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낮의 빛이 밤의 어둠의 깊이를 어찌 알랴?

written by Nietzsche


정말 좋은 것은 혼자 가져야 하는 법이다. 아무리 아름다운 것이라 할지라도 여럿이 헤집어 놓고 나뉘어 놓으면, 더럽혀지고 추해지는 법이다. 바타이유의 말을 빌리자면 아름다움은 오직 더럽혀지기 위해서 욕구되는 법인 것이다. 창녀가 비참한 까닭은 더 이상 더럽혀질 수 없기 때문이며, 그녀들에 대한 욕망에 제한이 없기 때문이다. 보들레르가 이 검은 비너스를 사랑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그러한 서글픔에 있었기 때문이리라.


처음 핀 네 장미꽃의 거룩한 제물을 꽃을 시들게 할 거센 바람에 바쳐서는 안 되는 법이다.


난 밤을 좋아한다. 밤의 침묵과 고요를 즐기며, 삶이 뻔뻔스레 드러나는 한 낮의 더러움이 싫다. 언제 들어도 좋은 것이 jazz라지만, 밤에 들어서 더욱 좋은 것이 바로 이 Jazz이다. 그리고 이 리스트는 보들레르의 <하루의 끝>이란 시에서 비롯되었으며, 이 시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이기에 여기 싣지 않는 바이다.


 

타인의 취향에 대해 뭐라 왈가불가할 생각은 없다. 다만 대중가요나 Pop, 혹은 Smooth Jazz를 즐긴다고 해서, 자신들만의 잣대로 나를 재단하는 일은 더 이상 없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부르디외는 <구별짓기>라는 책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속한 계급(계층)의 문화적, 사회적 차별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아비투스(habitus:어떤 사람으로 하여금 특정한 취향을 갖거나 행동을 하게끔 만드는 기제)를 전략적으로 이용한다.”라고 꼬집었다. 클래식보다 대중가요나 뽕짝을, 골프보다 축구를 더 좋아한다고 해서 그 사람의 가치가 변화하는가? 그건 다만 취향의 차이일 뿐인 것이다.

누가 뭐라해도 보티의 Mute Trumpet은 딱 내 취향이다. 레너드 코헨의 동명의 곡을 음울하면서도 멋진 도시적인 사운드로 편곡해 낸 보티에게 찬사를!

 




 

아마릴리스의 꽃말이 침묵이라는 것을 당신이 알고 있다면, 이 음반에 대한 당신의 이해는 더욱 깊어질 것이다. 크리스펠의 침묵에 대한 애착은 몽크의 음악적 철학과도 크게 무관하지는 않은데,

몽크는 “음악에 있어 가장 절정의 순간은 음과 음사이의 짧은 정적에 있다.”라는 말을 남긴 적이 있었다.

크리스펠은 최소한의 음들을 가급적 넓은 공간사이에 배치함으로써 각 음들이 침묵과 더불어 다중적인 의미를 띌 수 있도록 배려하면서, 확장된 공간감으로 인한 여백을 Gary Peacock, Paul Motian과의 유기적이고 창조적인 인터플레이로 메워나가고 있다.

이 음반은 최소한의 악보와 즉흥연주로만 이루어져 있는데, Free Jazz에 대한 별로 좋지 않은 인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이 음반이 창조해내는 서정적이며 정적인 미학에 푹 빠지리라 믿는다.


 

한 밤! 침대에 가만히 누워 이 음반을 듣노라면 “정말 재즈는 이러해야 한다.”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이노우에 다케히코의 "SlamDunk" 의 안 감독님 말씀을 빌려 말하자면,

 

“콜트레인은 우리 팀에 스피드와 감성을, 마일즈는 예전의 혼란을....홋홋홋...그러나 지금은 지성과 비장의 무기인 Mute Trumpet을, 체임버스는 폭발력과 리듬감을, 갈란드와 필리 조 존스가 지금껏 지탱해온 토대위에 이만큼의 재능이 더해졌네. 이것이 Miles Davis Quintet이야.”

 

우리들은 강하다! 이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이 음반에 대한 소개는...

 




“자기의 생일을 저주하는 욥과 달리 나는 내 태어난 날을 저주하지 않았다. 다만 다른 날들을 나는 온통 저주로 뒤덮었다.”라는 에밀 시오랑의 말이 절절히 가슴에 맺히는 밤이 있다면, 정말 사산아처럼 자유롭고 싶다라고 느끼는 밤이 있다면, 이 음반을 꺼내 들어라. 그런 적이 단 한번도 없다면 아예 쳐다보지도 않는 게 낫다.

 


 

콜트레인의 손꼽히는 명반이라면 ,"Giant Step" "Love Supreme"을 빼놓을 수 없지만 사실 내가 자주 듣는 콜트레인의 음반은 "Ballards" "Blue Train" "Soultrane"이다.

콜트레인의 난해하고도 현란한 코드진행은 혼을 빼놓기에는 충분하지만, 듣기에는 쉬이 피곤한 법이다. 휴식을 열렬히 기원하는 내 육체를 콜트레인의 살벌한 연주 안에 집어던지기에는 너무 가련하지 않은가? I want to talk about you나 Theme for Ernie같은 발라드 곡에서 잘 드러나는 콜트레인 특유의 아련하면서도 선명한 음색은 퇴색되어가는 흑백사진의 명암처럼 서글픈 밤에 너무나 잘 어울린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작가인 보르헤스는 시각 장애인이었다. Tete처럼 타고난 시각장애인은 아니었지만, 그는 세상을 보기 시작한 이후 서서히 시력을 잃어갔고, 그의 할머니, 아버지가 그러했던 것처럼 시각 장애인으로 죽었다. 난 보르헤스가 남긴 이 한마디가 잊혀지지 않았다.

“나는 어둠속에서 잠들고 싶습니다.”

시각 장애인들의 세계는 캄캄한 어둠속의 세계가 아니었던 것이다. 초록색과 파란색의 안개가 오랫동안 계속되는 희미한 빛의 세계가 바로 보르헤스의 세계였던 것이다. 어둠속에서 잠들 수 있다는 것! 그것은 얼마나 큰 축복인지...

1997년 우리의 곁을 영원히 떠난 Tete Montoliu가 어둠 속에서 편히 잠들 수 있기를 바라며

 난 를 이 밤에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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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i 2006-06-08 0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밤에 읽어서 더욱 좋은 페이퍼 군요. ^-^
전 재즈는 잘 모르는데, 추천하신 보티의 노래를 함 들어보고 싶어졌어요.

보르헤스 2006-06-08 0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전 한국에 내한 공연도 했다고 하더군요. 크리스 보티 꼭 한번 들어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