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9시의 담배는 절망감의 표현이다.

written by 수키 김, 통역사 중에서


난 강요된 아침이 싫다.

더군다나 자신을 ‘아침형 인간’이라고 자부하는 인간은 더더욱 좋아할래야 좋아할 수가 없다.  아침형 인간이라니 생각만 해도 온몸에 소름이 끼친다.


 

 

 

 

 

예부터 잠자는 사람을 억지로 깨우는 짓은 터부시되어 왔다. 왜냐하면 잠을 자는 동안에는 영혼이 육체를 떠나 자유로운 방랑을 한다고 믿어왔기 때문이었다.

 

조지 프레이저의 <황금가지>에는 이와 관련된 많은 사례들을 인용하고 있는데, 그의 설명을 잠시 들어보자.


잠자는 사람을 깨우지 않는 것은 원시인들의 공통된 규칙이다. 영혼이 밖에 나가 있어서, 중간에 깨우면 영혼이 돌아올 수 없기 때문이다. 만약 영혼이 돌아오지 않은 상태에서 잠이 깨면 그 사람은 병이 든다고 한다. 그래서 잠자는 사람을 꼭 깨워야 할 때에는 아주 천천히 깨워서 영혼이 돌아올 여유를 주어야 한다.


이보라! 우리 현대인들이 영혼의 병을 앓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동창이 미쳐 밝지도 않았는데, 노고지리가 아직 우지지지도 않았는데, 노동의 착취자들은 어서 일어나라고 아우성이다.


생존을 볼모삼아 노동을 강요당하는 아침이야말로 현대인에게 있어 가장 수치스러운 시간임을 자각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아침형 인간이라고 자부하는 인간은 대체 무엇인지?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신이 뛰어난 임금 노예라는 것을 주인에게 강조하고 싶은 건가?


 

 

 

 

 

고병권의 재치있는 책 <니체의 위험한 책,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노동에 대한 재미난 구절이 나온다.


고대인들이나 중세인들이 노동을 얼마나 경멸했는지를 보여주는 자료들은 많다. 우선 ‘노동’을 의미하는 단어들 치고 좋은 어원을 갖는게 없다. 불어의 ‘Travail'는 고문 도구를 의미하는 ’tripalium'에서 왔고, 독일어 ‘arbeit' 역시 고통, 수고를 의미했다. 노동을 많이 하면 신체와 정신이 모두 망가지는데 그게 고문이 아니고 무엇이냐는 생각이 들 법도 하다. 그래서 고대 그리스의 정치가 크세노폰(Xenophon)은 노동에 오래 종사한 사람을 공직에 써서는 안된다고 했고, <성경>에서조차 신은 아담에게 노동을 형벌로서 부과했다.


이런 연유로 난 강요된 아침이 싫다. 고요한 방에서 실컷 자다가 자연스레 눈이 뜨이는 아침이 좋다. 여유 있게 커피 한잔 마신 후, 따뜻한 침대위에서 배 깔고 좋아하는 책 맘껏 읽구 말이지.

평생 이렇게 살 수는 없는 걸까?


바흐(Bach)는 평생을 바지런히 살았다. 아니 그래야만 했다. 바흐는 첫 아내와의 사이에서 7명의 자식을 두었고, 두 번째 아내와의 사이에서 13명의 자식을 두었다. 그로인해 평생을 궁핍하게 살아야 했고, 딸린 식구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자신이 얻을 수 있는 최고의 관직이었던 작센 선제후의 궁정 작곡가의 직위를 얻기 위해 3년 동안 끊임없이 노력해야만 했다. 게다가 차마 읽을 수 없을 만큼 비굴한 편지들도 몇 통이나 써야했다. 그 자신은 누구나 나만큼 노력하면 나만큼의 업적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 늘 말하곤 했지만, 그의 천재적인 재능이 생계와 노동으로 혹사당하지 않았더라면,

그랬다면  과연 어떠했을까?


 

 

 

 

입에서 흰 서리가 뿜어져 나오는 싸늘한 겨울 아침, 난 Bach Cantata BMV 140 "wachet auf, ruft rus die stimme: 눈뜨라고 부르는 소리 있도다!“ 듣는다.


더할나이 좋아야 할 아침이 왜이리 애달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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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하이드 > 프랑스지역 세컨와인 정리 [펌]

세컨와인 정리
 

1. 세컨 와인이란?

 

흔히 말하는 세컨 와인(또는 세컨 라벨)은 일종의 '부산물'이라 할 수 있다.

특히 고급 와인으로 잘 알려진 한 샤또의 와인을 만들기 위해서는 나름대로

엄격한 기준에 따른 품질관리가 필요할 터인데, 해마다 포도의 수확량이라던가

기후에 따른 포도의 품질등에 따라 조금씩 들쑥날쑥한 차이가 있을 법도 하다.

그래서 샤또에서는 각자가 생각하는 기준에 부합하지 못하는, 또는 성격이 다른

와인이 나왔다고 생각하는 경우에는 이것을 본래의 샤또 와인(퍼스트 라벨)에

무리하여 포함시키지 않고 그 차이를 인정하여 별개의 브랜드를 달고 출시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라고 하는 것은 당연히 네고시앙(와인중개상)이 소규모 포도산지에서

모아 모아 와인을 생산하는 부르고뉴 지방에서는 퍼스트 라벨이라는 개념 자체가

약하기 때문에 당연히 세컨 라벨이 나올 수가 없고, 퍼스트 라벨, 즉 '샤또 모모모'

라는 아이덴티티가 강한 보르도 와인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는 이야기...

 

당연한 얘기겠지만 일단 퍼스트 라벨보다 값이 싸면서도 퍼스트 라벨에 필적하는

와인이 나오는 경우가 있어서, 와인 애호가들에게는 저렴한 가격에 고급와인의

맛을 느낄 수 있는 기회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으며, 더 나아가서는 세컨 와인을

마시는것을 일종의 익센트릭한 취미 쯤으로 생각하여 오히려 퍼스트 라벨보다도

더욱 흥미를 가지고 있는 애호가들도 있는 모양이더라.

 

일단 개략적인 분류를 살펴보면, 보르도의 각 지역별로 생떼스테프, 뽀이약, 생줄리엥,

마고, 오-메독, 무리스 앙 메독, 페삭-레오냥, 소테른, 상떼밀리옹, 포메롤, 코트 드 카스티용

등등 각지의 세컨 라벨을, 그것도 100% 스스로 마셔본(!!!) 와인을 리뷰하고 있다.

정말 보면 볼 수록 감탄을 금할 길이 없다.

 

2. 생떼스테프의 세컨 라벨들...

 

1) 레 파고드 드 코스(Les Pagodes de Cos)

 

- 샤토 코스데스투르넬(Chateau Cos d'Estournel, 메독 그랑크뤼 2등급) 의 세컨 라벨
- 레드와인, 풀바디
- 포도품종: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카베르네 프랑
- 샤토 코스데스투르넬은 중국풍과 인도풍이 혼합된듯한 건물  그림을 마크로 삼고 있는

   터라, 이 세컨 라벨의 경우에도 '파고드(=파고다)' 라는 동양풍의 '탑'을 레벨에 그려놓고

   있다.
   퍼스트 라벨인 코스데스투르넬에는 보통 카베르네 소비뇽의 경우 21~35년,

   메를로의 경우 21~70년 정도 수령(樹齡)의 나무에서 수확한 포도를 사용하는데 비해,

   이 세컨 라벨은 보통 11~20년 정도 수령의 비교적 젊은 포도나무에서 수확한 포도를

   사용할 뿐 아니라 숙성과정에 있어서도 새로 만든 오크통을 사용하는 비율이

   퍼스트 라벨에 비해 낮은 편이다.
   또한 서드 라벨급의 와인으로는 '생떼스테프 드 코스'가 있으며, 이 와인의 경우

   6~10 수령의 포도를 재료로, 새 오크통은 전혀 사용하지 않는 과정을 통해 만들고 있다.
   색조는 매우 진한 편이며, 스파이시한 향취가 있다. 맛은 탄닌맛이 매우 강하며

   분명하고 뚜렷한 편이다.

 

2) 샤토 마키 드 칼롱(Chateau Marquis de Calon)

 


- 샤토 칼롱 세귀르(Chateau Calon Segur, 메독 그랑크뤼 3등급) 의 세컨 라벨
- 레드와인, 풀바디
- 포도품종: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카베르네 프랑
- 퍼스트 라벨의 샤토 칼롱 세귀르는 하트 모양의 디자인이 유명하여

   발렌타인데이 선물 등으로 많이 주고 받는 모양.


샤토 칼롱 세귀르는 부드러우면서도 흙냄새와 깊은 대지의 향기를 간직한 와인으로

유명한데, 세컨 라벨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틀에 걸쳐서 마셨는데, 첫째날은 매우 강건한 느낌이다가 이틀째에는

부드러운 느낌이 강해짐.

 

(3) 프랑크 훼랑(Frank Phelan)

 

- 샤토 훼랑 세귀르(Chateau Phelan Segur,크뤼 부르주아)의 세컨 라벨
- 레드와인, 풀바디
- 포도품종: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카베르네 프랑
- 퍼스트 라벨인 샤토 훼랑 세귀르는 1985년 샹파뉴의 보메리社 의 오너인 가르데니에가

   인수한 후로 나날이 평가가 높아지고 있는 와인이다.

   퍼스트와 세컨 라벨 공히 매우 맛이 좋은 와인으로 유명 한데, 세컨 라벨의 명칭은

   샤토의 최초 소유자(라벨에 옆얼굴이 려져 있음)을 따서 지은 것이라 함.

 

4) 레 페를렌 드 라퐁-로쉐(Les Pelerins de Lafon-Rochet)

 

 

- 샤토 라퐁 로쉐(Chateau Lafon-Rochet, 그랑 크뤼 4등급)의 세컨 라벨
- 레드와인, 풀바디
- 포도품종: 카베르네 소비뇽, 카베르네 프랑, 메를로
- 샤토 라퐁 로쉐의 몇 가지 세컨 라벨중 한 가지. 녹색 또는 오렌지 색 기운이 감도는

   루비색을 띈 와인으로 점성이 강하고 매우 진하여 잔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이다.

   블랙 체리, 카시스 등 달콤한 과일 향에 더하여 동물적인 향도 느껴지며, 오크통의 향도

   살며시 전해진다. 탄닌의 떫은 맛이 강한 견고한 인상을 주는 맛으로 뒷맛에 단 맛이 남는

   느낌이다. 단 과실맛과 떫은 맛이 각자 풍부한 가운데 멋진 조화를 이룬 맛으로, 입속에서

   강한 반응을 불러 일으키는 와인

 

5) 라 다므 드 몽로즈(La Dame de Montrose)

 

 

- 샤토 몽로즈(Chateau Montrose, 그랑 크뤼 2등급)의 세컨 라벨
- 레드와인, 풀바디
- 포도품종: 카베르네 소비뇽, 카베르네 프랑,
- 퍼스트 라벨인 샤토 몽로즈는 앞서 소개한 샤토 코스데스투르넬과 더불어

   생떼스테프의 대표적인 샤토이다. '몽로즈'라는 명칭은 '장미 빛깔의 산'이라는 뜻으로,

   이 샤토 일대가 히스(핑크색 꽃을 피우는 관목의 일종)가 심어져 있는 언덕이라,

   봄이 되면 주변 지역이 완전히 핑크색으로 뒤덮이는데서 유래한 이름이라 한다.
   세컨 라벨의 '라 다므'라는 명칭은 '부인'이라는 뜻으로써, 시음을 통하여 퍼스트 라벨용과

   별개로 구분된 와인에 '몽로즈의 부인'이라 이름을 붙여준 셈이다. 대단히 짙고 진한

   색조에 시나몬, 민트 계의 스파이시한 향취에 바닐라 계열의 달콤함이 더하여 느껴진다.

