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설스러움(OBSCENE)


내 사랑은 “창녀들의 요란한 웃음소리를 들으며... 자신을 음란하고도 벌거벗은 제물로 만드는 황홀감에 사로잡혀 장엄하고도 악취 풍기는 사정(射精)의 끔찍한 소리를 지르며 전율하는 놀라운 감수성의 성적 기관이다.(조르쥬 바타이유)


추천하는 Jazz Standards




I've Got you under your skin


재즈의 어원이 jive와 ass의 결합으로 이루어진 단어로 여자의 성기를 의미한다는 설이 있기도 하지만 그런 것을 접어두고서라도 이 곡만큼 외설스러운 곡이 있을까 싶다.

있다면 나에게 살짝궁 귀띔해 주시길...


추천하는 음반으로는 Diana Krall의 와 Stan getz quartets의 동명의 음반.

개인적으로 남성분들은 반드시 Diana Krall의 음반을 선택하시길. 그녀의 멋진 외모는 이 곡을 더할 나이 없이 황홀하게 만든다는 점을 반드시 참조하시길 바라며...

여성분들은 당연히 스탄 겟츠의 음반을 흐흐 녹습니다 마구


깨어남(REVEIL)


서글픈 깨어남, 마음이 찢어지는 듯한(다정함으로) 깨어남, 텅 빈 깨어남, 순진한 깨어남, 까닭 모를 불안한 깨어남(“그러자 갑자기 그의 불행이 생각 속에서 명백해 졌다. 사람은 고통으로는 죽지 않는다. 그렇지 않다면 나는 이 순간에 벌써 죽어 있었을 것이다.”)


추천하는 Jazz Standards

 




Falling in love with love


열풍과도 같았던 사랑의 시기가 지나게 되면, 우리는 다시 본질을 탐구하게 된다. 내가 사랑한 것이 그/그녀 였는지 아니면 사랑 그 자체를 갈구한 것에 지나지 않았는지를 말이다.

이 곡의 가사처럼

사랑을 사랑하는 것은 자기를 속이는 일이요 어리석은 자의 놀음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순간의 쾌락을 위해서 혹은 무언가에 의지하고 싶어서 사랑의 감정을 잠시 빌려온 것이라면 이제 그 사랑을 서서히 잃어가는 것도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지도 모르겠지.


추천하는 음반은 Helen Merrill과 Clifford Brown의 멋진 협연이 돋보이는 Helen Merrill with Clifford Brown을 최고의 선택으로 꼽을 수 있다. 차선으로는 Sarah vaughan의 Sings the Standards를 연주 음반으로는 Hank Mobley가 발군의 실력을 과시한 동명의 음반을 들 수 있겠다. Bill evans의 연주 또한 상당히 매력적이고 기교 또한 흠잡을데 없지만, 그의 음악은 너무 청량하다고나 할까 왠지 이 곡에는 어울리지 않는 듯 해서 PASS! 


질투(JALOUSIE)


질투하는 사람으로 나는 네 번 괴로워한다. 질투하기 때문에 괴로워하며, 질투한다는 사실에 대해 자신을 비난하기 때문에 괴로워하며, 내 질투가 그 사람을 아프게 할까 봐 괴로워하며, 통속적인 것의 노예가 된 자신에 대해 괴로워한다. 나는 자신이 배타적인, 공격적인, 미치광이 같은, 상투적인 사람이라는 데 대해 괴로워하는 것이다.


추천하는 Jazz Standards

 




My Foolish Heart


진화심리학자 데이비드 버스의 <위험한 열정, 질투>라는 책에서는 사랑하는 사람을 파괴할 정도로 극단적인 질투를 오셀로 증후군이라 부른다. 세익스피어의 4대비극중 하나인 오셀로에서 따온 이 병명은 전체 살인 사건의 13퍼센트가 배우자 살해이며, 그 주된 원인이 질투에 있다는 것을 주목하면서 더욱 알려졌다. 지나친 질투는 대단히 파괴적이고, 비극적이지만 적절한 질투는 헌신적 관계의 특징이라는 점을 이 진화심리학자는 질투라는 감정을 통해 역설하고 있는 것이다.


