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근, 조선을 뒤덮다 - 우리가 몰랐던 17세기의 또 다른 역사
김덕진 지음 / 푸른역사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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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음산한 묵시록적 전망의 시대였다. 기근, 질병, 죽음, 그리고 저주. 15세기 말부터 시작하여 유럽의 회화와 문학이 암울하게 제시되듯, 자연세계는 철저히 비정해 보였다. 이 비정함은 후대 작가의 말로 표현하면 하늘의 변덕과 땅의 결핍 사이의 지속적인 투쟁인, 그 예측불가성만큼이나 컸다. 17세기의 속담은 “인간의 운명은 언제나 어둡다”고 한탄했다.      

                                                                                          -밤의 문화사 중에서-』

17세기의 또 다른 역사라는 부제를 달고 대기근, 조선을 뒤덮다가 출간되었다. 책의 제목에서도 알 수 있다시피 조선을 큰 위험으로 몰아간 경신대기근에 관한 책이다. 이 책을 쓴 저자의 말처럼 이 책은 그동안의 책들과는 다른 시도로 쓰여 졌다. 우선은 기후라는 하나의 주제를 다룬 책이라는 점과 그동안 16 ․ 18세기에 초점을 두고 있는 다른 역사책들과는 달리 17세기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이 그렇다. 17세기는 그 이전과 이후의 시기 사이에 있을 뿐 별로 주목받지 못했음을 지적하며 오히려 18세기의 역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시기에 관심을 둘 것을 당부하고 있다.

17세기는 유럽뿐만 아니라 가까운 중국 대륙에서도 새로운 사회질서의 재편 등으로 혼란스러웠다. 조선에서도 전란, 북벌, 반정, 예송, 반란 등등의 크고 작은 혼란이 나타났는데, 이 모두가 당시의 기후 변동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 이는 오랜 연구의 결과로 나타났으며 위에서도 알 수 있다시피 17세기가 세계사적으로도 매우 위험한 시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원인과 결과를 깊게 따지고 들자면 그 깊은 곳에 기후변동이 자리하고 있는데 이 시기의 기후변동을 소빙기라 부른다. 당시에는 산업화가 이루어지기 전이므로 농업이 국가의 중요산업이었다. 이러한 이유로 소빙기에 걸친 기온저하는 농업생산력의 악화로 이어져 여러 어려움이 많았다. 이 시기 어려움에 관한 조선의 현실과 해결방안의 모색을 다루면서 17세기 이후 나타난 조선의 여러 정책에 관해 설명한다. 정체되고 끼어있는 시기가 아닌 어느 시기보다 역동적이고 체계적인 정책들을 만들어내는 시기라는 것을 증명해보이고 있는 것이다.

기근은 재해로 인한 흉작의 결과였다. 단순히 굶주림에 그치지 않고 굶주려 죽는 이가 많아 민심이 동요하고 정권이 위태롭게 되는 상태가 대기근이다. 여기에서 말하고 있는 경신대기근 또한 인구의 100만이 죽을 만큼 위급한 상황이었기에 대기근이라는 표현을 쓴다. 이 당시 명과 청이 교체된 것을 기후변동에 원인을 둔 저자의 시도가 새롭다. 크고 작은 문제가 있었겠지만, 시기를 앞당긴 결과를 가져온 것이라 한다. 명이라는 대국이 망할 때에도 조선은 왕조를 지키고 새로운 시기를 맞이하게 되는데 이는 어떤 이유때문인가. 바로 이를 적절하고 조절하고 관리하는 체제를 정비해 두었기 때문이었다. 처음부터 잘 정비된 것은 아니나 기근이라는 어려움이 지속되면서 자연스레 강화되었다고 볼 수 있겠다.

18세기 후반 영조와 정조시기에 이전의 경험을 토대로 재난관리를 견고하게 했던 점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기후이상으로 인한 잦은 가뭄은 수차 보급의 확산을 가져왔고 대기근의 영향으로 공납을 현물 대신 전세화한 대동법이 차차 자리를 잡게 되었다. 가장 큰 변화는 정치적 갈등의 증폭이었다. 유교적 자연관에 비추었을 때 대기근은 지배계층에 대한 도전을 배제할 수 없었다. 이로 인해 정쟁이 유독 활발했고 그 양상은 더욱 치열했다고 하는데, 그 동안은 이러한 정쟁을 사상과 정치적인 관점에서만 다루어왔음을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은 상당한 흥미를 유발하였는데, 그동안 접해왔던 책들과는 다른 시도라는 저자의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기후변화에 의한 사회변화를 조선의 17세기를 통해 역동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던 책읽기가 되었다. 아울러 조선이 위기를 기회로 맞아 체계적인 정책을 추진해 나아갔던 것을 기억하여 오늘의 교훈으로 삼을 수 있다면 좋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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