   탄닌의 떫은 맛이 강한 동시에 깊은 농축감이 느껴지는 맛을 자랑한다.

 

 

3. 포이약(Pauillac)의 세컨 라벨들

1) 라코스테 보리(Lacoste Borie)



- 샤토 그랑 퓌 라코스테(Chateau Grand-Puy-Lacoste, 그랑크뤼 5등급)의 세컨 라벨
- 레드와인, 풀바디
- 포도품종: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카베르네 프랑
- 그랑 퓌 라코스테는 안정된 품질을 유지해 나는 가운데 그랑크뤼 2~3등급에 필적하는

   맛을 자랑하는 와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세컨 라벨인 라코스테 보리 또한 상급의 품질에

   일반적으로 제맛을 내기 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포이약 와인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으나,

   퍼스트 라벨보다는 좀 더 가벼운 느낌에 비교적 young한 사이에도 충분히 즐길 만한

   와인이다.

   듀크류 보카이유를 소유하고 있는 보리 가문에서 1978년부터 소유한 샤토이기에

   이름또한 그것을 따름.

2) 물랭 드 듀아르(Moulin de Duhart)

 



- 샤토 듀아르 밀롱(Chateau Duhart-Milon, 그랑크뤼4등급)의 세컨 라벨
- 레드와인, 풀바디
- 포도품종: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카베르네 프랑
- 1962년에 라피트 로쉴드(유명한 샤토 라피트 로쉴드를 생산하는) 가문에서 이 샤토를

   인수한 후에는 샤토 듀아르-밀롱-로쉴드라고도 가끔 표기되고는 한다. 퍼스트와 세컨드는

   동일하게 18개월의 숙성 기간을 거치지만, 세컨드의 경우 새 오크통의 사용 비율이 30%

   이하로 정해져 있다. 가분좋은 오크통의 향과 우아한 밸런스의 조화가 특징인 와인

3) 레 투레르 드 롱그뷰(Les Tourelles de Longueville)

 



- 샤토 피숑 롱그뷰(Chateau Pichon-Longueville, 그랑크뤼 2등급)의 세컨 라벨
- 레드와인, 풀바디
- 포도품종: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카베르네 프랑
- 이 샤토는 원래 피숑 롱그뷰 남작 가문의 소유였던 까닭에 피숑 롱그뷰 바론, 또는 줄여서

   피숑 바론으로 불리웠었으나, 1987년 생명보험업계의 대기업인 '악사'에 인수된 이후로는

   '바론'은 떼고 부르게 되었다. 악사측은 '랑슈 바쥐'의 '장 미셀 카즈'를 이 샤토의

   공동경영자로 선임하여 양조설비를 새것으로 바꾸는 동시에, 일정 이상의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별도로 세컨 라벨을 내놓게 되었다.
   그랑크뤼 2등급 이하이면서도 1등급에 육박하는 품질을 보유한 와인들을 이른바

   '슈퍼 세컨드'로 칭하는데, 샤토 피숑 롱그뷰가 바로 여기에 해당된다. 세컨 라벨 또한

    맛이 훌륭하며 밸런스가 뛰어난 와인.

4) 레 포르 드 라투르(Les Forts de Latour)

 



- 샤토 라투르(Chateau Latour, 그랑크뤼 1등급)의 세컨 라벨
- 레드와인, 풀바디
- 포도품종: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 세컨 라벨들 중에서도 최고의 품질을 갖춘 와인으로 평가받고 있는 경우로서,

   세컨 라벨이라고는 해도 그랑크뤼 2등급에 필적 하는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그에 합당하지 못한 경우에는 서드 라벨 인 '포이약' 쪽으로 돌리고 있다.

   샤토 라투르 와 전적으로 동일한 제조법으로 만들어지고 있으나, 비교적 수령이 낮은

   포도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약간 가벼운 느낌이고 장기숙성을 통해 제 맛이 나는

   타입의 전형인 샤토 라투르보다는 좀 더 young 한 시기에도 즐길 수 있는 와인이다.

   산딸기 계열의 잼과 같은 단맛과 철분의 느낌이 더해진 와인으로, 부드럽고 원만한 맛에

   여운이 긴 훌륭한 와인.

5) 카뤼아드 드 라피트(Carruades de Lafite)

 



- 샤토 라피트 로쉴드(Chateau Lafite Rothschild, 그랑크뤼
1등급)의 세컨 라벨
- 레드와인, 풀바디
- 포도품종: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카베르네 프랑
- 1855년 메독 지구의 등급 구분 당시에 그랑 크뤼 1등급중에서도 필두를 차지한 것이

   바로 샤토 라피트 로쉴드이다. 세컨 라벨인 카뤼아드 드 라피트의 경우에도 재배에서

   양조까지의 전 과정이 퍼스트 라벨과 동일하게 유지되고 있으나, 단지 차이라면 사용된

   포도의 수령이 좀 더 어리다는 점 정도이다. 시음한 94년산은 짙은 색조에 블랙체리의

   단맛과 탄닌의 떫은 맛이 동시에 느껴지며 부드럽게 입에서 퍼지는 맛을 자랑한다.

6) 샤토 레 조 드 퐁테(Chateau Les Hauts de Pontet)

 

- 샤토 퐁테 카네(Chateau Pontet Canet, 그랑크뤼 5등급)의 세컨 라벨
- 레드와인, 미디엄 풀바디
- 포도품종: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카베르네 프랑
- 1982년부터 생산되기 시작한 세컨 라벨. 아름다운 루비색에 맑고
투명한 느낌이 강한 색조를 띄고 있다. 향취는 달콤쌉싸름한 느낌이
강하며 과실의 달콤함이 잘 배어나오는 맛을 지닌다. 부드러운
느낌이 강하며, 프랑스 요리에 잘 어울린다.

6) 레저브 드 라 콩테스(Reserve de la Comtesse)



- 샤토 피숑 롱그뷰 콩테스 드 라랑드(Chateau Pichon Longueville Comtesse de Lalande,

   그랑크뤼 2등급)의 세컨 라벨
- 레드와인, 풀바디
- 포도품종: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프티 보르도
- 샤토 피숑 롱그뷰 콩테스 드 라랑드는 앞서 소개한 샤토 피숑 롱그뷰(바론)에서

   분할되어 나온 샤토로서, 콩테스 드 라랑드(=라랑드 백작부인)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별개의 와인이다. 또한 그 때문인지는 몰라도 여성적인 이미지로서 소개되는 경우가

   많은 듯 하다. 통칭 피숑 라랑드.

   샤토에서의 생산량중 시음을 통하여 약 20~50%에 해당하는 양을 세컨 라벨로 내놓고

   있으며, 총 생산량은 6,000 케이스 정도에 달한다.
   깊고 진한 색조에 바닐라. 달콤한 과실의 향... 그리고 허브 등의 스파이시한 향취도

   아련히 전해져 오는 느낌이다. 입 안에서의 느낌은 매끈하며 과실의 단 맛과 떫은 맛이

   절묘한 조화를 이룬 격조높은 맛에 여운도 긴 편.

7) 샤토 오 바쥐 아부르(Chateau Haut-Bages Averous)

 



- 샤토 랑슈 바쥐(Chateau Lynch Bages), 그랑크뤼 5등급)의 세컨 라벨
- 레드와인, 풀바디
- 포도품종: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카베르네 프랑
- 샤토 랑슈 바쥐는 그랑 크뤼의 5등급에 속하면서도 탁월한 품질로 인하여 슈퍼 세컨드

  (그랑 크뤼 2등급 이하의 와인중에서 1등급에 육박하는 품질의 와인들)로 꼽히는 걸출한

  와인이다. 현재 샤토 랑슈 바쥐의 오너인 '쟝 미셀 카즈'는 생명보험업계의 대기업인

  '악사'의 자회사인 '악사 밀레짐'의 지배인으로도 활동하는 인물.

  세컨 라벨인 샤토 오 바쥐 아부르는 주로 수령이 어린 포도나무의 포도로부터 만들어진

  와인중에 아상블라쥐(Assemblage: 별개의 연도나 생산지를 가진 와인들을 감별하여

  퍼스트, 세컨 등의 등급을 가진 최종생산물로 구분하는 작업)를 통해 선별하여 만들어진다.

  짙은 루비색의 색조에, 성숙한 과일 향에 무두질한 가죽같은 향기도 함께 느껴진다.

  또 한편으로는 스파이시한 향취가 있기도 하며, 개봉 직후에는 플람보와즈(케익의 한 종류)

  같은 향취가 나기도 하지만, 향기에서 연상되는 단 맛과는 다르게 신 맛과 떫은 맛 또한

  느껴진다. 캬라멜과 같이 쓴 맛을 수반한 달콤함도 느껴지는데 그 단맛의 여운이

  매우 길다.

 

4. 생쥴리엥(St.Julien)의 세컨 라벨들

1) 클로 듀 마키(Clos du Marquis)




- 샤토 레오빌 라스 카즈(Chateau Leoville Las Cases, 그랑크뤼 2등급)의 세컨 라벨
- 레드와인, 풀바디
- 포도품종: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카베르네 프랑, 프티 벨도
- 수퍼 세컨드의 위치를 확고히 다지고 있는 이 샤토는 퍼스트 라벨의 품질 확립을 위해

   전 생산량의 반 이상을 세컨 라벨로 격하시켜 시장에 내놓고 있다(역자주: 그래서

   그런지 한국에서도 각 와인샵이나 백화점 와인코너마다 한병씩은 꼭 찾아볼 수 있는

   와인) 그러한 사정도 있고 하여, 세컨 라벨에 대한 평가도 매우 높은 까닭에 '클로 듀

   마키'라는 이 이름만으로도 두터운 매니아층을 확보하고 있다. 본인(저자)또한 이에

   편승하여 구입한 후, 랙에 거치시켜놓고 한동안 관망하던 끝에 시음해보게 되었다.

   과실의 단 맛을 수반하는 맛으로서, 밸런스가 훌륭한 와인

2) 사르졔 드 그뤼오 라로즈(Sarget de Gruaud-Larose)



- 샤토 그뤼오 라로즈(Chateau Gruaud-Larose, 그랑크뤼 2등급)의 세컨 라벨
- 레드와인, 풀바디
- 포도품종: 카베르네 소비뇽 57%, 메를로 31%, 카베르네 프랑 7%, 프티 벨도 3%, 말벡 2%): 이상 재배비율
- 샤토(퍼스트 라벨)에 대하여
  샤토 그뤼오 라로즈의 소재지는 생줄리엔 남부의 생쥴리엥-베이슈벨(St.Julien-

  Beychevelle)로써 지롱드 강 연안의 샤토 베이슈벨(Chateau Beychevelle)이 위치한 지역

  으로부터 좀 더 내륙에 위치하고 있다. 재배하고 있는 포도밭의 면적은 82ha. 1700년대

   전반에 이 샤토의 전신이 되는 도멘느를 요세프 스타니슬라 그뤼오(Joseph Stanislas

   Gruaud) 기사가 설립한 후에 쟝 세바스티엥 드 라로즈(Jean-Sebastien de Larose)씨가

   소유자가 된 이후 양자의 이름을 합쳐 '그뤼오-라로즈'의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
- 세컨 라벨에 대하여
   세컨 라벨은 위에 기술한 소유자들 이후에 다시 이 샤토를 소유하게된 사르졔 남작(Baron

   Sarget)의 이름을 따르게 되었는데, 이 사람은 퍼스트 라벨에 쓰여져 있는 '와인의 왕,

   왕의 와인(le roi des vins,le vin des rois)' 이라는 문구를 창안해 내신 분이기도 하다.

