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으로 초딩, 중딩, 고딩할 것없이 모두가 시험기간인가 보다. 중학생 1, 2학년인 해람과 범석도 시험기간이다. 수험생이라고 하면 오버일런지는 모르지만 퇴근 후 우리집은 그야말로 적막강산이다.
해람과 범석은 각자의 방에서 꿈쩍을 않는다. 옆지기는 프리랜서 체험학습교사로 매주 토, 일요일 개인 팀을 맞아 학습준비에 여념이 없다. 오로지 남는 것은 나 혼자다. 그렇다고 맥놓고 있을 내가 아니다. 식사 후 일자산 생태공원을 조깅하거나 파워워킹으로 소화하는 운동량이 7킬로 정도 된다. 주말 라운딩이 예정되어 있을 경우에는 연습장에서 일정한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그리고 집에 돌아오는 시간이 22시에서 23시 전후쯤.......
샤워를 한 후 학습준비를 마친 옆지기와 식탁에 앉아 독서삼매경에 빠지거나 잠깐씩 도란도란 아이들 얘기며, 집안얘기 등을 나눈다. 지금처럼 컴퓨터에 앉아 알라디너들의 리뷰와 일상을 엿보며 댓글놀이도 즐긴다.
옆지기와 독서를 하며 어느순간 함께 느낀 것이 있다. 좀 더 나이가 들었을 때 두 방을 차지하고 있던 아이들이 분가해서 없다는 것과 결국 둘만 남게 되는 것이다. 우리 또래의 부부들이라면 공감하는 부분이다. 나이들어 둘만이 남았을 때 둘이는 무엇을 하며 소일할까를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그러면서 지금 식탁에 마주앉아 독서삼매경에 빠져 있는 상상을 해본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두 남녀 노인이 토닥토닥 독서를 하며 소일하는 모습이 너무나 아름답게 다가왔다. 그리고, 둘만이 떠나는 여행도 흥미로울 것이다.
두사람 모두 독서, 여행, 영화나 음악감상 등을 취미로 나이들어 간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 지 모르겠다. 물론 서로 다른 취미도 있고 서로 다른 친구들도 자유롭게 만나겠지만 그것은 서로가 인정해주고 존중해 주면 될 일이다.
나이들어 가는 것이 서글픈 일이지만 서로 믿고 의지하며 동일한 정신건강을 향유할 수 있는 사람이 옆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많은 위안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