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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케 드 파리 - Bouquet de Paris
정미영 지음 / 앨리스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꽃을 싫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요즈음은 취향에 맞게 손수 화초를 심어 기르기도 하고 화훼 매장에서 구입해 베란다나 집 앞 섬돌 위에 올려 놓고 가꾸는 재미로 사는 사람들도 있다.
개인적으로도 꽃을 무척 좋아하기는 하지만 가꾸고 관리하는 것이 귀찮기만 해서 거금을 들여 다양한 꽃들이 어우러져 마음을 흡족하게 하는 정물화 한 점을 구입하여 벽에 걸어 놓고 꽃과의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식었던 정열을 불사르기도 한다.
’부케’는 꽃다발이라는 의미로 결혼식때 식이 끝나면 신부가 결혼하지 않은 친구를 향해 뒤로 공중으로 힘껏 던져 부케를 받게 되는 미혼의 친구는 결혼 1순위가 되는 속설이 있다.
피아노를 배우러 파리로 떠난 저자는 파리의 이방인으로 살면서 파리지앵의 꽃 사랑,그들 생활 속의 밀접하게 자리잡고 있는 꽃과 꽃말,화관,꽃의 역사,거래등을 유려하면서도 자세하게 설명해 주고 있다.
어디선가 아침 일찍 가슴에 한 아름 꽃 다발을 안고 향기를 맡으며 설레임과 감사,기쁨과 충족으로 가득찬 모습을 보고 있으면 천국이 따로 없지 않나 싶다.
프랑스에서는 손님을 초대하면서 집안 장식으로 꽃을 마련하는데,취향에 맞춰 화기 위에 꽃을 꽂고 때론 띠로 화관을 장식하는데,꽃은사귐과 교제,사교의 처음이요 마무리라고 한다.이것이 프랑스식 예절이고 미적 감각을 드높인다고 한다.또한 그들은 차를 마시고 식사를 하면서 꽃에 관한 화제를 띄우면 마치 사그러지던 불씨가 바람을 타고 다시 불이 일어나는 것마냥 생기와 활력이 솟는 모양이다.
그들은 언제 어디서든 꽃다발과 화관으로 오고 가는 손님을 맞이하고 떠나 보낸다.꽃에서 풍기는 향기,미적 감각,꽃 말 앞에서 근심,걱정,초조,울분,격정등이 한순간 사그러짐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다.정육점,화장실,고가의 대문 앞등 사람이 다니는 곳에는 으례 꽃들로 넘쳐나고 그들의 자부심과 긍지가 꽃을 통해 몸에 단단히 배어 있다.
프랑스에선 다양한 꽃과 함께 다양한 사연을 간직하고 있다.벨 에포크(아름다운 시대)와 모던을 동시에 추구하고 있는데,특히 두 번의 세계대전을 치른 그들은 잃어 버렸을지도 모를 고전 양식(바로크)을 재현하려는 의지가 플로리스트 아카데미 협회에서 일어나고 있다.
전설의 은방울 꽃을 비롯하여 프랑스의 국화 아이리스,마리 앙투아네트의 상징 장미,수련,튜립,히야스,데지등이 정성스레 담겨진 있는 화관을 보고 있노라면 희망,욕망,기쁨,설레임,평정심이 모두 온몸을 감쌀 것이다.
파리지앵들은 잘난 척하기 좋아하고 수다떨기가 특기이지만 꽃에 대한 애정은 세계 최고가 아닐까 싶다.그들은 자신들의 영광과 쇠퇴를 꽃을 통해 그들의 자존심과 명예를 보여 주고 싶고,꽃을 통해 개인적,사회적 관계에 끈끈한 사교의 장,교제의 처음과 마무리를 함께 하고 있는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