추천하는 음반으로는 Bill Evans trio의 "Waltz for Debby"가 최고의 선택이다. 재즈계의 쇼팽이라 불리는 빌 에반스의 명징하고도 청량한 피아노 터치, 드럼의 폴 모션, 비운의 천재 베이시스트였던 스콧 라파로! 이 세 명이 빚어내는 interplay는 과히 피아노 트리오의 최고봉이라 할 수 있다.

보컬 곡으로는 얼마 전 소개했던 Carol Sloane! 농후하면서도 밀도 높은 그녀의 목소리는 여성재즈보컬이 재즈에서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주었다!


언쟁(SCENE)과 마귀(DEMON)


나는 내게 상처를 줄 수 있는 이미지들(질투, 버려짐, 수치심)을 연신 떠올리면서 스스로를 자해하려 하며, 천국으로부터 추방하려 한다. 이렇게 하여 열려진 상처를, 다를 상처가 내도하여 그것을 잊어버리게 할 때까지 다른 이미지들로 양분을 주고 부양한다.


추천하는 Jazz Standards

 




Love me or Leave me


I want your love

don't want to borrow

to have it, today

give it back, tomorrow

your love is my love

there's no love for nobody else


나는 당신의 사랑을 원해요

하지만 애걸하는 사랑은 싫어요.

오늘은 갖고 놀다가

내일은 돌려주는 사랑 따윈 싫어요.

당신의 사랑은 나의 사랑

다른 누구의 사랑도 아니에요


love me or leave me

let me be lonely


날 사랑하든지 아님 떠나세요.

나를 혼자 있게 두세요.


추천하는 음반으로는 역시 사랑하면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사람. 바로 빌리 할리데이다. 그녀의 목소리가 처음부터 husky한 것은 아니었다. 고통스럽고 굴곡 많은 삶이 그녀로 하여금 허스키하지만 보석처럼 빛나는 “빌리 할리데이”만의 목소리를 만들어 주었다. 연주 음반으로는 Miles Davis의 Walkin'이 최고의 선택일 듯. Miles Davis를 필두로 J.J. Johnson, Lucky Thompson, Dave Schildkraut, Horace Silver, Percy Heath, Kenny Clarke 등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막강한 라인업을 구축하여, 완벽하리만치 소름끼친 연주를 들려준다.


파국(CATASTROPHE)


내 모든 육신은 뻣뻣해지며 뒤틀린다. 날카롭고도 차가운 섬광 같은 순간에 나는 내게 선고된 파멸을 본다. 그것은 힘든 사랑의 예의 바르고도 은근한 우울증과는 무관한, 버림받은 주체의 전율과도 전혀 관계가 없는 것이다. 나는 울적하지 않다. 전혀 울적하지 않다. 그것은 파국처럼이나 분명한 것이다.

“난 끝장난 것이다!”


추천하는 Jazz Standards

 



I Cried For You


이 곡은 빌리 할리데이에 많은 부분을 빚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곡이 재즈 스탠더드로써 확고한 위치를 구축하게 된 것은 빌리 할리데이가 이 곡을 여러 차례에 걸쳐 부르고, 수많은 녹음을 남겼기 때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하지만 이 곡의 추천음반으로는 빌리 할리데이의 것을 들고는 싶지는 않은 데, 그녀의 곡은 마치 차가운 서리가 잔뜩 서려 서늘한 한기마저 품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당신 때문에 울었죠, 이번은 당신이 나를 위해 울 차례에요.” 라는 가사는 얼핏 들으면 ‘빌리 할리데이’식의  곡 해석이 분명 자연스러운 것일 테지만, 이 곡의 내면에는 단순히 버림받은 여자의 처절한 恨만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이미 뒤틀리고 어긋나버린 지나간 사랑의 후회가 아닌 한땐 너무나도 소중하고 아름다웠던 옛사랑의 노스탤지어를 이 곡은 함께 안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보다는 Ella Fitzgerald의 서글프고 애절한 I Cried for you 가 내 정서에는 더욱 맞다.


별은 빛나건만(E LUCEVAN LE STELLE)


“별은 빛나고 있었다.” 그러나 그 행복은 결코 그대로는 돌아오지 않는다. 건망증은 내 마음을 충족시켜 주고, 또 아프게 한다.