   퍼스트 라벨이 평균 포도수령 40년, 오크통 숙성기간 16~18개월임에 비하여, 세컨 라벨인

   사르졔는 평균 포도수령 15년, 오크통 숙성기간 14개월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 퍼스트

   라벨보다 조금 일찍 마시기 좋도록 만들어져 있다고 볼 수 있다. 샤토에는 퍼스트 라벨의

   셰(Chais: 지상저장고) 외에 세컨 라벨용의 별도의 셰가 있다고 한다.

3) 샤토 듀륙(Chateau Duluc)



- 샤토 브라넬 듀크류(Chateau Branaire Ducru, 그랑크뤼 4등급)의 세컨 라벨
- 레드와인, 풀바디
- 포도품종: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카베르네 프랑, 프티 벨도
- 앞서 언급한 바 있는 베이슈벨로부터 분할되어 나온 영지를 브란넬 씨가 소유하고 되고,

  그의 자손인 루이 듀크륙씨가 계승하게 되어 현재의 샤토를 설립한 후에, 1879년까지는

  구스타프 듀크류씨가 소유하게 되는 등의 변천사를 가진 와인. 달콤한 과실의 감미에

  밸런스가 잘 잡힌 와인.

4) 코네타블 탈보(Connetable Talbot)



- 샤토 탈보(Chateau Talbot, 그랑크뤼 4등급)의 세컨 라벨
- 레드와인, 풀바디
- 포도품종: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카베르네 프랑, 프티 벨도
- 1400년대의 실존 인물이라는 영국의 탤벗 장군(connetable Talbot)의 이름에서 유래한

  세컨 라벨. 스파이시한 맛에 비교적 일찍 즐길 수 있는 와인.

  (역자주: 퍼스트 라벨인 샤토 탈보가 국내에서 워낙에 강세인 탓에 이 세컨 라벨도 꽤나

  구하기 쉬운 편에 속합니다.)

5) 아미랄 드 베이슈벨(Amiral de Beychevelle)



- 샤토 탈보(Chateau Talbot, 그랑크뤼 4등급)의 세컨 라벨
- 레드와인, 풀바디
- 포도품종: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카베르네 프랑, 프티 벨도
- 일본회사인 산토리("For relaxing time, Make it Suntory time")가 40% 이상의 지분을 소유

  하고 있는 이 샤토(샤토 베이슈벨)는, 16세기에 이곳이 해군제독의 저택이었을 무렵 근처에

  흐르고 있는 지롱드(역자주: 지롱드산 굴은 매우 유명하다고 합니다.) 강에서 운항중인

  범선들이 제독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하여 돛을 내렸다(베스-보와르:돛을 내려라!)라고

  구령하였다는데서 유래된 샤토명이라 한다.
  그래서 이 세컨 라벨의 이름도 그 제독(=Amiral)을 지칭하는 이름이라 하는 이야기이다.

  짙은 색조에 먹물같은 짙은 향이 느껴지는 와인으로, 탄닌의 떫은 맛을 확실히 느낄 수

  있는 견고한 와인.

5) 레 휘에프 드 라그랑쥬(Les Fiefs de Lagrange)



- 샤토 라그랑쥬(Chateau Lagrange, 그랑크뤼 3등급)의 세컨 라벨
- 레드와인, 풀바디
- 포도품종: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프티 벨도
- 샤토 라그랑쥬는 1983년 일본의 산토리가 인수한 후에 그 명성이 다시금 되살아나고 있는

  샤토이다.(산토리 홈페이지에는 현지의 일본측 책임자인 스즈타 켄지씨가 기고하고 있는

  샤토의 근황이 게재되어 있는데, 읽어보면 매우 흥미롭다.)
  세컨 라벨의 이름에 포함된 휘에프(Fiefs)란 단어는 봉토 또는 영지라는 의미로서, 우리

  말로 하자면 '라그랑쥬의 영지'에 해당되는 이름이 되겠다.

  이 와인은 잔 밑바닥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진한, 검은색에 가까운 보라색의 색조를

  자랑한다. 오크통의 향취와 거기에 더해 블랙체리, 카시스 등의 스파이시한 과실의 향,

  그리고 쵸콜렛같은 달콤한 향마저 함께 존재한다. 맛으로 보자면 약간 young한 데가

  있어서 순하고 부드러운 맛이다. 뒷맛이 길며, 과실의 맛이 입속에 여운으로 남는다.

  보르도의 2000년도 빈티지는 매우 훌륭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는데(역자주: 진짜로

  그렇습니다. 이 빈티지의 와인들이 국내에 요즘 풀리기 시작했는데 빨리 마셔보고

  싶습니다.), 이 와인은 지금 마셔도 훌륭하지만 좀 더 숙성시킨다면 한층 더 깊고 좋은

  맛을 낼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달고 진한 맛을 내는 소스의 육류 요리와 어울릴 법 하다.

 

5. 마고(Margaux)의 세컨 라벨들


1) 파비용 루쥐 듀 샤토 마고(Pavillon Rouge du Chateau Margaux)



- 샤토 마고(Chateau Margaux, 그랑크뤼 1등급)의 세컨 라벨
- 레드와인, 풀바디
- 포도품종: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카베르네 프랑, 프티 벨도
- 짙은 색조와 함께 확고한 점착성이 돋보여 이른바 와인의 눈물(역자주: 와인을 잔에서

   돌렸을 때 잔 내벽에 흐르는 와인의 줄기를 말함)이 길고 천천히 나타나는 특성을

   보여준다. 커피나 카카오풍의 향과 함께 약간의 매운듯한 스파이시한 향의 인상이 남는다.

   개봉 첫날에는 입 속에서 단 맛을 먼저 느꼈으나, 차게 보관했던 탓인지 산미 또한 확고

   하여 떫은 탄닌맛도 강하게 느껴졌다. 이튿날에는 단 맛에 부드러움이 더하여져 알콜의

   느낌이 거의 들지 않을 정도가 되었다.

2) 스곤 드 듀르포르(Segond de Durfort)



- 샤토 듀르포르 비비앙(Chateau Durfort-Viviens, 그랑크뤼 2등급)의 세컨 라벨
- 레드와인, 미디엄 풀바디
- 포도품종: 카베르네 소비뇽, 카베르네 프랑, 메를로
- 짙고 진한 색조. 향은 그다지 강하고 쏘는 느낌까지는 나지 않으나, 달달한 딸기잼이나

   바닐라와 같은 향을 풍긴다. 맛은 산미가 그다지 강하지 않고 부드러우며 원만한 느낌의

   맛이다.

3) 라 시렌느 드 지스쿠르(La Sirene de Giscours)



- 샤토 지스쿠르(Chateau Giscours, 그랑크뤼 3등급)의 세컨 라벨
- 레드와인, 풀바디
- 포도품종: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카베르네 프랑
- 퍼스트 라벨인 샤토 지스쿠르는 1330년의 문헌에도 그 이름이 기재되어 있을 정도로

  역사깊은 와인이다. (역자주: 저자는 이 세컨와인을 치즈와 마리아쥬하여 시음한 결과를

  적어놓고 있는데, 일반적인 소개의 목적에 적합하지 않으므로 와인스펙테이터의 리뷰를

  번역하여 소개해 드립니다.) 꽃과 커런트, 블랙베리와 미네랄의 향이 강하다. 확고하게

  셋업된 탄닌의 맛 위에 오래도록 계속되는 긴 피니쉬가 특징.

4) 라 레제르브 듀 제네라르(La Reserve du General)



- 샤토 팔메르(Chateau Palmer, 그랑크뤼 3등급)의 세컨 라벨
- 레드와인, 미디엄 풀바디
- 포도품종: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 슈퍼 세컨드의 효시라 할 수 있는 샤토 팔메르의 세컨 라벨. 비교적 어린 수령의 포도를

   원료로 만들어지고 있으나, 매년 출하되는 것은 아니고 일정 품질에 합당하지 못한 경우에

   는 서드라벨이라 할 수 있는 '마고'급으로 출하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시음에 사용된 94년

   빈티지는 빝은 루비색의 색조에 농익은 블랙 베리 계열의 향을 가진 와인으로 매끄러운

   맛을 입속에서 느낄 수 있다. 98년도 이후로는 '아르테 레고 드 팔메르'라는 이름으로

   세컨라벨을 릴리즈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있다.

5) 르 바론 드 브랑(Le Baron de Brane)



- 샤토 브랑 캉트냑(Chateau Brane-Cantenac, 그랑크뤼 2등급)의 세컨 라벨
- 레드와인, 풀바디
- 포도품종: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카베르네 프랑, 프티 벨도
- 세컨 라벨의 명칭은 이전 소유자였던 브랑 남작의 이름으로부터 따온 것이다. 진한 색조에

   밝은 루비빛을 띈 와인으로, 신선하고 붉은 과실의 향 위에 오크통의 향, 검은 후추와 같은

   스파이시한 향취 등이 복합적으로 느껴진다. 입에 닿는 맛은 매우 매끄러우며 프레쉬한

   맛을 느낀다. 지금 마셔도 괜찮으나 좀 더 숙성된다면 더욱 깊은 맛을 낼 것으로 기대됨.

   (역자주: 시음에 사용된 와인은 99년 빈티지입니다.)

6) 라 다므 드 마레스코(La Dame de Malescot)



- 샤토 마레스코 생택쥐베리(Chateau Malescot-St.Exupery, 그랑크뤼 3등급)의 세컨 라벨
- 레드와인, 풀바디
- 포도품종: 카베르네 소비뇽 50%, 메를로 35%, 카베르네 프랑 10%

   (역자주: 나머지 5%는 무얼까요? 프티 벨도? 아니면 말벡?)
- 퍼스트 라벨인 샤토 마레스코 생택쥐베리의 명칭은 원래 쇼유자였던 마레스코 가문과

   이후에 인수한 생택쥐베리 가문 각각의 이름으로부터 만들어진 것이다. '어린왕자'(역자는

   늙은왕자 -_-;)의 저자로 유명한 생택쥐베리는 샤토를 인수한 생택쥐베리 백작의 손자뻘쯤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여러번 소유주가 변동되는 가운데 명성을 잃었으나 1990년부터

   미셸 로랑씨를 컨설턴트로 영입하고 난 후부터는 예전의 명성을 되찾아 가고 있다.
   이 세컨 라벨은 '마레스코의 부인'이라는 뜻의 명칭을 가지고 있으며, 진한 색조에 루비색

   이 감도는 검붉은 보라색을 띄고 있다. 원만함이 느껴지는 부드러운 향에 블랙 체리,

   그리고 후추와 같은 스파이시함, 그리고 철분과 타르의 향 또한 함께 느껴진다. 맛으로는

   탄닌이 강하여 떫은 맛이 느껴지며, 신맛 또한 매우 강하다.

