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 파리를 걷다
진동선 지음 / 북스코프(아카넷)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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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의 서정 시인이라 불리는 외젠 앗제의 흔적을 따라 나선 ’올드 파리’의 모든 면모를 보여 주고 파리를 사랑이는 이들에겐 더욱 관심과 애정이 다가갈 것이다.

 딱딱한 지난 시절의 파리의 모습을 서술하는 형식이 아닌 옛 궁전,교회,건물,거리등이 컬러 화보와 함께 지난 삶의 풍경과 풍속을 보여 주며 영고성쇠의 모습이 흘러 가는  시간과 함께 반추하고 저자의 잔잔한 나레이션도 한몫했다.

 시간,공간,사물의 세 파트로 나누어 이 도서는 올드 파리를 전달해 주고 있다.앗제가 태어나던 19세기 중엽부터 20세기 초까지 앗제가 남기고 간 사진 기록물을 토대로 화가,시인들의 발자취 및 작품등도 잠깐 잠깐 음미해 보고 그들의 생각과 감정,가치관도 읽어갈 수 있었기에 눈으로 보고 뇌로 저장하는 재미도 있었다.

 1871년의 파리의 폭동,혁명에서 1차 세계대전의 일련의 파리의 역사 속에서도 앗제가 고이 간직하고 물려준 파리의 문화 유산은 파리를 사랑하고 역사를 소중히 여기는 이들에겐 더할 나위 없는 자료이고 영감과 영혼을 울리기에 족하다.

 고색창연하며 화려한 노트르담 사원에서 현대적인 파리의 형형색색의 거리 건물등이 멈춰버린 사진 속의 정경을 보노라면 마치 19세기 내지 20세기 초에 살고 있는거 같다.그 시절의 기쁨과 슬픔,밝음과 어둠,생계를 위해 몽마르트 언덕 빈촌에 몸을 의지하고 시나 그림을 하는 가난했지만 꿈의 열정으로 가득찼던 예인들과 함께 있는듯 했다.

파리는 만국박람회를 개최하면서 예스러운 풍취가 바뀌고 도시화되면서 인간의 마음보다 빨리 변해가고,박람회는 그들의 사고를 발견,경악,적응의 도가니로 몰아 넣었던 것이다.거기에는 찰리 채플린의 <모던 타임스>까지 속도의 가속을 부채질했던 셈이 되고 만다.

 파리는 성문화도 일찍 개방이 된거 같다.19세기 중반 나폴레옹 3세의 제2제정에서 매춘을 합법화했고 1930년대 말까지 파리 여성의 15퍼센트 정도가 매춘에 종사했다는 통계가 증명을 하고 앗제와 브랏싸이의 사진 속의 매춘은 일상이 되었다.

 화려했던 올드 파리를 기록으로 남기고 사진가들의 존경을 듬뿍 받고 있는 외젠 앗제는 몽파르나스 묘지에 묻히지만 후일 이장하면서 한 줌의 재로 바뀐다.몽파르나스 묘지에 선 작가는 수많은 표석과 묘비를 보면서 이렇게 지난 시간,외젠앗제를 그려 본다.


 소멸이 망각에서 오는가?사라짐에서 오는가?마음에서 떠나지 않는다면 몰락과 소멸이 있을까?묮는 기억의 안치실이다.묘지명은 기억의 코드다.기억하는 사람을 위해,찾아주는 사람을 위해 존재한다.소멸과부식을 막는 방부제다.


 그의 사진 속에는 텅 빔,적요,사람짐,멜랑콜리,노스탤지어등의 포스가 좋다.2001년 인사동 하우아트 갤러리에서 기획했다는 <앗제가 본 서울>은 앗제의 시선으로 도시화,개발화 직전의 올드 서울을 사진으로 기록했다고 하니,사진과 그림,감성,텅 빔,느림이 끌리는 나는 근간 눈과 머리를 활짝 열고 옛 서울의 모습으로 홀릭해 보고 싶다.

 파리는 야경이 황홀하다고 한다.파리를 만날 때는 밤에 가고,파리와 헤어질 때는 어슴푸레한 새벽녘이 운치있다고 한다.삶에서 놓치고 버리고 잊혀졌으며 사라진 모습을 올드 서울에서도 발견,경악,적응을 읽어갈 수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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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유 - 양장본
법정스님 지음 / 범우사 / 199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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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간에서는 스님이 어떻게 스님으로서 불교의 정신과 설법을 실천하며 중생들에게 수양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텐데 무슨 책을 그렇게나 많이 쓸 시간이 났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한다.

