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괜찮아, 미안해 - 가슴에 가시가 박힌 사람들을 위로해주는 따뜻한 목소리
김희재 지음 / 시공사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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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를 비롯하여 가족 구성원,친구,회사 동료,이웃들 간에는 저마다의 사연과 상처를 안고 그것을 밖으로 표출할 수 없는 개인적 성격과 사회이 배타적인 생존 경쟁이 자리 잡고 있다.이를 잘 간파하고 상처를 받고 상처를 안은 채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이들을 진실로 대하고 어떻게든 그들의 아픈 곳을 어루만져 한 번 살다 가는 인생을 보다 밝은 쪽으로 끄집어 내기를 간절히 소망하는 저자의 따뜻한 마음씨가 묻어나는 가슴 울림을 느끼는 에세이,참 괜찮았다.


 우리 이웃과 사회에는 어릴적 가정의 불우한 환경으로 부모를 잃고 소년.소녀 가장으로 살면서 자신의 내면에 깊에 패인 상처를 방치한 채,운명적인 체념으로 받아들이며 살아가는 이웃도 있을 테고,지식과 경험은 많지만 사회적 구조와 체제로 말미암아 더 이상 기존 체제에 들어오지 못하고 아웃사이더로 살아가야만 하는 사람,부모님의 어긋난 애정 행각과 가산 탕진으로 말미암아 부득불 한 집안을 이끌고 결혼과 동시에 개인 플레이가 철저한 선진국에 체류하면서 이해타산을 제일로 여기는 사람등을 소개하고 있다.


그들의 내면에는 겉으로 드러낼 수 없는 뿌리 깊은 상처와 자신감의 결핍으로 화려하고 당당하며 정상적인 겉과  체념과 회한,울분을 삼켜야만 하는 안의 모습이 극명하게 대조가 되지만,당사자에 대한 진심어리고 세심한 관찰과 그(그녀)를 아는 주위분들의 귓띰을 통해 더욱 이해와 배려를 갖어야만 할 것이다.

 어린 시절의 가정 환경 즉,부모님의 관계,아버지의 사업,어머니의 내조,질병으로 인한 우울한 분위기,여자로 태어났다면 남아 선호사상으로 푸대접과 함께 사회적,심리적인 상처등이 성인이 되어서도 치유가 어렵고 대인관계에서도 커다란 영향을 미치리라 생각한다.

 23가지의 실제 혹은 있을 법한 일을 들려주고 있는데,주로 어린 시절의 불우한 가정 환경이 훗날 씻을 수 없는 상처로 남게 되고,사회 생활 속에서 은연중에 자아 도취,현실 도피,완벽주의를 보여줌으로써 소프트한 인간 관계가 아닌 껄끄러운 관계가 계속 이어질 뿐이다.

 사회의 틀 안에는 좋아서 하는 일이 있고 생계를 꾸려 가기 위해 억지로 하는 일이 있다.한 가정을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라면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아버지 없는 가정에서 병원에 입원한 어머니의 병원비와 생활비를 책임져야 하는 막중하고도 머리가 먹먹한 삶을 재미도 없이 그저 책임감 하나로 살아가야만 하는 가련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상처를 입고 패배의식에 사로 잡혀 삶의 의욕을 상실한 주위의 동료,친지의 상태를 정확하게 알아야 할 것이다.글에서 밝혔듯이 몸이 피곤하고 결릴때 마사지를 받게 되는데 먼저 사람의 몸 상태를 잘 알고 그에 맞는 방법을 골라야 한다는 점이다.

 어디가 아픈지,왜 아픈지,어떻게 해주는 것이 좋은지 진심을 담아 꾸준하게 교감하면서 다정하고도 배려 넘치는 자세로 마사지를 한다면 상처받은 자는 자연스레 자신의 인생 역정을 밝힐 것이고,근본적인 치유법도 함께 공유하고 명실공히 안과 밖의 모습 일치하는 삶을 살 것이다.