7) 샤토 폰탈네이(Chateau Fontarney)



- 샤토 드미라이유(Chateau Desmirail, 그랑크뤼 3등급)의 세컨 라벨
- 레드와인, 미디엄 풀바디
- 포도품종: 카베르네 소비뇽 80%, 메를로 15%, 카베르네 프랑 5%
- 퍼스트 라벨인 샤토 드미라이유는 한때 여러 소유자에게로 분할되어 거의 명맥을 잃었으

   나, 80년대에 들어와 류르튼 가문에 의해 하나한 사 모아짐으로써 구색을 되찾게 되었다.

   92년도부터는 드니 류르튼씨가 소유주로 계심. 세컨 라벨의 경우 비교적 어린 수령의 포도

   로부터 만들어지며, 오렌지 색이 감돌며 전체적으로는 검은 빛이 도는 가넷의 색조를

   띈다. 플람보와즈 또는 베리 계열의 과실향. 맛 또한 베리 계열의 young한 산미와 탄닌의

   떫은 맛이 지배적임.

8) 슈발리에 드 라스콤브(Ch eval ier de Lascombes)



- 샤토 라스콤브(Chateau Lascombes, 그랑크뤼 2등급)의 세컨 라벨
- 레드와인, 미디엄 풀바디
- 포도품종: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프티 벨도
- 샤토의 초대 소유자라는 슈발리에 앙트완 드 라스콤브(Ch eval ier Antoine de Lascombes)의

   이름을 따서 지어진 명칭. 오렌지 빛깔을 띄는 루비색의 색조로, 진하면서도 투명함을

   자랑한다. 동물적인 향이 강하여 날고기같은 묘한 향에 더하여 오크통, 흙의 향기, 그리고

   블랙 체리 계열의 향까지. 산미와 떫은 맛의 조화로 밸런스가 훌륭하며 부드럽고 단

   과실의 맛 또한 함께 느껴짐.

 

6. 오-메독(Haut-Medoc)의 세컨 라벨들

1) 르 잘레 드 캉트메를르 (Les Allees de Cantemerle)



- 샤토 캉트메를르(Chateau Cantemerle, 그랑크뤼 5등급)의 세컨 라벨
- 레드와인, 풀바디
- 포도품종: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카베르네 프랑
- '캉트메를르'라 함은 '지저귀는 개똥지빠귀'라는 뜻으로서, 이 샤토는 동명(=캉트메를르)의 숲으로 둘러 싸여 있다. 세컨 라벨의 명칭은 그 숲의 오솔길 또는 산책로(=allee)라는 뜻으로 붙여진 이름이다.

2) 라 클로즈리 드 카망삭 (La Closerie de Camensac)



- 샤토 카망삭(Chateau Camensac, 그랑크뤼 5등급)의 세컨 라벨
- 레드와인, 풀바디
- 포도품종: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카베르네 프랑
- 주로 낮은 수령의 포도나무에서 채취된 포도를 재료로 하여 만들어짐. 과실의 맛이 살아있는 편안한 느낌의 맛. 세컨 라벨의 이름은 '카망삭의 작은 농원' 이라는 뜻을 가짐. 이 샤토의 소유주는 스페인의 리오하(역자주: 리오하는 young한 레드와인으로 유명한 스페인 북부지방의 와인산지)의 마르케스 데 카세레스(역자주:마르케스 데 무리에타, 마르케스 데 폴레이, 마르케스 데 리스칼 등과 더불어 리오하의 대표적인 와이너리중의 한 곳)의 오너이기도 하다.

3) 라 도므와젤 드 소시안도 말레 (La Demoiselle de Sociando-Mallet)



- 샤토 소시안도 말레(Chateau Sociando-Mallet, 크뤼 부르쥬아)의 세컨 라벨
- 레드와인, 풀바디
- 포도품종: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카베르네 프랑, 프티 벨도
- 퍼스트 라벨인 샤토 소시안도 말레는 '오-메독의 신데렐라'라고도 불리는 와인으로서 메독의 등급분류가 다시 매겨진다면 분명히 상위권에 오를 것으로 점쳐지는 와인이기도 하다. 세컨 라벨의 명칭은 '소시안도 말레의 아가씨'라는 뜻을 가지고 있음. 짙은 적자색(검은 보라색)에 달달한 과실향과 함께 스파이시한 향취가 느껴짐. 알콜의 느낌이 강하지 않은 편이며 과실미와 산미가 적당한 밸런스를 갖추고 있는 느낌.

4) 물랭 드 시트랑 (Moulins de Citran)



- 샤토 시트랑(Chateau Citran, 크뤼 부르쥬아)의 세컨 라벨
- 레드와인, 풀바디
- 포도품종: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 마고(Margaux)의 서쪽에 위치한 아벵상(Avensan)마을에 위치한 샤토. 샤토 샤슈-스플린(Chasse-Spleen)등을 소유한 타이얀 그룹의 소유하에 있는 샤토이다. 퍼스트 및 세컨드 라벨 공히 분류등급상 크뤼 브루쥬아(역자주: 크뤼 부르쥬아는 1~5등급까지의 모든 그랑 크뤼보다 아래 등급임)에 해당하지만, 세컨드 라벨쪽은 각종 와인 콘테스트에 출품되어 메달을 획득하는등 호평을 받고 있다. 세컨드 라벨의 이름은 포도밭 은근에 위치한 풍차 및 물레방아(=Moulin)로부터 유래한 것이라 한다. 대단히 짙은 색조를 띄는 와인으로, 향으로부터는 매우 달달한 감미를 느낄 수있으나 실제로 맛은 단 맛은 거의 느껴지지 않고 떫은 맛이 강하여 혀에 자극이 남는듯한 인상을 준다.

5) 샤토 르 볼데론 (Chateau Le Borderon)



- 샤토 라리브와(Chateau Larrivaux, 크뤼 부르쥬아)의 세컨 라벨
- 레드와인, 미디엄 풀바디
- 포도품종: 메를로, 카베르네 소비뇽
- 퍼스트, 세컨드 공히 크뤼 부르쥬아로 등급 분류되어 있는 와인. 오렌지빛이 감도는 루비색의 짙은 색조. 만숙한 과실향으로 체리 및 딸기의 향이 느껴지며 그 외에도 메론, 견과류, 스파이스, 허브 등의 복합적인 향취. 산도 및 떫은 맛이 공히 강함.

 

7. 무리스 앙 메독(Moullis-en-Medoc)의 세컨 라벨들

1) 레르미타쥬 드 샤슈 스프린(l'Ermitage de Chasse-Spleen)



- 샤토 샤슈 스프린(Chateau Chasse-Spleen, 크뤼 부르쥬아)의 세컨 라벨
- 레드와인, 풀바디
- 포도품종: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프티 벨도
- 1855년의 메독 등급분류에서 그랑 크뤼를 획득하지 못한 샤토들이 모여 새롭게 만들어진 등급이 바로 이 '크뤼 부르쥬아'지만, 이 등급중에도 실제로는 그랑 크뤼에 필적하는 실력을 갖춘 와인들이 꽤 많으며 이 샤토 또한 그 중의 하나이다. '우울을 떨쳐버리다(=Chasse-Spleen)'라는 샤토 이름도 멋지지만, 세컨 라벨의 맛 또한 매우 훌륭한 것이었다.

2. 샤토 라 살르 드 푸죠(Chateau la Salle de Poujeaux)

 



- 샤토 푸죠(Chateau Poujeaux, 크뤼 부르쥬아)의 세컨 라벨
- 레드와인, 풀바디
- 포도품종: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카베르네 프랑, 프티 벨도
- 무리스 및 이에 인접한 리스트락(Listrac) 지역은 1855년의 그랑 크뤼 등급 분류에 일제히 누락되는 비운을 맞게 되었지만, 지금에 와서 등급 분류를 재심사한다고 하면 분명히 크뤼에 등록되었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는 실력있는 명문 샤토가 많으며 샤토 푸죠도 그 중 하나이다. 오렌지빛이 연하게 감도는 루비색. 향은 매우 강한 스파이시. 첫 입에는 쓴 맛이 강하게 느껴졌으나 갈수록 부드러워지면서 마시기 편한 맛으로 변하였다.(역자주: 이런 와인은 한 30분정도 디캔팅을 시켜놓는다면 결과가 어떨지 매우 궁금합니다.)

 

8. 페삭 레오냥(Pessac-Leognan)의 세컨라벨

 


1) 르 바안 듀 샤토 오브리옹(Le Bahans du Chateau Haut-Brion)



- 샤토 오브리옹(Chateau Haut-Brion, 메독 그랑크뤼 1등급, 그라브 특등급)의 세컨 라벨
- 레드와인, 풀바디
- 포도품종: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카베르네 프랑
- 메독의 그랑 크뤼 등급중에서 1등급을 점하는 5개밖에 되지 않는 샤토중의 하나이면서도 실제로는 메독 이외의 지역(역자주: 페삭-레오냥이 속해있는 그라브 지역을 말함)에서 생산되는 와인이며 그라브 지역에서도 특등급으로 분류되어 있는 샤토 오브리옹의 세컨드. 5대 샤토(역자주: 그랑크뤼 1등급에 랭크되어 있는 5개 샤토. 열거하자면 샤토 라피트-로쉴드, 샤토 라투르, 샤토 마고, 샤토 오브리옹, 샤토 무통-로쉴드)의 세컨드 라벨들은 대단히 고가이기 때문에 비교적 쉽게 사서 마셔보기는 힘들겠지만 이 와인은 6만원대(역자주: 본문에는 5천엔으로 표시되어 있음)에 팔리고 있는 까닭에 그랑크뤼 1급 샤토중에서는 처름으로 마셔본 세컨드 라벨이 되겠다.
달달한 과실의 맛과 함께 놀랄정도의 농축감이 특징이라 할 수 있겠다. 밸런스가 잘 잡힌 부드러운 맛이 느껴지는 와인. 년도별로 라벨이 조금 다르기도 한데, 바안 오브리옹(Bahans Haut-Brion)이라고 짧게 표기된 것도 있으나 실은 같은 와인임.

2) 르 클레망탕 듀 파프 클레망(Le Clememtin du Pape Clement)



- 샤토 파프 클레망(Chateau Pape Clement, 그라브 특등급)의 세컨 라벨
- 레드와인, 풀바디
- 포도품종: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 메독의 달콤쌉싸름한 계열의 스파이스 및 흙냄새 위에 부드럽고 섬세하며 매끈한 맛을 느낄 수 있는 와인. 이 샤토는 보르도에서도 가장 오래된 샤토 중의 하나로서 1305년에 교황 클레멘스 5세로 선출된 주교가 이 샤토를 소유하고 있었던 까닭에 지금의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고 함.

3) 레스프리 드 슈발리에(L'Esprit de Ch eval ier)



- 도멘느 드 슈발리에(Domaine de Ch   eval   lier , 그라브 특등급)의 세컨 라벨
- 화이트와인, 드라이
- 포도품종: 소비뇽 블랑 58%, 세미용 42%
- 도멘느 드 슈발리에는 그라브 지역에서 레드 및 화이트 공히 특등급으로 분류되어 있는 우수한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화이트 쪽의 세컨라벨인 이 레스프리 드 슈발리에는 매년 500케이스 정도(퍼스트는 1,000 케이스) 생산된다고 함. 짙은 황색의 색조에 막 깎아낸 사과와 같은 과일향이 느껴짐. 딱 적당한 산도에 상큼한 느낌.

