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인디아 - 엉뚱발랄 15인의 발칙한 보고서
하정아 지음 / 나무수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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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레를 떠오르게 하는 빛깔의 표지에 코믹한 느낌의 사진들이 재미있다. '엉뚱발랄 15인의 발칙한 보고서'라는 부제(副題)가 이 책을 더욱 읽고 싶게 만들었다. 저자는 10개월의 인도 여행 중 가장 재미있던 것이 바로 '인도 여행자'들이었다고 한다. 웃기기도 하고 울리기도 하는 갖가지 이야기들을 읽으며 독자들은 아마 인도를 더욱 매력적으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어느 나라 어느 지역의 지도를 보든 여행하는 기분이 드는데 책에 있는 인도 지도 역시 마음을 설레이게 했다. 대학교 때 여자 친구 한 명이 인도 여행을 다녀왔다. 그 무엇보다도 떠날 수 있는, 떠나야겠다고 마음먹은 용기가 대단했다. 어느 먼 곳에 혼자 다녀올 수 있는 용기라면 세상을 살아가면서 두려울 것은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책에 실린 16명(부부가 포함되었기 때문에) 중에 절반이 한국인이다. 한 달 반의 첫 인도 배낭여행에서 인도를 다 안다고 생각했지만 두 번째 와보니 또 너무 다르더라는 내 또래 승현씨는 힌두대학교에서 인도 전통 춤을 전공하고 있단다. 맨발로 소똥 천지인 인도 땅을 밟고 다녔더니 상처로 엉망이던 발이 다 나았다면서 인도를 느끼는 자신의 발이, 인도에서 춤 추는 자신의 발이 예쁘다고 한다. 인도만 세 번째라는 우영씨는 4개월 동안 빨래를 한 번도 안 하고 다녔단다. 고1 때 류시화의 '하늘호수로 떠난 여행'을 읽고 인도에 가보고 싶어서 대학생 때 알바로 돈 벌어 인도에 처음 왔다고 한다. 영어를 완전 못해서 폐쇄적인 여행이었기 때문에 두 번째 인도 여행은 영어 공부를 해서 다시 왔고, 세 번째는 우울증 타파를 위해 왔단다. 그녀의 소중한 추억이 될, 꼼꼼하게 정리한 여행 다이어리가 무척이나 부럽다. 10년 동안 일하면서 휴가 한번 제대로 보낸 적이 없어서 22일 일정으로 긴 여행을 하게 되었다는 동만씨는 실망만 느끼고 가지만 후에 다시 인도에 가고 싶다고 한다. 인도 다녀온 친구가 하도 인도 얘기를 해서 자신도 오게 되었다는 우룡씨, 독특하게 찍은 사진들이 재밌다. 게다가 자신만의 여행을 특별하게 만들려고 도시 곳곳에 한국 동전을 숨겨놓았다니 정말 대단하다. 인도와 네팔을 5개월째 여행 중이라는 준성씨는 쓰고 있는 소설의 배경이 인도라서 왔다고 한다. 마흔의 송종헌 아저씨는 회사 생활 딱 10주년 되는 날 관두고 나와서 여행을 하고, 등산을 한다.

힘든 여행 일정을 견뎌나가면서 자신에 대해 더 잘 알게 되고, 인도에 와 궂은 일들을 당하고서도 진정한 인도 여행자가 되고, 자전거로 다니며 가고 싶은 만큼 가고 보고 싶은 만큼 볼 수 있고, 혼자 여행 다니면서 어느 동네에 머무를 때, 누가 아프다고 하면 마사지해주고 도와주는 여행자들이 있다. 한국인이든 외국인이든 인도를 경험해본 그들이 인도에 대해 느끼는 것은 매한가지 아닐까 생각된다.

