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키노 > 뮤지션들의 인생을 바꾸게 한 앨범들 1



태어날때부터 자신의 진로가 결정되어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성장해가고 주변과의 관계 속에서 나름대로의 희망이나 포부가 생겨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음악계를 놓고 볼때 어떤 사람들은 단 한장의 앨범 때문에 자신의 인생이 바뀌어버리는 역사적인 경험을 하기도 한다. 락 뮤지션들 가운데에는 그 한장의 앨범 때문에 자신의 진로를 수정한 경우가 적지 않다. 여기 그중 대표적인 몇몇 뮤지션들을 소개하고 그들을 사로잡았던 앨범들이 어떤 것인지를 직접 뮤지션들의 증언을 통해 알아본다.

정리 . 글 / 조성진 in changgo.com
디자인 / 정미선 in changgo.com

Adrian Smith
Deep Purple, Machine Head (EMI, 72)
리치 블랙모어는 내 기타영웅이었다. 딥 퍼플 시절의 그의 연주는 내가 기타를 공부하는데 교과서적인 역할을 해주었고 락 기타의 전형적인 스타일이 무엇인지를 일깨워주었다. In Rock과 Machine Head 이 두장의 앨범은 내가 기타리스트로 성장하는데 가장 중요한 지침을 제공했다. 이 앨범으로 인해 오늘의 내가 있었던 것이다.


Alex Lifeson(Rush)
Led Zeppelin, Led Zeppelin (Atlantic, 69)
뛰어난 보컬과 거대한 톤의 드럼, 그리고 위대한 기타 연주가 함께 하는 명반이다. 레드 제플린은 언제 들어도 내게 많은 아이템을 준다.




Allan Holdsworth
John Coltrane, Giant Steps (Atlantic, 59)
존 콜트레인의 색소폰은 오늘날의 내 기타 스타일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끼쳤다. 그의 일련의 앨범들을 들으며 모든 음들이 끊어지지 않고 부드럽게 연결되는 걸 너무 멋지다고 여겨 이후 그런 쪽으로 연구하게 되었다. 결국 지금의 내 레가토 방식은 모두 그의 앨범들에서 나온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Andy Timmons
Joe Satriani, Surfing With The Alien (Relativity, 87)
아마도 최근에 맹활약을 펼치는 연주자들치고 조 새트리아니로 부터 전혀 영향을 안받았다고 자부할만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조 새트리아니의 존재는, 그리고 그의 영향력은 매우 큰 것이다. 이 앨범은 리듬이나 솔로잉, 어프로치, 테마 등 전반적인 측면에서 인스트루멘틀 기타 사운드의 진수를 보여준다. 이 앨범을 듣고 나는 깜짝 놀랐다. 정말로 해보고 싶은 그 무언가가 내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Bob Weir(Grateful Dead)
Junior Wells, Hoodoo Man Blues (Delmark, 65)
주니어 웰스, 버디 가이 등이 함께 하는 4인조 라인업의 연주(베이스 기타는 누구인지 생각이 나질 않는다)로 그 단순한 사운드가 매력적이다.





Bonnie Raitt
Bob Dylan, The Times They Are A-Changin' (Columbia, 64)
밥 딜런은 나에게 포크락의 매력을 처음으로 알게 해준 음악인이다. 밥 딜런의 음악을 접하기 이전까지만 해도 나는 포크락에 대해 문외한이었다. 이 앨범을 들으며 포크락과 기타 모두에 깊이 매료될 수 있었다.



Carlos Santana
Jimi Hendrix, Electric Ladyland (MCA, 68)
나를 비롯한 다수의 뮤지션들에게 지미 헨드릭스의 출현은 엄청난 충격이었다. 기타를 연주하는 근본적인 시각을 송두리째 바꾸게 했던 것이다. 이 앨범은 내게 연주를 통해 구하려던 일종의 ‘도’나 ‘명상’ 등에 큰 힌트를 주었다. 존 콜트레인의 A Love Supreme 만큼이나 내겐 각별한 존재로 기억되는 작품이다.


Carmine Appice
Gene Kruppa & Buddy Rich, Drum Battle (Verve, 52)
진 크루파와 버디 리치는 오늘날의 내가 있게 한 위대한 드러머들이다. 이들의 필인이나 드럼에 대한 다양한 앞서가는 생각들은 지금 들어도 새롭기만 하다. 어린시절 이들의 연주를 들으며 드럼이 단순히 리듬악기가 아닌 대화도 가능한 다채로운 표현의 악기라는 것을 깨달았다.


Chris Squire(Yes)
The Beatles, Please Please Me (Capitol, 63)
비틀즈가 이 앨범 Please Please Me를 영국에서 처음으로 발매할 때는 내 나이 15살이 되던 해였다. 이 앨범은 비틀즈로서는 처음으로 영국에서 발표한 것이라는 데에서 그들로서도 그 의의는 큰 것이지만 나에게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이 작품으로 인해 락 음악에 관심을 갖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 앨범은 비단 내 인생에만 영향을 준 것이 아니라 세계를 바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Daniel Johns(Silverchair)
Deep Purple, In Rock (Warner, 70)
딥 퍼플의 이 앨범을 접한 것은 12살때였다. 당시 나는 리치 블랙모어의 기타연주를 듣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감탄사를 연발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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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잠을 잤던 밤들은 마치 없었던 것처럼 느껴진다.

오로지 눈 한번 붙이지 못한 밤들 만이 우리 기억 속에 남아있다.

밤은 뜬 눈으로 지샌 밤만을 뜻한다.

written by Emile Cioran

 



<Giovanni Mirabassi: Avanti!>

“적과 흑”으로 대비되는 강렬한 색감의 앨범 재킷과 전 세계의 혁명, 투쟁, 반전가에 관련된 상세한 해설노트와 사진은 자칫 이 음반을 강한 정치적 메시지를 담은 것으로만 오해하게끔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의 피아노 솔로를 가만히 듣고 있노라면, 그는 오히려 강한 정치적 메시지보다는 상실해버린 열정에의 Nostalgia를 노래하고자 한 느낌이다. 이 음반의 성격을 가장 잘 말해주는 곡인 Hasta Siempre는 Carlos Puebla가 쿠바혁명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제 2의 혁명을 위해 볼리비아로 떠나는 체 게바라에게 헌정한 노래이다. 미라바씨의 편곡은 원곡에 비해 비장미가 철철 넘치는데, 이는 당시엔 알지 못했던 체 게바라의 운명을 우린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한다. 바로 가야할 길로 가고자했던 수많은 혁명과 변화에의 요구가 동지들의 배신으로 서서히 침식되어 어느새 전몰해버린 오늘날의 현실과도 같이 말이다. 별빛 가득한 타국에서의 밤! 동지와의 뜨거웠던 맹세가 하나 둘씩 무너져 버릴 때마다 치밀어 오르는 배신감보다는 가슴 저리는 슬픔을 얘기하던(체 게바라의 시 “동지에게” 중에서) 체게바라의 눈물처럼 미라바씨는 우리의 잃어버린 열정에 관해 노래한다.

