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여우님 페이퍼를 보고 나서 기억을 떠올려 보려니 뭘 했는지 기억이 가물거린다..  그냥 평범하게 회사 열심히 다니고 있었나?

그래서 앨범을 들춰 봤다.. 내 스물다섯엔 뭘 하고 살았누...

95.5.21 사진은 온양민속박물관이다.   (안타까운건 우리집에 스캐너가 없다는 사실...)

일찍 결혼해서 낳은 친구 딸내미 그네 태워주려 쪼그려 앉아서 헤벌래 하면서 좋아라 하고 있다.

흐드러지게 핀 꽃속에서 친구들과 귀에 꽃한송이씩 꼽고 광녀 컨셉으로 사진 찍다.. 피부가 뽀얀게 역시 이십대 피부는 탱탱하구나 하는게 느껴진다.. 그립다.. 그 시절이...

95.7.2  강릉의 아침... 졸업하고 나서 뭉친 학교 선배 동기들과 밤기차를 타고 강릉에 갔던 사진이다..

얼마나 추웠으면 짧은 반바지에 가디건을 걸치고 목엔 손수건으로 묶고.. ㅋㅋㅋ 완전 그지 컨셉이다..  눈에 힘을 준거 보니 쌍꺼풀테이프 붙인것 같다... 아니 붙였다..  밤새 기차에서 자고 세수도 못했으니 나의 생명인 쌍꺼풀이 풀어질까봐 기차 화장실가서 붙였던 기억이 난다...  어쩐지 눈매가 너무 또렸해...

95.8.14   대천해수욕장 & 원산도...  오 섹쉬하다... 짧은 반바지에 나시티를 입고 머리 틀어 올리고 다리는 약간 꼰 자세로 한손을 이마에 대고 있다... 이런걸 고혹적이라고 표현하나... (아무도 안본다고 북치고 장구치고.. 그런데 이런거 정말 부끄럽다...하지만 내가 보기에도 스물다섯의 나는 근심걱정없는 표정이 너무 좋다)

95.10.15  전북 진안 마이산..    제일 친했던 친구와 셋이서 참 많이도 다녔다.. (한 친구는 일찍 결혼을 해선 항상 빠졌었다..)주로 내가 충동질을 해서 떠나는 여행이었는데 이날도 터미널에서 우등고속버스를 타고 전주로 가서 거기서 다시 시외버슬 타고 진안으로 거기서 또 버스를 타고 마이산으로 갔던 기억이 생생하다...  아마도 마음에 맞는 친구와 떠난 여행이라서 그랬을 것이다..

살짝 비가 뿌려주는 궂은날.....붉고 노란 나무 사이로 ... 수북히 쌓인 낙엽을 밟으면서 우린 무슨 얘길 했을까?  가끔 이 친구가 너랑 그렇게 다닐때가 좋았어 .. 이렇게 얘기할때가 가장 좋다..

용기없는 친구들에게 있어.. 무식하게 부딪히고 보자면서 길을 떠나는 내가 고마웠단다.. (이거 칭찬인가 욕인가.. 하필이면 무식하게 떠난다고 표현을 했을까???)

95.11.26   밀양 표충사.. 재약산.. 사자평고원...   아 정말 고생은 바가지로 했던 기억이 난다.

기차표를 내가 가지고 있었는데 깜박 잠이 드는 바람에 결국 기차를 놓쳤다.. 간발의 차... 5분차이로..

어찌나 친구들에게 미안하던지...  (밤 12시에 출발하는 야간열차였다..)한창인 억새밭에 간다고 좋아들 했는데.. 결국 작은오빠를 불러냈다.. 기차표값 내가 다 물어내고.. 오빠한테는 도로비랑 주유비 다 준다고 약속하고 ...ㅎㅎ 작은오빠가 밤세 달려 우릴 새벽에 밀양 표충사 앞에 떨궈 주고 오빠는 다시 올라갔다..

지금 생각하면 참 어의없다.. 그 먼길을 ...무려 5시간 반정도의 거리였는데...

그래도 표충사는 아름다웠고.. 재약산을 오르는 우리는 자연에 감탄하면서... 올랐고.. 사자평고원의 드넓은 억새밭에선  여자들의 우정도 아름답다고 다짐을 했었다...

그날 내려오면서는 좋은 아줌마 아저씨를 만나는 바람에 대구 공항까지 편하게 갔다.. 산행이 늦어지면서 그 비행기 마저 놓칠뻔 했는데 아저씨가 대구공항 입구에 내려 주시는 바람에 편하게 올 수 있었다.. 그런데 집에 오니 오빠가 아직 도착을 안했다...

이런 이런... 결국 오빠한테 웃돈 얹어주고 싹싹 빌었었던 기억이 난다.

 

스물 다섯의 나는 여기 저기 싸 돌아 다니기 좋아하던... 집에 가만히 있지 못하던 ....팔팔하던 젊음이 있던 그런 시기였나보다..

행복하다.. 뒤돌아 보니 그래도 나는 후회없이 시간을 보낸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여행하면서 좋은 친구들과 우정을 나누면서... 그렇게 그렇게 내 젊음을 보냈다고 ...여기서  10년이 흘러 내 서른다섯은 어땠노라고 얘기할때.. 난 뭐라 답할까?

그때도 나의 서른 다섯은 알라딘 서재에 빠져 살지언정... 하루 하루가 행복하고 후회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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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 2005-07-26 0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지금 앨범 뒤적이며 스물 다섯의 줄리는 뭘 했었는지 찾아보고 있답니다. 사진을 올릴까 말까 고민두 하고요... 전 스캐너가 있걸랑요^^

인터라겐 2005-07-26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줄리님.. 올려 주세요.. 보고 파요...

icaru 2005-07-26 1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ㅍㅎㅎ 근데~ 정말 여러 곳을 누비셨더래요~
저도 스물다섯 시절에...용기없는 나에게 있어.. 무식하게 부딪히고 보자면서 길을 떠나는 님과 같은 친구가 있었음... 엄청 고마웠을 것 같음~~ ..(에고 저 지금....여기저기 많이 보고 많이 듣고 하지 못한 걸... 친구들탓 하고 있는 건가요? )

세실 2005-07-26 2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스물다섯에 여행 참 많이도 다니셨네요~~
전...그저 도서관 열심히 다닌 기억밖에는 없어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