 게중에는 사회 및 사람에 대한 깊은 증오와 복수심에 가득차 있는 사람도 있을테지만,이러한 분들을 무시하면 안될 것이다.한 사회의 그늘 아래서 공생하는 입장이라면 그 사람들의 근본적인 문제점이 무엇인지를 꾸준하고도 정성어린 자세로 교감한다면 비록 치유하는 시간은 걸리고 즉각적인 효과는 어렵겠지만 깊게 상처받은 사람도 사람의 피가 흐르기에 상대의 진심어림을 알고 느끼며 스스로 타인과의 윤기나는 관계 중심으로 나가갈 것이다.

 산업화와 물질 중심에 선 현대인에게 자신의 몸 하나 건사하기도 힘들테지만,따뜻하고 밝은 사회에 대한 책임은 특정인에게 있는 것이 아닌 우리 모두의 책임이고 사회가 보듬어 나가야만 할 것이기에 사랑이라는 고귀한 정신으로 상처받은 사람들을 ’어루만짐’으로 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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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마무리
법정(法頂) 지음 / 문학의숲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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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만능주의와 약자가 강자에게 지배당하는 사회의 현상 및 부조리 속에서 그래도 한 스님이 우리에게 잔잔하게 던지는 메시지는 더욱 겸허해지고 부단히 앞을 향해 정진하라는 뜻으로 전해왔다.

스님은 산 속 오두막 살림을 하시면서 손수 산나물도 뜯고 밥도 짓고 빨래도 하면서 그야 말로 홀로 사는 즐거움 속에서 자기 성찰을 고수해 왔던거 같다.특히 꿈과 이상이 사라지면 마음과 몸이 쉬이 늙어 간다는 말씀에 자신을 한번 더 채찍해 보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

우리들이 어쩌다 건강을 잃고 앓게 되면 우리 삶에서 무엇이 본질적인 것이고 비본질적인 것인지 스스로 알아차리게 된다.무엇이 가장 소중하고 무엇이 그저 그런 것인지 저절로 판단이 선다.그동안 자신이 살아온 삶의 자취가 훤히 내다보인다.값있는 삶이었는지 무가치한 삶이었는지 분명해진다. P33인용

또한 현실 정치에 대해서도 올곧은 말씀을 하신다.한반도 대운하 사업계획은 이 땅의 무수한 생명체로 이루어진 생태계를 크게 위협하고 파괴하는 끔찍한 재앙을 불러 오고,조상 대대로 내려온 우리의 몸이고 살이고 뼈이므로 일개 투기업자나 건설업자의 이권만 살려준다는 것이다.

스님은 미적 감각에도 뛰어나신거 같다.여인네의 살결처럼 매끄럽고 보드라운 도자기의 매력에 감흥을 갖고 계신거 같다. 일례로 보요원에 들러 마음에 드는 다기를 만지작 만지작 하니까 지헌 님께서 눈치를 채시고 선뜩 싸서 주셨다는 것인데 초를 넣어 불단을 밝히니 불빛이 마치 부처님의 형상과 닮았다는 것이다.

또한 사찰에서의 스님은 신참들에게 엄격하기로 유명한 거 같다.하루 스물네 시간 하는 일이 중노릇이다. 일에서 이치를 익히고 그 이치로써 자신의 삶을 이끌어 가며 순간순간 하는 일이 곧 삶이고 수행이고 정진이다며 한 겨울에도 기름보일러 대신 손수 산에 올라 나무를 해서 아궁에 불을 지펴 밥을 짓고 온돌을 따스하게 했다고 한다.

살면서 누구나 말씀을 많이 듣는데 그것은 그렇게 살기 위한 하나의 방편에 지나지 않으며 자기 체험이 없는 말에 메아리가 없듯이 그 어떤 가르침도 일상적으로 생활화되지 않는다면 무익하다고 설파하신다.

스님은 짬만 나시면 책을 즐겨 읽었던 거 같다.수많은 돌자갈 속에서 보석을 얻는 느낌으로 양서를 찾아 읽으라는 말씀으로 들린다.특히 어릴 때부터 책을 읽으면 젊어서 유익하고,젊어서 책을 읽으면 늙어서 쇠하지 않으며 늙어서 책을 읽으면 죽어서 썩지 않는다고 하셨다.막힌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다.

