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는 멜로가 아니라 다큐다 - 파워블로거 라이너스의 리얼 연애코칭
라이너스 지음 / 청림출판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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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당신은 예전에 좋아했던 선배에게 먼저 고백했다가 실패한 이유로, "역시 여자는 먼저 고백해서는 안 되는 건가 봐"라는 생각을 마음속 깊이 새겼을지도 모른다. -121p 대학교 1학년 때, 동아리에 좋아하는 선배가 있었다. 내가 직접 고백하지는 못하고 선배의 친구에게 말했었는데, 나중에 그 선배가 그랬다. "네가 직접 얘기했다면 좋았을텐데. 하지만 앞으로도 동아리 사람하고는 사귀지 않을 거야. 사귀다 만약에 헤어지기라도 한다면 최소한 한 명은 동아리 활동하기 힘들테니까." 직접 고백했어도 가망은 없었겠다.

각자의 사생활과 취향까지 모두 다 인정하자. 어차피 20년 넘게 따로 살아온 두 사람이 만났는데 당연히 다를 수 밖에 없다. (…) 서로가 다르다는 걸 인정하는 순간 오히려 그에 대한 이해가 더 깊어지게 될 것이다. -184p 처음 사귀기 시작할 때는 모든 게 좋았다. 서로의 좋은 점만 보였을 수도 있고, 서로에게 잘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니 조금씩 변하더라. 아니, 그 모습이 원래의 모습이었던 건데 그제서야 보이게 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대화와 비난의 차이를 잘 구분하지 못한다. 처음에는 좋은 의도로 말을 시작했으나 말을 하다 보면 스스로의 감정과 서러움이 복받쳐 결국 상대의 잘못을 끄집어내고 비난을 퍼붓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214p 우린 참 많이도 싸웠다. 다퉜다는 표현이 더 나을까? 별 것 아닌 사소한 일들로 서로를 아프게 하고, 그러다가 결국 헤어지게 되었다.

이별을 극복하는 방법- 당신에게 찾아온 슬픔과 아픔을 애써 외면할 필요는 없다. 당신은 당신의 사랑에 최선을 다했고 그랬기에 슬픔 또한 큰 것이다. (…) 당신의 지나간 사랑과 다시 찾아올 사랑을 위해 마음껏 슬퍼하고 깨끗이 털어버리자. -221p 20대 초반, 대학 시절 3년간 사귄 남자친구와 헤어졌을 때, 멈추지 않고 흐르던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며칠 동안 슬프게 울다 잠이 들었다. 가장 친했던 친구와 이른 저녁부터 술을 마셔댔는데도 취하지 않던 그때의 나는 참 아팠다. 그리고 어렸던 것 같다. 

연애 단계에서부터 지나치게 결혼을 염두에 두는 것은 곤란하다. -156p 직장 생활을 시작하면서 소개팅이 많이 들어왔다. 스물 다섯의 겨울에 만난 동갑내기였던 그는 내게 참 잘해주었는데, 3주간 3일에 한 번씩 만났지만 좋은 감정이 생기질 않았다. 아직 어린 나이였는데, 난 그 즈음부터 아니라고는 해도 누군가를 소개받을 때마다 결혼을 전제로 한다는 생각이 조금씩은 있었던 것 같다.