 



<Sarah Vaughan: Crazy and Mixed up>

지속적인 흡연으로 더욱 성숙해진(?) 사라 본의 강렬한 흡입력을 느낄 수 있는 음반이다. 지옥의 업화처럼 저음에서부터 끓어오르는 그녀의 목소리는 역시나 “지독한 골초군!”하며 탄성이 절로 나오게끔 만든다. 목소리의 장막 뒤로 간간히 이어지는 피아노의 영롱한 음색과 간결한 터치가 눈에 띄어 앨범 북클릿을 찾아보니 “헐! 역시 Sir Roland Hanna다!” 거기다 기타엔 virtuoso “Joe Pass" 이 정도였던가. Line-up이! 역시나 그녀의 목소리만큼이나 경이적인 음반이다.

 



<Night Light: Gerry Mulligan>

전혜린의 “회색빛 鋪道와 레몬빛 가스등”이란 에세이가 떠오르는 Westcoast Jazz의 진수이다.


“제복 입은 할아버지가 자전거를 타고 좁은 돌길 양족 사이에 서 있는 고풍 그대로의 가스등을 한등 긴 막대기를 사용하면서 켜 가고 있었다. 더욱 짙어진 안개와 어둑어둑한 모색 속에서 그 등이 하나씩 켜지던 광경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짙은 잿빛 베일을 뚫고 엷게 비치던 레몬색 불빛은 언제나 내 마음속에 남아 있다.”

전혜린의 회색빛 포도와 레몬빛 가스등 중에서


특히 Prelude in E minor는 쇼팽의 Prelude OP.28 No4. IN E Minor를 보사노바 풍으로 멋지게 편곡해 낸 곡으로 이 음반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곡이다. 달리 고향이라고 말할 것이 없는 아스팔트 킨트(Asphalt-Kind: 아스팔트만 보고 자란 도회의 고향 없는 아이들)에게 고향이란 한없이 펼쳐진 회색빛 포도와 레몬빛 가스등 사이 저 너머에 있지 않을까?

 



<Nina Simone: Don't Let Me Be Misunderstood>

그녀만의 콘트랄토 보이스(Contralto Voice)는 처음 듣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남자로 착각하게 된다. 저음의 끈끈하면서도 토속적인 음색과 마치 잔뜩 취한 술주정뱅이의 읊조리는듯한 음성은 그런 착각을 불러일으키기에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가 그녀의 음성만큼이나 착각하고 있는 것이 있다면, 재즈사에서 그녀가 차지하고 있는 위치 또한 그럴 것이다. 재즈 보컬로서 그녀의 위치는 다소 어정쩡한 것도 사실인데, 그것은 그녀가 단지 Jazz에만 국한된 활동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 사료된다. Jazz 뿐 아니라 블루스, 가스펠, 프렌치 포크에 이르기까지 아니 어떻게 보면 그녀는 Jazz 보컬이라기보다는 블루스 가수에 더 가까울지도 모른다. 이 음반에 실린 첫 곡 “Don't Let Me Be Misunderstood”는 그런 의미에서 니나 시몬의 솔직한 고백인 것이다. 있는 그대로의 니나 시몬 그 자신을 그대로 받아들여주길 바라는 그녀의 당당한 선언이기도 한 것이다.

반드시 들어봐야 할 곡으로 Ne Me Quitte Pas(If you go away)를 들 수 있는데, 정말 처절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는 곡으로 “늙은 창녀의 간절한 고백”과 같은 느낌이라 하겠다.

 



<Heartbreak: Chet Baker>

My Funny Valentine으로 너무나 잘 알려진 쳇 베이커의 수많은 “마약 구입 자금마련”으로 기획된 음반 중 하나이다. 여성의 모성을 자극하는듯한  가련한 보컬과 차갑고도 절제된 트럼펫 음색은 그를 가히 Cool Jazz 최고의 스타로 만들어 주었지만, 평생에 걸친 마약에의 끊을 수 없는 유혹은 그의 불타는 예술혼마저 잠식시켜 버리고 말았다. 게다가 1968년 샌프란시코의 거리 불량배에게 당한 린치로 인해 치아를 상실함으로써 그의 연주일생에 크나큰 타격을 받고 말았는데, 트럼펫은 입술의 진동으로 인한 진동음이 관을 통해 벨로 흘러나오게 되는 악기로 진동수를 조절하는 치아의 상실은 연주자에게 있어서는 치명적인 것이었다. 스파이크 리 감독의  영화 mo 'better blues에서 쳇 베이커의 이런 불운이 잘 묘사되어 있다.

Heartbreak는 그가 한 번에 가장 많은 돈을 긁어모아 마약을 사는 데 크게 일조한 음반으로 말 그대로 심장을 한올 한올씩 깨부셔 버린다. 멜랑콜리의 극치라면 이해가 빠를까? 비록 그 목적은 좋지 못했지만, 예술이란 그런 진탕 속에서 피는 연꽃과도 같은 것이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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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낮의 빛이 밤의 어둠의 깊이를 어찌 알랴?

written by Nietzsche


정말 좋은 것은 혼자 가져야 하는 법이다. 아무리 아름다운 것이라 할지라도 여럿이 헤집어 놓고 나뉘어 놓으면, 더럽혀지고 추해지는 법이다. 바타이유의 말을 빌리자면 아름다움은 오직 더럽혀지기 위해서 욕구되는 법인 것이다. 창녀가 비참한 까닭은 더 이상 더럽혀질 수 없기 때문이며, 그녀들에 대한 욕망에 제한이 없기 때문이다. 보들레르가 이 검은 비너스를 사랑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그러한 서글픔에 있었기 때문이리라.


처음 핀 네 장미꽃의 거룩한 제물을 꽃을 시들게 할 거센 바람에 바쳐서는 안 되는 법이다.


난 밤을 좋아한다. 밤의 침묵과 고요를 즐기며, 삶이 뻔뻔스레 드러나는 한 낮의 더러움이 싫다. 언제 들어도 좋은 것이 jazz라지만, 밤에 들어서 더욱 좋은 것이 바로 이 Jazz이다. 그리고 이 리스트는 보들레르의 <하루의 끝>이란 시에서 비롯되었으며, 이 시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이기에 여기 싣지 않는 바이다.


 

타인의 취향에 대해 뭐라 왈가불가할 생각은 없다. 다만 대중가요나 Pop, 혹은 Smooth Jazz를 즐긴다고 해서, 자신들만의 잣대로 나를 재단하는 일은 더 이상 없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부르디외는 <구별짓기>라는 책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속한 계급(계층)의 문화적, 사회적 차별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아비투스(habitus:어떤 사람으로 하여금 특정한 취향을 갖거나 행동을 하게끔 만드는 기제)를 전략적으로 이용한다.”라고 꼬집었다. 클래식보다 대중가요나 뽕짝을, 골프보다 축구를 더 좋아한다고 해서 그 사람의 가치가 변화하는가? 그건 다만 취향의 차이일 뿐인 것이다.

누가 뭐라해도 보티의 Mute Trumpet은 딱 내 취향이다. 레너드 코헨의 동명의 곡을 음울하면서도 멋진 도시적인 사운드로 편곡해 낸 보티에게 찬사를!