추천하는 Jazz Standards

 




"별은 빛나건만"은 푸치니의 3대 오페라중 하나인 토스카의 주옥같은 아리아 중 백미로 뽑힌다. 아직 들어보지 않으신 분들은 한번 들어보시는 것도 괜찮을 듯.. 빅토르 데 사바타 지휘로 마리아 칼라스가 토스카로 분한 1952년도 녹음이 명반으로 잘 알려져 있다. 특히 쥬세페 디 스테파노가 부르는 “별은 빛나건만”은 헐! 천의무봉의 경지이다.


각설하고 재즈 스탠더드 곡으로 아마 Stardust만큼 이 곡에 잘 어울리는 곡이 있을까? stardust를 작곡한 호기 카마이클은 어쩌면 엘리트 코스라고 할 수 있었던 인디애나 대학의 법학과를 다니던 중에 파멸적인 성격의 재즈 뮤지션 빅스 바이더벡을 만나 의기투합해 다니던 학교를 그만두고, 자신도 본격적인 재즈 뮤지션의 길을 걷게 된다. 그런 낭만적인 성격의 소유자였던 그가 결혼이 허가되지 않던 학생 시절 연인의 모습을 보고 하늘의 별을 보며 흥얼거리던 멜로디가 그대로 stardust가 되었던 것이다.


추천하는 음반으로는 Clifford Brown with Strings와 Lester Young with Oscar Peterson Trio다. 우리의 사랑은 처음 무렵에는 입맞춤 하나하나가 영감이었지만, 그것은 이미 지난 일이고 지금 나의 위안은 노래의 별똥 속에 있다라는 내용의 가사처럼 이 곡의 매력은 씁쓸하면서도 은은한 여운을 얼마나 오랫동안 잡아주느냐가 관건인데 두 음반 모두 테크닉과 감성 어느 면으로도 절정의 경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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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6-10-22 0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르헤스님, 햇살 밝은 일요일 아침입니다.^^ 좋은 글 담아가도 되겠지요. 감사합니다.

하이드 2006-10-22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아침에 눈뜨자마자 추천하고 담아가요. 아래글도요.
'사랑의 단상' 선물 받아서 앞에 몇장 읽다가 재미없어서 던져버렸는데, 슬그머니 찾으러 갑니다.

2006-10-22 11: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리스 2006-10-22 1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도 추천하고 담아갑니다앙~

보르헤스 2006-10-22 1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들 추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꾸벅
 

 

이 Paper는 얼마 전 퍼니핑크님과 주고 받았던 리플이 그 시금석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재즈를 공시적, 통시적으로 접근한다는 것은 나의 일천한 지식이나 경험으로 미루어 볼 때 절대 무리인 듯 싶고,

아주 좁은 범위의 경험에만 한정한다면 “아마 가능할지도 모르겠다.”라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분명 낙서 수준의 글이 될 것임에는 분명한 일지만...


사랑에 대한 담론을 주제로 삼되, 텍스트는 롤랑 바르트(Rorand Barthes)의 <사랑의 단상:Fragment d'un discours amoureux>만을 참조하는 바이다.


황홀(RAVISSEMENT)


첫눈에 반한다는 것은 최면이다. 나는 한 이미지에 매혹된다.

마치 소크라테스에 의해 메논이 그랬던 것처럼 처음에는 흔들리고, 충전되고, 얼떨떨해지고, 뒤집히고, 마비된다. (키르허)


누군가 사랑하기로 결심했다는 소리를 들으면 우리는 놀라게 된다.

 마치 카탈로니아 총독의 궁전에서 플로리다를 만난 아마두르가 “그녀를 오랫동안 쳐다본 후, 마침내 그녀를 사랑하기로 결심했던 것처럼.” 뭐라고요? 나는 내가 미치광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심의하고 결정해야 한단 말인가요(그렇다면 사랑은 내가 원하는 그 광기인가요?)


추천하는 Jazz Standards




Fever: 페기 리(Peggy lee)에 의해 1958년에 처음 취입된 곡으로  데이븐 포트에 의해 작사된 가사가 너무나도 재미있다. 가사의 한 부분을 발췌해서 실어보면


Everybody's got the fever, that is something you all know

모든 사람은 누구나 한번씩은 열병에 걸리지


Fever isn't such a new thing, fever started long ago.

열병은 새로운 것은 아니야, 열병은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지.


Romeo loved Juliet, Juliet she felt the same

로미오가 줄리엣을 사랑했을 때, 줄리엣은 그 열병이란 것을 앓았지


When he put his arms around her, he said "Julie baby you're my flame

로미오가 그녀를 안았을 때, 그는 “줄리엣, 당신은 나의 열정적인 사랑”이라고 말했다네.


