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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어 이야기 - 침만 꼴깍꼴깍 삼키다 소시지가 되어버린 ㅣ 저학년을 위한 꼬마도서관 30
로알드 달 지음, 김수연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05년 6월
평점 :
품절
주니어김영사의 '저학년을 위한 꼬마도서관'시리즈 중의 하나인 이 책은 말 그대로 초등 1,2,3학년 정도 아이들에게 환영받을 만한 책이다.
여섯 살, 일곱 살인 우리 아이들에겐 좀 글이 많나 싶었지만 난 가끔 아이들 나이보다 윗단계인 저학년용도 일부러 읽혀 준다. 게다가 제목이 재미있고 그림의 악어 표정이 참 재미있어서 아이들의 반응이 좋았다.
아프리카 큰 강에 사는 '침꼴깍'악어(이름부터 얼마나 유쾌한가!)는 욕심이 많아 어느 날 특별식으로 어린 아이를 먹겠다고 선언한다.
그리곤 강가로 기어 나오는데 사냥길에 덩치 큰 하마를 만난다. 악어의 심술꾸러기 표정과 하마의 못마땅한 얼굴 표정이 얼마나 재미있는지. 작가도 작가지만 퀸틴 블레이크의 삽화도 독서의 즐거움을 배가시켰다.
"못된 놈! 사람들한테 잡혀 악어 수프나 돼 버려라!"하고 하마는 욕을 퍼붓지만 악어는 껄껄 웃으며 숲속으로 걸어간다.
하마에 이어 코끼리를 만나고 코끼리에게서도 욕을 듣지만 악어는 코끼리를 비웃으며 다시 걸어간다. 이번엔 원숭이를 만난다.
"이 열매 좀 먹을래? 맛이 기가 막혀." 침꼴깍악어는 코웃음을 쳤습니다. "그런 건 너나 먹어. 난 손가락도 있고, 팔다리도 있고, 발도 달린 걸 먹을 거야!" 원숭이가 잔뜩 겁먹은 얼굴로 물었습니다.
"그럼 어린애를 잡아먹겠단 말이야?"
"그래. 옷 입은 채로 먹을 거야. 그게 더 맛있거든."(p.11)
목에 단추나 걸려 죽어 버리라는 원숭이의 욕에 아랑곳 없이 악어는 원숭이의 나무를 쓰러뜨리고 또 길을 나선다. 계속해서 새를 만나고 새의 기다란 꽁지도 먹어치운 악어는 코코넛 나무처럼 위장하고 서서 아이들을 기다린다. 기다랗게 엎드린 악어 그림에 익숙해진 우리 아이들 눈에 침꼴깍악어가 변장하고 꼿꼿이 서 있는 모습이 재밌는지 아이들은 킥킥대며 웃었다. 물론 나도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코코넛 열매에 속아 다가온 숲 속 아이들이 거의 악어에게 잡혀 먹을 찰나 하마가 와서 아이들을 구해 준다. 그 후에도 악어는 놀이터 시소,회전목마의 가짜악어, 풀밭의 의자로 변신하여 사냥감을 노리지만 번번이 숲 속 동물들에 의해 계획이 무산된다.
마지막에 의자로 변장한 악어를 코끼리가 혼내 주는데 꼬리를 물고 뱅글뱅글 돌리는 게 압권이다. 뱅글뱅글 돌리다가 악어의 꼬리를 탁 놓자 악어는 로케트처럼 날아가 수많은 별을 지나 불타는 태양에 처박히어 지글지글 악어 소시지가 되었다는 이야기.
"찰리와 초콜릿 공장'으로 유명한 작가 로알드 달의 기지와 재치가 유감없이 발휘된 유쾌한 그림책을 만나게 되어 반가웠다. 교훈적인 이야기만 강조하는 책보다 이렇게 상상력을 자극하고, 아이들이 즐겁게 눈을 굴리며 책 속의 세상에 풍덩 빠지게 하는 책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에게 웃음을 주고 싶은 부모님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