 




 

아마릴리스의 꽃말이 침묵이라는 것을 당신이 알고 있다면, 이 음반에 대한 당신의 이해는 더욱 깊어질 것이다. 크리스펠의 침묵에 대한 애착은 몽크의 음악적 철학과도 크게 무관하지는 않은데,

몽크는 “음악에 있어 가장 절정의 순간은 음과 음사이의 짧은 정적에 있다.”라는 말을 남긴 적이 있었다.

크리스펠은 최소한의 음들을 가급적 넓은 공간사이에 배치함으로써 각 음들이 침묵과 더불어 다중적인 의미를 띌 수 있도록 배려하면서, 확장된 공간감으로 인한 여백을 Gary Peacock, Paul Motian과의 유기적이고 창조적인 인터플레이로 메워나가고 있다.

이 음반은 최소한의 악보와 즉흥연주로만 이루어져 있는데, Free Jazz에 대한 별로 좋지 않은 인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이 음반이 창조해내는 서정적이며 정적인 미학에 푹 빠지리라 믿는다.


 

한 밤! 침대에 가만히 누워 이 음반을 듣노라면 “정말 재즈는 이러해야 한다.”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이노우에 다케히코의 "SlamDunk" 의 안 감독님 말씀을 빌려 말하자면,

 

“콜트레인은 우리 팀에 스피드와 감성을, 마일즈는 예전의 혼란을....홋홋홋...그러나 지금은 지성과 비장의 무기인 Mute Trumpet을, 체임버스는 폭발력과 리듬감을, 갈란드와 필리 조 존스가 지금껏 지탱해온 토대위에 이만큼의 재능이 더해졌네. 이것이 Miles Davis Quintet이야.”

 

우리들은 강하다! 이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이 음반에 대한 소개는...

 




“자기의 생일을 저주하는 욥과 달리 나는 내 태어난 날을 저주하지 않았다. 다만 다른 날들을 나는 온통 저주로 뒤덮었다.”라는 에밀 시오랑의 말이 절절히 가슴에 맺히는 밤이 있다면, 정말 사산아처럼 자유롭고 싶다라고 느끼는 밤이 있다면, 이 음반을 꺼내 들어라. 그런 적이 단 한번도 없다면 아예 쳐다보지도 않는 게 낫다.

 


 

콜트레인의 손꼽히는 명반이라면 ,"Giant Step" "Love Supreme"을 빼놓을 수 없지만 사실 내가 자주 듣는 콜트레인의 음반은 "Ballards" "Blue Train" "Soultrane"이다.

콜트레인의 난해하고도 현란한 코드진행은 혼을 빼놓기에는 충분하지만, 듣기에는 쉬이 피곤한 법이다. 휴식을 열렬히 기원하는 내 육체를 콜트레인의 살벌한 연주 안에 집어던지기에는 너무 가련하지 않은가? I want to talk about you나 Theme for Ernie같은 발라드 곡에서 잘 드러나는 콜트레인 특유의 아련하면서도 선명한 음색은 퇴색되어가는 흑백사진의 명암처럼 서글픈 밤에 너무나 잘 어울린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작가인 보르헤스는 시각 장애인이었다. Tete처럼 타고난 시각장애인은 아니었지만, 그는 세상을 보기 시작한 이후 서서히 시력을 잃어갔고, 그의 할머니, 아버지가 그러했던 것처럼 시각 장애인으로 죽었다. 난 보르헤스가 남긴 이 한마디가 잊혀지지 않았다.

“나는 어둠속에서 잠들고 싶습니다.”

시각 장애인들의 세계는 캄캄한 어둠속의 세계가 아니었던 것이다. 초록색과 파란색의 안개가 오랫동안 계속되는 희미한 빛의 세계가 바로 보르헤스의 세계였던 것이다. 어둠속에서 잠들 수 있다는 것! 그것은 얼마나 큰 축복인지...

1997년 우리의 곁을 영원히 떠난 Tete Montoliu가 어둠 속에서 편히 잠들 수 있기를 바라며

 난 를 이 밤에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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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i 2006-06-08 0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밤에 읽어서 더욱 좋은 페이퍼 군요. ^-^
전 재즈는 잘 모르는데, 추천하신 보티의 노래를 함 들어보고 싶어졌어요.

보르헤스 2006-06-08 0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전 한국에 내한 공연도 했다고 하더군요. 크리스 보티 꼭 한번 들어보세요 ^^
 
 전출처 : 키노 > 매니아 추천앨범 3


그 앨범들도 처음에는 닳고 닳도록 들으며 동고동락했을 터인데 지금에 와선 내가 언제 그랬냐는 듯 눈길조차 주지 않고 있다. 이번에는 한 때 연인보다 더 열렬히 사랑했던, 목숨보다 소중히 여겼던 또는 정말 명반인데 모르고 지나쳐 갔었던 앨범들을 다시 한번 살펴보도록 하자. 아마도 여기 소개하는 앨범들은 모두가 나름대로 매니아 정신에 입각해 들었던 것들일 것이다. 그 때의 그 매니아 정신을 다시 한번 펼쳐보는 것은 어떨까. 저 멀리... 저 높이...

글 / 문양미 in changgo.com
디자인 / 정미선 in changgo.com

Beatles - Revolver (Capitol, 1966)

[Rubber Soul], Abbey Road], [Sgt Pepper] 등과 함께 비틀즈의 5대 명반 중 하나로 손꼽히는 이 앨범은 비틀즈의 가장 화려했고 진보적이었던 시기를 대변해주고 있다. 케네디와 함께 60년대 영국의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꼽힌 이들의 영향력은 가히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대단한 것이었고 거기에 한 몫 단단히 한 것이 바로 이 [Revolver]이다. 비틀즈의 음악적 중반기에 놓인 이 앨범은 14곡 모두 존 레논(John Lennon)폴 매카트니(Paul McCartney), 조지 해리슨(George Harrison) 등 한 멤버에게로의 치우침 없이 멤버간의 균형 잡힌 조화가 가장 돋보인다. 또한 사운드 효과나 믹싱 부분에 있어서도 기존의 그들에게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시도와 방법론으로 완성도 높은 음악적인 면을 보여주고 있다. 시체에게 던져진 돈에서조차 세금을 내야 하는 가사로 영국 사회를 비판하는 조지의 ‘Taxman', 락과 클래식을 절묘하게 조합한 폴의 ‘Eleanor Rigby', 존의 카리스마를 돋보이게 하는 ‘I'm Only Sleeping’ 등 한 곡도 버릴 곡 없는 완성도 높은 수작이다. 비틀즈의 앨범 중 가장 독창적이며 혁신적인 역할을 한 최고의 사이키델릭 명반.