자잘한 튀김을 신문지에 둘둘 말아 싸가는 모습, 짜이 가게에서 뜨거운 짜이를 봉다리에 가득 담아가지고 들고 가는 모습을 보고 싶다. 갠지스 강가에서 짜이 한 잔 하며 한나절 앉아 있어 보고도 싶다. 유명한 곳이나 유적지 구경은 덜 하더라도 인도 사람들이랑 노점에서 같이 먹어도 보고, 하릴없이 동네 돌아다니다가 나무 밑에 같이 앉아 이런 저런 얘기도 하면서 서민들 속으로 뛰어들어가 보는 게 인도 여행의 큰 묘미일 것이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갑자기 태클이 들어오기도 하고, 믿었던 누군가에게 뒤통수를 맞기도 하는 그런 경험을 해보고 싶다면 인도 여행을 추천한다. 나는 아직 해보지 못했지만, 인도를 다녀왔거나 인도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믿을 만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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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가게, 시작했습니다 - 일본 최고의 빈티지숍 성공기!
TimemachineLabo. 지음, 김희정 옮김 / 아우름(Aurum)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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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어머니께서 작은 가게 하나 차리고 싶다고 하셨다. 정년퇴직이 얼마 남지 않은 아버지께서도 가게를 내려면 어떤 과정이 필요한지 궁금해하셨다. 때마침 이 책을 만나 많은 도움이 되겠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저자가 일본인이어서 한국이 아닌 일본의 빈티지숍 성공기를 들려준다는 것이다. 한국의 작은 가게에 대한 이야기로 엮은 책이 나와도 좋을 듯하다.

책의 전체적인 느낌은 아기자기하고 깔끔하다. 140페이지 정도의 얇은 책이지만 구성은 알차다. 개인 혼자의 힘으로 개업한 가게이면서 많은 손님들에게 사랑받는 도쿄 최고의 인기점들을 소개한다. 카페, 인테리어 & 잡화점, 전문점 편으로 나누어 열두 곳의 가게를 보여준다. 내부 사진과 함께 인테리어 포인트를 알려주고 실내 도면까지 보여준다. 카페의 경우는 메뉴 포인트를, 그 외의 가게는 상품 포인트를 세 가지씩 짚어주었다. 오너 인터뷰에서는 두세 개의 질문을 한다. 언제부터 가게를 하려고 마음 먹었는지, 오픈하고 나서 깨닫게 된 것은 무엇인지, 숍을 만들 때 참고한 자료나 가게는 있는지, 개업까지의 과정은 어떠했는지, 원하는 건물 찾기는 어땠는지, 내장설비는 어떻게 한 건지, 선전이나 홍보는 어떻게 했는지, 가구나 잡화를 고르는 포인트 등 가게의 창업을 위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질문들이다. 이 책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큰 도움이 될 부분은 '오너의 비밀이야기'가 아닐까. 점포면적과 개업까지 걸린 기간, 1일 평균 손님수와 1일 매상목표에서부터 오픈하는데 든 비용내역과 오픈하기까지 준비해온 과정들, 가게 운영하는 현재의 하루 스케줄을 보여주고 있다.      

카페들의 먹음직스러운 메뉴 사진을 보고 있자니 군침이 돈다. 가게들의 전체적인 느낌과 마찬가지로 화려함보다는 편안함을 강조하고, 안전한 재료와 제철식품을 사용한다. 카페 주인들에게 가장 부러웠던 것은 그들의 하루 일과였다. 물론 가게를 오픈하기까지 힘든 시간들이 많았겠지만 자신들이 원하는 일을 하며 개점 전까지 보내는 시간과 가게에서 보내는 시간들이 꽤 여유롭고 즐거울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자신의 가게를 내는 것도 배낭여행을 혼자할 때만큼의 용기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테리어 & 잡화점은 구입한 후에도 오랫동안 소중히 여길만한 멋진 것들로 엄선하고, 소재활용이 좋은 것들을 구비하기, 타 점포와 차별화하기 위해 '여기밖에 없는 것' 진열하기, 전문점은 상품에 의미 부여하기 등을 포인트로 내세웠다. 책이 얇지만 알찬 것과 비슷하게 책에 소개된 가게들도 작지만 알차다. 몸과 마음이 아늑해지는 편안함이 있고, 마음에 드는 것을 찾아 들락날락 하고 싶고, 만나는 것만으로도 기쁨이 되는 존재인 숍. 내가 혹은 가족과 함께 가게를 차린다면 역시 같은 분위기의 숍이길 바란다.