최근엔 Michael Buble에 의해 다시 불리워지긴 했지만(Michael Buble/WEA), 그의 느끼한 음색을 무지 싫어하는 나로서는 그다지 추천하고 싶진 않은 음반이다. 차라리 다이아나 로스의 Lady Sing The Blues를 한 번 들어보시길...


예속(DEPENDANCE)


사랑의 예속 관계란 역학은 아무 근거도 없는 하찮은 것을 요구한다. 왜냐하면 순수 상태에서의 예속이란 지극히 가소로운 상황에서 터트려져야 하며, 또 소심증으로 고백하기 어려운 것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전화를 기다린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지나치게 투박한 예속이다.


추천하는 Jazz Standards




I Don't Know Why (I just do)


프랭크 시나트라가 부름으로써 비로소 Jazz Standards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게 된 스윙감이 찰찰 넘치는 매력적인 곡이다. ‘당신을 사랑하지만 그 이유를 알 수 없고, 내가 왜 이러는지도 알 수 없다.’라는 사랑에 빠진 귀여운 철부지 소녀의 고백과도 같은 가사가 저절로 미소를 짓게 만든다.


음반으로는 역시 시나트라의 중후하고도 호소력있는 목소리가 매력인 “The Voice" 음반!

차선이라면 Nat king cole의 베스트 음반이랄까...


광인(FOU)


사랑하는 사람은 자신이 미쳤거나 미쳐가고 있다는 생각에 자주 사로잡힌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모두 미친 사람이라고 사람들은 생각한다. 그러나 사랑에 빠진 광인을 상상할 수 있을까?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나는 다만 초라한, 불완전한, 은유적인 광기만을 가질 권리가 있다.


추천하는 Jazz Standards


Crazy she calls me



100년에 이르는 재즈사에서 사랑하면 빼놓을 수 없는 아티스트들이 누가 있을까?

 

우선 빌리 할리데이를 빼놓을 수 없겠고, (바람을 피우고는 뻔뻔스레 변명을 늘어놓는 남편 지미 몬로에게 Don't explain이라는 멋진 명곡을 선사한) 순애보로 잘 알려진 클리포드 브라운(임신한 아내를 보기위해 무리하여 빗길을 운전하다, 절벽에 추락해 사망한),그리고 비장의 무기인 Mute Trumpet으로 수많은 여성의 애간장을 무참하게 녹여버린 쳇 베이커를 들 수 있겠다.

 

이 세 사람 모두 이 곡을 부르거나 혹은 연주했으니까 취향에 맞게 아무나 한 명 골라서 들어보면 ‘당신이 사랑에 빠져 미쳐있다.’라는 사실이 그다지 부끄럽게 여겨지지는 않을 듯하다. 정말 사랑에 빠져 미치는 것은 어찌 보면 매 계절마다 스쳐지나가는 독감과도 같은 것이니까 말이다.

 

나의 첫번째 선택으로 쳇 베이커의 Baker's Holiday 를 선정한 이유는 쳇 베이커가 빌리 할리데이에게 헌정하는 의미로 취입한 음반이라서 더 애정이 간다라는 단순하기 그지 없는 이유로..


난 널 사랑해(JE-T-AIME)


수없이 말해졌음에도 불구하고 “난 널 사랑해”는 사전 밖에 있다.

그것은 그 정의가 명칭을 초과할 수 없는 그런 말이다.


추천하는 Jazz Standards

 



Love Letters


이 곡을 듣고 있노라면 항상 영화 Blue Velvet이 떠오른다. 블루벨벳은 <무방비 도시 open city>와 <전화의 저편 Paisan>으로 일약 네오리얼리즘 거장으로 떠오른 로베르토 로셀리니와 당대 최고의 탑스타였던 잉그리드 버그만(그녀는 당시 아이를 둔 유부녀였다)과의 광풍과도 같았던 열정의 결과로 태어난 “미녀” 이사벨라 로셀리니의 고혹적 매력이 잘 드러난 영화로 Love Letters는 블루벨벳에 실린 OST중 한 곡이었다.


가사를 잠시 살펴보면


Love letters straight from your heart

Keep us so near while apart

I'm not alone in the night

when I can have all the love you write


당신의 마음으로부터 나에게 바로 배달되어온 사랑의 편지는

비록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당신을 가깝게 느끼게 해준답니다.

