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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ll Evans - Conversations With Myself & Further Concersations With Myself - The Art Of Duo
빌 에반스 (Bill Evans) 연주 / 유니버설(Universal)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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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지금 황홀한 우리 마음위에 밤은 내리고 있다.


written by Andre Gide


빌 에반스의 Conversations with myself를 듣고 있노라면,

jazz가 밤의 음악이라고 말했던 스탄 겟츠의 말이 거짓이 아니었음을 금방 깨닫게 된다.

 

밤의 정적 속에서 조용히 동심원을 그리며 퍼져나가는 소리의 파문(波紋)이 나와 공명하는 그 순간, 말할 수 없는 그 무엇인가가 파문이 일으킨 틈새를 비집고 나와 텅 빈 공간을 하나씩 잠식해 간다. 그건 분노도 아니며, 슬픔도 아니다. 그건 그냥 새하얀 한숨 같은 것이다.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조셉 콘래드의 말을 빌리자면 아마도 이렇게 말할 수 있지 않을까?


한 가닥의 연기를 뿜으면서 꿋꿋이 항해하고 있던 외로운 배는

마치 하늘에서 무자비하게 던진 불길에 그을린 듯이 넓고 환한 바다에서

검은 연기를 모락모락 피워 올리고 있었다.


날마다 밤이 축복처럼 배위에 내렸다.(Lord Jim 중에서)


그의 음악은 이처럼 고독한 밤바다를 항해하고 있던 나에게 축복처럼 내렸던 것이다.


Conversations with myself의 첫 장을 넘기면, 에반스가 그려놓은 밤의 정경이 펼쳐진다.


‘Round About Midnight!


그가 그려놓은 밤은 적막하면서도 따뜻한 눈이 내린, 겨울 숲의 밤이다.

이는 전적으로 스타인웨이(Steinway) 피아노와 웹스터 홀의 목재마감으로 인한 소리의 반향에 기인한 것으로, 빌 에반스는 이번 앨범을 위해 특별히 글렌 굴드의 스타인웨이 피아노를 선택했다. 바흐의 골트베르크 변주곡에 대한 획기적인 해석으로 잘 알려진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는 빌 에반스의 투명하고도 명료한 음색을 너무나도 좋아했다고 한다. 섬세하면서도 영롱한 소리가 매력이었던 스타인웨이 피아노는 그런 그의 요구에 적합한 악기였고, 굴드 역시 1960년이래로 줄곧 스타인웨이 피아노만을 연주해 왔었다. 글렌 굴드와 빌 에반스. 이 두 사람은 차가우면서도 따뜻한, 섬세하면서도 다소 단단한(solid) 음색에서도 많이 닮았지만, 관중에 대해 철저히 무심하면서, 스스로의 내면에 침잠하는 듯한 연주 자세에서도 정말 비슷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번 음반의 곡목을 살펴보면, 에반스는 자신뿐만이 아니라 셀로니우스 몽크와의 대화도 여러 번에 걸쳐 시도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데 ‘Round About Midnight’뿐만 아니라  ‘Blue Monk’, ‘Bemsha Swing’등 몽크의 여러 자작곡들을 만날 수 있다.

“음악에 있어 절정의 순간은 음과 음사이의 짧은 정적에 있다.”라는 음악적 소신을 밝혔던 몽크와 마찬가지처럼 에반스는 그의 음악의 절정을 음형이 일으키는 파문과 파문사이에 던져 놓았다. 정적 속에서 툭툭 깨어져 나가는 소리의 파문은, 깊은 밤 소리없이 내리는 하얀 눈송이처럼 조용히 쌓여가는 것으로 마지막 음이 피아노를 떠나는 그 순간 가만히 한숨짓게 만드는 것이다.


그가 Stella by Starlight의 연주를 막 끝내자 난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냉장고로 가서 얼마 전 사 놓았던 카르멘 리저브를 한 병 깠다.





차갑고 단단하며 오크향이 감도는 맛이 눈 내린 겨울 숲 같았다.

 

wine comes in at mouth                     와인은 입으로 마시며

and love comes in at the eye             사랑은 눈으로 마신다.

that's all we shall know for the truth    그것이 우리가 알아야할 유일한 진실!

before we grow old and die               우리가 늙어 죽기전에

l lift the glass to my mouth                  나는 입에다 술잔을 들고

l look at you, and i sigh.                     그대를 바라보며, 한숨 짓노라.

