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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튼
케이트 모튼 지음, 문희경 옮김 / 지니북스 / 2010년 10월
평점 :
품절
표지 그림부터 맘에 들었다. 추리소설을 좋아하는데 일본이나 영국, 스웨덴 작가의 소설만 읽었던 것 같다. 호주 작가의 추리소설은 어떤 매력이 있을지 궁금했다. 미스터리와 로맨스, 역사 등 내가 좋아하는 분야가 모두 합쳐졌다고 해서 꼭 읽고 싶었다. 꽤 두꺼운 책임에도 불구하고 읽는 속도는 늦춰지지 않았다. 자기 전에 읽을 때는 다음 내용이 궁금해 책을 덮지 못하면서도, 점점 결말에 가까워지는 것이 아쉬워서 결국엔 조금씩 읽고 다음에 읽을 부분을 남겨 놓고는 했다.
작가 케이트 모튼은 이 첫 번째 소설이 출간되자마자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로 부상했다고 한다. 과연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올해 읽었던 소설 중에 특별히 기억에 남는 소설이 없었는데,『리버튼』은 오랜 시간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리버튼 저택에서 하녀로 일했던 98세의 그레이스 브래들리가 악몽을 꾸는 장면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일생동안 과거를 지우려고 애써온 그녀에게 지난날에 관한 영화를 찍겠다며 영화감독 우슐라가 편지를 보낸 것이다. 오랜 세월 마음 밑바닥에 잠들었던 기억이 조금씩 떠오르기 시작했고, 그레이스는 리버튼에 들어간 첫날의 이야기부터 들려 준다.
1914년 7월, 당시 열네 살이던 그녀는 엄마에게 등을 떠밀려 리버튼에 들어가게 된다. 하트포드 일가를 모시는 하녀가 되고, 하트포드의 아이들 해너와 에멀린을 만나 그들의 사생활을 공유한다. 해너는 자유로운 사상을 가졌으며 직업을 갖고 여행도 하길 원한다. 구속된 삶에서 벗어나고자 테디와 결혼을 하지만 더욱 구속된 생활을 하게 된다. 해너의 오빠 데이비드의 친구인 로비 헌터는 전쟁 후 결혼한 해너 앞에 나타나고 둘은 서로에게 끌린다. 하지만 1924년 6월, 화려한 파티가 열리던 밤 리버튼 저택의 호숫가에서 로비 헌터는 죽게 된다. 그레이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한 세기 동안 리버튼 저택에 숨겨진 비밀이 밝혀지는 과정이 무척 흥미로웠다. 마지막 장의 '해너의 편지'를 읽고서는 슬픈 감정이 올라왔다.
손자 마커스와 그녀만의 비밀을 공유하기 위해 테이프에 녹음을 시작하는 그레이스. 그녀의 고백을 따라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이야기는 흥미진진하게 풀어진다. 얽히고설킨 비밀들을 파헤치고 진실이 드러나는 것을 보며,『리버튼』의 구성이라든가 내용이 탄탄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호화로운 상류층의 생활, 1차 세계대전과 전쟁신경증, 보수 세력에 반항하던 젊은층 등 한 가지에 얽매인 소설이 아닌 여러 종류의 이야기가 섞여 있어서 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가끔 눈에 보이던 오자(誤字)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