편지에 쓰인 당신의 사랑을 느낄 때

전 한 밤에도 더 이상 고독하지 않답니다.


I memorize ev'ry line

I kiss the name that you sign

and darling

then I read again night from the start

love letters straight from your heart


난 편지에 쓰인 모든 문장들을 다 외우고

당신이 사인해 놓은 그 이름에 입을 맞춥니다.

그리고 내 사랑

나는 다시 처음부터 그 편지를 다시 읽기 시작해요

당신의 마음으로부터 바로 배달되어온 그 사랑의 편지를


사랑하는 사람에게 연애편지 한 번 써보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분명 그 사람의 사랑은 무언가가 비틀어지고 상실되어 있을 것이다. 난 그렇게 확신하는 바이다.


충족(COMBLEMENT)


... 그리하여 마침내 “욕망이 엿보게 했던 가능성을 쾌락이 초월하는 그런 상태를 알게 된다.” 그것은 기적이다. 모든 만족감을 뒤로 한 채, 과음이나 포식도 하지 않은 채 나는 포만의 한계를 넘어서서, 역겨움, 구역질, 취기 대신에 일치(coincidence)를 발견하게 된다....


추천하는 Jazz Standards

 



Fly Me To The Moon


바트 호와트에 의해 1954년에 의해 처음 작곡될 당시에는 "In other words"라는 다소 생뚱맞은 곡목으로 인해 그리 큰 빛을 발하진 못했던 곡이었다. 하지만 조 하넬이 지금의 곡명으로 제목을 바꿔단 이후 이 곡은 재즈 스탠더드의 불멸의 명곡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너무나도 많은 뮤지션들이 이 곡을 다투어 부름으로써 또 그 만큼의 좋은 버전들이 무수히 많이 있다. 기억나는 명 버전으로는 줄리 런던, 치에 아야도, 사라 본, 다이아나 크롤 등등.. (그러고 보니 다들 여성 보컬들 곡뿐이군.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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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스 2006-10-22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글을 올리시고 낙서 수준의 글.. 운운 하시다닛! 겸손도 지나치면 죄여요. (어머, 정말?) ㅋㅋ 추천 누르고 퍼갑니다.
 

 

그대, 내 어린 소녀여

어떤 노래보다 더 나은 그대여

영원히 노래로 불려지거나 말해질 그대여

그대는 살아있는 시요,

그리고 나머지 모든 것들은 죽은 것이리라.


Written by Dante Alighieri


누군가에게 읽혀질 글을 쓸 땐, 마치 발가벗겨진 채, 무수한 사람이 오가는 번화가 한복판에 우두커니 세워진 듯 한 느낌이 종종 들곤 한다. 게다가 자신의 변변치 못한 취향을 고백하게 될 때는 지나가는 행인에게 싸대기라도 한 대 맞은 듯 얼얼하고 부끄럽기 그지없다.


하지만 수줍은 내 취향을 공감해주고 자신도 좋아한다고 말해줄 때면, ‘사랑하는 사람은 고독한 법이다.’라는 말이 여름 햇살아래의 안개처럼 어느새 사라져버리고, 정말 어린아이처럼 마냥 들떠서 몇 시간이고 떠들어 대곤 한다.


내 마음을 한순간에 사로잡아 버린 두 어린 소녀(지금은 두 사람 모두 어리다곤 볼 수 없게 되었지만)에 대해 지금 말하고자 한다.


Lisa Ekdahl

 



 


19세의 나이로 Peter Nordahl Trio의 재즈 보컬로 처음 활동을 시작한 그녀는 사실상 재즈보컬로 보긴 힘든 면이 많다. 으레 Jazz Vocal이라면 떠올리기 쉬운 다소 Husky하고 중성적이며, 하드한 목소리를 지닌 것이 아닌 가냘프고, 여리디 여린 다소 불안정한 음색을 그녀는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그녀가 Jazz Standards를 부른다? 어쩌면 무모한 모험에 지나지 않았을지도 모르지만, 다행히 그녀는 당당히 성공을 거두었고, 23살의 어린나이에 스칸디나비아 최고의 가수로 평가받게 된다. 그녀의 약점일 수도 있는 가냘프고 소녀적인 다소 미성숙한 음색은 재즈를 통해 정감있고, 편안하며, 호소력있는 아주 매력적인 목소리로 변화했다. 그녀의 I don't miss you anymore를 한번 들어보라!