4) 르 시라쥬 드 말라르틱(Le Sillage de Malartic)



- 샤토 말라르틱-라그라뷔에르(Chateau Malartic- Lagraviere, 그라브 특등급)의 세컨 라벨
- 화이트와인, 드라이
- 포도품종: 소비뇽 블랑, 세미용
- 이 샤토 또한 레드 및 화이트를 공히 그라브 특등급의 분류에 올려놓고 있는데, 레드의 경우는 미셸 로랑, 화이트의 경우는 보르도 대학 양조학박사 출신인 드니 듀바르듀 씨가 각각 생산을 책임지고 있다. 진한 황금색에 한눈에 보기에도 점성이 강해보이는 인상을 받게 된다. 향에는 희미하게 메론 또는 그레이프 푸르츠등의 과일 향을 느낄 수 있으며 그 아래에 알콜 및 미약한 기름냄새 등도 떠돈다. 산미가 확실하게 느껴지는 맛.

5) 샤토 투르-레오냥(Chateau Tour Leognan)



- 샤토 카르보뉴(Chateau Carbonnieux, 그라브 특등급)의 세컨 라벨
- 레드와인, 풀바디
- 포도품종: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 샤토 카르보뉴의 포도밭에 바로 인접한 테루아르의 포도로부터 만들어 지는 세컨드 라벨. 희미한 청색 기운이 감도는 루비 색조의 와인으로, 투명하면서도 짙은 색깔을 띄고 있다. 커피, 쵸콜렛, 바닐라 등 오크통으로부터 유래하는 향취와 함께, 탄 냄새 비슷한 향도 희미하게 느낄 수 있다. 과실의 감미와 함께 맛있게 즐길 수 있는 와인.

 

9. 소테른(Sauternes)의 세컨 라벨

 


1) 카스테르노 드 스듀이로(Castelnau de Suduiraut)



- 샤토 스듀이로(Chateau Suduiraut, 소테른 1급)의 세컨 라벨
- 화이트와인, 익스트림 스위트
- 포도품종: 세미용, 소비뇽 블랑
- 깜짝 놀랄 정도의 극도로 단 맛을 지닌 와인. 벌꿀과 사과, 레몬잼 등의 향을 짙게 풍기며 맛이 강한 블루 치즈등과의 상성이 좋다.

※ 역자주: 소테른은 고가의 샤토 디켐(Chateau d'Yquem)으로 유명한 지역 명으로서 이 지역의 화이트 와인은 보통 포도의 수확시기를 훨씬 지난 후에 수확한 포도를 재료로 만들어 지는데, 보통 보트리누스라는 곰팡이가 번식하게 되어 포도알 내부의 수분을 건조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함.

따라서 당연히 당도는 높아지게 되는 대신에 짜낼 수 있는 포도즙의 양이 줄어, 매우 맛은 달지만 생산량은 적은 진한 황금빛의 와인을 얻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원리를 응용한 또다른 스위트 와인들로는 독일/캐나다의 아이스바인(추위에 얼어붙은 포도를 사용한다고 함. 냉장고에서 억지로 포도를 얼려도 그런 맛은 안 나온다고 함. 딴 다음에 얼린거니까 당연히 그렇겠지...) 및 역시 독일의 베렌아우스레제, 트로켄베렌아우스레제 등이 있다.

역시나 소테른과 비슷하게 맛은 매우 단 편이라 흔히 디저트 와인 또는 맛이 강한 치츠류와 궁합을 맞추는 용도로 사용되고, 가격은 대부분 비싼 편이다.(375ml)의 하프 바틀로 잘 발매되는 것이 또 하나의 특징이라면 특징.

 

10. 생테밀리용(St-Emilion) 의 세컨 라벨들

 


1) 샤토 메리삭(Chateau Merissac)



- 샤토 닷소(Chateau Dassault, 생테밀리용 그랑크뤼 크라세)의 세컨 라벨
- 레드와인, 풀바디
- 포도품종: 메를로, 카베르네 프랑, 카베르네 소비뇽
- 메독 지역에서는 대부분의 레드와인에서의 포도 품종의 블렌딩에서 카베르네 소비뇽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고 카베르네 프랑, 메를로가 적은 양 포함되어 있으나 생테밀리옹 지역의 경우는 그 정 반대이다(역자주: 정확한 비율은 메를로 65%, 카베르네 프랑 20%, 카베르네 소비뇽 15%). 과실의 맛이 풍부하고 볼륨감이 느껴지는 와인.

2) 라 그랑쥬 누보 드 휘작(La Grange Neuve ds Figeac)



- 샤토 휘작(Chateau Figeac, 생테밀리용 프리미어 그랑크뤼 크라세 B-역자주: 생테밀리용은 메독과는 별개의 독자적인 분류 등급을 가지고 있습니다.)의 세컨 라벨
- 레드와인, 풀바디
- 포도품종: 메를로, 카베르네 프랑, 카베르네 소비뇽
- 달콤한 향에 마일드한 맛을 지닌 와인. 이 샤토는 18세기경엔 샤토 슈발 블랑을 포함할 정도의 넓은 포도원이에서 분리되어 나온 것이라고 함. 따라서 포도밭의 토양은 자갈과 모래가 많은 슈발 블랑과 흡사하다고 함.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테밀리용의 샤토들 중에서는 카베르네 소비뇽의 비율이 가장 높은 탓에 비교적 메독의 와인들과 비슷한 맛을 가지고 있는 편이기도.

3) 르 프티 슈발(Le Petit Ch eval )




- 샤토 슈발 블랑(Chateau Chavel-Blanc, 생테밀리용 프리미어 그랑크뤼 크라세 A)의 세컨 라벨
- 레드와인, 미디엄 풀바디
- 포도품종: 카베르네 프랑, 메를로
- 퍼스트 라벨인 슈발 블랑은 '백마'라는 뜻의 이름이다.(역자주: 이름이 비슷하고 같은 생테밀리용이기 때문에 헛갈리기 쉬운 샤토로 샤토 슈발 브룬이 있다. 갈색 말이라는 뜻의 슈발 브룬은 5만원대, 슈발 블랑은 50만원대이므로 헛갈리면 큰일난다. 아 참, 정확히 발음하자면 슈발 브룬이 아니라 슈발 브흐엉이겠군 -_-;) 입 안에 머금었을 때, 상당히 부드러운 느낌이 두드러진다. 또한 희미한 단 맛과 부드러운 신 맛을 함께 느끼게 된다. 이 샤토는 생테밀리용 중에서도 포므롤에 가까운 모래/자갈땅에 위치하고 있는데, Cote(고원, 언덕)측에 있는 샤토 오조느(Chateau Ausone)와 더불어 생태멜리용 중에서도 가장 높은 등급의 랭크를 자랑하는 와인.

4) 몬도(Mondot)



- 샤토 트롤롱 몬도(Chateau Troplong-Mondot, 생테밀리용 그랑크뤼 크라세)의 세컨 라벨
- 레드와인, 풀바디
- 포도품종: 메를로, 카베르네 프랑, 카베르네 소비뇽
- 매우 짙은 색조의 와인으로 말린 자두, 오크통, 그리고 스파이시함이 더해진 향을 지니고 있음. 맛으로는 떫은맛과 신맛이 적당히 섞여있으며 또한 juicy한 느낌.

5) 샤토 안젤리크 드 몽부스키외(Chateau Angelique de Monbousquet)



- 샤토 몽부스키외(Chateau Monbousquet, 생테밀리용 그랑크뤼 크라세)의 세컨 라벨
- 레드와인, 풀바디
- 포도품종: 메를로, 카베르네 프랑, 카베르네 소비뇽
- 슈퍼마켓 체인의 사장이었다가 와인업자로 변신한 제라르 페르스씨는 샤토 파비(Chateau Pavie), 파비 듀세스(Pavie Decesse)등을 소유하고 있는 분으로 다른 업종에서 전업한 와인업자 중에서는 손에 꼽히는 성공의 케이스로 일컬어진다. 이 페르스씨가 제일 처음으로 매수하여 운영하였고 또 그 이후로 비약적으로 품질이 향상된 샤토가 바로 이 몽부스키외라고 한다. 색조 자체는 짙은 편이나 밝은 적자색을 띄고 있다. 동물향, 흙내음 및 요드의 향을 지니고 있는 외에, 카시스 등의 과실향 또한 느껴진다. 맛은 떫은 탄닌의 맛이 강함.

※ 역자주: 여담이지만, 2003년도 샤토 파비를 두고 와인평론계의 거목인 미국인 Robert Parker와 영국의 여성평론가 Jancis Robinson 간에 한바탕 의견대립이 오간 적이 있다고 한다. 2003년에 유럽이 극심한 더위에 시달린 탓에 카베르네 소비뇽보다 일찍 숙성하는 메를로 품종의 특성상 과하게 익어버린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이 결과물로 탄생한 2003년도 샤토 파비를 파커는(원래 파커는 바싹 익은 포도로 만들어진 레드와인에 후한 점수를 주는 경향이 있다.) 극찬하였고 로빈슨은 대단히 폄하한 까닭에 성대결 내지는 대륙간 대결같은 자존심 싸움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또 우연인지 아닌지는 몰라도 로빈슨은 유독 몽부스키외 및 파비의 소유주인 제라르 페르스씨가 생산한 와인에 대해서는 혹평을 하는 경향이 있는데 여기에 모종의 원한이 개입되어 있다는둥 아니라는둥 음모론적인 방향으로까지 루머가 치닫기도 하였다니... -_-;

하여간에 이 결과물(2003년도 빈티지의 대부분의 상테밀리용 레드)들이 본래 상테밀리용이 가지고 있는 특징인 부드러움과 미묘함에서 꽤 벗어나 있음은 사실인듯 하나, 직접 시음해 보지 못한 이상은 뭐라고 단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

6) 생 폴 드 도미니크(Saint-Paul de Dominique)



- 샤토 라 도미니크(Chateau La Dominique, 생테밀리용 그랑크뤼 크라세)의 세컨 라벨
- 레드와인, 풀바디
- 포도품종: 메를로, 카베르네 프랑, 카베르네 소비뇽
- 이 샤토의 초대 소유주가 도미니크 섬에서 무역을 통해 돈을 많이 번 끝에 이 샤토를 손에 넣게 된 까닭에 이런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현재는 클레망 파야트 씨가 오너로서 슈발 블랑의 바로 북쪽에 붙어 있는 위치. 오렌지 빛이 감돌면서 전체적으로는 깊은 루비의 색조를 띄는 와인으로 윤기가 감돈다. 잘 익은 과실의 달콤한 향에 동물적인(가죽의) 향이 더해진 느낌. 맛은 매우 프루티한 느낌이 강하여 망고 등의 과실향이 끝에 남기도 하는데, 그와 동시에 떫은 맛과 신 맛도 강한 편.

7) 막시망 드 코르뱅(Maximin de Corbin)



- 샤토 코르뱅(Chateau Corbin, 생테밀리용 그랑크뤼 크라세)의 세컨 라벨
- 레드와인, 미디엄 풀바디
- 포도품종: 메를로, 카베르네 프랑, 카베르네 소비뇽
- 긴 역사를 자랑하는 샤토로서, 적자색의 루비빛깔이 매우 진한 와인. 체리, 블루베리등의 부드러운 과실향에 약간의 단 맛을 수반하는 스파이스, 스피어민트의 향. 먹물같은 향도 약간 느껴짐. (시음에 사용한 2000년 산은)약간 young 한 느낌도 있으나 이제 슬슬 마셔줄 때가 된 듯한 느낌. 입 안에서 매끄러운 느낌을 주며 말끔한 뒷맛.