 

예이츠의 싯구를 읊어보며 난 풍류에 흠뻑 젖어본다.

 


그날 밤 나에게 밤은 축복으로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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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3-26 18: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보르헤스 2007-03-26 2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락사스님/ 전 자주 뵈었는데요 ^^ 님의 페이퍼를 통해서 말이죠.
 
[수입] The Genius of Bud Powell
Verve / 195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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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Oblivion>

 

위대한 기지는 광기에 아주 가깝고

그들의 경계를 가르는 엷은 칸막이만 있을 뿐이다


written by Alexander Pope


지난 밤, 나는 지독한 무거움에 시달려야만 했다.

자신의 무게에 짓눌려져 본 사람은 알 것이다. ‘타인을 사랑한다.’라는 것이 얼마나 숭고한 일인지를.

나 자신의 무게도 이토록 힘겹고 고통스러울진대, 타인의 아픔과 상처까지도 함께 껴안아야만 하는 사랑의 무게는 얼마나 힘겨운 것일까?

낯모르는 타인에게 선뜻 사랑한다며 껴안는 무리들을 그래서 난 신뢰할 수 없다. 그들의 사랑은 분명 거짓임이 분명하기에.


무거움의 늪에 빠져있는 동안, 이것저것 내가 할 수 있는 처방은 모조리 해봤지만 결국 짜증만 더 늘 뿐이었다.

그럴 때면 차라리 쥐죽은 듯 가만히 침묵하며 견뎌야 한다. 관조반야(觀照般若)하면서...

브로크벡 마운틴의 마지막 글귀처럼 고칠 수 없다면 견뎌야 하는 법이다.

짜증이 조금 가신 후에야 가까스로  Bud Powell의 The Genius of bud powell을 들을 수 있었다.


사실 난 파웰의 음악을 좋아한다기보다는 그의 이름 앞에 늘 붙어다니곤하는 “천재”라는 수식어를 더 좋아했다.

천재라... 그 얼마나 듣기 좋은 말인가?

평범이라는 말은 진부하고 따분하게만 들리지만, 천재라는 말은 내뱉는 그 순간부터 스스로 환히 빛을 발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거기다 ‘요절했다.’라는 짧은 부언이 더해지기까지 하면, 난 지랄발광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중력(重力)에 사로잡혀 밤하늘에 스스로를 못 박아버린 수많은 별보다, 은하를 가로지르며 스스로를 불태우며,

소진해가는 한 떨기 유성이 더 아름답지 아니한가?

천재는 바로 그 유성과도 같은 존재인 것이다.


천재성에 관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글귀중 하나는 쇼펜하우어의 것인데, 조금 인용해보면


"천재의 본질은 바로 그러한 월등한 관조의 능력에 있다.

그런데 관조는 자기 자신과 그의 관계들의 완전한 망각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천재성이란 다름 아닌 가장 완전한 객관성, 즉 자기 자신 곧 의지로 향하는 정신의 주관적 방향과는 다른 정신의 객관적 방향이다. 따라서 천재성이란 순전히 직관적으로 행동하고, 직관에 몰입할 수 있는 능력이며, 본래 의지에 봉사하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인식을 이러한 봉사로부터 떼어놓는 능력, 즉 자기의 관심, 자기의 의욕, 자기의 목적을 전연 안중에 두지 않고, 자기 자신을 한 순간에 완전히 포기하고, 순수 인식 주관으로서 분명한 세계의 눈 그 자체로 되는 능력인 것이다."


버드 파웰은 바로 그런 천재성의 전형을 보여주는 인물이다.

“Tatum에서 테크닉이 나왔다면, Powell에게선 스타일이 나왔다.”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그는 아주 독창적인 모던 재즈 피아노기법을 완성해 내었다. 왼손이 베이스 음계와 코드를 짚어나가는 동안, 오른손은 쉬지 않고 화려하면서도 현란한 멜로디를 즉흥적으로 읊어나간다.

