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란...
29세, 마흔 번째 서류전형 탈락의 고배를 마시고 현실에 지쳐갈 즈음 저자는 인생의 멘토인 아버지와 그의 친구 필중이 아저씨의 격려를 발판삼아 무작정 빨간비늘을 이고 유럽행 비행기에 오른다. 여기서 무작정이란 말은 현실도피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무계획적이란 뜻이 다소 내포되어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변화란 위대한 사람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지금껏 좀처럼 해오지 않던 것을 해보는 것뿐이다. ‘나는 할 수 없어!’라고 행각해왔던 걸들을 그냥 저질러 보는 것이다. p.33』그는 변화를 원했던 것이다. 지금의 자신을 옭아매는 그리고 현실에 안주하게 하는 무기력한 무엇인가를 떼어 줄 무언가가 필요한 때는 자주 있다.
그는 이 여행에서 묻는 질문(당신은 왜 자전거로 여행하고 있나요?)마다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데, 여행 후반으로 넘어갈수록 확고한 신념마저 보인다. 여행이 그에게 많은 것을 주었으리라는 짐작을 할 수 있다.
『그리고 목적지에 도달했을 때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자전거 여행이란 어설픈 불만을 몽땅 버리고 목적지를 향해 페달을 꾸준히 밟아가는 과정이라는 것을...p.91』
자전거 여행기인 이 책의 가장 많은 부분은 길을 잃는 장면이었는데, 때로는 인생에 있어 자신의 목적지를 잃고 가는 길의 험난함에 좌절하는 경험과도 유사하다. 그럴 때마다 주인공은 다시금 열심히 페달을 돌리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페달을 돌리지 않으면 목적지에 다다를 수 없다는 간단한 진리를 깨닫는 장면이다. 아하! 자전거 여행에서도 이러할 진데, 평생의 인생에서 주저앉아 있으면 될 일이겠는가. 지도를 다시 꼼꼼히 살피고 열심히 달리는 수밖에 없다는 간단한 깨달음이 스친다.
『나는 딱히 자전거 얘기만을 하려고 한 것은 아니다. 자전거 이야기를 통해 불안하고 무기력했던 청춘이 어떻게 열정을 찾았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p.235』저자의 열정은 다시 활활 불붙었다. 자전거 여행이 가져다 준 선물이리라. 격려와 축하의 박수를 보내고 싶은 심정이다. 모두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음에도 그들과는 다른 선택을 한 주인공은 멀리 돌아왔을지언정 옳은 길을 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여행의 목적은 사람마다 가지각색으로 다양하다. 또한 여행지에 도착해서는 목적이 변하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역시 여행은 돌아오기 위해 떠난다라고 생각한다. 저자의 자전거 여행은 왜 굳이 유럽이었을까...하는 의문은 남길 수 없다. 이 책의 주인공처럼 돌아와 일상의 변화를 맞이할 수 있다면 어디라도 괜찮지 않을까. 주인공과 함께 숨가쁜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기분이다. 나또한 삶을 열정으로 불어넣을 수 있는 의지가 내 안에 자리한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