8) 르 카데 드 라망드(Le Cadet de Larmande)



- 샤토 라망드(Chateau Larmande, 생테밀리용 그랑크뤼 크라세)의 세컨 라벨
- 레드와인, 미디엄 풀바디
- 포도품종: 메를로, 카베르네 프랑, 카베르네 소비뇽
- 이 이름은 라망드의 동생(=Cadet) 이라는 뜻으로(역자주: 그렇다면 Mouton-Cadet는 무통의 꼬봉이란 뜻이었단 말인가... -_-;) 전체 25헥타르의 포도밭 중에 퍼스트 라벨 용으로 쓰이는 것이 22.5헥타르, 그리고 나머지 2.5헥타르의 밭에서 난 포도로 이 세컨드를 만들고 있다고 한다. 매우 진한 색조의 적자색 빛깔 와인이다. 블랙체리, 블루베리 등의 잘 익은 달콤한 과실향에 조금이지만 캬라멜, 카카오, 흙내음, 그리고 동물적인 향도 느껴진다. 은근한 신 맛이 두드러진 과실맛에 잘 어우러져 맛이 훌륭하다. 탄닌의 맛이 강하면서도 부드러운 탓에 마시기 좋은 편.

 

11. 포므롤(Pomerol) 의 세컨 라벨들

 

1) 르호스피탈레 드 가쟁 (L'Hospitalet de Gazin)



- 샤토 가쟁(Chateau Gazin)의 세컨 라벨
- 레드와인, 풀바디
- 포도품종: 메를로, 카베르네 프랑, 카베르네 소비뇽
- 소규모의 샤토가 많은 포므롤 지역에서는 비교적 큰 규모를 자랑하는 샤토로서, 연간 생산량은 1만 케이스에 달한다고 함. 포도밭은 샤토 페트뤼스(Chateau Petrus, 역자주: 같은 포므롤의 레드 와인으로서 현존하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와인중의 하나. 청담동에 가시면 연경 건너편 랄프 로렌 매장인가 바로 그 근처에 이 이름을 딴 페트뤼스라는 와인바도 있습니다.) 바로 인근에 위치하여 있는데, 86년 이후로는 페트뤼스와 마찬가지로 무엑스(Moueix)社의 소유로 되어 있음. 대단히 진한 색조에 달콤한 과실의 향, 그리고 커피콩 같은 향도 느껴진다. young 한 느낌에 떫은맛도 강한 편이나, 농축된 단맛또한 함께 맛볼 수 있다.

2) 블라종 드 레반질르 (Blason de L'Evangile)



- 샤토 레반질 (Chateau L'Evangile)의 세컨 라벨
- 레드와인, 풀바디
- 포도품종: 메를로 65%, 카베르네 프랑 35% (즉 카베르네 소비뇽 전혀 없음!)
- 여기 소개된 샤토 레반질르는 도멘느 바롱 드 로쉴드(샤토 라피트) = Domaines Barons de Rothschild(Chateau Lafite)와 공동으로 경영되고 있으며, 포므롤 내에서도 열손가락 안에 꼽히는 유수의 샤토이다. 세컨 라벨은 95년도부가 첫 생산이었다고 하는데, 뀌베(Cuvee, 혼합)을 통하여 그랑뱅(Grand-vin, 대강 샤토급의 와인이라는 뜻으로, 등급상의 분류는 아님)으로부터 선별하여 세컨 라벨이 되는 와인은 퍼스트보다는 숙성기간이 조금 짧은 것으로 알고 있다. 진한 벽돌색의 색조에, 흙에서 막 뽑아낸 우엉, 피, 살구잼 등의 피망 등의 복합적인 향이 난다. 떫은 맛과 쓴 맛이 공히 강한 진한 맛.

3) 휴구 드 네낭 (Fugue de Nenin)



- 샤토 네낭 (Chateau Nenin)의 세컨 라벨
- 레드와인, 풀바디
- 포도품종: 메를로, 카베르네 프랑
- 1997부터 샤토 레오빌 라스 카즈(역자주:생줄리엥 섹션에서 소개한 바 있음)의 소유주인 듈롱(Delon) 가문이 오너가 된 이후 품질향상을 위해 많은 투자를 거듭해온 까닭에 요즘 평판이 점점 좋아지고 있는 와인. 짙은 루비색 색조에 적자색의 컬러. 잘 익은 블랙체리의 향에 쓴 맛을 수반하는 카카오, 그리고 홍차의 향이 느껴진다. 또한 신 맛과 떫은 맛이 공히 강하며 알콜의 느낌도 꽤 있어 딱 떨어지는 느낌. 뒷 맛은 과실의 단 맛이 여운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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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키노 > 사진 전문가 7인이 추천하는 사진책 14권 [2]

몸 붙일 곳 없는 세계 이웃들을 위한 작은 안식처

사진집단 일우 대표 김홍희의 베스트, <유민의 땅>

Choice/ <유민의 땅> 성남훈 지음/ 눈빛/ 2005년

‘잊어선 안 될 최초.’ 김홍희는 성남훈의 다큐멘터리 사진이 갖는 의미를 높이 친다. “우리의 문제뿐만 아니라 세계의 이웃에 관심을 돌린 첫 번째 한국 사진가라는 점에서 그렇다. 앞으로 국제적으로 활동하는 한국 작가들이 많이 나올 텐데 성남훈의 <유민의 땅>은 교본이자 전범으로 남을 것이다.” <유민의 땅>은 성남훈이 프랑스 에이전시인 라포에 소속해 있던 지난 15년 동안 보스니아, 인도네시아,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르완다 등의 분쟁 지역을 돌며 찍은 사진들을 모은 사진집이다. “한숨과 울부짖음으로 가창되는 지구시대의 뼈아픈 노래”라고 박노해가 말미에 말하듯, <유민의 땅>은 삶의 터전을 잃고서 칠흑 같은 운명을 감수해야 하는 유민들의 비가(悲歌)다. 자신들의 흐느낌을 한 소절만 들어달라고 청하는(인물들의 포즈를 보라!) 유민들의 청을 성남훈의 카메라는 기꺼이 받아들인다. 그런 점에서 <유민의 땅>은 몸 붙일 곳 없는 세계 이웃들을 위한 작은 안식처인 셈이다. 안식처의 문을 조심스레 열면, 구슬픈 아코디언에 맞춰 우는 루마니아 집시 소녀와 총구 아래서 웃음을 내보이는 보스니아 소년과 맨홀에서 사는 몽골 소녀와 탱크 포대 위에서 고개를 떨어뜨린 아프가니스탄 소년이 선(善)이 저지른 참상을 모르는 낯선 이방인을 맞는다. 김홍희는 <유민의 땅>이 나오기까지 작가의 고군분투를 전하면서 “한국사회가 언제쯤 이런 이웃들을 따뜻하게 껴안을 만큼 성숙할 수 있을까” 하는 탄식을 내놓았다.

Another Choice/ 최민식의 <Human 1∼12>

“내가 고향이 부산이라서 선생님을 택한 건 아니다. 아마 100년 뒤에 한국 사진사를 다시 쓴다고 할 때 여전히 짱짱하게 남아 있는 분은 최민식 선생이 아닐까. 사진의 유파와 상관없이 그는 거목이다. 안목도 훌륭하지만 무엇보다 선생의 사진에는 질곡의 시대가 드리워져 있다. 질곡의 시대를 기록했던 용기를 볼 수 있다. 연작 사진집 중 초창기 사진들을 특히 다시 보고 싶다. 덧붙여 후지와라 신야의 <인도방랑>은 절판됐는데, 다시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일본에서 유학할 때 동경했던 작가다. 다들 카메라 들고 인도로 떠나지만 <인도방랑>에 비하면 모두 수박 겉핥기다. 카메라가 삶에 동화되는 걸 후지와라 신야는 직접 보여준다.”

김홍희/ 사진집단 일우 대표·<만행-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 <방외지사> <암자로 가는 길> <예술가로 산다는 것> <인도기행> <세기말 초상> <방랑><나는 사진이다> 등

잠자고 있던 서울의 기억을 만나는 순간

다큐멘터리 사진가 성남훈의 베스트, <서울 1969-1990>

Choice/ <서울 1969-1990> 전민조 지음/ 눈빛/ 2006년

극장 앞에서 완장 찬 이가 관객을 줄세우던 종로가 있었다. 지게꾼과 미니스커트가 공존하던 명동이 있었다. 차력시범이 펼쳐지던 강남터미널이 있었다. 소가 쟁기 끌던 압구정이 있었다. 버스를 기다리기 위해 100m 넘게 줄을 서야 했던 잠실이 있었다. 수해 때 세간살이와 목숨만 건져야 했던 중랑교가 있었다. 전민조의 <서울 1969-1990>은 누구도 돌아보지 않는 ‘서울’을 오래된 거울을 꺼내 샅샅이 비춘다. “<서울…>은 앞만 보고 달리는 우리에게 던져진 묵직한 화두”라며 성남훈은 “그의 사진은 볼 때마다 단순한 기록이라고 일컬을 수도, 그저 보도사진이라고 단정할 수 없는, 솔솔한 휴머니즘과 일관된 미감이 배어나오는 작품들”이라고 말한다. 전민조의 사진들은 꼼꼼히 뜯어봐야 한다. 오래, 자주 봐야 많이 보인다. <서울…>을 가득 메운 군중 사진들이 특히 그렇다. 전민조의 군중은 점들의 집합이 아니다. 일례로 보행위반자들을 찍은 1975년의 동대문을 보면, 가슴 졸이며 딱지떼는 남자와 밀지말라고 손들어 제지하는 남자와 벌금을 확인하려고 애쓰는 뒷줄 남자와 담배 피우며 생계를 걱정하는 남자와 어디선가 나타난 카메라를 발견하고 포즈를 취하는 남자가 뒤섞여 있다. 특정 누군가를 클로즈업하고, 특정 누군가를 배제하지 않는다. 그래서 전민조의 사진집은 <서울…>이라는 제목을 가질 만한 가치가 있다. “미문화원 점거 당시의 함운경씨를 찍은 사진이 생각난다. 그때 난 전경이었다. 386이라 그런지 전경들 앞에서 분을 터트리는 국회의사당 사진 등이 생생하다.” 성남훈의 말처럼, 전민조의 <서울…>을 뒤적이다 보면 특별한 공명의 순간이 느껴질 것이다. 그땐 잠자고 있던 서울의 기억들이 깨어나는 순간이기도 하다.

Another Choice/ 이갑철의 <충돌과 반동>

“이갑철 선생은 카메라를 오래 잡았지만 숨겨진 인물이었다. 사보 등에 기고하면서 한국의 전통에 대한 개인작업을 하고 있음을 알고 있긴 했는데, <충돌과 반동>이 나오기 전까지 그의 작업에 대한 오해가 있었다. 일반적인 기록사진의 범위 안에서 그의 작업을 예상했는데, <충돌과 반동>은 완전히 다른 세계를 보여줬다. 무속, 불교 등의 행사를 뒤좇으면서 단순한 기록이 아닌 철저히 작가 개인의 사적 해석으로 채워넣었다. 두려움과 흥이 뒤섞인 신적 기운을 맛보면서, 한국적인 소재를 찍는다고 해서 한국적인 것이 전달되지 않음을 깨달았다. 길들여지지 않은 날것들의 강렬한 생동을 언제쯤 간직할 수 있을까.”

