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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타비안 낫싱, 검은 반역자 1 - 천연두파티
M. T. 앤더슨 지음, 이한중 옮김 / 양철북 / 2008년 11월
평점 :
품절
검은 반역자 옥타비안은 출생 이후 혼자만의 생각이 가능하게 된 어린 시절부터 남다른 자신의 모습에 고민하기 시작한다. 가령 음식을 섭취한 후 용변을 보게 될 경우 금으로 만든 용기에 담아 무게를 재는 행위들이 이상하다라고 느끼는 경우 등을 말한다. 이전에 미처 느끼지 못한 이질감이 옥타비안의 내부에 작은 균열을 만들었고, 오랜 교육의 결과로써 관찰과 물음이 지속되었기에 더 많은 파장을 가져왔다.
몸이 검다는 것 외에, 한 나라의 공주의 아들이었기에 왕자처럼 길러진 옥타비안은 기트니씨 및 석학협회의 ‘젊은친구’들처럼 귀족과 같은 대우를 받으며 성장한다. 다양한 학문, 예술, 문화를 배울 기회는 어디에든 있었으며 집안의 다른 검은 노예와는 달리 우월한 지위를 타고난 듯 보였다. 이때가 18세기 미국의 독립전쟁의 발발 직전의 일이기에 사뭇 색다른 느낌을 받은 이유였다. 20세기는 되어야 흑인의 인권이 공론화 되는 것이라고 알고 있는 이들에게는 옥타비안의 이러한 지위와 대우에 대해 사뭇 의아한 것이었다.
아무튼, 이러한 성장기의 옥타비안은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비밀의 방의 문을 열게 되고 자신의 성장이유를 알아차리고 만다. 실험대상으로서의 검은 아이 옥타비안. 엄마의 뱃속에서 아메리카에 도착한 이후부터가 실험의 시작이었던 것이다. 흑인은 백인처럼 사유하고 교육받음으로 인해 달라질 수 있는가?하는 의문으로 시작된 실험은 어느 시점에 이르러서는 변화를 맞는다. 샤프씨의 등장과 함께. 조금 더 인종차별주의적인 샤프씨의 등장은 그동안의 옥타비안의 성과는 무용지물로 취급받는다. 인종적으로 반항적이고 저항적이며 금새 교육의 효과를 잊기 만할 뿐인 흑인을 위해 과도한 지출을 늘리고 있는 석합협회의 연구에 종지부를 찍고 마는 것이다. 이후 실험은 대개 드러나지 않은 혹은 부정적인 측면만을 부각하도록 하는 실험의 방법만을 고수할 뿐이었다.
그러던 중 독립전쟁이 발발한다. 자유를 위한 대의를 위해 총을 겨누는 식민지 군은 자신을 대신해 자신의 노예를 전쟁터에 보낸다. 자유를 위해 싸워야하는 이들은 누구보다 자유를 열망하는 노예를 전쟁터에 보내는 모습이 역설적이다. 영국군은 이러한 식민지군에 맞서 노예들의 자유를 보장해줄 것을 약속하며 노예반란을 부추긴다. 결국 식민지의 대부분의 주인은 영국군의 총과 노예들의 반란을 막고 단속하기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 흑인들에게는 더 많은 억압과 자유를 위한 대의를 싸운 결과로 적절하지 않은 대가만이 남을 뿐이었다. 석학협회에서 벌인 ‘천연두 파티’이후 어머니를 잃고(이마저도 석학협회의 적절하지 않은 실험 때문이었다.) 어머니의 부검을 목격하고는 도망자가 된 옥타비안은 결국 석학협회에 잡혀오고 만다. 탈출 이후의 옥타비안의 여정은 2권에서 만나봐야 할 것 같다.
미국이라는 나라가 자유를 지지하는 이들 손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사실과 그들이 가장 적극적으로 아프리카 흑인 무역을 주도했다는 사실은 모순적이지만 진실이다. 그래서 더욱 미국의 이중적인 잣대에 많은 질타가 있는 것 일지도 모르지만. 바야흐로 세월은 흘러 흑인대통령이 선출되기에 이르렀다. 세월은 흘러갔지만 여전히 미국의 이중적 잣대는 유효한 것 같다. 평화를 외치며 자국의 군대를 세계 최대 혹은 최강으로 유지하는 모습이나 자유무역을 외치면서도 보호무역을 일삼는 일이나...일반화하기는 무리가 있는 이야기이겠지만 이 책을 읽고 있는 동안 느꼈던 비인간적이면서도 이성적이지 못하다는 느낌이 오늘에도 이어지는 이러한 모습들을 떠올리게 한다. 옥타비안의 반역은 자유를 얻고자 하는 모든 이들의 바람과 같을 뿐이었다. 오늘 날 미국이라는 나라에 세계 여러 나라가 원하고 있는 모습도 옥타비안의 바람과 어느 면에서는 비슷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