소개팅 후 다시 만나고 싶은 여자 되는 법! 첫 만남부터 과감하게 더치페이를 시도해보자. 상대방이 식사를 대접했다면, 커피는 당신이 사는 정도로 가볍게 시작하자. 그는 이런 배려에 당신에게 홀딱 반할 수도 있다. -135p 그랬던 적이 있다. 퇴근 후, 저녁 늦게 우리 동네로 온 그에게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어 간단하게 먹은 식사값을 내가 냈다. 소개팅하면서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고 했던 그의 얼굴이 썩 좋아 보이진 않았다. 어쩌면 식사 중에 이야기하면서 내가 맘에 들지 않았던 것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당신이 한 가지 알아둬야 할 것은 어떤 타입의 남자이건 진심으로 상대를 좋아한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마음을 표현하고야 만다는 것이다. (…) 당신은 둘의 관계가 꽤나 진전이 되었다고 생각하겠지만 정작 그는 호감의 1단계도 시작을 하지 않았는데, 당신은 벌써 3단계의 상상을 펼치고 있어서야 되겠는가? (…) 당신의 신호를 그가 충분히 받았다고 생각이 들었는데도 5개월이 지나서까지 그에게 아무런 신호가 없다면 과감하게 접을 것을 권한다. 사실 5개월도 너무 길다. -100~101p / 상대가 마음에 들어도 절대 먼저 연락하지 마라. 무조건 기다려라. 당신이 마음에 든다면 분명히 그쪽에서 먼저 연락할 것이다. -113p 동호회 모임에서 한번 보았을 뿐인데 계속 생각이 나던 사람이 있다. 20여일만에 연락처를 알아냈고 우연한 기회로 단둘이 만나게 되었다. 전시회도 보고 식사도 하고 커피도 마셨다. 얘기하면서 꽤 잘 통한다고 생각했다. 그날 집에 들어와 내가 먼저 문자를 보냈고, 답도 왔다. 2주 후 두 번째 만났을 땐 영화 보고 콘서트 보느라 이야기를 많이 못해서 아쉬웠지만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날은 집에 와서 문자를 보내지 않았다. 그도 연락이 없었다. 첫 번째와 두 번째 만남 사이에 연락은 항상 내가 먼저 했고, 답이 거의 늦게 왔다. 그 이후에 이건 아니다 싶어서 연락을 하지 않다가 또 생각나서 한 번 연락하고, 단답형의 답 문자에 실망해서는 절대 연락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이해할 수 없었던 건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문자를 보내는 그였다. 한 달 후, 혹은 두 달 후 안부 문자를 보내던 그를 정말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랐다. 두 번째 만남 이후, 다섯 달만에 모임에서 만난 그는 내가 생각했던 모습이 아니었다. 내 눈에 콩깍지가 씌었던 걸까. 무려 여섯 달 넘게 내 마음을 뒤흔들어 놓았던 그가 참 밉다. 

연애에 관한 질문 중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요소가 있다. (…), 의외로 빠지지 않고 꼭 등장하는 필수 요소는 바로 혈액형에 관한 질문이다. -32p 혈액형에 대한 일반적 이야기들이 잠재의식 속에 남아, 그게 마치 불변의 진리인양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35p 단순히 재미로 보면 되는데 자꾸만 연관시키게 된다. 소개팅 전에 혈액형을 물어보거나 아니면 첫 만남에서 꼭 물어봤던 것 같다. 사귀다가 헤어지면 '그래, 역시 안 맞는 혈액형이었어.'라고 생각하고.

처음부터 매너가 철철 넘치는 바람둥이 타입보다, 조금 어색하고 수줍지만 일편단심 당신만을 사랑해줄 순진한 남자가 오히려 더 미래를 기약하게 하는 남자다. -45p 첫 만남에서 어색하고 수줍고 순진해 보이는 사람에겐 끌리지 않았던 적이 많다. 어쩌면 외모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말에는 공감한다. 나만 사랑해줄 남자가 최고라는 것!

책을 읽으면서 내가 겪었던 일들을 생각했다. 한창 행복했던 연애 초기에 이 책을 읽었다면 이별을 막을 수 있었을까? 소개팅은 잘 되었을까? 책에 나온 이야기들이 모두 맞고, 많이 들어보았던 말이라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정작 실전에는 약하다. 왜 잊어버리는 건지. 책을 펼치면서부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미있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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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즐, 삶을 요리하다 - 슬로푸드를 찾아 떠난 유럽 미식기행
노민영 지음 / 리스컴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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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표지에 알록달록한 색상의 주방용품 사진이 나와 있어서인지 책의 첫 느낌은 산뜻했다. 먹는 즐거움만 추구하는 미식가였던 저자 노민영은 이탈리아행 유학에서 슬로푸드 철학을 지닌 신개념 미식가로 거듭나게 되었다. 신개념 미식가들은 음식이 어떻게 생산되고 유통, 소비되는지 연구하여 음식의 지속가능성과 다양성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이들의 이러한 움직임이 바로 슬로푸드 운동이라 할 수 있다. (32p) 그녀가 유학한 이탈리아(파르마, 볼로냐, 모데나, 밀라노, 베네토, 토스카나)와 학교에서 현장학습을 위해 방문한 스페인(빅, 바르셀로나), 그리스 크레타섬, 프랑스(리용, 디종, 부로숑)에서의 맛있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여행과 음식을 좋아해서 관련 책을 많이 보는 편인데 유럽 미식기행은 처음이다. 게다가 슬로푸드를 찾아 떠난 유럽 미식기행이라니 더욱 기대가 된다. 