'다시 가고 싶은 가게'에서도 잡화점, 빵집, 밥집, 고서점, 옷 가게 등 아홉 곳의 가게를 소개하고 있다. 'column'에서는 가게마다 색다르게 제작한 숍 카드, 평범하기도 하고 특이하기도 한 간판을 보여준다. 홈페이지, 인터넷 쇼핑몰, 점포 운영자들에게 인기 있는 가게들도 소개하고 있어서 확인해보면 좋을 듯하다. 마지막으로 <자신만의 가게를 시작하는 사람들을 위한 교과서>는 다시 한 번 진지하게 읽어볼 부분이다. 가게 개업까지 드는 비용도 계산해보고, 매상목표 세우는 방법도 배우고, 건물 찾기나 점포공사의 포인토도 알고, 카페 운영에 필요한 것들을 간단하게나마 알 수 있다. 이제 부모님께 이 책을 드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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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힐 신고 독서하기 - 그녀들처럼 성공하는 지적인 자기계발 독서법
윤정은 지음 / 애플북스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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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에 보았던 TV 어린이 명화극장에서 아이들이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소인(小人)이 등장했었다. 표지의 높이 쌓인 책에 걸터앉아 있는 여자를 보니 그때가 생각난다. 하이힐 신은 여자의 무릎 위에 책 한 권 올려져 있었다면 제목 '하이힐 신고 독서하기'에 딱 안성맞춤이겠다. 언제 부터인가 '책'과 관련된 책이거나 표지의 색상이 파스텔 색조라면 관심을 가지게 된다.

얇은 책 한 권이 알차다. 텍스트를 사랑하는 저자 윤정은이 하이힐 신은 '그녀들' 처럼 성공하는 지적인 자기계발 독서법을 들려준다. 나는 하이힐에 열광하지는 않지만 책 읽는 것은 좋아한다. 책을 덮고 나면 나도 하이힐 신은 그녀들처럼 지적인 독서를 할 수 있을까? (1장) '하이힐 신고 책에서 꿈꾸는 법'에서는 책이 주는 도움 열두 가지를 말한다. 그중에 '최고의 재테크는 책테크'라는 말이 인상깊다.

책에 미쳐서 오늘을 미친 듯이 열심히 살아가다 보면 기필코 원하는 결과가 주어질 것이다. (중략) 오늘 책에 투자한 비용은 분명히 10년 후 당신의 몸값을 결정짓는다. 그야말로 책은 당신만의 '블루오션' 전략이 될 것이다.

책에서 롤모델을 찾고 스타일을 배워라. 방황의 시간은 책으로 해결하고 복잡한 인간관계는 책으로 풀어라. 책은 끊임없이 당신을 격려해주고 스트레스도 단번에 날려주며 건강한 자존감을 심어준다. 가장 생산적인 놀이는 '책놀이'다. 책 읽는 여자는 누구보다 아름답다. 

(2장) '하이힐 신은 그녀들의 독서 인터뷰'는 일반직장 여성부터 각 분야의 최고에 오른 여성 CEO까지 다양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녀들'의 공통점은 독서광이라는 것이다. 독서광이라는 공통점이 있는 그녀들도 책에 대해 각자 말하는 바가 다르다.   

독서는 취미가 아닌 생활이라는 '그녀'는 독서는 성공뿐만 아니라 인생의 모든 갈래를 결정지을 수도 있는 유익한 도구라고 했다. 독서는 노는 수단의 하나라는 '그녀'는 독서는 심각하고 어려운 행위가 아닌 단지 노는 수단의 하나일 뿐이라고 했다. 책을 통해 또 다른 세상을 경험하며 자신의 약점을 되레 강점으로 전환시키는 과정을 감사히 받아들인 '그녀'는 책이 버팀목이었다고 한다. 책은 자신에게 필수불가결한 성장요소라는 '그녀'는 책으로 소통하라고 한다. 그 밖에 운명 같은 책은 반드시 있다, 독서는 오감만족이다,라고 말하는 '그녀들'이 있다.