법문의 길에 들어서 오랜 세월 고행하고 수행하시면서 현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사표가 되고 존경심을 자아내게 하셨던 법정스님의 참다운 뜻이 평범한 제게 성찰의 시간이 되었던 거 같다.빈 손으로 왔으니 빈 손으로 간다는 그의 유지처럼 수의 한 벌 입지 않으시고 초연하게 다비하는 모습을 매체를 통해 보노라니 권력과 물욕에 가득찬 군상들은 더욱 겸허하게 행동하고 없는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빛의 한국이 왔으면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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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이문구 - 이문구 문학 일기초 동료작가들이 본 인간 이문구
이문구 외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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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이문구 작가에 대해 아는 것은 많지 않다.세 편 정도의 작품을 통해 느낀 것이 전부일 것인데,<관촌 수필>만큼은 특히 오래도록 인상에 남는다.또한 김동리 작가의 문하생으로 시작한 그의 작가 생활은 우리 현대 문학사에 커다란 족적을 남기신 걸로 안다.

 그의 문학 인생의 시작은 한국 전쟁으로 인해 집안이 풍비박산이 되고 '빨갱이 자식'으로 문인이 되면 난리통에도 개죽음은 면할 수 있으리라는 의식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1974~1984년 사이에 자유실천문학문인협의회 간사에 이어 1989년까지 <실천문학>대표로 활동하시고 민주화운동에 사생활을 접을 만큼 순수하면서도 진보적이었다고 한다.

 이 글은 2001년 1월부터 2003년 2월 타계할 때까지의 병상 일기를 보여 주고 있는데,수술하는 과정,선.후배 동료 작가들의 문병,가족간의 대화등이 잘 나타나 있고,뒷부분에는 타계한 그을 기리는 작가들의 회상기가 잘 나타난 글이다.

 평소에 그는 글과 현실을 두루 섭렵했던 실천적인 분이었던 거같다.또한 그가 존경하고 아끼는 선.후배 작가들과는 인간 관계를 잘 맺어 놓은거 같다.그에 대한 동료.후배들의 아낌없는 찬사와 존경심은 이 도서를 읽는 내내 내 자신이 걸어온 길을 되새김질 해보고,앞으로 어떠한 삶을 살아갈 것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된거 같다.

 그가 남긴 작품,관촌 수필은 읽어도 읽어도 지루하지 않고 정말 멋진 작품이다.충청도 특유의 사투리와 독창적이고 개성적인 문체가 매력만점이고 독자를 사로잡는 마력이 있다고 생각이 든다.

 "생사는 재천"이라고 했듯이 보다 겸손하고 배려하며 인지상정을 중요시했던 그분의 문학 작품과 민주화를 향한 실천적이고 열정적인 삶을 통하여 한국 문학은 미래지향적인 동력이 아니었나 싶다.

 그리 길지 않은 삶을 위암이라는 무서운 병마와 싸우다 가셨지만 그가 남긴 수많은 주옥같은 작품들을 통하여 그의 삶과 인생관등을 엿볼 수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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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길 끝에 네가 서 있다면 좋을 텐데 - 최갑수 골목 산책
최갑수 글.사진 / 달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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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았던 시골의 덕지덕지 처마가 길게 이어져 있는 고가의 뱀이 기어가는 좁다란 골목길,대학시절 할머니와 함께 자취하면서 걷던 경사진 시멘트 골목길,비가 오면 흙탕물과 함께 금방이라도 우루루 밀려 내려 올거 같았던 고교시절의 자취집 언저리등이 지나간 추억과 함께 이 도서는 산업화와 개발붐으로 인해 사라져 간 우리네의 정겨움과 일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빛바랜 흑백사진 속의 잔영이다.

 어느 나라이든 개발로 인해 서민들의 애환과 어린이들,고양이들,강아지들이 맘껏 얘기하고 뛰놀며 동심과 미래를 꿈꾸었던 휴식처이고 일상의 보금자리였건만 지금은 개발제한이나 주민들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그나마 남아 있는 몇 안되는 골목길의 모습일 것이다.