전 세계의 미식가들이 열광하는 프로슈토(돼지다리를 염장하여 숙성시킨 것)와 파르미자노 레자노 치즈(큰 덩어리의 단단한 치즈로 연한 노란색을 띤다.)의 본고장이라는 이탈리아 북부에 위치한 파르마에서 그녀는 같은 반 친구들과 피자파티를 한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 된 볼로냐 대학과 볼로네제 스파게티로 유명한 볼로냐에서 슬로푸드영화제에 참석하고, 풍성한 맛의 젤라토를 맛본다. 발사믹식초의 원산지인 명품 도시 모데나와 베니스 축제만큼이나 화려한 음식문화를 발달시킨 베네토, 아름다운 경치와 풍요로운 음식문화를 자랑하는 토스카나 그리고 밀라노에도 들른다. 그렇게 이탈리아에서 골목골목 다니며 지역사람들이 북적이는 소박한 음식점을 찾아내어 소개해준다. 나는 이탈리아에 간다면 카푸치노와 코르네토(크루아상)로 이탈리아식 아침식사를 해보고 싶다. 스페인에서는 바게트 사이에 하몽을 넣은 샌드위치, 해산물과 파스타를 넣어 만든 '피데와', 차가운 토마토 수프 '가르파초'를 맛보고 싶다. 따뜻한 초콜라테에 추로스를 찍어 먹는 것도 빠뜨릴 수 없겠다.  

대학교 때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다니는 걸 좋아하던 친구와 나는 그리스 여행중에 여러 가지 그리스 음식을 맛보고 오자고 했었다. 하지만 무더운 날씨 탓에 음료와 아이스크림을 더 많이 먹어서 아쉽기만 하다. 여행 다녀온지 5년이 지났을 때 그리스 음식이 그리워서 찾은 그리스 음식 전문점. 그곳에서 맛본 음식들은 기억 속의 맛과 달라서 조금 실망했었다. 책에 나온 올리브 나무나 그리스식 샐러드가 그립다. 아테네에서 델피가는 길에 버스에서 내려 보았던 올리브 나무로 가득한 풍경은 마치 그림 같았다. 그리스인들의 아침식사는 간단하게 커피 한 잔 마시는 정도인데, 우리는 샐러드와 수블라키를 먹었었다. 그릇에 원하는 재료를 담아 샐러드를 만들어 먹는 식이었는데 올리브와 토마토, 갖가지 야채에 두부처럼 생긴 페타 치즈를 얹어 먹었다. 페타 치즈를 처음 먹었을 때 짠맛이 너무 강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맛에 익숙해졌다. 딱딱한 러스크(빵) 위에 미지트라(치즈)를 올린 크레타의 대표적인 간식 다코스와 미지트라로 속을 채운 반죽을 튀겨 타임 꿀에 찍어 먹는 크레타 전통 디저트를 먹어보지 못해 아쉽다. 언젠가 그리스에 다시 가게 된다면 크레타의 시골 마을을 여행하며 이전에 맛보지 못한 전통 음식들을 즐기고 싶다.