(3장) '책에서 만난 하이힐 신은 독서광'은 책을 쓴 저자들의, 책에 나오는 그녀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현재 국제 NGO 월드비전에서 긴급구호팀장으로 일하고 있는 한비야 그녀의 이야기가 반가웠다. '바람의 딸 걸어서 지구 세바퀴 반'을 읽으며 나도 함께 걸었고,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를 읽고서 내 가슴을 뛰게 하고 내 피를 끓게 하는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한비야의 중국견문록'을 읽고 중국어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바람의 딸, 우리 땅에 서다'를 읽으며 우리나라 곳곳을 여행하자고 다짐했다. 그녀의 책을 접한 대학 시절 이후로 그녀는 나의 롤모델이었다.   

(4장) '하이힐 신은 그녀들을 위한 독서법'에서는 독자들에게 바라는 것 열세 가지를 이야기한다. 베스트셀러에 현혹되지 말자, 서점을 즐기는 여자가 돼라, 다독보다 정독에 욕심내자, 고전으로 독서의 기반을 다지자, 나만의 독서노트와 문장노트를 만들어라, 내 책으로 소화시켜라 등. 서점에 들르면 베스트셀러 코너에 있는 책을 들춰 보곤 한다. 특히 자기계발서 같은 경우에는 지루하기만 했던 경우가 많았다. 난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책이거나 제목이 눈길을 끌거나 표지 디자인이 마음에 드는 책을 선택하는 편이다.

여행을 가고 싶은데 돈이 없다면 서점에 가서 여행기를 통해 대리만족을 느껴라. 한 나라의 여행기를 몇 권만 읽어도 그 나라를 다녀온 것처럼 더 잘 알게 된다.

보름간의 배낭여행을 준비하며 그 나라에 관련한 책을 여러 권 읽었다. 그 나라 작가의 소설도 읽고, 가이드북도 보고, 그 나라와 관련된 책이면 가리지 않고 읽었다. 여행하기도 전에 마치 그 나라에 다녀온 듯 친근한 느낌이 들었고 여행 일정을 짜는 동안 무척 즐거웠던 기억이 난다. 

한 달에 일 년에 몇 권의 책을 읽었는지 결산하는 나를 보며 정독보다는 다독에 욕심내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여러 권의 책을 깨달음 없이 무의미하게 읽어치우기만 하는 것은 책을 아예 읽지 않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하니 반성해야 하겠다.

'하이힐 신고 독서하기'를 끝까지 읽는 데 걸린 시간은 짧았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 책이다. 책을 더욱 효과적으로 읽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었고, 그동안 책을 읽으면서 잘못된 습관이 무엇이었는지를 알 수 있게 해주었다. 여성이라면 꼭 한 번 읽어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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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와 산책하는 낭만제주
임우석 지음 / 링거스그룹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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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의 에메랄드빛 바다 사진은 여행에 대한 갈망을 풀어줄 것처럼 가슴을 확 트이게 한다. 그녀와 산책하는 낭만 제주라니, 오랜만에 들어보는 '낭만'이라는 단어에 눈길이 갔다. 그녀는 누구일까? 처음에는 '그녀'가 저자를 가리키는 줄 알았다. 저자와 7년여 동안 여행과 인생을 함께 해 온 그녀의 에필로그를 먼저 읽었다. 책을 읽는 내내 그녀가 무척 부러웠다. 

작년 1월, 제주도에 처음 가보았다. 입사 1주년 기념으로 보내주는 1박 2일 여행이었다. 여행이란 기분을 느낄 새도 없이 짜여진 일정에 맞춰 버스에 몸을 싣고 로봇처럼 움직였다. 제주도에 도착하여 전복죽으로 점심 먹고, 한 번도 보지 않았던 '태왕사신기' 촬영장에 가고, 비 맞으면서 ATV 타고, 미천굴에 들렀다가 흑돼지불고기로 저녁을 먹었다. 이튿날엔 귤따기 체험하고 고등어조림과 구이로 점심을 먹은 뒤, 테디베어박물관과 녹차박물관, 소인국테마파크에 들렀다가 서울로 왔다. ATV 체험은 재미있었고, 테디베어박물관도 괜찮았지만 딱히 기억에 남는 여행은 아니었다. 1박 2일이라는 시간이 너무 짧았고 날씨도 좋지 않아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재작년 6월, 한 북클럽에서 북크로싱으로 <그 섬에 내가 있었네>를 읽게 되었다. 세상 돌아가는 이치가 궁금해 사진가가 되었고, 사진을 찍으며 아름다운 세상을 보았으며, 대자연의 신비를 느끼고 하늘과 땅의 오묘한 조화를 깨달았다는 故 김영갑님을 그때 처음 알았다. 벌써 생을 마감하신지 1년이 넘었을 때였다. 그 책 한 권이 마음에 꼭 들었고 언젠가 제주도에 가게 되면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에 찾아가겠다고 마음 먹었다.    