Black Sabbath - Never Say Die! (Warner, 1978)

다양한 보컬리스트들의 변화를 거쳐 온 블랙 새버쓰의 활동 당시를 크게 네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 시대는 영원히 기억될 오지 오스본(Ozzy Osbourne)의 재적 당시이며, 두 번째는 로니 제임스 디오(Ronnie James Dio) 시절, 세 번째는 이안 길런(Ian Gillan) 시절, 네 번째는 토니 아이오미(Tony Iommi)가 새롭게 이끄는 블랙 새버쓰의 모습이다. 이 중 [Never Say Die!]는 오지가 탈퇴하기 전 발표한 블랙 새버쓰 제1의 전성기에서의 마지막 앨범으로 그 의미가 더욱 깊다고 할 수 있다. 물론 [Technical Ecstasy]에서부터 음악적 혼란과 멤버간의 불화로 오지가 노래를 부르지 않겠다는 등 우여곡절 끝에 나온 앨범이긴 하지만 그래도 오지를 기억하는 사람들이라면 그 자체만으로도 기억될만한 가치가 있다고 봐도 될 것이다. 음산하고 어두웠던 초기와는 전혀 다른 사운드이긴 하지만 전작보다 화려해진 사운드와 재즈적인 어프로치는 또 다른 새로운 세계의 블랙 새버쓰를 느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에 안 드는 이들이라면 오지의 보컬이 여전함에 위안을 삼아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강렬한 락큰롤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경쾌한 느낌의 타이틀곡 ‘Never Say Die', 애절한 보컬이 인상적인 ‘Junior's Eyes’, 여전히 격렬함을 지향하고 있는 ‘Shock Wave' 등 이 앨범을 끝으로 오지의 괴기스럽고 신비스러운 보컬을 중심으로 한 제1기 블랙 새버쓰는 막을 내리게 된다.
Blur - The Great Escape (EMI, 2000)

전작 [Parklife]의 엄청난 성공(‘브릿 어워즈’에서 최우수 밴드, 앨범, 싱글, 비디오 등 4개 부문 석권)에 비해 초라하기 그지없는 5만장이라는 판매고를 올린 네 번째 앨범 [The Great Escape]는 블러 역사상 가장 참패한 앨범임과 동시에 그들을 브릿팝에서 미국적인 얼터너티브로 변화시켜준 의미 깊은 앨범이기도 하다. 하지만 수록곡들을 살펴보면 이들의 유쾌하고 톡톡 튀는 경쾌한 사운드는 전작들과 별반 차이가 없다. 싱글 ‘Country House', 'The Universal' 등에서는 관악기가 내뿜는 블러만의 쿨한 사운드를 여전히 느낄 수 있다. 데이먼 알반은 이 앨범 이후 ‘브릿팝은 죽었다’고 선언하며 노이즈 가득한 얼터너티브 사운드를 가지고 돌아와 또 한번의 전성기를 맞이한다. [The Great Escape]는 블러의 브릿팝적인 사운드가 담긴 마지막 앨범으로 그 의미를 둘 수 있을 것이다.

Gorillaz - Gorillaz(Limited Edition) (Virgin, 2001)

데이먼 알반(Damon Alban)이 주축이 된 다국적 프로젝트 밴드 고릴라즈의 첫 번째 정규앨범으로 독특함과 신선함을 주무기로 한 실험 정신이 깊게 배어있다. 일명 '카툰 밴드’답게 실명이 아닌 머독, 2D, 러쎌, 누들 등의 캐릭터명을 사용한 이들의 음악은 지금까지 들어왔던 음악들과는 많이 다른 느낌을 준다. 그렇다고 이들이 새로운 것을 창조한 것은 아니다. 락에 테크노와 힙합, 랩을 혼합하여 새롭게 만든 사운드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며 그만큼의 기대를 갖게 한다. 물론 실망한 이들도 있겠지만 그 번뜩이는 아이디어만큼은 크게 살만하다. 무엇 하나 튀지 않는 것이 없는 이 앨범에서도 가장 주된 무기는 익히 알려진 애시드재즈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는 ‘Clint Eastwood’와 ‘19-2000’으로 음악은 물론 캐릭터를 이용한 뮤직비디오 역시 압권이다. 제목 그대로 경쾌한 펑크 사운드 가득한 ‘Punk', 노이즈 가득한 일렉트로닉 사운드로 일관하고 있는 'Sound Check' 등도 색다른 재미를 준다. 앨범 수록곡 모두 보컬은 데이먼이 맡았는데 그래서인지 블러에서 들려줬던 그의 독특한 개성 역시 느낄 수 있다.

Machine Head - Supercharger (Roadrunner, 2001)


머신 헤드의 네 번째 앨범으로 그들 특유의 솔직하고 무자비한 감성으로 가득 차 있다. 판테라(Pantera)세풀투라(Sepultura)의 아류라는 수식어도 있었지만 이제 이들에게 그러한 말들은 전혀 불필요한 것들이 되버렸다. 뭐라고 하던 간에 정통 헤비메틀을 고수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인정받을만한 가치가 있는 것일 테니 말이다.(물론 [The Burning Red]에서는 하드코어적인 성향도 느낄 수 있었지만..) 이 앨범은 [Burn My Eyes], [The More Things Change], [The Burning Red]에서 보여줬던 파워에 비교해 볼 때 좀 더 단순해진 기타 리프와 멜로디를 강조한 사운드가 눈에 띈다. 초기 앨범에서의 스래쉬적인 요소나 [The Burning Red]에서의 강렬한 랩핑은 많이 사라지고 멜로디 위주의 곡들로 가득 차 있지만 그렇다고 이들이 세상과 타협을 했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이들은 여전히 소외된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하며 어둡고 무거운 것 안에서 밝음을 찾으려 한다. 그렇게 거침없이 내뱉는 단어 하나하나는 많은 사람들을 대신하여 분노를 폭발해간다. 온갖 불만을 실은 듯한 파워 있는 드럼 비트로 시작하는 ‘Bulldozer'는 듣는 그 순간 머신 헤드의 포로가 되버릴 만큼 여전히 강한 매력을 발산하며, 'White Knuckle Blackout'에서의 곡 중간 중간 롭 플린(Robb Flynn)의 개성 넘치는 랩핑 역시 그대로이며, ‘Kick You When You're Down'에서 로건 메이더(Logan Mader)의 빈자리를 채운 아루 러스터(Ahrue Luster)의 기타 사운드 역시 주목할 만 하다. 또한 'Only The Name'에서는 지금까지의 머신 헤드에게서는 들을 수 없었던 사이키델릭하면서도 아름다운 연주까지 들을 수 있으니 그야말로 머신 헤드의 모든 것이 이 앨범에 전부 들어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New Order - Republic (Qwest, 1993)

영향력 있던 밴드가 해체한 후 남은 멤버들로 인해 재결합한 밴드 중 이전의 명성을 되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밴드의 해체의 원인이 멤버 중 한 명의 자살로 인한 것이라면 더욱 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전의 명성에 뒤지지 않는 밴드가 바로 조이 디비전(Joy Division)의 잿더미 속에서 나온 뉴 오더이다. 신서사이저를 사용한 독창적인 음향, 최첨단 드럼머신의 사용 등 첨단을 달리는 그들의 사운드는 탄탄대로의 길을 열어주었다. 하지만 1990년 이들은 멤버 각자의 솔로 활동을 위해 밴드를 해체하고 만다. 이 앨범은 해체했던 밴드가 1993년 재결성되어 만든 앨범으로 이전과 같은 상업적 성공에는 미치지 못하였지만 여전히 변함없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해내는 뉴 오더의 모습을 그대로 느낄 수 있게 해준다. 밴드 해체설과 불화설 등 각종 루머에 휩싸이게 만든 [Republic]은 10년 동안 변함없는 라인업의 당시 멤버들의 일곱 번째이자 마지막인 앨범으로 여전히 변함없이 한결같은 그들의 음악을 그대로 고수하고 있다. 세련된 테크노사운드와 전자적인 요소 가득한 드럼 연주는 이 앨범의 지루함을 없애주고 있으며 더욱 모던한 느낌을 전해준다. 곡 구성이 비교적 매끄럽지 못하다는 것만 빼면 곡 하나 하나는 전혀 버릴 것 없는 수작이다. 여름에 시원하게 들을 수 있는 편안하고 댄서블한 곡들로 가득 채워져 있는데 특히 Time Changes'에서는 의외로 버나드 섬너(Bernard Sumner)의 랩핑도 들을 수 있다.