그런 그의 음악적 특징은 BACH의 음악과도 유사한데, 통주저음이 갖는 즉흥성과 바소오스티나토(basso ostinato)양식의 화려한 변주성이 왼손과 오른손에서 동시에 펼쳐진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거기다 걷잡을 수 없이 내지르며 질주하는 스피드의 향연이란!

바흐의 클래시컬한 정격성과 변주성, 거기다 불타오르는 ROCK적 열정의 혼합체. 그것이 바로 버드 파웰이다.


그의 음반을 듣고 있노라면, 당신은 어쩌면 한결같은 그의 목소리를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 잡것들아! 할 수 있음 나를 한번 따라와 봐. 우하하하!”


The Genius of bud powell에도 그런 그의 목소리가 담뿍 담겨져 있는데, 진땀 꽤나 흘렀을 것이 분명한 리치의 드럼과 레이 브라운의 베이스는 파웰의 스피드를 따라가느라 분주하기 그지없지만, 자기 파멸적인 독특한 정신세계와, 코를 찌를 듯이 오만하며 거만한 성격의 소유자였던 파웰은 그런 그들을 전혀 아랑곳 하지 않은 채, 어느새 자기만의 세계에 흠뻑 빠져버린다.

자기 자신을 제외한 그 모든 것들과의 관계를 그는 어느새 망각해 버리고,  재즈 세계의 눈이 되 버린 것이다.



John Stevens의 말처럼 그는 늘 피아노가 완전히 지쳐 나가떨어질 때가 되어서야 겨우 피아노를 놓아주곤 했다.


“이제 내가 하고픈 말은 다 했으니, 그담은 니들이 알아서 해.”


분명 그의 음악에는 재즈 앙상블의 우아한 맛은 떨어질지 모른다.

하지만 거기엔 삶이 있다.

 

자신의 모든 것을 불태우며 소진해 가는 눈부신 유성의 삶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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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 8집 - State Of The Art
신화 노래 / 스톤뮤직엔터테인먼트(Stone Music Ent.)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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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디지털 디스크라는 이름으로 신화가 다시 돌아왔다.

나는 신화의 음악보다는  디지털 디스크라는 새로운 매체(?)에  더 관심이 많았다.

1982년 소니와 필립스에 의해 compact disc라는 이름으로 CD가 발매된 이후 음반시장에 획기적인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LP에 비해 생산과정에서 음질의 열화가 적고, 자신이 원하는 곡을 맘대로 취사선택해서 들을 수 있게 되었으며, 또한 LP에 비해 가벼웠으며 단단했다. 콘크리트 벽에 집어던져도 깨지지 않았다 ^^

LP의 크고 아름다우며 때로는 장엄하기까지 했던 멋진 자켓은 사라져  버렸지만, 대신 휴대성이 더욱 용이해졌고, 시시때때로 LP의 표면에 뭍은 먼지를 털어내기 위해 "안경 닦는 천"으로 닦아내야만 했던 수고도 없어졌다. 그렇게 CD는 LP의 자리를 대신하게 되었다.

최근 MP3 열풍이 불기 시작하면서, 음원에 대한 손쉬운 copy가 가능해지면서 음반시장이 침체되기 시작했다. 동시에 소리바다를 비롯한 p2p서비스 업체에 대한 음악저작권단체의 무더기 소송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1980년대의 새로운 매체였던 CD가 등장하면서부터 기존의 LP시장을 획기적으로 변모시키고 기술이 수요를 이끌어 내었던 1990년대 초반과는 달리 MP3라는 새로운 매체는 수요를 전혀 이끌어 내지 못한 것이다. 음원에 대한 손쉬운 확보와 카피가 음원을 돈을 주고 구입해야 한다는 소비자의 패러다임 자체를 변화시켜 버린 것이다. 이제 아무도 음원을 돈을 주고 "굳이" 구입하려 하지 않게 되버렸다.

디지털 디스크의 외양은 일단 MP3와 유사하다. 가볍고 휴대가 용이하다는 점에서는 칭찬 받아 마땅 하지만 투박한 플라스틱으로 된 외양은 왠지 촌스럽다라는 이미지를 떨쳐버릴 수 없었다. 게다가 이어폰을 따로 갖고 다녀야 하며 건전지도 사서 넣어야 한다. 이쯤되면 디지털 디스크가 기존의 MP3를 대신할 수 없다라는 결론이 쉽게 도출된다. 디지털 디스크는 MP3 플레이어를 대신할 만한 매력을 전혀 갖고 있지 못한 것이다.  가볍고 휴대가 용이하지만 그건 MP3 플레이어도 이미 갖고 있는 장점이다. 게다가 MP3는 우주왕복선 "컬럼비아 호"처럼 반복 재활용이 가능하지만 디지털 디스크는?

