. 그를 괴짜라고 부르는 사회인식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변화가 필요한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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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괴짜 사회학자의 무모한 참견.<괴짜 사회학> - 수디르 벤카테시-
    from 내가 있는 이야기 2009-11-05 09:44 
    인도 태생이며, 미국 중산층 출신 사회학자 수디르 벤카테시라는 젊은 사회학자 한 명이 있다. 무모할 정도로 겁이 없었던 그는 보다 피부에 와 닿는 사회학 연구를 위해 마약이 들끓고, 살인, 폭력, 매춘부들이 난무하는 시카고 빈민가 한복판에서 갱단과 어울리며 10년간 빈민 사회학연구를 하게 된다. 그가 위험한 시카고 빈민가 '로버트 테일러 공용주택단지'에서 사회학 연구를 하게 된 계기는 아주 단순하다. 대부분의 학자들이 선호하는 통계와 각종 수학 기호..
 
 
login 2009-11-05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잘 읽었습니다. 종종 놀러 올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