치즈와 빵이 가득한 프랑스의 시장 구경도 재미있겠다. 책의 여러 페이지에 나온 치즈 사진을 보고, 치즈 이야기를 읽다보면 왠지 느끼함에 머리가 아파오기도 했지만, 먹거리로 가득한 책 한 권을 참 맛있게 읽었다. 책에 소개된 십여 가지의 레시피도 고맙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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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여행책 - 휴가없이 떠나는 어느 완벽한 세계일주에 관하여
박준 지음 / 엘도라도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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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아마 2005년 따뜻한 봄날이었던 것 같다. 예전부터 말버릇처럼 배낭여행 한번 다녀오자고 말했었고, 졸업 사진을 찍을 무렵 우린 학교 근처 카페에 있었다. 몇 군데의 여행사에 전화를 했고 무작정 그리스행 왕복 티켓을 예약해버렸다. 왜 그리스였는지 왜 보름이라는 기간으로 정했는지 이유는 없었다. 출국 날짜가 두 달도 남지 않은 그때 도서관에서 그리스 관련 책들을 쌓아놓고 읽었다.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으면서 그리스에 빠져들었고, 크레타섬의 카잔차키스를 찾아가기로 했다. 권삼윤의 '꿈꾸는 여유, 그리스'와 르네 그리모의 '매혹의 그리스'는 그리스인의 생활을 엿볼 수 있었고, 유재원의 '신화의 땅 인간의 나라 그리스'는 그리스에 관한 묘사가 좋았다. 이두영의 '신화보다 아름다운 그리스'는 각 지역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었다. 여행 후에 읽은 curious 시리즈 그리스 편은 여행을 추억하기에 충분했다.

그러니까 그때였던 것 같다. 단지 어떤 곳에 관한 책을 읽었을 뿐인데, 마치 실제로 그곳에 다녀온 것 같은 기분이 들며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게. 사실, 여행을 할 때보다 여행 전에 책을 읽으면서 일정을 짜고 계획을 세울 때가 더 신나고 재미있었다.

알랭 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을 넘기면 가장 먼저 나오는 <기대에 대하여>에서 프랑스 작가 위스망스의 소설《거꾸로》가 언급된다. 이 작품의 퇴폐적이고 염세적인 주인공인 데제생트 공작은 디킨스를 읽고 영국인의 삶의 모습을 직접 보고 싶었다. 들뜬 마음으로 여행 준비를 하고 파리로 가서 런던으로 출발하기 전에 런던 여행 서적을 산다. 런던의 볼거리를 읽으며 달콤한 백일몽에 빠져들고, 영국인 단골 주점에서 디킨스 소설에 나온 그대로의 분위기를 느낀다. 그러나 데제생트는 실제로 여행을 하면 얼마나 피곤할까,라는 생각에 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간다. '의자에 앉아서도 아주 멋진 여행을 할 수 있는데 구태여 움직이며 다닐 필요가 뭐가 있는가?'라면서.

저자 박준은 떠나고 싶지만 떠날 수 없는 날들이 이어지던 중 책과 지난 여행의 기억 속으로 떠나는 몽상가의 여행을 시작했다. 그의 거실에서 갈 수 없는 곳은 없었고, 그 여정이《책여행책》이 되었다. 그가 말하는 책여행에서 내가 읽은 책과 겹치는 것은 둘 뿐이다. 앞에서 말한 '여행의 기술'과 '청춘 · 길'. 나 역시 '청춘 · 길'에서 마음에 드는 문장을 적어두었다.


       열네 살 무렵, 거리를 걸을 때면 나는 누군가가 나를 납치해주기를 꿈꾸곤 했다. 내 등 뒤로 다가오는 자동차 소리를 들으면서, 이번이야, 라고 혼잣말을 하곤 했다.

 
       더운 계절 아침 10시경에 사헬의 거리로 나간다는 것은 현기증 나는 열기와 눈부신 빛 가운데로 뛰어드는 것과 같다. 거리의 메마른 흙 위를 걸으면서 나는 이곳의 높은 기온과 너무도 강렬한 빛에 짓눌리기보다는 오히려 내가 이곳에 있다는 사실에, 온전히 이곳에 있다는 사실에 흥분했고, 그러자 견디기가 별로 힘들지 않았다.



