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기담 - 왕조실록에서 찾은 조선 사회의 뜻밖의 사건들 기담 시리즈
이한 지음 / 청아출판사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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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담(奇談), 이상야릇하고 재미있는 이야기.

제목에 이끌려 책을 펼쳤다. '왕조실록에서 찾은 조선 사회의 뜻밖의 사건들'이라면 역사를 어려워하는 나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괴이한 기운이 감도는 게 표지부터 범상치 않다. 차례를 보면 사회기담, 왕실기담, 선비기담으로 나뉘어 있다. 섬뜩한 느낌의 이야기에서 흥미로운 이야기까지 여러 가지이다. 그중 마지막 이야기 '정조, 정약용에게 소주 원샷을 강요하다'가 가장 눈에 띄었다.

말 그대로 뜻밖의 사건들이라 읽으면서도 어린 시절 다른 나라 이야기를 듣는 듯 먼 세상 이야기 같았다. 재미있다기보다 놀랍다고 해야 맞을 듯싶다. '사회기담'의 강물 위에 떠오른 시체나 두 발이 잘린 아이, 아이의 손가락 절단사건, 살아 있는 구미호들의 전설 등은 직접 보지 않았기 때문에 믿기는 어렵지만 등골이 서늘할 정도였다. 말끔히 해결되지 않은 사건들을 읽고 나면 괜스레 안타깝고 마음이 무거웠다. 요즘 시대의 연쇄살인사건이나 토막살인사건 등 심각한 사회문제들을 비교해본다면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긴 매한가지다. '왕실기담'의 망나니 왕자의 망나니 아들은 속담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의 적당한 사례(事例)라고 생각한다. '선비기담'의 연애소설 돌려보다가 왕에게 반성문 쓴 선비들은 괜한 웃음만 난다.

역사란 어렵기만 한 것이 아니었다. 학교 다닐 적에 연대표를 외우고 사건들을 시대순으로 나열하는 반복적인 학습으로 인해 국사는 관심 밖의 과목으로 밀려나게 된 것이다. 누군가 <조선기담> 같은 책을 만들었다는 게 내게는 다행스럽다. 재미없고 지루하고 낮은 점수의 과목이었다는 사실을 조금 바꿀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이 한 권의 이야기는 커다란 바닷가 주변의 조그만 조개껍데기에 불과하다니 저자의 다른 책을 기다리기보다 내 손으로 조선왕조실록을 펼쳐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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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 속을 걷다 - 이동진의 영화풍경
이동진 지음 / 예담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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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면서 인물이나 내용도 중요하지만 배경 또한 놓칠 수 없는 부분이다. 여행을 좋아해서일까. 멋진 풍경을 보면 카메라에 담고 싶은 마음이 먼저 든다. 아니, 내 머릿속에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다. 표지의 사진처럼 하늘과 구름이 들어간 풍경이 가장 멋있고 아름다운 것 같다. 여행에서 찍은 사진의 대부분이 구름 사진이었다. 혼자 하는 여행에서 옛 추억을 떠올리는 순간, 그립거나 아쉬울 때 혹은 서러울 때 하늘을 올려다보면, 더 정확하게는 구름을 몇 초간 응시하면 마음의 위안이 되었다. 

차례를 훑어보니 영화 제목 중 아는 것은 절반이 조금 넘고, 내용을 확실히 기억하는 것은 3분의 1 정도이다. 책을 읽는 중에 책에서 소개하는 영화를 보기도 했다. <필름 속을 걷다> 제목부터 낭만적이다. 영화 속 장면들을 찾아 떠나는 여행. 얼마나 가슴 설레일까. 화면으로 보았던 것을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할 때의 뭉클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나 또한 그런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영화의 한 장면은 아니었지만 엽서나 사진 속의 아름다운 풍경을 여행 중에 보았다. 보정을 한 깨끗하고 선명한 사진과는 약간 차이가 있었지만 내 눈으로 확인했다는 것에 가슴이 뛰고 말이 나오지 않았다. 황홀한 경험을 해보았기 때문에 저자가 너무 부럽고 대단해 보인다. 