 24곳의 옛 정취와 흔적을 찾아 나서는 여행이라면 삭막하고 한치의 오차도 없는 요즘의 몰인정한 세태에 견주어 본다면 보다 아늑하고 느린 시간 속에서 자아를 찾고 추억을 곱씹어 보는 재미도 쏠쏠할거라 여겨진다.개발과 도시화로 인해 젊은이들은 도시로 세계로 달려나가고 골목길에는 찌그러진 문짝,재래식 화장실에서 풍겨져 나오는 암모니아 냄새,도배가 덜 된 창문,누구하나 손볼 여력이 없어 넘어져 갈듯한 스레트 지붕위의 폐타이어등이 뒹글고 을씨년스럽게 연출되고 있는 것이 그나마 남아 있는 골목길의 서민들을 만나면서 읽을 수 있는 풍경이다.

 골목길은 추억과 정한을 남겨 주었다.객지에서 자취하는게 안스럽고 고생스럽다고 서울까지 올라와 밥을 해주시던 저의 할머님은 늘 골목길 정상에서 다리에 힘이 없으셨는지,한쪽 다리를 비스듬하게 땅에 내딛고는 "열심히 배우고 꼭 챙겨 먹어라"고 하시던 말씀이 어른이 되니 어른의 심정을 이해를 하고 끝없는 자애로움을 느끼게 된다.왜 그랬는지 할머님은 큰 손자인 저를 그리도 애지중지하셨는지 모르겠다.하해와 같은 할머님의 사랑에 고맙고 가끔은 꿈 속에서도 골목길에 흰머리 휘날리며 성치않은 자세로 손을 살랑살랑 흔드신다.

 다 쓰러져 가는 골목길의 살풍경을 액막이라도 하려는듯 ’공공미술 프로젝트’에서는 미술학도들을 대동하여 담벽,가정집벽,전봇대등에 이런 것 저런 것등을 그려 놓는다.그나마 살풍경이 진풍경으로 둔갑이라도 한듯 한층 미관이 좋아보이기는 하다.또한 도시화가 진전되기 전에는 거들떠보지도 않던 동네,골목길에 전망이 좋고 사진으로 남길 만한 가치가 있다 하여 사진을 취미로 하는 분들이 이 골목 저 골목 다니며 앵글을 맞추느라 원주민들과 말씨름을 하기도 한단다.원주민들의 가슴 속에는 귀찮기도 하지만 없이 살다보니 사진으로 그들의 몰골과 추풍경을 남긴다는게 자존심도 상하고 마음 속에 갖은자에 대한 응어리도 있을 듯하다.

 도서 전체가 올 컬러로 치장되어 있어 읽는 내내 지루한줄 몰랐을 뿐만 아니라 24곳의 지명과 유래,원주민들의 삶의 이정표,내가 살았던 길목길을 다시 밟고 가는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했다.특히 ’대전 복지관길’의 흰 머리가 성성한 한 할머니가 담배를 한 손에 쥐고 약간 경사길 언덕길을 오르는 모습에서는 학창시절로 다시 돌아간듯 했다.

 인류문명의 진화와 발전은 어디까지 향할지는 모르겠지만 사람냄새가 나고 원활하게 소통이 되며 서로가 이웃이고 가족같은 정념을 지닌 골목길의 추억은 단지 기억으로만 남는게 아니고,예나 지금이나 우리네가 태어나고 살아가고 있는 삶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이 든다.정부에서도 꼭 개발해서 개발자들의 이익만 챙기고 도시미관이라는 미명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보존하고 가꾸어 시(視)행복을 더욱 더 추구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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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겨울 그리고 가을 - 나의 1951년
유종호 지음 / 현대문학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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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고생을 옛 얘기할 날이 꼭 올 것이다."

 
 한국의 지나간 일제 강점기,해방후의 서민들의 생활상등을 읽다 보면 내 이웃,친척,부모들의 이야기라 관심이 가게 되고,역사적인 외침과 굴레 속에서 힘들게 살아오고 살아 간 분들의 애환은 교훈이 되고 곱씹어 밝은 미래를 열어 가는데 자양분이 될 것이다.