아마도 디지털 디스크가 기존의 MP3 플레이어나 CD 시장을 위협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여진다.

신화의 8집에 대해서는...

휴! 신화가 1998년 데뷔한 이래로 8년이 지났지만, 그들의 음악에는 변화를 찾아볼 수 없다.

음악이 만약 예술이라고 가정한다면 거기엔 예술 혼이라는 것이 존재할 것이다. 뛰어난 장인의 손에는 환타지가 있다라는 말 처럼 음악에도 환타지가 있어야 한다. 대중가요나 Classic 음악이든 음악에는 그 음악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메세지가 있어야 하며 혼이 들어 있어야 한다. 아이돌 그룹에게 예술 혼 까지 요구한다는 것은 지나친 요구일 수도 있으나, 8년이 지난 지금 그들에게 사회에 대한, 혹은 개인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사색을 요구하는 것이 과연 지나친 요구일 수 있을까?

음반이 아닌 사진집같은 컨셉! 그들은 진정으로 음악이란 예술을 하고 있나?

그나마 별3개라도 준 것은 리뷰어로 선정되어 받은 것이기에 차마 인륜을 거스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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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라흐마니노프 : 피아노 협주곡 2번 & 차이코프스키 : 피아노 협주곡 1번 - DG Originals
차이코프스키 (Peter Ilyich Tchaikovsky) 외 작곡, 카라얀 (Herbe / DG / 199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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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그렇게 믿고 있었던 것 같아요. 모든 것이 사라졌고 모든 것이 끝났다고 말입니다.”

그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저 자신도 함께 끝나버렸다고 말입니다.”

Written by Joseph Conrad의 Lord Jim 중에서


시리우스(Sirius)란 별을 아시는가?

아름다운 밤하늘을 수놓는 수많은 별 들 가운데 가장 밝게 빛나는 별로

백과사전에서 시리우스란 별을 찾아보면,

“시리우스는 큰개자리의 α별로, 태양에서 8.7광년 떨어진 분광형 A1형의 주계열성입니다. 시등급 -1.5등급으로 전 하늘에서 볼 수 있는 별(태양을 제외하고) 중 가장 밝습니다. 시등급 8.7등급의 동반성을 가지고 있는 안시쌍성으로 두 별은 49.98년을 주기로 공전하고 있습니다.”라는 친절한 설명을 찾을 수 있다.


내가 갖고 있는 수많은(?)음반 가운데서도 유난히도 빛을 발하고 있는 시리우스 같은 녀석이 하나 있다.

 

 그 녀석은 바로 요 녀석으로



Sviatoslav Richter의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과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 협주곡 1번이 함께 커플링 되어있는 정말 정말 매력적이고 황홀한 음반이다.

언젠가 음악 칼럼니스트 정만섭씨가 방송에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조금만 훈련된 음악 애호가라면 음반을 처음 듣는, 바로 그 순간부터 그것이 Richter의 연주라는 것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리히터는 아주 강력한 개성을 소유한 피아니스트입니다.”


물론 맞는 말이긴 하다. 하지만 그것을 단순히 개성이라 부를 수 있을까? 그것은 개체가 가진 고유한 특성이란 말로는 설명되어 질 수 없는... 뭐랄까? 압도적인 존재감이라는 말이 더 적합할 듯 하다.

 

가끔 나는 리히터의 존재감이라는 것은 피아니스트들에게는 지독한 <악령>에 버금가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종종하게 된다. 우린 ‘Liszt 나 Paganini의 연주가 정말 대단했다.’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지만, 그들의 연주가 어떠했는지에 대해서는 그저 문헌으로만 알고 있을 따름이다.

 

하지만 리히터의 연주는 어떠한가? 그는 죽어서도 사라지지 않은 채,

여전히 살아남아 수많은 피아니스트들에게 경외와 절망을 함께 안겨다 주고 있다. 