영화 이야기와 여행 이야기에 사람 사는 이야기까지 들려 준다. '어둡지 않은 침묵의 감미로움처럼, 수다스러운 어둠의 즐거움처럼'(143p) 멈칫거림 없이 술술 읽히는 책이다. 책에 소개된 영화들을 차근차근 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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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친구와 영어로 놀아라 - 외국인 친구를 만드는 15가지 방법
김명호 지음 / 로그인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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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시절에 영어를 접했던가. 알파벳을 처음 외운 게 6학년 때였던 것 같기도 하다. 중학교 1학년 때 영어 자습서를 펼쳐 놓고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복습하던 게 기억난다. 학년이 높아질수록 영어에 흥미가 떨어졌다. 제대로 나오지 않는 발음때문이었을 것이다. 왜 좀더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지 않았을까.

저자의 역량이나 책의 디자인은 나무랄 데가 없다. 저자가 사귄 외국인은 국적과 나이가 다양하고 수 또한 엄청나다. 매달 한국인과 외국인들의 모임도 주최하고 있다니 대단하게만 느껴진다. 길지 않은 저자의 소개만 보아도 감탄이 절로 난다. 하지만 차례를 살펴보면 특별할 것이 없다. 물론 평범한 이야기로 책을 쓰는 사람이 많기는 하지만 '외국인 친구를 만드는 방법'이라는 부제를 보고 뭔가 기대를 하고 책을 펼치는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어쩌면 나처럼 실망을 할지도 모르겠다. 영어 공부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거의 알고 있는 내용일 것이다. 그래도 이 책의 장점이라면 저자가 운영하는 인터넷 카페의 회원들이 실제 경험담을 들려주는 것이다. 한국인과 외국인들이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며 독자들에게 용기와 흥미를 불어넣어 준다. 그들의 사진을 확인하는 재미가 있어 지루하지는 않았다. 활기찬 느낌의 사진들과 알록달록 예쁜 색상의 본문 디자인으로 책의 편집에는 점수를 주고 싶지만, 내용면에서는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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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수 소설집 세트 - 전2권 - 내 여자 친구의 귀여운 연애 + 내 안의 황무지
윤영수 지음 / 민음사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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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단편소설보다 장편소설을 좋아한다. 짤막한 내용보다 긴 이야기가 기억에 오래 남는 편이다. 그래서 소설집을 많이 읽지는 않는다. 어쩌면 금새 끝나버리는 이야기에 허전함을 느낄 새도 없이 또 다른 이야기를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 안타까운지도 모를 일이다. 

'내 여자 친구의 귀여운 연애'라니. 눈에 띈 소설집 제목이 책에 관심을 갖게 한 가장 큰 이유다. 귀여운 연애, 산뜻하고 가슴 설레인다. 연애는 해보았지만 아무래도 귀여운 연애는 아니었던 것 같다. 대리만족을 핑계로 책을 선택한 건 아닐까. 두 권으로 분리된 각 권의 표지가 심상치 않다. 밝고 화려한 정원에 서있는 남자는 어떤 표정으로 무얼 하고 있을까? 여자 친구의 귀여운 연애를 엿보고 있는 건 아닐까? 어두워서 외롭고 쓸쓸해 보이는 정원에 여자는 무엇을 들고 서있는 걸까? 뭔가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가득할 것 같았다.

앙증맞은 제목의 소설에 대한 궁금증을 참고「내 안의 황무지」를 먼저 들었다. 이름만 보고 남자일 거라 생각했던 저자는 여자였다. 어느 소설 하나 흥미롭지 않은 것이 없을 만큼 기대 이상의 소설집이었다. 상대의 뒷모습에서 그 사람의 마음을 볼 수 있는, 소설책 읽는 여자('내 안의 황무지'), 환청으로 앞날을 내다보는 식이 엄마('적도 부근'), 잠꼬대로 미래를 예견하는 정은자('만장') 등 주인공들의 공통점이 보인다. 예감이라는 것이 등골을 오싹하게 한다. 여러 사람들이 '나'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의 '만장', 인터넷 카페 정기 모임이라는 친근한 소재의 '이우천하지선사', 얽히고설킨 등장인물들의 관계가 밝혀지면서 꼭 추리소설을 읽을 때의 느낌이 나는 '개나리가 활짝 핀 봄날 버스를 타다'.