Rush - 2112 (Mercury, 1976)

완벽한 테크니션 집단에게서 오는 지루함과 무거움은 대중적인 성공을 거두기는 쉽지 않지만 러쉬는 그러한 징크스를 깨뜨린 밴드 중 하나이다. 심오한 가사와 킹 크림슨(King Crimson)레드 제플린(Led Zeppelin)을 혼합시킨 듯한 이들의 음악은 초반에는 그다지 큰 활약을 보이지 못했으나 [2112]를 발매함과 동시에 화려한 날개짓을 시작하게 된다. 앤 랜드의 소설 ‘Anthem'에 기반을 둔 미래지향적인 [2112]는 비인간적인 하이테크놀로지 사회에 대항하는 주인공에 대해 이야기하는 컨셉앨범인데 이는 이후 러쉬의 음악적 기본 바탕이 된다. 20분이 넘는 대곡 ‘2112’ 한 곡만으로도 이 앨범의 가치는 이루 말할 수 없다. 이 곡은 7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는데 광활한 우주의 적막을 깨는 강렬한 기타 연주의 ‘Overtune', 찢어질 듯한 게디 리의 보컬이 인상적인 ‘The Temple Of Syrix’, 처음으로 음악을 발견한 기쁨을 잔잔한 기타 선율로 표현하고 있는 ‘Discovery’, 오페라틱한 게디 리의 보컬이 자유자재로 독재자와 싸우는 'Presentation', 도피하는 자의 슬픔을 절규어린 목소리로 표현하는 'Oracle'과 'Soliloquy', 비장감 넘치는 기타 리프가 기계적인 느낌을 지울 수 없는 ‘Grand Finale' 등이 그것이다. 이 밖에도 동양적인 느낌 가득한 ‘A Passage To Bangkok', 편안한 듯 하면서도 휘몰아치는 강렬한 임팩트를 느낄 수 있는 연주가 끝을 알리는 'Something For Nothing' 등에서는 첫 번째 곡과는 다른 또 다른 러쉬를 느낄 수 있다. 러쉬의 앨범 중 최고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명반이다.

Sex Pistols - Never Mind The Bollocks Here's The Sex Pistols (Warner, 1977)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펑크의 시대를 몰고 온 밴드 섹스 피스톨즈의 데뷔앨범으로, 영국 정치와 사회에 대한 조소와 비난 덕분에 전 영국을 들끓게 만든 문제의 싱글 'Anachy In The U.K', 영국 왕실에 대한 비판을 담아 금지곡이 되었던 ‘God save The Queen’ 등이 담겨 있어 더욱 강력한 파급 효과를 불러일으켰다. 음악은 물론이거니와 강렬한 펑크 정신과 ‘시드와 낸시’의 독특한 사랑 역시 결코 지나칠 수 없는 (물론 1995년 재결성하긴 했지만 시드 비셔스(Sid Visious)가 죽기 전) 이들의 유일한 정규앨범이기 때문에 더욱 소장 가치를 높이고 있는데 도저히 70년대 음악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이들의 혁신적인 시도는 현재 활동하고 있는 뮤지션들에게 귀감을 줄 만하다. 진정한 펑크가 무엇인지 알고 싶다면 이 음악을 들어라.

Smashing Pumpkins - Gish (Virgin, 1991)

잘 다듬어지지 않은 듯 하면서도 그것 자체가 매력이 되는 스매싱 펌킨스의 데뷔앨범으로 사이키델릭한 기타 사운드와 담백하면서도 개성 있는 빌리 코건(Billy Corgan)의 보컬이 돋보인다. 이 앨범은 발매되자마자 모던락 차트에서 히트를 기록하지만 같은 해 발매된 너바나(Nirvana)[Nevermind]의 빛에 가려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한 불운의 앨범이다. 두 번째 앨범 [Siamese Dream]이 이들을 세계적인 밴드로 이름을 알린 계기를 마련한 좀 더 대중적인 곡들 위주라면 이 앨범은 뛰어난 음악적 완성도를 자랑하고 있다. 특히 의성어를 조합시키는 것을 좋아하는 빌리의 취향도 그대로 드러나 있는데 앨범 타이틀부터 물건을 휘두를 때 나는 소리인 'Swish', 개에게 공격하라는 신호인 'Sic'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한다. 경쾌한 드럼 비트가 곡의 시작을 알리는 ‘I Am One', 거친 기타 리프 속에 소름끼칠 정도로 오싹한 슬픔이 숨겨져 있는 'Siva', 빌리의 우울하면서도 개성 넘치는 보컬이 저절로 슬픔을 자아내는 ‘Rhinoceros’ 등 이 불운의 데뷔앨범은 시애틀 그런지와는 차별화되는 시카고 출신의 스매싱 펌킨스만의 독특하면서도 슬픈 사운드를 가득 담고 있다. 프로듀서는 너바나의 [Nevermind] 프로듀싱을 맡은 부치 빅.

Van Morrison - Astral Weeks (Warner, 1968)

기타, 드럼, 색소폰, 하모니카 등의 악기 연주는 물론 싱어송 라이터인 아일랜드의 저항시인 밴 모리슨의 명반 중 하나로 뒤늦게 발매되어 안타까움과 반가움을 동시에 전하는 앨범이다. 뛰어난 작곡 능력과 보컬, 완벽한 하모니 등 천재적인 뮤지션 밴 모리슨의 능력이 마음껏 발휘되는 이 앨범은 어쿠스틱한 포크 선율 위에 드라마틱하면서도 절제된 보컬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룬 그야말로 완성도 100%의 곡들이 담겨 있다. 제이 베리너(Jay Berliner)의 잔잔한 어쿠스틱 기타와 독특한 울림을 주는 보컬이 애절한 동명 타이틀 ‘Astral Weeks'는 빈 곳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꽉 짜여진 느낌을 주는 구성을 지니고 있으며, 'The Way Young Lovers Do'에서 존 페인(John Payne)의 플룻과 소프라노 색소폰 연주는 곡의 경쾌함을 더해준다. 이 밖의 모든 곡들이 각자의 개성이 조화를 이루어 멋지고 아름다운 곡들로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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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키노 > 매니아 추천앨범


매일 수많은 음반들이 쏟아져 나옴에 따라 음악을 듣는 우리들 역시 하루하루 거기에 따라가기가 벅찬 것이 사실이다. 신보를 구입해놓고 몇 번 듣지도 못한 채 또 다른 앨범을 들어야 하니 이야말로 원통해할 일이 아니고 무엇인가. 몇 년 전 구입한 앨범들은 새롭게 선보이는 신보들 틈바구니에서 맥도 못 추고 저 깊숙한 곳에 숨어서 당신을 노려볼지도 모른다. 제발 날 좀 한번 쳐다봐 달라고... 그 앨범들도 처음에는 닳고 닳도록 들으며 동고동락했을 터인데 지금에 와선 내가 언제 그랬냐는 듯 눈길조차 주지 않고 있다. 이번에는 한 때 연인보다 더 열렬히 사랑했던, 목숨보다 소중히 여겼던 또는 정말 명반인데 모르고 지나쳐 갔었던 앨범들을 다시 한번 살펴보도록 하자. 아마도 여기 소개하는 앨범들은 모두가 나름대로 매니아 정신에 입각해 들었던 것들일 것이다. 그 때의 그 매니아 정신을 다시 한번 펼쳐보는 것은 어떨까. 저 멀리... 저 높이...

