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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천강변에서 주경야독 20년 - 역사지리학자 최영준의 농사일기 ㅣ 한길인문학문고 생각하는 사람 3
최영준 지음 / 한길사 / 2010년 7월
평점 :
시골에서 살던 사람이 도회지에 오면 회색 시멘트와 붐비는 차,시끌벅적한 사람들의 오가는 소리에 정도 없고 갑갑하면서 새장에 든 새마냥 삶의 활력이 나지 않을 것이다.반면 갑갑하고 삭막한 도회지를 벗어나 한적하고 공기 맑은 산골마을에 적을 두고 산다면 처음엔 여러가지로 더 발달된 문명의 혜택과 시시각각 접할 수 없는 정보원의 부족으로 시대에 뒤지지 않을까 하는 조바심과 자존심이 허락하질 않아 선뜩 귀농을 결정한다는 것이 그리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홍천강 중류 협곡에 터를 잡고 농부로 변신한 역사지리학자의 두메 산골 생활은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은 연장 다루기,논과 밭,채마를 기르는 일,시골 사람들과의 교류가 만만치 않았을터이고 마음 고생도 만만치 않았으리라.부창부수라고 했던가,최교수님은 부인과 죽이 척척 맞았는지 한쪽에선 고추,땅콩 모종을 하면서 고랑을 일구고 비닐을 덮씌우며 씨를 뿌리고 묻어 주면서 영농기법을 하나 하나 익혀 나간다.
이농향도라도 했던가,1990년대초 역시 시골에는 젊은이들은 꿈과 이상,돈벌이를 위해 시골보다는 나은 도회지로 떠나고 늑수구레하고 거무잡잡한 촌부들만 먼 하늘을 바라보는 한적한 시골에 그는 자연과 호흡을 나누고 진정한 귀농의 모습을 20년 가까이 기록으로 남겨서 독자들에게 다가 온다.
세상이 혼란스럽고 삶이 번거로울 때 사람들은 흔히 이상향을 동경하는데 사람마다 이상향에 대한 기준이 다르다고 볼 수 있다.
이중환의 택리지에서 언급한 선조들의 이상향은 지리.생리(生利).인심.산수를 꼽고 있다.아무리 돈이 많고 풍요로워도 마음과 몸에 병이 생긴다면 그 얼마나 불행한 일이 아닐까?
대학교수직에 재직하면서도 서울과 강원도 홍천을 오가는 그의 이중적인 생활이 고달플거 같지만 그가 전해 주는 농부로서의 변신은 조금씩 변신해 나가고 자연이 주는 혜택에 그저 감사함과 농부들의 순박하고 꾸밈이 없는 자급자족의 생활에 적응해 가면서 사시사철 흘러가는 시간과 자신이 풀을 매고 씨앗을 뿌리며,산채를 뜯고 열매를 거두며 직접 손수 섭생하는 모습이 그리 불편하게만 전해져 오지 않는다.
지난 20년간의 농촌의 삶이 고스란히 기록되어 그만의 귀농일기가 생생하고도 꾸밈이 없는 모습으로 다가오기도 하고,일기 한구석마다 그날 그날 일어났던 중요 이슈도 읽을 수가 있어 잊혀진 사건과 소식들을 되새겨 보는 시간이 되었던 것도 잊을 수가 없다.
다 쓰러져 가는 기와집 지붕 위엔 쇠비름등 잡초가 우거지고 둔탁한 것으로 나무 기둥이라고 칠라치면 우두둑 무너질거 같은 고가를 얻어 등기를 내고,새 집처럼 보수하고 밭 뙤기를 구입하여 부인,아들 2명과 함께 일구어 가는 모습에 시골의 참맛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었고,그가
20년간 산골 오지에서 투박한 시골 생활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실천적인 자세와 학자로서의 학문에 정진하는 자세가 몸에 배였기 때문일 것이다.
손에 흙 한 번 제대로 묻히지도 않았을 저자는 질척질척한 땅을 거닐며 산골 생활을 손수 체험으로 옮긴 그의 남다른 귀농생활과 성실한 모습에 색다른 감동을 얻어갈 수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