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다니고 있는 직장은 참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다.

속은 여리고 착한 사람이 툭툭 내뱉는 말 한마디로 나쁜 인상을 주기도 하고 구김살 없이 참 밝게 성장했을 것  같은 사람이 속내는 한편의 드라마와 같은 파란만장한 삶의 주인공이라고도 하고..

오늘은 비도 오고 날이 축 처지는 날이서 그런가 파김치처럼 하루가 참 힘들었다.

이제 내가 새로운 일을 시작한지 3개월째로 수습딱지 떼듯 첫 평가 결과도 나왔다.

주위에서 다행스럽게도 첫 평가점수 치고는 정말 좋은 성적이라고 격려를 많이 해준 탓에 이걸 그냥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는 그런 고민에서 조금 방향을 튼다고나 할까...

그러다 퇴근 후에 이곳에서 알게된 나보다 한 살 어린 동료와 떡볶이와 김밥을 시켜 놓고 먹다가 이런 저런 얘기 끝에 삶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벌써 우리의 나이가 서른의 중반.

살아왔던 이야기들이 벌써 옛이야기 하듯 덤덤하게 말 할 수 있는 나이가 되어 있다는게 참 놀랍고 신기했다.

아버지 일찍 돌아가시고 정말 너무 지지리궁상으로 살던 시절이었고 친구들 대학갈때 취직해서 돈벌이 하던 얘길 하던 동료의 얼굴에 마치 50년도 넘은 세월을 살아서 이겨 온 듯한 표정이 서려 있었다.

첫월급 타서 돈까스 사먹던날 얼마나 울었는지 모를꺼란 소리부터 지금 결혼해서 내가 이만큼 살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다고 하는 말 한마다 한마디가 참 열심히 살아왔구나 하는게 느껴질 정도였다.

이럴줄 알았으면 우리 맥주라도 한잔 하면서 얘기 할껄 그랬다 하면서 하하호호.. 

아마도 내가 어렸었다면 이런 얘길 들었을때 반응이 어땠을까?

그가 만약 어렸었다면 내게 웃으면서 이런 얘길 해줄 수 있었을까?

우린 그저 그래 나이 먹어가면서 좋은건 이런거 밖에 없네 하면서 너무 즐거워 했다.

나이먹는게 무섭고 두려웠는데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지고 있다니 뭐 별로 무섭지도 않은걸...

 

오늘 저녁 남편에게 이런 얘길 하면 참 그게 뭐라고 하면서 웃을지도 모르겠지만 옛이야기가 덤덤하게 나오는 지금의 나이도 나쁘진 않다... 늘어가는 이마의 주름은 미치도록 싫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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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2-14 2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게 세월이 약이랍니다~라는 유행가 가시를 남긴 뜻이지요^^;;;

아영엄마 2006-02-15 0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은 힘들다는 소리 하고 살지만 조금 더 나이들면 저도 옛날 생각하면서 허허롭게 이야기할 날이 오지 싶습니다. (저는 벌써 서른 후반인데 아직 힘들다는 소리하는 거 보면 철이 덜 들었어요. ^^;;)

반딧불,, 2006-02-25 2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제가 요사이 그것 느껴요. 근데 아직도 저만 징징대는 듯 느껴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