I don't miss you anymore

Unless the moonlight's grey

Or on a stogy night

I just might miss you

A little bit


그녀의 간절한 호소를 당당히 거부할 만한 강심장을 소유하고 있는 남성은 그리 많지 않으리라 확신하는 바이다.



Carol Sloane

 



 


캐롤 슬론? 그게 누구야? 하는 분들이 많을 듯 싶다. 사실상 그녀는 무명에 가까웠으니까. 모든 것이 너무나도 쉽게 잊혀져 버리는 오늘날 30년 가까이 그녀를 기억해 주리라곤 그녀 자신도 몰랐을테니까. 그녀는 14살의 아주 어린나이에서부터 전문적으로 노래를 시작했고, 1961년 Newport Jazz Festival에서 강인한 인상과 함께 화려한 신고식을 치렀다. 이를 계기로 Columbia에서 2장의 음반을 내기도 했으나, 그녀의 이런 시도는 불행히도 성공하지 못했고, 1977년에 이르기까지 단 한 장의 음반도 녹음할 수 없었다. 아리따웠던 24살의 Carol Sloane은 어느새 40세의 넉넉하고 푸근한 인상의 주부가 되어있었지만, 그래도 아직도 여전히 그녀를 기억해주는 사람이 있었다. 그건 그녀의 고향도 아닌 머나먼 타국, 바로 일본에서의 부름이었다. (이런 부분에선 정말 일본의 문화저변에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다. Art Blakey, Eddie Higgins, Sir Rolland Hanna... 얼마나 많은 잊혀진  재즈 뮤지션들이 일본에서 부활의 날개짓을 했던가!)


개인적으론 Jazz를 들을 땐 맥주가 제격이란 생각은 여전히 변함없지만, 가끔씩 여성 재즈 보컬의 목소리를 들을 때면 와인 생각이 절로 난다.


굳이 두 사람을 와인으로 비유하자면 리사 엑달은 보졸레 누보(Beaujolais Nouveau), 캐롤 슬론은 샤토 라투르(Chateau Latour)라 할 수 있지 않을까. 보졸레가 가볍고, 어리며 친근하면서, 자유롭고 화려한 생동감을 느낄 수 있는 와인이라면, 샤토 라투르는 처음엔 시고 떫지만 세월이 흘러감에 따라 자연히 숙성되어 강렬하면서도 우아한, 황홀한 맛을 가지게 되는 장기숙성와인이라 하겠다.


얼마 전 1961년산 샤토 라투르가 경매에서 1병에 560만원에 팔렸다는 기사를 읽었다. 캐롤 슬론은 1961년에 뉴포트 재즈 페스티벌에 서는 영광을 잠시 누렸지만 30년 가까운 세월을 무명으로 보내야 했다. 하지만 30년의 오랜 인내를 거쳐 세상에서 가장 값비싼 와인으로 성숙되는 샤토 라투르처럼 캐롤 슬론의 발걸음도 이제 시작이다.

 

PS> 음악이 연달아 나오니까 밑에껀 꺼두시고 하나씩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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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6-10-13 14: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집에가서 조용히 감상할께요.

보르헤스 2006-10-13 1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넹 하이드님 오랜만이네요 ^^
 



Chill October

 

 

인간이 진실로 혼자인 경우는 드물다.

우리가 사회를 떠나 고독 속에 살듯이 이젠 고독을 떠날 필요가 있다.

Written by Ralph Waldo Emerson

 

하늘을 본지가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오랜만에 본 하늘은, 너무 시리도록 파래서 마치 금방이라도 깨어져 부서져 내릴 듯한, 그래 살 얼음판 같았다.

 

 

 

 

 

 

 

 

If you should go skating

On the thin ice of modern life

 

현대인의 삶이란 살 얼음판 위를 넌 스케이팅을 하며 지나 가야만 해

 

Dragging behind you the silent reproach

Of a million tear stained eyes

 

눈물에 젖은 수많은 시선들이 널 비난하듯, 그렇게 소리 없이 널 잡아 끌겠지

 

Don't be surprised when a crack in the ice

Appears under your feet

 

발 아래에서 얼음이 깨어져 나가도 너무 놀라지는 마!

