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일기검사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사생활이 침해될 뿐만 아니라, 일부 선생님들은 일기를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나머지 청소를 시키거나 일기를 2배로 쓰게 한다.
나는 그런 조치가 너무 가혹할 뿐만 아니라 선생님 편의위주라고 생각한다.
분명히 일기를 쓰면 좋은 점이 있다는 것을 알지만  안 좋은 일이 있을  때도 있다.
안 좋은 일이 있을 때는 일기 쓰기가 정말 싫다.

그런데 선생님은 아무 이유없이 강요한다. 그것은 잘못이다.
일기로 인하여 나의 안 좋은 일까지 모두 다 일기에 써서 선생님께 모두 바쳐야 한다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어떤 부모님들은 일기장을 일일이 확인 하신다. 
또한 제대로 되어있지 않으면 다시 써야하는 불편함도 있다.
내가 이 글을 씀으로써 일기를 일일이 검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란 것을 이해했으면 한다.
2007. 5. 23.
5학년
박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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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글은 범석이가 학교 홈피와 자기네반 블로그에 올린 글이다.
범석이는 나의 노트북을 종종 이용한다. 게임을 하려는 것이려니 하고 생각을 했었는 데
작업을 하고 삭제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아니면 아빠 엄마도 보라고 일부러 남겨두었는 지도 모르겠다. 글의 내용에 어떤 부모님을
언급한 것을 보면 의도적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교활한(?) 녀석.ㅋㅋ
이 글을 쓰기전에 있었던 일이다.
범석의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옆지기에게 한통의 전화가 왔단다.
내용은 범석이가 숙제를 잘 해오지 않는 다는 것이었다. 옆지기도 녀석이 평소와 달리
늦게 오는 것을 수상히 여기던 차였던 지라 이 전화를 받고 관찰에 들어 갔다고 한다.
늦게 온 이유는 이 글을 읽은 후 짐작되는 면이 있다.
관찰결과 알림장의 기재가 생략 되어있고, 일기를 쓰지 않으며, 거짓말이 늘었고, 공부에 대한 집중력이 많이 결여 되어 있다는 점 등이었다고 한다.
알림장을 써 오지 않으니 숙제가 제대로 될 리 없었을 것이고, 숙제를 해 오지 않으니 학교에 남아서 선생님의 체벌을 받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어느 날 퇴근 후 녀석이 옆지기에게 된통 혼이 나는 것을 목격했다.
그 동안 거짓말 했었던 것, 선생님께 전화를 받았던 것(하지 않았어야 했던 것 같기도 하고)
공부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 등을 상담과 혼냄을 곁들여 하고 있었다.
우리가 어릴 때는 부모님의 말씀이라면 하늘이라고 생각했는 데 요즘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녀석을 보면서 느낀 것은 참 당차다 였다. 혼이 나면서도 자기의 의견과 생각을 과감없이 옆지기에게 제시하는 것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이 글이 쓰여진 시점이 이 사건이후 라는 것을 짐작할 만 하다.

옆지기의 후담을 듣고  많은 것을 느꼈다.
첫째는 이제 부모님이나 선생님의 일방적인 생각만을 따르도록 하려는 교육은 절제되어야 한다는 점
둘째는 아이들의 입장에서 그들의 의견과 생각을 들어주고 이해해주려고 하는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는 점
셋째는 어리다고 생각했던 그들도 하나의 인격체로서 대해주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 밖에도 많은 것이 있겠지만 이것을 도외시하게 되면 대화가 단절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수습하기 곤란하게 될 수 밖에 없다.

분명한 것은 녀석들이 살아가는 세상, 살아야할 세상은 우리와 다를 것이고, 또한 우리가 대신 살아줄 수 없다는 것이다.
이제부터 부모님이나 선생님이 할 일은 녀석들이 생각하는 꿈을 펼칠 수 있도록 도와 주되 윤리와 도덕 그리고 질서적인 인성은 올바르게 정립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일 게다.
가정교육이 중요하다는 것이 여기에 있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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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6-26 12: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전호인 2007-06-29 23:24   좋아요 0 | URL
귓속말님, 좋은 교육관을 가지고 계시네요, 아이들에게 많은 자율을 주고 싶어요. 절제된 자율은 아이들을 한단계 더 성숙하게 만들수 있겠지요?

소나무집 2007-06-26 1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범석이가 많이 큰 게 느껴져요.
저도 가끔 일기 검사를 하는데 찔리네요.

전호인 2007-06-29 23:26   좋아요 0 | URL
일기 검사를 하는 것이 다 잘못되었다고 보진 않습니다. 옆지기가 가끔 녀석이 잠든 틈을 이용해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 지를 일기를 통해 확인합니다. 괜챦은 생각이나 특이한 것이 있으면 같이 공유하기도 하면서 녀석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야 할 지를 상의하기도 합니다.