글 / 문양미 in changgo.com
디자인 / 정미선 in changgo.com

Belle & Sebastian - The Boy With The Arab Strap (Matador , 1998)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우 출신의 8명의 멤버로 구성된 벨 앤 세바스찬의 세 번째 앨범으로 앨범 타이틀에 명시된 ‘아랍 스트랩’은 성기구의 일종. 이들은 이 앨범으로 차트 12위까지 올랐으며 브릿 어워즈에서 ‘Best Newcomer'에 오르기도 하는 등 이들을 오버그라운드로 진출하는데 한 몫 톡톡히 한 앨범이다. 초록색 바탕에 한 소년이 가슴에 화살을 맞은 앨범 자켓 역시 사람들의 입에 수없이 오르내린 부분. 전작까지의 이들이 달콤하고 아름다운 선율의 순수한 포크 사운드를 보여주었다면 이 앨범에서는 바이올린, 첼로 등 현악 스트링이 전면에 나선 챔버팝적인 성향이 강하다. 그로 인해 리더인 스튜어트 머독(Stuart Murdoch) 뿐만 아니라 멤버 전원의 색깔이 앨범에 고루 나타난 확실한 팀웍을 보여준다. 물론 벨 앤 세바스찬 특유의 맑고 아름다운 포크 사운드 안에 재치 있는 가사를 통한 시니컬하고 냉소적인 시선은 그대로 담겨 있다. 이번 앨범 역시 그들의 일상생활에서 겪는 일들을 냉소적인 시선으로 바라본 곡들로 가득 차 있다. 동명 타이틀인 ‘The Boy With The Arap Strap'은 교도소에 갖힌 친구에 대해 더럽고 악취 나는 사람이라고 표현함과 동시에 그 고립된 작은 방 안에서 고뇌하는 고독한 친구의 모습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또한 동양인에 대한 인종차별주의는 물론 타이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성적 자유로움에 대해서도 잊지 않았다. 이러한 것은 어쩌면 그들 자신에 대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들은 그렇게 가슴에 화살이 박힌 채 괴로워하고 있다. 시니컬한 표정을 지은 채 우리를 쳐다보며...

Derek & The Dominos - Layla & Other Assorted Love Songs (Plydor , 1970)

에릭 클랩튼(Eric Clapton)이 첫 번째 솔로앨범 발표 후 결성한 밴드인 데렉 앤 더 도미노스는 바비 휘트록(Bobby Whitlock, 키보드), 칼 레이들(Carl Radle, 베이스), 짐 고든(Jim Gordon, 드럼), 에릭의 막강한 라인업으로 현재까지도 사상 최대라고 불리우는 블루스앨범인 [Layla & Other Assorted Love Songs]를 발표하였다. 이 앨범은 이전에 야드버즈(Yardbirds), 크림(Cream), 블라인드 페이쓰(Blind Faith) 등에서 보여주었던 에릭의 연주와는 사뭇 다른 스타일로 미국 남부 특유의 단단함 안에서의 연주를 시도하는데 에릭과 듀언 올맨(Duan Allman)의 슬라이드 기타는 정말 환상적이다. 미국 특유의 컨츄리한 락 사운드가 돋보이는 ‘I Looked Away', 진정한 블루스의 고전이 되어버린 ‘Key To The Highway', 지미 헨드릭스(Jimi Hendrix)의 곡을 리메이크한 ‘Little wing' 등 명곡들로 가득하지만 이 앨범의 백미는 뭐니뭐니해도 ‘Layla'이다. 이 곡은 당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였던 비틀즈(Beatles)조지 해리슨(George Harrison)의 부인 패티 해리슨(Patti Harrison)에게 간접 프로포즈를 하기 위해 만든 러브송인 격이다. 서정적이고 가슴을 적시는 아름다운 멜로디의 이 곡을 듣고 있노라면 마음 한 구석이 애틋해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Doors - The Soft Parade(Remastered) (Elektra , 1969)


60년대 비틀즈와 더불어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였던 밴드 도어즈. 그들의 이름은 언제 들어도 강한 중독성을 가지고 있어 편안한 사운드로 대변되는 비틀즈와는 확연한 차이를 드러낸다. 짐 모리슨(Jim Morrison)의 깊이 있는 목소리와 레이 만자렉(Ray Manzarek)의 잔잔하면서도 가볍지 않은 키보드 선율은 도어즈 음악의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98년 라미스터링되어 재발매된 [The Soft Parade]는 도어즈의 다른 앨범들에 못 미친다는 평가도 받긴 하지만 인생의 참 맛을 알고 싶다면 이 앨범을 들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는 몽환적이고 환각적인 사운드와는 조금 거리가 있는 평범한 사운드이긴 하지만 다른 앨범들이 워낙 완성도가 뛰어나서 그렇지 전체적으로 편안함으로 일관된 또 다른 도어즈의 모습을 느낄 수 있다.

Dream Theater - Live Scenes From New York (Elektra , 2001)


흠잡을 데 없는 완벽한 사운드를 들려주는, 그래서 어찌 보면 이질감마저도 들게 만드는 드림 씨어터(Dream Theater)의 'Metropolis 2000 Tour'의 마지막 종착지인 뉴욕에서의 실황을 담은 이 앨범은 발매 전부터 미국 테러 사건의 중심지인 무역센터가 활활 타고 있는 자켓으로 인해 예언적인 역할을 했다고 할 정도로 이슈가 되었었다. 이전에 발표했던 두 장의 라이브앨범 [Live At The Marquee][Once In A Livetime]에 비교했을 때 이 라이브앨범은 보다 성숙된 그들의 모습을 느낄 수 있다. 스튜디오 녹음 때와는 달리 스스로 공연 자체를 즐기는 자유로움과 그 속에서 우러나오는 진실된 연주와 노래는 대중들과 함께 하나로 어우러져 있으며 딱딱한 긴장감을 완화시킨다. 특히 이 앨범은 3장의 Enhanced Cd로 이루어져 있어 영상 트레일러를 볼 수 있으며 99년 발표한 앨범 [Scenes From New York]에서처럼 의도적으로 컨셉 형식을 취하고 있어 일관성을 보여준다. 첫 곡 ‘Regression'에서부터 마지막까지 최면술사 켄트 브로드허스트(Kent Broadhurst)가 곡 중간 중간 나레이션을 해주며 'The Spirit Carries On'에서 12명의 가스펠 합창단과 테레사 토머슨(theresa Thomason)이 영혼으로 부르는 소울 느낌의 이 곡은 가장 아름답고 강한 인상을 남긴다.
Eels - Souljacker (Dreamworks , 2001)