 

You slip out of your depth and out of your mind

With your fear flowing out behind you

As your claw the thin ice

 

공포가 너를 엄습할수록 너의 몸과 마음은 끝없이 가라앉기만 하겠지.

움켜쥐어도 부셔져 나갈 뿐인 그 살 얼음판 밑에서

 

핑크 플로이드가 이 곡을 작곡했을 당시 그는 아마도 나와 같은 하늘을 보았을 것이리라.  아니 분명 그랬을 것이라는 확신이 내심 드는 아프도록 시린 하늘이었다.

 

다시 걸었다. 걷고 멈추었다 그리곤 다시 걷고, 또 하늘을 쳐다보고……

 

그러다 몇몇 사람들의 얼굴이 스치듯 떠올랐다.

처음엔 전화번호부에서 이름들이 지워지고, 그 다음엔 흔적들이, 마침내는 기억에서조차 희미해져 버린 그들과의 추억들이 하나씩 하나씩 시리도록 푸른 하늘과 함께 서서히 떠올랐다.

 

때로는 오해로 인해, 혹은 몰이해로 인해, 아니면 배신으로 인해 어느새 그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나에게서 강탈되어버린 존재들.

 

살얼음판 같은 현대인의 삶 속에서 내 발 밑의 얼음이 깨어져 나가버리면 잡아 줄 수 있는 것은 오직 그들의 손 뿐일텐대, 비록 내 손을 잡아주진 못하더라도 나를 기억해 줄 수 있는 것은 바로 그 사람들 뿐인데……

 

용서할 수 없었던 것도 어느새 잊혀져 가고, 잊혀져 가는 것은 어느새 그리움이 되어 버린 듯 하다.

 

그땐 그들이 떠나는 것을 잡지 못했다. 아니 잡지 않았다. 그건 어디까지나 나의 오만이었고, 고집이었고, 욕심이었지만 그땐 그걸 알지 못했다.

 

내가 애써 지워버리려고 했던 사람들은 어느새 나에게서 그리움과 가을만을 남기고서 떠나버렸다.

 

 

 

 

 

 

 

 

가을을 남기고 떠난 사랑

 

가을을 남기고 떠난 사람

겨울은 아직 멀리 있는데

 

사랑할수록 깊어가는 슬픔에

눈물은 향기로운 꿈이었나

 

당신의 눈물이 생각날 때

기억에 남아있는 꿈들이

눈을 감으면 수많은 별이 되어

어두운 밤 하늘에 흘러가리

 

아 그대 곁에 잠들고 싶어라

날개를 접은 철새처럼

 

눈물로 쓰여진 그 편지는

눈물로 다시 지우렵니다

 

내 가슴에 봄은 멀리 있지만

내 사랑 꽃이 되고 싶어라

 

아 그대 곁에 잠들고 싶어라

날개를 접은 철새처럼

 

눈물로 쓰여진 그 편지는

눈물로 다시 지우렵니다

 

내 가슴에 봄은 멀리 있지만

내 사랑 꽃이 되고 싶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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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9-28 15: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을만되면 꼭 흥얼거리는 노랩니다.
 

 

 

 


 

남자가 일생동안 저지르는 일의 대부분은 비록 다른 핑계를 내세우지만

결국은 여자 때문이다.

Written by Hermann Hesse


지독스레 무더웠던 이번 여름에 난 내방 구석탱이에서 꿋꿋히 버텼다. 일단 바캉스를 가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 나름대로의 해명을 하자면, 우선 수십만 아니 수백만 일수도 있는 온갖 사람들의 궁뎅이를 담그었을 것이 분명한 해수욕장이 싫어서이며,(특히나 작은 것도 아니고 큰 것을 하시고는 씻지도 않은 채, 그냥 물에 뛰어든 사람도 분명 있을 터이다.) 깊은 계곡물 곳곳마다 떠내려 오는 정체모를 밥풀때기가 싫어서이다.


바캉스(vacance)는 “무엇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라는 뜻의 라틴어 바카티오(vacatio)에서 유래되었다고 하는데, 과연 우리는 제대로 자유를 만끽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인간이 싫어서 산수를 찾았더니, 오히려 도심이 더 한산한 격으로, 쓰레기차를 피하려다 똥차에 치이는 꼴인 셈이다.


anyway, 선풍기 하나로 잘 버텨나가던 중 전력과다 사용으로 그만 shutdown이 되버렸다. 가뜩이나 더운데 전기마저 나가버리자 도저히 견딜 수 없게 된 나는 시원하고 신선한 공기를 찾아 백화점을 찾게 된 것이다.