 학자이시며 작가이신 유종호님의 유년 시절을 그린 한국 전쟁의 체험과 기억을 일기 쓰듯이 그려 놓은 에세이라 당시의 전쟁 상황과 사회분위기가 생생하게 녹아 있고 당시 상황을 허구없이 그려 놓은 글이라 흡인력이 배가되었다.

 한국 전쟁의 와중이라면 제 부모님도 작가와 비슷한 연배라 같은 상황에 놓였으리라.포연과 총성이 울리는 칠흑같은 한밤중에 두두두 소리가 나면서 흙담을 관통하는 날쌘 총알의 섬뜩함과 어떻게든 살아야 한다는 생존 본능의식에 식구들은 한몸이 되어 부둥켜 안고,적은 양이지만 주린 배를 채워야만 했던 시절이었으리라.

 저자의 말씀처럼 약자는 힘 있는 자로부터 눌리고 상처를 받아 그리 사연이 많고 할 말도 많을거 같다.그리고 오래된 기억도 어제의 일처럼 잘 보관된 영사기마냥 뇌리에서 한 올 한 올 국수가락처럼 뽑아져 나올 것이다.강자는 가해자인 만큼 오그리고 잠을 잘 것이고 하루라도 빨리 나쁜 기억을 잊으려 애를 쓸 것이다.역시 인간이 갖고 있는 무의식의 발로임에 틀림이 없다.

 1951년 1.4후퇴와 함께 남으로 남으로 피난을 가고 중학생 무렵의 저자는 살을 에는 듯한 추위와 함께 대가족이 하나가 되어 연풍을 거쳐 문경 세재로 향하고 이런 저런 사람들,괴이한 소문등을 접하게 된다.그러는 와중에 청주의 미군 통운회사에 우연찮게 취직이 되어 사무실 청소와 오일 스토브를 관리하는 일이었는데,그곳에서 난생 처음 일한 댓가로 돈을 손에 쥐는 기쁨을 맛보았다고 한다.

 노동사무소에서 일을 하다 짬을 내어 지물전에 꽂힌 시집을 보며 사색을 즐긴 것이 저자의 문학가로서의 길을 트여 준 계기가 된 거같다.청록파 시인,서정주 시집등을 탐독했던 것으로 보인다.

 미군의 부대 이동과 함께 그도 어디론가 따라 가게 되고.맥아더가 1951년 4월 12일 유엔 총사령관직에서 해임되었다는 기억,서울 수복이 가까워지면서 총성이 잦아 들던 기억,오랫동안 씻지 않아 피로한 몸을 냇가에 시원하게 씻겨 내던 추억,간현역 근처의 색시집과 주막집의 풍경,달콤한 귀향 휴가등이 주마등처럼 지나갔으리라.

 한국 전쟁과 함께 장기 방학을 마치고 저자는 고2의 학생 신분으로 돌아오게 되는데,동기들 중에는 희생된 자도 있고 행방 불명인자도 있었을 것이다.그쯤에서 저자는 전쟁이라는 비극이 남긴 것은 무엇이며,사회를 보는 시각도 커졌으리라.

 청소년기,사춘기의 한복판에서 작가는 이념으로 인한 분단의 참상을 육안으로 똑똑히 보았을 것이고 함께 했던 산하,부모,은사,동기생,스쳐 지나간 인간 군상들의 아픈 기억을 후세들에게 전달하려고 애쓴 흔적이 선연하다.

 비록 지나간 역사의 편린을 생생한 기억을 더듬어 작가가 바라본 한국 전쟁의 수기를 읽어 가노라니 불현듯 고인이 된 아버지,조부모님의 생전 들여 주었던 인공때의 이야기와 교차되어 그분들이 시대를 못타고 불운한 한때를 살아 왔던 시절이 역사의 교훈으로 뇌리에 새겨지고,지금은 그때보다는 몇 백배나 모든 면에서 편안한 생활을 누리고 있다는 생각에 그분들께 존경과 감사함을 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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