Rachmaninov Piano Concerto NO.2

Conductor: Stanislaw Wislocki

Orchestra: Warsaw Philharmonic Orchestra


리히터: 나는 내가 녹음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을 아주 기쁜 마음으로 다시 들었지. 작품 그 자체의 수준에 상응되는 제법 잘 된 연주였어.


: 정말 막막하기 그지없는 연주셨습니다. Maestro! 투우를 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마에스트로께서는 Matador셨습니다.

붉은 물레타(muleta) 하나로 작곡가와 청중과 피아니스트들을 유린하셨습니다. 그리고는 그들의 달아오른 심장에 차디찬 검을 꽂으셨지요.

 

연주가 끝난 순간

 

‘모든 것이 사라졌고, 모든 것이 끝나버렸다.’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저 자신도 함께 말이지요


Tchaikovski Piano concerto NO. 1

Conductor: Herbert Von Karajan

Orchestra: Wiener Symphoniker


리히터: 난 원래부터 카라얀을 좋아하지 않았네. 내가 그를 싫어하는 이유는 여럿 있지만, 그 중에서도 절대 용서할 수 없는 일이 하나 있지. 나와 그는 함께 차이코프스키 협주곡을 함께 녹음한 바가 있었는데, 이 녹음에는 악보를 터무니없이 잘못 해석한 부분이 남아있다네. 그 오류는 오로지 카라얀의 고집 때문이었지. 제 2악장의 카덴차가 끝나고 주제가 회귀하는 곳이 있는데, 내가 카라얀에게 상박(上拍)을 지시해 달라고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박자를 맞추기를 거부해 버렸지. 나는 그저 리듬의 정확성을 요구했을 뿐이었는데도 그는 철저히 나를 무시했어! 정말 고약한 일이었지.


: 네! 그런이유로 몇몇의 음악애호가들은 마에스트로의 이 녹음을 그다지 신통치 않게 생각하더군요. 하지만 마에스트로께서는 전혀 굴하지 않으셨어요. 오히려 카라얀의 고집에 팽팽히 맞서시더군요. 그래요! 마치 동. 서 진영간에 벌어진 냉전(COLD WAR)같았습니다. 차이코프스키의 아름다운 선율안으로 두 분의 뜨거운 열정과 힘이 느껴지던데요. 두 분간의 미묘한 신경전으로 인해 특히 1악장Allegro Non Troppo E Molto Maestoso(빠르게 그러나 지나치지않게, 장엄하게)는 마치 음표의 융단폭격과도 같았습니다. 전 오히려 그 부분이 맘에 듭니다만...


리히터: 하하.. 자네 참 재미있는 사람이군 그래! 그런데 자넨 “어느 별에서 왔나?”(리히터가 신인 피아니스트들에게 종종 장남삼아 던지곤 했던 말)

 

나:  ^^;  Maestro...


PS> Richter의 음반에 관한 자신의 말은<리흐테르, 회고담과 음악수첩>을 참조하여 제가 약간 손질하였음을 밝힙니다.

 

세간에선 흔히들 결정반이라는 말을 하는데요.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만큼은 바로 결정반이 존재하는듯 합니다. 바로 리히터의 이 음반이죠

반면에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의 경우에는... 물론 이 곡도 매우 아름답습니다. 하지만 이 곡에서 만큼은 아직 결정반이 나오지 않은 듯 합니다. 호로비츠, 지메르만, 베르초프스키, 아르헤리치, 라자르 베르만 등등 많은 명반이 있습니다만, "바로 이거다!"하는 결정반은 없죠. 리히터가 라흐 3번을 녹음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더욱 남는 부분입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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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ger Marie - Make This Moment
Inger Marie 노래 / 미디어신나라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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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오로지 지름을 목적으로 쓰여진 다분히 의도성 짙은 글입니다. 연말(年末) 여기저기 돈 쓰실 곳이 많아 절로 한숨이 나오시는 분은 조용히 ← 키를 눌러주시면 되겠습니다.


Inger Marie 를 처음 만난 건 그녀가 살고 있다는 7개의 섬 위에 세워진- 호수와 바위절벽으로 둘러싸인 피요르드 협곡이 너무나 아름답다던 노르웨이의 작은 항구도시- 아렌달이 아닌, 밤새 내린 서리로 하얗게 변해버려 앞이 잘 보이지 않던 차디찬 차 안이었다.