백화점에서 가장 시원한 곳은? 당연 명품관이다. 돈을 가장 잘 쓰는 이들이 많이 들리는 곳인 만큼 온갖 편의가 제공된다. 마땅히 에어컨도 가장 빵빵하게 나오는 법인데, 밍숭맹숭  개기다 보면 괜스레 눈치 아닌 눈치를 받게 된다. 점원의 눈치를 받지 않으려면 당연히 살 것 같이 굴어야 하는 법이다.


당당하게 점원에게 이것저것 보여 달라며 시간을 잘 죽여 나가던 중에, 그만 그 녀석을 만나고 말았다. a.testoni-아! 테스토니다. 그냥 아 테스토니가 아니라 아! 테스토니다. 절로 입에서 탄성이 나온다. 구두가 다 거기서 거기지 뭐 별다를 수가 있나 하지만 별다를 수가 있다. 미묘한 detail이 여타의 것과는 전혀 다르다. 타비아니(Taviani) 형제가 감독한 영화 굿모닝 바빌론에서 어느 아버지가 아들에게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장인은 손과 판타지다!”비록 가격대가 어마어마하게 붙어 있어도 일단 이런 것을 한번 보게 되면, 다른 것은 눈에 잘 안 들어오는 법이다. 여러 매장을 돌아도 계속 머릿속에서 아른거리며 영상이 밟힌다.





‘홈쇼핑에선 79000원에 신사화가 두 켤레인데... 제 아무리 볼로냐 공법에, 꼼꼼하게 숙련된 장인의 손을 거쳤다고는 하지만, 그 내구성이나 실용성에서 79000원짜리 10켤레만 하겠어? 조금만 침착하게 생각해봐. 응? 니가 그걸 사려고 하는 것은 베블런이 말했던 현시적 소비를 하려는 것이고 부르디외가 꼬집은 것처럼 "구별짓기"를 하려는 거라구. 한마디로 헛짓하는 거란 말이야. 그냥 두 눈 질끈 감고 나가는 거야! 별로 어렵지 않다구. 한 발자국씩 떼면 되는 거야. 왼발, 오른발, 왼발... 잘한다! 아기가 걸음마 하듯이 그렇게 하면 되는 거야.’


난 가까스로 두 눈 질끈 감은 채 매장을 탈출하는데 성공했다.


20여분이 지난 후 a. testoni 매장으로 결국 다시 돌아오고 말았지만...


왜 이런 헛짓을 하고만 걸까? 다 알면서도 왜 욕망에 굴복하고 만 걸까? 난 내가 납득할 만한 그럴듯한 이유를 찾기 시작했고, 잠시 후 보잘것없지만 나름대로 흡족할만한 해답을 찾아냈다. 내가 헛짓인걸 뻔히 알면서도 이 짓거리를 굳이 한 것은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이며, 내가 잘 보이고 싶어 하는 대상은 결국 여자밖에 없다. 군대에 있을 때 난 어둑칙칙한 나일론 군복에 촌스러운 오렌지색 체육복을 입고 족구를 했어도 전혀 수치스럽거나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 근데 왜 군대에 있을 때랑 지금이랑 다를까? 그건 바로 여자의 존재 때문이다.


이런 저런 핑계를 내세우지만, 내가 저지른 일의 대부분은 결국 여자 때문이다.

Hesse여! 그대는 단 한 번도 날 실망시키는 법이 없구려.

집에 가서 헤세의 선집이나 다시 한 번 찬찬히 읽어볼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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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6-08-25 1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너무 재밌게 읽고 갑니다.
어제 구두 두켤레 굽가는데 거의 십만원 돈을 냈는데 홈쇼핑얘기엔 대략 기절..^^;;

하이드 2006-08-25 1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간지...라고 해야 할까요? 여자 신발.은 가죽이 너무 딱딱해서 별로던데. 맨날 까지는 발 보고, 엄마가 비싼 신발 사서! .. 엄청 구박해요. -_-a

하이드 2006-08-25 1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나저나,, 물론 신었을때의 모습과 또 천양지차.이겟지만, 저 신발은 정말 이쁘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