 법정스님에 대해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하겠지만 나에게는 정말 귀감이 되는 정신적인 스승이라고 할 수 있겠다.왜냐하면 빈 손으로 와서 빈 손으로 가는 몸을 손수 실천한 분이셨고,인적이 드문 오지 산 속의 오두막에서 새간살이 몇 개 안되는 곳에서 손수 땔감을 준비해 아궁이에 불을 지펴 한 끼의 진수성찬을 감사히 드시고 맑고 향기로운 정신으로 자신의 삶과 인생관,철학등을 잔잔하면서도 중생들에게 울림과 감동을 선사한 분이기 때문이다.

 농경사회,산업화를 넘어 보다 나은 서비스 시대를 맞이하여,개인주의,물신주의가 판치는 세상에 수직상승과 물질을 앞세워 치열하고도 숨이 막히는 생존경쟁 속에서 살고 있으니,'너를 죽이고 내가 살아야 한다'는 가치전도가 아니겠는가!

1등이 되어야 하고 갖고 싶은 것을 손에 쥐어야 성이 차는 인간의 이기주의,기회주의의 발상 뒤에는 상실감과 허탈감이 더 많을 것이다.또한 그로 인한 정신적 에너지의 쇠진은 누구에게 보상받을 것인가!그러므로 무엇이 되고 무엇을 갖어야만 하는 것에 의해 얽매이고 마음을 괴롭게 하는 것이다.

 앉으면 눕고 누우면 자고 싶은게 인간의 본성일텐데,소유욕 역시 한이 없을 것이다.이쯤 갖으면 만족해야 할텐데 더 갖어 난사람이 되어야 만족할른지,내가 좋아하는 사람도 마음의 무지개마냥 그리움과 좋은 연으로 생각하는 순수함이 좋으련만 사람마저 갖고 소유하려 한다는 저자의 일침이 가슴을 찌른다.

 갖은 것을 다 갖고 갈 수도 없는 인간의 삶이라면 훌훌 털어버리고 마음의 평안을 채우는 것이 낫지 않겠는가? 우리 주위에는 정신적인 스승들이 참으로 적은거 같다.특히 한자리씩 해먹는 위인들이 특히 그런거 같다.그들이 진정으로 '안빈낙도'적인 모습을 실천으로 보여준다면 이렇게 혼탁한 세간에 물욕과 출세욕에 눈이 먼 중생들의 아귀다툼은 차츰 사라지지 않을까 한다.

 뜻이 있어 속가를 벗어나 법문에 들어선 법정 스님의 고귀한 '소유욕'을 통해 그간 발버둥치고 수직상승욕과 지나친 물욕을 탐하려 했던 자신이 부끄러워진다.손수 실천으로 옮겨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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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을 남기고 떠난 열두 사람 - 죽을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 가지 그 두 번째 이야기
오츠 슈이치 지음, 황소연 옮김 / 21세기북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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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은 생기기 전에 발견하여 조기에 치료를 받는 것이 자신을 위해서나 가족을 위해서 현명한 처사일 것이지만,불치병이라고 일컫는 '암'같은 병은 서서히 우리 몸 속을 좁쌀같은 크기에서 시작하여 걷잡을 수 없는 상태가 되어서야 증상을 알게 되고 병원에 가는게 통례일 것이다.

 방사선 치료와 항암 치료등으로 고통의 연장일테이고,사형 선고라도 받을치라면 환자의 병세는 하루가 다르게 악화되고 롤러브레이드를 타고 가파른 언덕을 내려오는 늦은 가을날의 처연함마저 감도는 분위기일 것이다.

  저자 오츠(大津)는 1000여명의 죽음을 지켜본 호스피스 전문의로서 죽음을 목전에 앞둔 환자들의 말벗이 되고 고통을 완화하는 의료인으로 감동을 남기고 떠난 11명의 관찰기가 진하게 배어 있다.환자들과의 대화등도 마치 생방송을 안방에서 청취하는 듯한 분위기가 전해져 왔다.