싸늘하게 식어버린 시트 안에 아직 덜 풀린 몸을 애써 구겨넣은채 난 작업장(?)으로 향했다. 모든 것이 깨어난다는 아침이었지만, 나의 몸뚱아리는 여전히 Hypnus의 魔手 아래에 놓여 있었다. 잠에 취해있던 난 무심코 카 오디오의 play 버튼을 눌렀고, 그 곳에서 처음 그녀를 만났다.


노래를 맛깔나게 부르는 것은 노래를 잘 부르는 것보다 훨씬 힘든 일이다. 음악은 비언어적 예술로 음악 그 자체로는 어떤 것을 말해줄 수도 보여줄 수도 없다. 만약 누군가가 베토벤의 교향곡 제 5번 OP. 67번의 “솔솔솔 미”를 듣고 운명을 느꼈다고 말한다면 그건 순전히 거짓말에 불과하다. 교향곡 5번 1악장의 주제 Motive는 그저 단 3도로 이루어진 음정에 불과할 뿐 운명에 대해선 단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우리가 그것을 운명이 문을 두드리는 것으로 느끼는 것은 어디까지나 학습에 의해서이다.


이것은 Jazz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표제나 가사가 붙어있지 않다면, 우리가 그 음악을 어떻게 느끼냐하는 것은 오로지 우리 재량에 달려있다는 말이다.(내 쪼대로 다 할꺼야 ^^)

그래서 음악은 여타의 다른 예술보다 자유롭다. jazz의 경우 싱코페이션,프레이즈,악기의 편성을 어떻게 두냐에 따라 그 음악은 전혀 다른 음악으로 들리기 때문에, 너무나 유명한 Jazz의 Standard 곡들을 한 번에 알아차리지 못한다고해서 전혀 부끄러운 일이 될 수 없다. 그건 당연한 거니까...

또한 그것이 바로 Jazz의 매력이 아닌가?


Inger Marie는 노래를 정말 맛깔스럽게 부른다. 노래에 자신만의 색깔을,감정을,분위기를 버무려 정말 맛깔스럽게 내 놓는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타인을 압도할만한 풍부한 성량도, 화려한 기교도 없지만 그녀만의 눈부신 생명력이 있다. 차갑지만 따뜻하고, 평범하지만 독특하다.


Inger Marie의 <Let it be me>는 그런 그녀의 매력이 담뿍 담겨 있는데, 원곡은 로커빌리 가수로 유명했던 Everly Brothers의 1960년 발표,히트곡이다.


Let it be me


I bless the day I found you

I want to stay around you

And so I beg you

Let it be me

당신과 만난 그 날을 축복합니다.

난 당신 곁에 머물고 싶어요

그래서 당신에게 간구합니다.

당신 곁에 머물게 해주세요


Don't take this heaven from one

If you must cling to someone

Now and forever

Let it be me

만약 당신이 누군가에게 가버린다고 해도

나에게서 이 천국같은 행복을 앗아가지 마세요

지금이나 언제까지나

절 당신 곁에 머물게 해주세요


Each time we meet love,

I find complete love

Without your sweet love

Tell me, what would life be?

우리가 매번 사랑을 나눌때마다

난 완전한 사랑을 느꼈습니다

말해주세요

당신의 달콤한 사랑없이는

어떻게 살아갈수 있을까요?


So never leave me lonely

Tell me you love me only

And that you'll always

Let it be me

절 외롭게 내버려 두지 마세요

나만을 사랑한다고 말해주세요

그리고 언제까지나 당신 곁에 머물게 해주세요.


귓끝을 아리는 차가운 바람에 옷깃을 여미는 겨울이 왔다.


창가에 어리는 서리를 입김으로 호호 녹이며 따뜻한 에스프레소 커피가 너무나 그리워지는 바로 그런 계절에 너무나 잘 어울리는 음반이다


이 음반은 여러 면에서 평범하게 느껴질지 모른다. 하지만 그러하기에 편안하다. 그 심플함이야 말로 이 메마른 겨울에 너무나 잘 어울린다고 느껴지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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