성남훈/ 다큐멘터리 사진가·개인전 <루마니아 난민> <소록도> <아프가니스탄에 피는 꽃> <유민의 땅>· 단체전 <Salon 92> <세계보도사진 대전> <동강사진축전> 등 다수

얇지만 얄팍하지 않은, 초라하지만 진실한 입문서

사진작가 구성연의 베스트, <필립 퍼키스의 사진강의 노트>

Choice/ <필립 퍼키스의 사진강의 노트> 필립 퍼키스 지음/ 박태희 옮김/ 눈빛/ 2006년

“사진 관련 서적 중에 아담하고 친근한 책을 찾기란 쉽지 않다. 한손으로 들기도 버거울 정도로 무겁고, 비싸기까지 하다. 절판된 김기창 선생의 <개가 있는 따뜻한 골목>을 좋아하는 이유는 한손에 담을 수 있어서다. 그리고 몇달 전에 선물받은 <필립 퍼키스의 사진강의 노트>가 또 그러하다.” 물론 싸고, 휴대가 간편하다는 이유로 구성연이 이 책을 선택한 건 아니다. 안셀 애덤스, 도로시아 랭에게서 사진을 배운 필립 퍼키스는 프랫 인스티튜트를 비롯해 뉴욕대 등에서 오랫동안 강의를 맡아온 교육자. 출판 당시 소개글에 “초라한 책, 그러나 진실한 내용”이라고 적었다는 퍼키스는 도입부에서 “너무 성급하게 메타포나 상징으로 건너뛰지 마라. 문화적 의미를 담으려 하지 마라. 아직 이르다. 이런 것들은 나중에 생각해도 늦지 않다. 먼저 대상의 표면에 떨어진 빛의 실체를 느껴야 한다”고 충고한다. 대상을 서둘러 삼키려 들지 말고 천천히 음미하라는 그의 조언은 이 책을 읽는 방식에도 적용된다. 흑백사진, 인물, 풍경, 디지털 등의 세부 주제들에 관한 강의 내용을 달달 외워봤자 소용없다. 가까이 두고 오래 볼 일이다. “얇지만 절대 얄팍하지 않은 입문서”라고 소개하는 구성연은 굳이 사진가를 꿈꾸지 않더라도 비평 부문의 강의는 새겨들을 만하다고 말한다. “작품을 대할 때 저건 무슨 의도로 찍었지라고 물을 필요가 없다. 저자는 비평이 심리치료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 저 고매한 작가가 숨겨놓은 의도는 뭘까라는 호기심이 혹시 난 천박한 감상자는 아닐까라는 의구심으로 변질되면 더이상 작품과 관객의 소통은 불가능해진다. 테크닉을 강조하는 입문서들에서 이런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까.”

Another Choice/ 타린 사이먼의 <The Innocents>

“처음 봤을 땐 도시와 시골의 집들, 그곳에 사는 것 같은 인물들을 찍은 사진이구나 싶었다. 그런데 캡션을 읽어보니 무고하게 살인범으로 몰려 감옥에 간 이들을 찍었더라. 모두 억울한 과거 때문에 삶이 일그러진 인물들이었다. 가장 인상적인 사진은 옥고 끝에 범행이 일어났던 장소를 다시 찾는 인물을 잡은 것이다. 사실 사진집을 보면 대개 전시됐던 오리지널 프린트보다 못하구나, 사진집은 그저 대용품이구나 하는 마음이 있었는데 이 책은 달랐다. 전시장에서 이 사진만 봤거나 사진없이 그냥 텍스트로만 사연을 접했다면 어땠을까. 사진과 텍스트가 사이좋게 서로를 돕는다는 점에서 두고 볼 만한 책이다.”

구성연/ 개인전 <나비> <유리> <구성연전> <모래> <화분>·단체전 <사진의 피부, 회화의 껍질> 등·현재 <3인의 디지털 미장센> 전시

두려움을 에너지로 바꿔주는 설득의 화술

패션사진가 이전호의 베스트, <예술가여, 무엇이 두려운가!>

Choice/ <예술가여, 무엇이 두려운가!> 데이비드 베일즈·테드 올랜드 지음/ 임경아 옮김/ 루비박스/ 2006년

흔히 예술가는 하늘이 내린 특별한 재능의 소유자라고 철석같이 믿어왔다. <예술가여, 무엇이 두려운가!>는 첫장에서부터 그런 편견은 제발 좀 버리라고 말한다. “예술은 평범한 사람들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일갈하면서 말이다. 창조의 문턱에서 좌절한 이들은 수없이 많다. 좀처럼 끝이 보이지 않는 사진 또한 마찬가지다. “사진을 시작하면 구체적인 테크닉을 습득하는 것보다 내가 사진을 잘 찍을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앞선다. 이러한 두려움은 누구에게나 있는 것이고, 프로가 되더라도 마찬가지 두려움에 시달린다.” 이전호에게 <예술가여…>는 두려움을 에너지로 바꾸게 해준 비타민이다. “무슨 작업을 할 때마다 새로운 걸 내놓아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곤 한다. 사진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다들 그렇지 않나. 그럴 때마다 이 책의 구절을 떠올리곤 한다.” 이전호가 스스로에게 용기를 주입하는 구절은 이렇다. “훌륭한 작품을 완벽한 작품과 동일한 것으로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중략)… 왜냐하면 우리는 인간이고, 인간만이 결점을 드러내며 예술을 창조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가장 큰 무기는 다양한 사례와 조사를 통한 설득의 화술이다. “장면의 모든 요소들이 정확히 완벽해질 때까지 기다렸다면 아마 한장의 사진도 찍지 못했을 것”이라는 안셀 애덤스의 고백과 앗제로부터 위지에 이르기까지 많은 유명 사진작가들이 당대에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했던 역사들을 언급하는 이 책은 ‘사진’에 빠져들기로 맘먹었다면 꼭 챙겨야 할 구명조끼다.

Another Choice/ 샬럿 코튼의 <Imperfect Beauty>

“뉴욕 출장 가서 전시회에서 산 책인데, 닉 나이트를 비롯한 그룹 쇼 스튜디오 소속 작가들의 작품을 모은 사진집이다. 광고사진의 대가이지만 닉 나이트는 좀처럼 멈춰서지 않는다. 대개 마스터가 되면 이 정도 했으니까 됐어 하는 자위 같은 게 있는데 닉 나이트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음을 증명한다. 이 책은 쇼 스튜디오가 단순한 파워집단으로서의 커넥션이 아니라 서로에게 자극이 되는 크리에이티브한 그룹임을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우리는 경주를 하는 것도, 경기를 하는 것도 아니다. 승자도 패자도 없다. 우리는 우리 마음속에 있는 것을 표현할 뿐이다’라는 책 속 크랙 맥딘의 말처럼, 상업사진을 찍으면서도 사진의 본질을 잃지 않으려는 태도를 확인할 수 있다.”

이전호/ 패션사진가·<올드보이> <가족> <주먹이 운다> <너는 내 운명> <태풍> <나의 결혼원정기> <왕의 남자>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포스터 촬영

사진 전문가 7인이 추천하는 사진책 14권 [1] 1/2
사진 전문가 7인이 추천하는 사진책 14권 [2] 2/2
글 : 이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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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키노 > 사진 전문가 7인이 추천하는 사진책 14권 [1]

홍수다. 사진 관련 서적들이 물밀듯이 출판되고 있다. 대형서점에는 이제 전문 코너가 따로 마련되어 있을 정도다. 디지털카메라 보급에 따른 여파일 것이다. 그러나 고민이 뒤따른다. 이 많은 책들을 다 볼 순 없는 일이다. 그래서 7인의 사진 전문가들에게 청했다. 알찬 책을 추천해달라고. 그들의 Choice는 국내에 출간된 책들이다. 그들의 Another Choice는 외서와 지금은 절판된, 시중에서 손쉽게 구하긴 어려운 책들이다. 업그레이드된 사진을 찍고 싶다면 똑딱이 카메라와 DSLR을 잠시 놓아두라. 셔터에서 손을 떼고 책을 보자. 봐야 찍는다.

자식을 믿지 못하는 근심 많은 부모 같은 책

영화스틸작가 한세준의 베스트, <사진학 강의>

Choice/ <사진학 강의> 바바라 런던, 존 업튼 외 지음/ 김승곤 옮김/ 타임스페이스/ 2004년 <사진> 바바라 런던, 존 업튼/ 이준식 옮김/ 미진사/ 2003년

제목부터 ‘사진학 강의’다. 단시간에 고수가 되는 비결을 일러주겠다고 꾀는 책들이 쏟아지는데, ‘사진학 강의’라니. 하지만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대형서점에 가면 사진 코너 한가운데 딱딱하기 그지없는 이 책이 떡하니 버티고 있음을. 피어슨사에서 초판을 출판한 <사진학 강의>는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서 사진학 교과서로 삼고 있는 ‘바이블’이다. 한세준 작가 또한 이 책으로 사진을 처음 배웠다. “처음 접한 게 1991년경이었을 거다. 사진 전공하기 전으로 동호회 등에서 사진을 찍고 있던 때였는데 군대 간 친구에게서 건네받았다. 그때 본 책은 미진사 출판본이었다.” 첫장을 펼쳐보면 알겠지만 <사진학 강의>는 자식 믿지 못하는 근심 많은 부모 같다. 필름 끼우는 방법부터 인화까지 시시콜콜 일러준다. “속성을 강조하는 책들은 어떻게 아웃포커스가 가능한지에 대한 설명조차 없다. 사진은 예술 이전에 과학이다. 카메라는 붓 이전에 기계다. 카메라의 구조, 광선의 원리 등을 모르면 창조적으로 응용할 수가 없다. 촬영 중에 문제가 일어나도 해결할 수가 없다.” 유명 작가들이 찍은 600여장의 사진도판들이 풍부하게 예시되어 있다는 점도 돋보이는 장점이다. 타임스페이스가 펴낸 7판에는 디지털 사진에 대한 강의도 덧붙여져 이전 판보다 더욱 뚱뚱해졌다. “강의할 때도 이 책을 쓴다. 학생들이 좀처럼 책을 잘 안 사는 편이라 중요한 설명은 아예 사진으로 찍어서 슬라이드로 쏘아가면서 설명한다. (웃음) 구관이 명관이라고. 출판된 지 오래됐지만 훌륭한 쓰임은 여전하다.”

Another Choice/ 에드워드 S. 커티스의 <북미 인디언>(The North American Indians)

“1895년부터 마차를 타고 다니며 30년 이상 인디언들을 찍은 사진들을 모은 책이다. 네거티브만 무려 4만장이라는 것도 놀랍지만, 20세기 초에 이런 사진을 찍으려고 했다는 시도와 의식 자체가 대단하다. 슬픈 표정의 인물들이 많은 걸 보면 지배자의 입장에서 인디언의 삶을 기록했다는 일부의 비판이 이해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금처럼 간편한 장비도 없는 20세기 초에 사라져가는 삶의 양식에 대한 기록으로서의 다큐멘터리 사진을 정초했다는 업적까지 무시할 순 없다.”