첫 권이 약간 무겁고 어두운 느낌이었다면 둘째 권은 좀더 밝아지고 경쾌한 느낌마저 들었다. '내 여자 친구의 귀여운 연애'는 생각했던 것과 다른 내용이었지만 실망할 만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각 소설의 주인공이 된 심정으로 책을 읽었고, 등장인물들의 곁을 지나가는 행인의 모습으로 내용을 들여다보았다. 할인 매장 치킨 코너의 양미가 안쓰러웠고, 얼마나 답답할까 하는 마음으로 광고맨 강희명을 응원했다. 몇 편의 소설끼리는 공통점을 보이기도 했고, 나는 마침내 윤영수 작가의 소설을 알게 되었다. 열 편의 짧은 소설을 읽었을 뿐인데 너무 자신있게 말한 걸까. 하지만 <이해하게 되었다>가 아니라 <알게 되었다>니까. 저자의 문체를 알았고 다른 듯 비슷한 소설집 두 권을 읽었기 때문에 그녀의 또다른 소설을 만나게 된다면 망설임 없이 집어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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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회 대한민국 디지털작가상 수상작
권오단 지음 / 포럼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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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명의 <한반도>, <가즈오의 나라>, <하늘이여 땅이여>, <황태자비 납치사건> 등을 읽으며 역사소설의 맛을 느끼게 되었다. 노가원의 <태양인 이제마>, 김탁환의 <방각본 살인사건>, 조두진의 <도모유키>, 김별아의 <미실>과 <논개>를 읽으면서 흥미로웠다. 학창 시절 국사를 끔찍이도 싫어했던 내가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을 소재로 한 소설에 빠져들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이제는 역사소설이라면 무조건 구미가 당긴다. 게다가 역사추리소설이라면 더할 나위 없다. 

디지털작가상 수상작이라는 수식어에 나도 모르게 큰 기대를 했던 걸까. 책을 덮었을 땐 뭔가 허전함이 남았다. 사실 작가는 '난(亂)'이라는 제목에 맞게 충실한 내용을 보여 주고 있는데 말이다. 이야기의 시작은 독자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왕자들에게 가장 맛있는 음식에 대해 질문하는 임금의 모습은 낯설지 않고 친근하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여덟 살인 광해군의 되바라진 모습에 미미한 소름이 돋았고, 언제 터질지 모르는 난에 대비하는 율곡의 모습도 인상 깊었다. 단옷날 열린 씨름판에서의 이야기는 꽤 길게 늘여뜨렸지만 직접 구경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생생했다. 괴력의 사나이 백손과 열일곱의 어린 소년장사 바우의 눈부신 활약도 볼 만하다.   

'이탕개의 난'을 배경으로 했고 이권 다툼이며 북방의 야인, 당파의 분쟁 등 어려운 말들은 그저 눈으로 훑고 지나갔다. 역사에 대해서라면 부끄러울 정도로 모르지만 내게 역사소설은 다른 이야기들과 마찬가지로 그저 소설일 뿐이다. 어렵게 이해하려 들고 이런저런 배경들을 따졌다면 한 편의 긴장감 있는 소설을 놓치고 말았을 것이다. 정신 없는 시국이나 신분에 따른 차별과 같이 예나 지금이나 공통된 문제점은 머리를 아프게 한다. 제목과 표지와 내용 모두 나무랄 데가 없다. 다만, 어지러울 '난(亂)'보다 좀더 상세한 제목이었다면, 한 권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뒷이야기가 좀더 진행되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제목과 내용의 변화를 바라는 것이 조금 우습긴 하지만 그만큼 작가의 글이 마음에 들었다는 내 소심한 표현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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