무엇보다 먼저 단순한 듯 하면서도 강한 인상을 남기는 앨범 자켓이 인상적인 이 앨범은 실험성 가득하고 맛깔스러운 로 파이 사운드로 세상의 아름다움과 혼돈을 노래하는 뱀장어 일스의 네 번째 앨범임과 동시에 베이시스트 타미 월터(Tommy Walter)가 탈퇴하고 이(E, 보컬, 기타, 피아노), 존 패리쉬(John Parish, 기타), 쿨 지 머더(Cool G Murder, 베이스), 부치 노턴(Butch Norton, 드럼)의 새로운 라인업으로 재개한 첫 번째 앨범이다. 이 앨범에서 일스는 전작에서처럼 지글거리는 기타 연주와 독특하면서도 매력적인 보컬을 그대로 보여주는데, 좀 더 다채로워지고 화려해짐은 물론 기타 연주 역시 더욱 거칠어졌으며 불규칙해졌음을 느낄 수 있다. 이는 E와 공동 프로듀서로 참여한 존의 역할이 큰데 그로 인해 일스의 이 앨범은 다소 펑크락적인 면모를 보이고 있다. 물론 완전히 펑크락이라고 하기에는 E의 보컬이 너무 얌전하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일스에게 있어서 가장 큰 무기는 바로 E의 얌전한 듯 하면서도 거침없이 내뱉는 보컬이 주는 매력에 있다. 이는 첫 번째 곡 ‘Dog Faced Boy'에서부터 발산되며, 이어지는 장난스러운 보컬과 퍼커션의 조화, 지글거리는 기타 사운드의 That's Not Really Funny', 도입부부터 등장하는 현악기의 아름다운 선율과 단순함을 없애주는 드러밍에 어울리는 무미건조한 듯 하면서도 따뜻한 보컬이 포근하게 하는 Fresh Feeling' 등 앨범 곳곳에서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여러 가지 면에서 벡(Beck)과 비교되지만 결코 벡과 같을 수는 없는 일스만의 독특함을 마음껏 누릴 수 있는 광기어린 앨범이다.

Fleetwood Mac - Rumours (Reprise , 1977)


수많은 멤버 교체에도 불구하고 정말 오랜 시간동안 밴드를 유지해 오고 상업적으로도 가장 성공한 플루트우드 맥의 [Rumours]는 70년대 팝을 알고 싶은 사람에게는 필수적인 아이템으로 감히 명반이라고 말한다. 77년 각종 차트의 상위권에 랭크되고(31주 동안 차트 1위 유지) 3천만장의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엄청난 상업적인 성공과 더불어 음악성까지도 인정받는 플리트우드 맥의 최전성기 시절의 앨범이다. 밴드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했으며 수많은 블루스 기타리스트들의 우상이었던 피터 그린(Peter Green)의 아름다운 기타 선율을 들을 수 없다는 것이 한 가지 단점이긴 하지만 나머지 멤버들의 활약은 이 단점을 충분히 덮어주고도 남는다. 프론트맨의 탈퇴는 보통 팀의 와해나 해체로 이어지지만 이들의 경우는 그러한 징크스를 깨뜨린 예이다. 물론 워낙 많은 멤버가 교체되다 보니 이미 익숙해져버렸을지도 모르지만... ‘Don't Stop', 'Go You Own Way', 'Dreams', 'You Make Loving Fun' 등 히트곡들이 너무 많아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이다. 이들은 경쾌하고 화사하며 때론 몽환적이기도 한 다양한 느낌을 주는 이 앨범으로 그래미 어워즈에서 ‘올해의 앨범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Gary Moore - Ballads & Blues(1982-1994) (Charisma , 1995)


게리 무어의 블루스적인 감성이 잘 묻어나 있는 베스트앨범으로 다소 상업적이라는 평도 있지만 게리의 히트곡들을 통해 그의 음악세계를 조금이나마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한 방법으로 택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앨범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앨범에는 당시 ‘One Day', 'With Love(Remember)', 'Blue For Narada' 등 세 곡의 신곡도 포함되어 있었는데 BBC 밴드에서 함께 활동했던 잭 브루스(Jack Bruce, 베이스) 진저 베이커(Ginger Baker, 드럼)가 신곡의 작업에 참여해 앨범의 완성도를 높여주고 있다. 대중적으로 가장 큰 인기를 끌었던 ‘Still Got The Blues', 독특하면서도 마음 한 구석을 아리게 하는 고전적인 느낌의 보컬이 감각적이면서도 허무한 느낌을 주는 'Empty Rooms', 게리의 숨막히는 연주가 절정을 이루는 'Parisienne Walkways' 등 듣기 편하고 애잔한 블루스 곡들만 모아놓은 말 그대로 'Ballads & Blues'인 앨범이다.

Halford - Crucible (Metal-Is , 2002)


메틀의 신 롭 핼포드(Rob Halford)의 두 번째 솔로앨범으로 ‘노병은 죽지 않는다’고 했던 구절이 자연스럽게 떠오르게 한다. 물론 주다스 프리스트(Judas Priest) 때의 최전성기 시절에 비하겠냐마는 이 나이에 이 정도면 정말 그는 여전히 메틀의 신이라고 해도 되지 않을는지... 헤비메틀이 차츰 소멸되어 가고 있는 이 시점에서 이 앨범은 여하튼 반가움을 전한다. 결국 모든 것은 본질로 돌아간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한 예가 아닐까 싶다. 끊임없는 음악적 열정과 상업적 성공여부를 뒤로한 채 게을리 하지 않는 그의 음악적 노력과 활동, 계속되는 투어는 음악 자체를 뒤로하더라도 가히 본받을만하며 다시 한번 수많은 뮤지션들을 반성하게 만들 것이 틀림없다. 이번 앨범은 마이크 클래치악(Mike Chlasciak, 기타), 패트릭 라흐만(Patric Lachman, 기타), 레이 리엔도(Ray Riendeau, 베이스), 바비 자좀벡(Bobby Jarzombek , 드럼)의 라인업을 갖추고 만들었다. 그는 결코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았으며 강렬한 파워를 자랑하는 그의 폭발적인 목소리는 강하다 못해 살벌할 정도이다. 다소 스피드가 줄어들긴 했지만 육십을 바라보는 나이에서 그 정도는 충분히 이해할 만하지 않을까. 동명 타이틀곡으로 롭의 폭발력을 그대로 확인할 수 있는 보컬과 바비의 파워 드럼이 여전한 ‘Crucible', 미드템포와 다소 약한 듯 한 느낌이 또 다른 편안함을 주는 ‘Crystal', 테크니컬한 롭의 보컬을 느낄 수 있는 ‘Betrayal' 등이 추천 트랙이다.