한세준/ 영화스틸작가·<해피엔드> <공동경비구역 JSA> <살인의 추억> <친절한 금자씨> <남극일기> <범죄의 재구성> <괴물>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거룩한 계보> 촬영

브레송을 엿볼 수 있는 유일한 단서

다큐멘터리 사진가 이상엽의 베스트, <영혼의 시선: 앙리 카르티에-브레송의 사진 에세이>

Choice/ <영혼의 시선: 앙리 카르티에-브레송의 사진 에세이>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지음/ 권오룡 옮김/ 열화당/ 2006년

“모두들 브레송에 대해 좀더 알고 싶어했다. 하지만 외국 서적을 뒤져봐도 피상적이고 간접적인 인용 뿐이었다.” 이상엽이 <영혼의 시선: 앙리 카르티에-브레송의 사진 에세이>를 첫손에 꼽는 건 당연하다. 사진을 진지하게 고민해본 적 있다면, 누구나 홍역처럼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증후군을 경험한다. 라이카 M3로 무장하고 ‘결정적 순간’을 잡아내기 위해 보이지 않는 유령처럼 ‘살금살금’ 현실에 침입했다는 거장 브레송에 대해선 그리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생전에 그는 사진 철학을 책으로 묶어낸 적이 없다. 그가 직접 쓴 짧은 글들을 묶어 펴낸 <영혼의 시선…>은 브레송을 엿볼 수 있는 유일한 단서다.” 1996년 프랑스에서 초판이 발행된 것을 시작으로 미국(1999년)을 거쳐 10년 만에 한국에 당도한 이 에세이는 거장의 단호하고 매혹적인 잠언들로 시작한다. 특히 “사진가들의 참고서이자 시학으로 남은” 사진집 <결정적 순간>(1954)의 서문을 포함하고 있는 ‘스케치북으로서의 카메라’에서 브레송은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성찰을 드로잉하는 순간적인 행위”며, “머리와 눈 그리고 마음을 동일한 조준선 위에 놓고”, “달아나는 현실의 숨결을 포착”할 때만 가능함을 간결한 필치로 설명한다. 일독만으로는 알쏭달쏭하다고 포기하지 말 것. <시간과 장소>와 <사진가들과 친구들에 관하여>에선 기관총이 잔뜩 실린 캐딜락을 타고 피델 카스트로를 만나러 갔던 일 등을 비롯한 흥미진진한 에피소드가 이어진다. “브레송은 사진 해설에서도 알 수 있듯 자신의 사진에 대한 다른 해석을 용납치 않던 강퍅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이는 자신의 사진을 책임지겠다는 오롯한 작가의 태도이기도 하다. 여전히 글이 사진을 자의적으로 왜곡하고 누르는 국내 포토저널리즘의 관행을 감안하면 두고 곱씹을 만한 태도다.”(이상엽)

Another Choice/ 로버트 프랭크의 <미국인들>(The Americans)

“브레송과 대척점에 서 있는 로버트 프랭크는 현대사진의 문을 연 거장이다. 특정한 결정적 순간이 있다는 믿음은 착각이라고 여겼던 그는 일생 동안 매그넘 같은 조직에 속하지 않고 개인작업을 하면서 사적인 일상을 통해 사회를 드러내보였다. <미국인들>은 1960, 70년대 미국인들의 유복한 삶의 허약한 실체를 까발린 사진집으로 유명하다. 미국보다 프랑스에서 한해 먼저 출판된 것도 그 때문이다. 아직까지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건 어쩌면 우리 사회가 아직 자신의 허위를 폭로할 만한 용기가 없어서일지도 모른다.”

이상엽/ 다큐멘터리 사진가·웹진 <이미지 프레스> 대표·<낡은 카메라를 들고 떠나다> <이미지 프레스 01, 여행하는 나무> 기획

지금은 사라진 사랑의 흔적에 대한 마술적 소묘

사진평론가 진동선의 베스트, <사랑의 방: 베르나르 포콩 사진집>

Choice/ <사랑의 방: 베르나르 포콩 사진집> 베르나르 포콩 지음/ 심민화 옮김/ 마음산책/ 2003년

“흔히 훌륭한 사진은 ‘보면 볼수록 비밀이 새어나오는 사진’이라고 한다. 또 사진의 비극은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되 진실을 말하지 않는 데 있다’고 한다. 베르나르 포콩의 <사랑의 방: 베르나르 포콩 사진집>은 이를 사진과 글로 보여준다.” 진동선은 포콩을 브레송과 맞먹는(!) 프랑스 사진가라고 주저없이 말한다. 눈앞의 세상의 결정적인 순간을 인식하는 대신 그는 존재하나 사라진 감정의 파편들을 되살려 맞춘다. 진동선은 <사랑의 방…>의 발문에 “최초로 사랑의 실체를 사진으로 표현한 작가는 포콩이 아닐까 한다… (중략)… 지금까지 사진에 찍힌 사랑이란 순간적인 행복의 표정이었거나 열락의 포즈였을 뿐 사랑의 실체는 아니었다”라고 썼다. “<사랑의 방…>은 보이지 않는 것, 말해질 수 없는 것, 그러나 분명히 존재했던 너, 나, 우리의 지난 기억들을 돌려세운다.” 책에 실린 50장의 사진과 글은 존재했으나, 지금은 사라진 사랑의 흔적들에 대한 마술적 소묘다. 작가 스스로 ‘광기’라 불렀던 열정은 사진 속에서 불가능한 모든 것을 가능케 하는 ‘명징의 빛’으로 변하고, 이 마술의 빛 아래서 보이지 않던 시간의 상처와 감정의 자국이 어슴푸레하게 드러난다. 작가는 “가장 찍고 싶은 것이 가장 찍을 수 없는 것이다. 사랑의 얼굴”, “온갖 갈망의 대상이 되는 것, 바로 그것을 잡았다고 늘 생각하는데, 그것은 슬그머니 미끄러져 달아나고, 또다시 미끄러져 달아나, 껍질만 남기고”라고 토로하지만 말이다. 포콩이 안내하는 마법의 성을 둘러보고 나면 포토숍으로 느낌을 창조할 수 없음을 절실히 깨닫게 된다.

Another Choice/ 롤랑 바르트의 <카메라 루시다>

“지금은 절판된 <카메라 루시다>에서 롤랑 바르트는 ‘사진이란 단 한 사람을 위한 불완전한 과학’이라고 규정한다. 얼마나 멋진 말인가. 단 한 사람을 위한 사진. 사진은 공동작업이 불가능한 매체다. 단 한 사람의 손가락으로부터 셔터가 눌려지고, 그리고 저마다, 각자의 살아온 경험과 이해로부터 해석되는 오묘한 코드다. 그래서 바르트는 한장의 사진은 누구에게나 홀연히 날아와 상처를 찌르는 푼크툼(punctum)이라고 했다. 존재증명이면서 동시에 부재증명인 사진의 존재론을 펼치는 이 책이야말로 사진이란 무엇인지 되묻게 한다는 점에서 꼭 필요하다.”(참고로 이 책은 9월31일 동문선에서 <밝은 방>이라는 이름으로 출판됐다)

진동선/ 사진평론가·현대사진연구소 소장·<한국 현대사진의 흐름> <사진사 드라마 50, 영화보다 재미있는 사진 이야기> <현대사진의 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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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ya의 dog

Miles Davis의 Blue in Green

 

11월에

 

오스카 와일드의 "옥중기"를 디시 읽었어. 읽다 마음을 휘잡아 끄는 구절에 줄을 그었지.

 

우리의 옷이 우리를 괴물로 만들어 버린다. 우리는 슬픔을 짊어진 광대들이다.

우리는 상심한 마음을 부둥켜안고 살아가야 하는 광대들이다....

1895년 11월 13일, 나는 런던에서 이곳으로 이감되었다. 그 날 2시부터 2시 30분까지

나는 죄수복을 입고 수갑을 찬 채로 클래팜 역의 중앙 플랫폼에 서 있어야 했다.

그렇게 세상의 구경거리가 되어야 했다. 나는 병동에서 끌려나와야 했다.

아무런 예고도 없이 그렇게 나는 세상에서 가장 괴물 같은 구경거리가 되어야 했다.

사람들은 나를 보며 웃음을 지었다...

 

그 삼십분 동안,

 

나는 조소를 보내는 폭도들에 둘러싸여 잿빛 11월의 비를 맞으며 그곳에 서 있어야 했다.

 

난 언제나 고독과 방랑에 관한 구절이 눈에 띄면 지나치지 못했어.

언제나처럼 고독이란 글자사이에 내 검은 사인펜을 갖다 들이대야 직성이 풀렸지.

난 그렇게 고독을 사랑했어.

 

책을 읽다 마음에 들어 그어놓은 고독에 관한 아포리즘을 몇 가지 적어보면...

 

어떤 사람의 고독은 병자의 도피이며, 또 어떤 사람의 고독은 병자들로부터의 도피이다.

 

달아나거라, 나의 친구여. 그대의 고독속으로!

-Nietzsche-

 

나는 반항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그러므로 나는 외롭다.

-Camus-

 

인간은 시회(詩會)속에서 사물을 배울 수 있다.

그러나 영감(靈感)을 받는 것은 오직 고독 속에서다.

-Goethe-

 

완전한 고독속에서 혼자 살 수 있는 것은 야수(野獸)나 신 뿐이다.

-Aristoteles-

 

이 세상에서 가장 강한 인간은 고독한 인간이다.

-Ibsen-

 

그렇다고 고독이 항상 우울하고 무거운 것만은 아니지.

 

 

 

 

 

이런 것도 있다.

 

남녀간의 섹스는 사실 서로가 상대방의 "마스터베이션"을 도와주는 행위이다.

혼자서 하는 마스터베이션은 아무래도 처량할 수 밖에 없으므로,

우리는 이성(異性)의 몸을 빌려, 자위행위를 하는 것이다.

섹스라고 해서 두 몸이 하나가 될 수 없다.

우리는 모두 "영원한 혼자"이다.

-마광수-

 

재미나지? 아닌가. 난 한동안 아랫배를 움켜지고 방바닥을 데굴데굴 굴러다녔는데...

다들 각자의 취향이 있으니까 말이지

하긴 프랑소와 모리악은 "우리들 각자는 하나의 사막"라고 말하더군. 맞는 말이것 같어.

흠...

 

꿀꿀한데 꿀꿀한 시 하나 읊어줄까?

 

혼자라는 건 / 최영미



뜨거운
순대국밥을 먹어본 사람은 알지
혼자라는 건
실비집 식탁에 둘러앉은
굶주린 사내들과
눈을 마주치지 않고
식사를 끝내는 것만큼
힘든 노동이란 걸

고개숙이고
순대국밥을 먹어본 사람은 알지
들키지 않게 고독을 넘기는 법을
소리를 내면 안돼
수저를 떨어뜨려도 안돼

서둘러
순대국밥을 먹어본 사람은 알지
허기질수록 달래가며
삼켜야 한다는 걸
체하지 않으려면
안전한 저녁을 보내려면

 

혼자 살아본 사람만 알 수 있을꺼야. 이 안전한 저녁이란 거 말이지.

혼자 살다보면 다들 한가지씩 병들을 달고 살게 되지. 나같은 경우는 만성 위염이었어.

가끔 혼자인 건 좋지만, 항상 혼자인 것은 권장할만한게 못 돼.

혼자인게 싫다고 무작정 길을 나서서도 안돼.

지금은 11월이야. 특히 밤에는 무지 춥지. 콧물이 나올지도 몰라.

 

다들 무지 외로울꺼야 하지만 힘내.  이 말밖에는 해줄 말이 없네

It's all 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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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6-11-08 1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야 그림 스크롤 내리는데, 가슴이 철렁.
11월의 너덜해진 잿빛수요일에... 남은 목,금,토가 너무 버거운 어느 수요일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