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첫째이기도 하고, 성격탓도 있고, 어렸을 때부터 모든걸 혼자 결정해온 편입니다.
하다못해 옷을 하나 사더라도 누구 끌고다니기보다는 그냥 혼자 가서 입어본 후 판단하는 편이고요,
대학, 유학, 직장 등등 모두모두 혼자 알아보고 준비해서 면접이나 시험 보고 모든게 다 결정된 후
부모님이나 주위 사람들에게 '통보'하는 식이었거든요.
하물며 남자친구 문제로 친구한테 상의 한 번 해본 적 없습니다.
그냥 혼자 판단해서 괜찮을 것 같으면 사귀고, 만나다가도 제 생각에 아니다 싶으면 그냥 헤어지고 -_-;;
(그러나 남의 연애 상담은 무수히 했슴다...일명 상담 셔틀...ㅠㅠ)
다행히도 부모님이 제 선택에 대해 별로 태클(?)을 안거시는 방임형이라 자유인처럼 지냈기에
닥치면 다 되겠지 무사태평 초안일주의 전형적인 트리플 O형 인간으로 살아갑니다;;
이번에 아는 분 추천으로 면접을 볼 때도 그냥 아무한테도 말 안하고 낮에 집에 아무도 없길래
옷장 구석에 있던 정장 꺼내입고는 휘적휘적 가서 완전 횡설수설하다 왔는데
(한국에서도 영어 ONLY 면접을 할 줄이야 아무 생각 없이 갔다가 외국인들만 멀뚱 앉아있어서 흠칫...;;)
이 무슨 뜬금없는 잡 오퍼...ㅠㅠ 귀를 의심했습니다;;; 저 맞아요? 이름 바뀐거 아닙니까?;;
어쨌든 이걸 받아놓고 난생 처음으로 부모님께 '상의'를 했습니다.
다니던 회사가 재택이라 워낙 편하기도 했고, 큰 프로젝트를 막 시작한 참이라 빠지기도 애매했고요,
무엇보다 미국에서 몇 년이나 집에서 5분 거리, 출퇴근 시간 없고 반바지에 슬리퍼 신고 다니는 편한 회사 다니다가,
한국에서는 그나마 회사에도 안나가고 집에서 재택 근무로 팔자좋게 살았는데
엄청 빡센 한국 회사를 다닐 엄두가...(그것도 겨울에...!!) 도저히 나질 않는겁니다.
게다가 분야도 약간 다른 터라 처음 들어가서 버벅일 생각에 좀 무섭기도 했고요.
이런 고로 마구마구 고민하다가 부모님과 상의를 해보고 결국 옮기기로 결정을 내렸습니다.
직장 옮기는 사소한 일(?)로 부모님한테 의논을 하다니 어렸을 때도 안하던 짓을;;;
나이를 거꾸로 먹는가 싶기도 하고, 왠지 좀 마음이 약해진 것 같기도 하고요.
가서 삽질하다가 짤리면 어떡하지 ㅠㅠ 이런 생각도 들고...흐흐흑
내일 새 직장으로 처음 출근을 하는데요, 저 지금 무서워 죽겠습니다.
아니 직장생활 한두 해 해본 것도 아닌데 도대체 왜 이러지 ㅠㅠㅠㅠㅠㅠ
잘 할 수 있을까요? 빈 말이라도 좋으니 저에게 용기를 좀 주세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