그가 읽은 책들 대부분이 흥미로워 보인다. 특히, 지하철 바뱅역 바로 앞, 몽파르나스대로와 바뱅거리가 만나는 코너의 카페 셀렉트(40p)에 앉아 진하고 고소한 에스프레소를 마시며 '파리 카페'를 읽고 싶다. 델리에서 바라나시행 기차를 타고 혹은 짜파티와 라씨로 가볍게 배를 채운 뒤, 후지와라 신야의 '인도방랑'을 읽고 싶다. 모로코의 옛 수도이며 세상에 하나뿐인 중세도시 페스를 거닐면 어떤 느낌일까? 페스의 구시가지에 있는 '메디나'에는 만 개의 골목이 있다고 한다(160p). 지도가 있어도 소용 없는 곳, 하루에 다섯 번씩 기도하는 사람들……. 모로코의 전통가옥인 리아드에서 '페스의 집'을 읽는다면 어떤 기분일지 궁금하다. 

저자 박준의 지난 여행을 고스란히 담은 여행책의 이야기도 재미있다. 그의 첫 번째 책 'On the Road'를 읽고서 나도 카오산로드에 가고 싶었다. 전세계에서 모여든 여행자들로 넘쳐나는 곳, 그곳에서 여행의 에너지를 느껴보고 싶다. 일본 교토는 벚꽃이 피었을 즈음에 가서 료칸에서 꼭 하룻밤 묵고 싶다. 홋카이도는 겨울에 가면 좋다고 들었는데, 하코다테에서 노란 전차를 타고 오마치역 근처에서 내려 오래된 목조건물 2층의 카페 '카모메suq'에 가보고 싶다. 그곳에서 만난 친구에게 가볼만한 곳을 물어봐야지.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에서는 야간열차 산타클로스익스프레스를 타고 싶다. 산타클로스가 산다는 로바니에미의 모습은 어떨까. 조용하고 내향적이라는 핀란드인 친구를 사귀어 숲속의 통나무집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도 좋겠다. 프랑스의 작은 동네 아를에서는 고흐의 흔적을 찾아 걷고 싶다. 별이 빛나는 밤에 아를의 밤하늘을 바라보며 그를 기억하는 시간도 가져야지.

정말 휴가 없이 세계일주를 했다. 보스턴에서 43킬로미터 떨어진 프로빈스타운에 갔다가 체 게바라의 여정을 따라 아르헨티나, 칠레, 페루를 여행한다. 파리, 인도, 몽골, 알래스카, 멕시코를 갔다가 시베리아 횡단 열차도 타고, 후지산도 보러 간다. 정말 그의 말대로 여러 도시를 여행하기 위해 집을 떠날 필요 없이 안락의자와 8,894페이지의 책이 있다면 좋겠다. 여유롭게 두 달 정도면 멋진 여행을 할 수 있을테니까. 하루하루를 창조적으로 산다면 일상이 곧 여행이라는 그의 말을 몇 번씩 되뇌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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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상자 (레드) - 1년을 쓰고 50년을 간직할 독서노트 보물상자
여희숙 지음 / 샨티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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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이거 쓰는 재미에 푹 빠졌어요. 

제가 2005년부터 책을 읽고 맘에 드는 부분을 블로그와 미니홈피에 적어두었는데, 이 <보물상자>에 몽땅 옮겨 적고 있습니다. 저는 책 한 권을 읽으면서 맘에 드는 부분이 단 한 문장이었던 적도 있고, 두 페이지 정도였던 적도 있어요. 그래서 <보물상자> 한 페이지에 다섯 권의 책에서 밑줄 그었던 맘에 드는 부분을 적기도 했고, 세 페이지에 걸쳐 한 권의 책에서 밑줄 그었던 부분을 적기도 했어요. 