마노아 2007-06-26 1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청 어른스럽게 글을 써요. 전 처음에 전호인님이 쓴 거라 생각하고 읽었어요^^;;;
아이들이 모두 똑부러지는 게 부모님 닮은 거겠죠? 선명한 자기 주장에 부러움을 느끼고 있어요(>_<)

전호인 2007-06-29 23:27   좋아요 0 | URL
요즘의 아이들은 영악하다고 해야 할까요? 지나치리 만큼 자기주장이 올바른 것 같아요, 가끔은 아이스럽지 않음에 징그러움까지도 느낄 때가 있으니 말입니다.

2007-06-26 16: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전호인 2007-06-29 23:27   좋아요 0 | URL
대차다는 표현 참 오랜만에 듣네요. 그런 것 같진 않은 데...

날개 2007-06-26 1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똑똑하군요. 자기 주장도 확실하고.

전호인 2007-06-29 23:28   좋아요 0 | URL
주장이 강하다는 것은 인정을 합니다. ㅎㅎ

미설 2007-06-26 2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저 글이 전호인님이 쓰신 글인줄 알았다는...

전호인 2007-06-29 23:28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많은 분들이 그렇게 느끼시나 봐요.

홍수맘 2007-06-27 1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 글 읽고 홍이 어제 일기검사를 일부러 안 했다는...

전호인 2007-06-29 23:29   좋아요 0 | URL
아이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행동하는 지는 관찰해 볼 필요가 있기도 합니다.
본다는 것을 표현만 하지 않으면 될 것 같아요.

씩씩하니 2007-06-27 17: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늘 고민하는 문제들을 님과 옆지기분이 하고 계시다는 사실이...아,,자식 키우는 일이 늘 고만고만 비슷하구나 싶은 생각이 들어요...
울 유진이도 절대 제가 일기 읽는 것을 용납하지 않아요..
몰래 보는 것도...마음에 찔릴만큼 그렇게 강하게요...참 서운하든대...
암튼 일기는 자기만의 내용으로 채워져야한다는게 제 생각에요...
그나저나 범석이 부러워서 어쩌죠? 똑 부러지는 자기 주장..제가 아이들에게 가장 소망하는 것 중에 하나랍니다~~

전호인 2007-06-29 23:31   좋아요 0 | URL
어린아이지만 좀 고리타분하다는 생각을 가끔 합니다. 지나치게 원칙론자이기에 융통성이 조금만 더 있었으면 좋을 것 같은 데 마음같지 않네요.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입장이다 보니 일맥상통한 부분이 많이 있을 겁니다. 많은 정보를 공유하자구요.

세실 2007-06-28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우리 보림이는 아직 정신적으로 어려서 그런지 엄마에게 일기 보여주는걸 즐기네요...같은 5학년이 이렇게 다르다니...ㅎㅎ(보림이가 12월 생이라 그런가?)
범석이는 님을 닮아서(언제 봤다고?) 어른스러운듯 합니다. 자기 주장과 의사표현이 분명하네요.

전호인 2007-06-29 23:33   좋아요 0 | URL
자기주장을 분명히 하고 해야할 말을 반드시 하는 저와 비슷하긴 합니다. ㅋㅋ, 정신적으로야 보림이가 더 성숙하지 않을까요? 울 녀석은 8월생이고요 해람이가 12월생이랍니다. 아이를 갖자라고 계획하고 낳은 것이 아니다 보니 삼복더위에 낳았지 뭡니까...ㅋㅋ

뽀송이 2007-06-28 1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범석이도 사춘기 일까요? 아님... 자기 주장이 생긴 걸까요??
저희 집 두 녀석도 일기 검사나 일기 훔쳐 보는 것에 대해 한 5학년쯤부터 강하게 거부했던 것 같아요.^^;; 후훗... 범석이의 마지막 말에 한방 지대로 맞은 기분이겠어요.^^;;;

전호인 2007-06-29 23:35   좋아요 0 | URL
글게 말입니다. 사춘기가 아닐까도 생각해 보았는 데 신체적인 변화가 없는 것을 보니 그런 것 같지는 않습니다. 샘께서도 이글을 보았다면 식겁했을 겁니다. ㅎㅎ

2007-06-28 19: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전호인 2007-06-29 23:35   좋아요 0 | URL
네 보고 처리했답니다. 쌩유 ^*^

치유 2007-06-29 0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초등생들 일기검사 없어진줄 알았었어요..이렇게 자기생각이 뚜렷한걸 보면 참 똑똑한아이같아요..

전호인 2007-06-29 23:36   좋아요 0 | URL
똑똑하게 자라주기를 기대하고 있답니다.

비자림 2007-06-29 2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범석이 잘 키우셨네요.
야무지게 자기 의견을 펼칠 수 있는 그 모습이 참 좋아요.

전호인 2007-06-29 23:37   좋아요 0 | URL
지나치게 자기주장만을 함으로 인해 자기생각의 틀에 갇히지 않도록 많은 도움이 필요한 아이랍니다.

네꼬 2007-06-30 0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 훌륭해! 추천을 한번만 누르는 게 아깝군요!!!

전호인 2007-07-01 12:38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인성이 바탕인 된 똑바로 된 아이로 성장시킬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