 그는 매일 고통의 극한에 다다른 말기 암을 비롯 더 이상 치료가 불가능한 말기 질환 환자들을 만나고 그 가족들을 보면서 환자 한 사람 한 사람은 자신의 삶과 죽음에 대한 인생관을 확고히 다짐하고 어두워진세상을 밝혀줄 빛이 비워질 것이라는 희망을 갖었으리라.

 대부분의 암이 말기에 이르면 살 날이 많지 않겠고,환자의 마음 속에는 만감이 교차하겠지만,예화에 나오는 11명은 낙천적인 성격과 담담하게 암을 받아들이고 평소와 다름없이 지내려는 일종의 여유로운 마음이 공통분모가 아닐까 싶다.

 오-츠씨는 인턴,레지던트를 거쳐 현재는 도쿄의 마츠우라 병원에서 호스피스 전문의로 재직중이며,수많은 질환 말기 환자들의 고통 완화치료를 하고 있는데,중간 중간 환자의 채혈과정등 의사 초년병 이야기도 전해 들을 수 있었다.

 <코끼리의 등>에서 한 중년이 암 말기로 사형 선고를 받자 담담하게 인생을 멋지게 정리해 가는 이야기가 감동을 주었는데,지나간 삶을 조명하고 다가올 죽음을 초탈하여 삶과 죽음이 하나라는 11명의 환자의 병상 생활에서 오는 의연함은 남아 있는 자들에게 멋진 모습으로 기억에 남을거 같다.

 절대적이지 않은 영원하게 길지도 않은 인간에게 죽음은 언제든지 찾아올 수 있는 복마전과도 같다.그저 살아 있음에 감사하고 초연하게 삶을 정리하는 감동의 모습에서 또 다른 인생의 지혜를 얻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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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비밀스러운 책의 도시 - 북원더러 서진의 뉴욕서점 순례기
서진 지음 / 푸른숲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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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순간 책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책이 좋아져 손에서 책이 없으면 허전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게되었을 때가 있었다.책이 좋은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몰랐던 세계에 대한 새로운 지식과 선현들과 작가들의 지혜를 고스란히 엿보고 내것으로 삼을 수 있다는 점이다.

 아직 미국의 뉴욕에는 가보지 않았지만 작가 ’서진’과 함께 떠나는 뉴욕의 서점순례기는 나름대로 기이한 발상과 살아있는 현장취재담,풍부한 삽화등이 눈길을 끌었다.특히 서점순례기 자체만으로는 부족했던지 작가는 이야기를 이끌어가는데 작가를 포함하여 제니스,로버트라는 인물을 설정하여 독자들의 흡인력을 살리는데 기여한 거같다.

 뉴욕은 세계 경제,문화,패션등의 중심지로 모든 일의 시초가 마치 뉴욕에서 생기고 번지고 전파를 타고 세계 각지로 흘러 들어가는 인상을 갖고 있는데,작가는 뉴욕의 서점순례를 치밀한 계획하에 차질없이 3개월가량을 발품으로 주제별,작가별,특성별 서점을 기행하면서 서점 안을 어슬렁거리며 새로운 정보,눈에 띄는 도서,잠깐 인터뷰등을 하면서 기록하고 남겨 하나의 멋진 도서로 독자들에게 그곳의 면모를 알리려 한듯하다.

  나는 종이로 만든 책을 사랑한다.서점에 들어서면 꽉 차 있는 책을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오른다.(중략)멋진 표지와 묵직한 장정,책을 넘길 때마다 느껴지는 감촉과 종이 냄새는 또 어떻고,(후략)P72에서

 우연히 뉴욕 서점에서 알게된 제니스와의 조우,’책을 불태우다’를 찾기 위해 알게 된 ’로버트’들과의 이런 저런 이야기들도 우리가 세상을 살다가 만날 수 있음직한 평범하면서도 소중한 인물들이 아닐까 생각도 해봤다.또한 뉴욕에는 특화되고 멋진 인테리어로 치장해 살아남기 위한 서점전략을 내놓고 있다는 것을 접하면서 출판사업의 대자본화로 인해 책은 이제 특정 콘텐츠의 홍보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것이다.게다가 종이값이 매년 치솟고 있어 페이퍼북의 생명은 그리 길지 않음도 감지하곤 했으며 e-BOOK의 시장 점유화의 제고로 종이로 된 도서는 어떻게 될지(개인적으로는 종이로 된 책을 선호함) 지켜 볼일이다.