Nine Inch Nails - Broken (Nothing/Inters , 1992)

나인 인치 네일스의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던 EP로 가장 강렬한 인더스트리얼 사운드를 내뿜는 앨범이다. 트렌트 레즈너(Trent Reznor) 혼자서 모든 작업을 해내는 그의 천재성은 물론 이 앨범에서도 그대로 나타나는데, 메틀, 펑크, 힙합, 테크노 사운드를 하나로 버무리는 것이 아닌 완전히 자기만의 색깔로 새롭게 재창조해내는 그의 능력은 가히 천재적이라고 할 수 있다. EP임에도 정규 앨범보다 더욱 더 소장 가치를 높이고 있는 이 앨범은 첫 곡 ‘pinoin'에서부터 심상치 않음을 보여준다. 이는 이 앨범 최고의 히트곡 'Wish'에 이르면 더욱 강렬한 임팩트를 내뱉으며 온몸의 세포를 쭈삣쭈삣하게 세워놓는데 이 긴장감에서 절대 벗어날 수 없게 만드는 집중력을 내포하고 있다. 절대 단순하지 않은 곡 구성은 결코 지루함이라는 걸 생각지 않게 하며 노이지한 기타 사운드와 질주하는 듯 한 드러밍, 무언가를 파괴하는 듯한 보컬은 가히 폭발력을 가지며 신선한 자극을 준다. 이어지는 곡 ‘Last’에서 역시 거칠고 노이즈 가득한 기타 리프가 인상적이며, 어쿠스틱한 사운드의 기타 연주를 들려주는 ‘Help Me I Am In Hell'에 이어 또 다른 히트곡 ‘Happiness In Slavery'에 이르면 가학적인 제목과 노랫말처럼 사운드 역시 가학적 사운드의 극단을 보여준다. 인간의 몸뚱아리가 가루로 되어가는 과정을 묘사한 이 곡의 뮤직비디오 역시 압권이다. 총 6곡 이외에도 이 앨범에는 ‘Physical’, 'Suck' 등 두 곡의 히든 트랙이 숨겨져 있어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Pink Floyd - The Wall (Capitol , 1979)


아마도 명반이 가장 많은 밴드를 꼽으라면 주저 없이 핑크 플로이드를 선택할 것이다. 지금 이야기하는 [The Wall]은 물론 [Ummagumma], [Dark Side Of The Moon], [Wish You Were Here] 등 아마도 핑크 플로이드의 앨범은 대부분이 명반이 아닐까 한다. 그만큼 어떤 앨범을 선택하더라도 후회는 하지 않을 거라는 이야기이다. 핑크 플로이드가 다른 뮤지션과 대비되는 것은 바로 방대한 구성의 컨셉 앨범의 완성도가 뛰어나다는 것과 음의 공간적인 측면을 아주 잘 활용한다는 것이다. 그들의 음악에는 바로 거대한 공간과 그 공간이 여백의 미가 존재한다. 이를 음향학적으로 표현해낸다. 단순히 음악이라기보다는 광범위한 종합예술이라고 할 수 있다. [The Wall]은 진정한 종합예술의 미학을 가르쳐준 앨범으로 [Dark Side Of The Moon]과 함께 핑크 플로이드 최대의 히트작으로 나중에 영화로도 제작된 로저 워터스(Roger Waters)의 경험들을 바탕으로 한 나르시스적인 대작이다. 가사와 함께 순서대로 음미해야 그 의미를 제대로 간파할 수 있는 이 앨범은 ‘핑크’라는 인물로 대변되어 이야기를 시작하는데 2차 세계대전에서 전사한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어린 시절, 형식화된 제도 교육 속에서 괴로워하는 학창 시절, 불행한 결혼 생활, 락스타로서의 성공 뒤에 오는 허탈감과 단절감 등을 한 편의 서사시로 보여준다. 인간의 고독과 절망, 기계화 된 시대의 인간 소외, 교육제도의 모순 등 이 앨범은 1970년대 발매되었음에도 불구하고 2000년대인 지금도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펼쳐놓는다. 유력한 음악 잡지 ‘롤링스톤지가 선정한 세계의 명반 10’에도 선정된 적이 있다.

Rage Against The Machine - Rage Against The Machine (Epic , 1992)


잭 데 라 로차(Zack De La Rocha)가 밴드에서 탈퇴한 후 잔여 멤버들과 크리스 코넬이 오디오 슬레이브(Audio Slave)라는 이름으로 현재 새로운 활동을 재개하고 있지만 역시나 이전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의 파워에는 못 미치는 것이 사실이다. 이 앨범은 잭 데 라 로차의 무서울 정도로 내지르는 보컬과 신기어린 독특한 스타일의 탐 모렐로(Tom Morello)의 기타 연주가 돋보이는 가장 그들다운 사운드의 데뷔앨범이다. 분신자살하는 승려의 모습이 그려진 자켓에서부터 이들이 무언가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것은 바로 밴드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기계에 대한 분노와 미국의 문화적 제국주의와 기존 체제에 대한 반발이며 정부의 억압에 반항하는 좌익주의적인 외침이다. 부클릿에 타이틀 ‘Killing In The Name'의 가사가 삽입되지 않은 것도 이러한 기계에 대한 분노 때문이다. 솔직하고 거침없는 발언과 행동으로 비난과 환호를 동시에 받은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에 대한 그리움은 아직까지도 남아있다. 그러한 그리움을 다시 한번 그들의 영광을 재현해 줄 이 음악을 통해서 느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흑인 인권운동가인 말콤 엑스와 마틴 루터 킹 목사를 언급하면서 억압받는 사람들의 고통을 대변하며 개혁을 선언하는 ‘Wake Up', 인디언 인권 운동가인 레오나드 펄셔를 통해 겁 없이 체재 위협적인 발언을 해대는 'Freedom' 등 그들의 명성을 유지하게 해준 음악들과 함께 말이다.

Radiohead -Pablo Honey (Capitol , 1993)


2000년 온갖 난해한 것들로 가득 차 있는 [Kid A]라디오헤드가 싫다면, 아니 아무리 익숙해지려고 듣고 또 들어도 전혀 다가갈 수가 없는 사람들이라면 다시 한번 그들의 데뷔 앨범 [Pablo Honey]를 듣고 그들의 노선과 음악적 방향성을 되짚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처음 영국에서 발매 당시에는 전혀 누구하나 거들떠도 보지 않던 이 앨범이 리믹스되어 재발매되면서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적으로 커다란 인기를 얻게 되자 비로소 영국에서도 발매가 된, 자국인 영국보다 미국에서 훨씬 많은 인기와 음악성을 인정받은 라디오헤드와 그들의 앨범. 너바나(Nirvana)의 ‘Smells Like Teen Spirit'과 맞먹을 정도로 큰 인기를 구가하는 것은 물론 전세계의 젊은이들에게 새로운 세계를 보여주며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중독성 강한 타이틀 ‘Creep' 하나만으로도 이 앨범의 가치는 몇 배에 달한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이젠 너무 지겹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초기의 라디오헤드를 그리워하는 이라면 한번 쯤 다시 들어보는 것도 이 가을에 어울리는 좋은 선택이 되지 않을까 한다. 처절할 정도로 동정심을 유발시키는 절규 어린 탐 요크(Tom Yoke)의 보컬과 잘 다듬어지지 않은 듯한 거친 기타 톤이 쓸쓸한 가을을 더욱 애절하게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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