<보물상자>를 쓰며 딱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앞쪽에 '내가 만드는 목차' 부분이 모자란다는 것. <보물상자> 47페이지밖에 안 썼는데 벌써 100권의 목차를 채웠다는 것. 지금 77페이지를 쓰고 있는데, 163권의 목차까지 갔다죠. 그래서 101권째부터는 A₄용지에 '내가 만드는 목차'와 똑같이 만들어서 적어내려가고 있어요. 

표지에 적힌대로 정말 '1년을 쓰고 50년을 간직할 독서노트'예요. 저는 곧 스물아홉이 되는데, 앞으로도 꾸준히 이 노트를 적어가면서 나중에 제 아이가 고등학생 정도 될 적에 이 노트를 전해주고 싶어요.

매년 매달 책을 읽으면서 읽은 책 목록을 정리하고, 맘에 드는 부분을 적어두었던 제게 정말 보물같은 <보물상자>가 찾아와서 기분 좋아요. 제 보물 목록에 추가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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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튼
케이트 모튼 지음, 문희경 옮김 / 지니북스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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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그림부터 맘에 들었다. 추리소설을 좋아하는데 일본이나 영국, 스웨덴 작가의 소설만 읽었던 것 같다. 호주 작가의 추리소설은 어떤 매력이 있을지 궁금했다. 미스터리와 로맨스, 역사 등 내가 좋아하는 분야가 모두 합쳐졌다고 해서 꼭 읽고 싶었다. 꽤 두꺼운 책임에도 불구하고 읽는 속도는 늦춰지지 않았다. 자기 전에 읽을 때는 다음 내용이 궁금해 책을 덮지 못하면서도, 점점 결말에 가까워지는 것이 아쉬워서 결국엔 조금씩 읽고 다음에 읽을 부분을 남겨 놓고는 했다. 

작가 케이트 모튼은 이 첫 번째 소설이 출간되자마자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로 부상했다고 한다. 과연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올해 읽었던 소설 중에 특별히 기억에 남는 소설이 없었는데,『리버튼』은 오랜 시간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리버튼 저택에서 하녀로 일했던 98세의 그레이스 브래들리가 악몽을 꾸는 장면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일생동안 과거를 지우려고 애써온 그녀에게 지난날에 관한 영화를 찍겠다며 영화감독 우슐라가 편지를 보낸 것이다. 오랜 세월 마음 밑바닥에 잠들었던 기억이 조금씩 떠오르기 시작했고, 그레이스는 리버튼에 들어간 첫날의 이야기부터 들려 준다. 

1914년 7월, 당시 열네 살이던 그녀는 엄마에게 등을 떠밀려 리버튼에 들어가게 된다. 하트포드 일가를 모시는 하녀가 되고, 하트포드의 아이들 해너와 에멀린을 만나 그들의 사생활을 공유한다. 해너는 자유로운 사상을 가졌으며 직업을 갖고 여행도 하길 원한다. 구속된 삶에서 벗어나고자 테디와 결혼을 하지만 더욱 구속된 생활을 하게 된다. 해너의 오빠 데이비드의 친구인 로비 헌터는 전쟁 후 결혼한 해너 앞에 나타나고 둘은 서로에게 끌린다. 하지만 1924년 6월, 화려한 파티가 열리던 밤 리버튼 저택의 호숫가에서 로비 헌터는 죽게 된다. 그레이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한 세기 동안 리버튼 저택에 숨겨진 비밀이 밝혀지는 과정이 무척 흥미로웠다. 마지막 장의 '해너의 편지'를 읽고서는 슬픈 감정이 올라왔다. 

손자 마커스와 그녀만의 비밀을 공유하기 위해 테이프에 녹음을 시작하는 그레이스. 그녀의 고백을 따라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이야기는 흥미진진하게 풀어진다. 얽히고설킨 비밀들을 파헤치고 진실이 드러나는 것을 보며,『리버튼』의 구성이라든가 내용이 탄탄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호화로운 상류층의 생활, 1차 세계대전과 전쟁신경증, 보수 세력에 반항하던 젊은층 등 한 가지에 얽매인 소설이 아닌 여러 종류의 이야기가 섞여 있어서 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가끔 눈에 보이던 오자(誤字)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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