 ’세상의 모든 책이 사라진다면?’ 그 전에 나는 끝도 없는 어마어마한 양의 도서를 내 것으로 결코 삼을 수는 없지만 인종,종교적으로 차별받고 억압받았던 전쟁속의 희생자들의 삶을 조명한 도서를 간직하고 싶다.인간의 생명은 존재 자체만으로 소중하고 고귀하며 누구에게도 억압과 강요,희생을 담보로 하는 존재가 아니니까 말이다.

 3분간의 무료 힐링이라는 부분이 있었는데 마음 속에 꽉 막힌 응어리를 푸는 전문인의 이야기가 재미있었다.
 "글이 잘 안 써진단 말이지? 플로우(흐름)을 타야 해.네가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네 주변에 흩어져 있는 기운들이 글을 쓰게 만드는 거지.미래에 대한 걱정,지나친 기대는 스트레스를 만들 뿐이다.편하게,지금을 살아보도록 해."

 누구든 현재의 일에 쫓기고 화급을 다투는 양 바쁘게 서두르다 보니 몸에 이상이 생기고  정신적 고통까지 수반하게 된다고 생각한다.느긋하면서도 계획과 자신의 체질과 상태에 따라 조율하면서 일을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또한 저자는 대담하지는 않지만 꼼꼼하면서도 집착에 가까우리만치 집요함을 보여주는 면에선 한편 이해는 가지만 강물의 흐름처럼 자연스럽고 도도하게 흘러가는 것도 좋지 않을까라는 느낌도 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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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 - 개정판
피천득 지음 / 샘터사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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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교의 윤회설에서 기인한 인연의 실체는 무엇일까,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내 전생은 있었을까,지금 살아가면서 나와 부딪히고 헤어지는 만물들에 대한 애정과 그리움은 얼마나 내 마음 속에서 꿈틀거리고 있는지 맑고 곱게 피어 나는 한 송이 꽃과 청아한 나무들과의 만남을 통해 진정한 인연을 되내겨 본다.

 학창 시절,’수필’과 ’인연’으로 독자들에게 친근감을 주고 있는 피천득선생님의 인연은 억지 춘향격의 이해타산의 만남도 아니고,순간 번뜩거리는 폭죽같은 만남도 아닐 것이다.

 이 작품을 한바퀴 읽어 가는 내내 내 마음의 욕망과 욕심은 누군가에게 그렇게 하지 않았나,그러한 것들을 나는 내 마음 속에 채워 넣으려고 생욕을 부리지 않았는지 싶다.한편으로는 이기적인 본성의 발로일테이고,때로는 심약한 자의 허위 날개짓에 불과할지도 모를 일이다.

 80여편의 글들이 아련하게 다가오고 색깔은 없지만 우리네 선조들의 하얀 모시적삼과 삼베옷을 입고 뙈약볕 아래에서 송글송글 땀을 흘리며 거짓없는 삶의 모습을 보여 주는 순수한 일상이 참으로 선연하게 다가왔다.

 제일 마음에 드는 글,’아사코’와의 이야기는 세 번의 만남과 잔잔한 대화 속에 청순하고 고운 자태의 모습으로 그녀를 그리워하는 선에서 아사코를 마음 속에 간직해야 했는데,두 번,세번은 아니 만나야 했던 것일지 모른다.그리워하는 것은 진정으로 사랑하고 존경하는 대상에의 예의이고 갖추어야 할 미덕일지 모른다.아사코는 세월과 함께 한 가정의 아내로 현실에 충실한 채로 살아 가는 모습에 작가의 로맨스의 꿈은 사라지고 만것이 아닐까?


 하늘에 별을 쳐다볼 때 내세가 있었으면 해 보기도 한다.신기한 것,아름다운 것을 볼 때 살아 있다는 사실을 다행으로 생각해 본다.=만년=


 나도 조금씩 나이가 들어 간다.나이가 들어가는 것이 무슨 대단한 일일까 싶지만,천 길, 만 길을 걸어 보기도 하고,천 사람 만 사람을 만나 본들 내 마음엔 허한 마음밖에 내 마음 속에 똬리를 틀고 있는거 같다.

 태아의 마음처럼 순진무구하고 사념을 떨치고 어디론가 푸른 녹음 속의 인연을 만나러 가야겠다는 맑은 생각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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