4월의 제주도 여행을 갑작스럽게 계획하게 되었다. 2박 3일의 시간을 확보하고 인터넷 사이트를 몇 번씩 들락날락하며 일정을 짰다. 갖가지 테마 박물관보다는 제주를 느낄 수 있는 곳 위주로. 작년에 한국국제관광전에서 얻어온 제주 전도를 펼쳐놓고 며칠을 즐거워했다. 첫날은 제주도 도착해서 고등어 쌈밥으로 늦은 점심을 먹고 해안도로를 달리다가 유채꽃밭에서 사진도 찍었다. 제주 속의 제주라는 돌마을 공원에 들렀다가 저지오름을 오르고 중문관광단지를 지나 숙소 도착하여 쉬다가 돼지두루치기로 저녁식사를 했다. 둘째날은 한라산 등반 예정이었으나 아침에 계획을 변경했다. 혼자서 외돌개 산책로를 한 시간 넘게 거닐고, 오분작해물뚝배기로 아침을 먹었다. 천지연폭포에서 감귤막걸리 한 잔 하고 쇠소깍에서 태우 타보고 남원읍 숙소에 짐을 풀었다. 민속촌박물관에 갔다가 성읍민속마을에서 저녁 먹고 마지막 날 일정도 변경. 마지막 날 아침, 숙소에서 전복죽 먹고 두모악으로 갔다. 두 번째 제주도 여행에서 가장 좋았던 곳이다. 섭지코지와 성산 일출봉 들렀다가 비 많이 내릴 때 선녀와 나무꾼 둘러보고 삼성혈 근처에서 고기국수로 늦은 점심을 먹었다. 비행기 시간이 남아 민속자연사박물관 마지막으로 들르고 공항으로 갔다.    

<낭만 제주>의 차례를 보면 크게 '작은 마을', '산과 바다', '공간 산책'으로 나누어져 있다. 그가 소개하는 많은 곳 중에 내가 들른 곳은 극히 적었지만, 2박 3일 여행을 다녀온 후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했고 알찬 시간을 보내다 왔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가 소개한 곳이 내가 다녀온 곳이면 더욱 반가웠다. 그녀와 산책하는 낭만제주 여행 지도를 보며 잠시 여행의 기억을 떠올렸다. 

첫 장 '작은 마을 (아무도 제주를 모른다)'에서는 따뜻하고 예쁜 마을들을 소개한다. 남태평양 어느 섬에 세워진 교회 같은 바닷가 예배당이 있는 법환동, 헌책방에서 산 88년도 제주관광안내도로지도에 표시되어 있는 월대, 한적하게 걷기 좋은 보목리, 제주에서 가장 예쁜 포구가 숨어 있는 한경면 고산리 등. 노꼬물오름으로 부르기도 한다는 수월봉의 밑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해안도로가 있는데 데이트하기에 매우 로맨틱한 길이라고 한다.

둘째 장 '산과 바다 (추억을 섬에 묻다)'에서는 가을에 오르면 억새가 오름 전체를 뒤덮는다는 새별오름, 비자나무가 내뿜는 엄청난 양의 공기 맛이 맛있게 느껴진다는 비자림, 꿈에서나 볼 수 있는 넓고 평탄한 들판의 풍경이 계속되는 마치 아프리카 같다는 서성로, 난대림의 나무들이 뿜어내는 피톤치드를 만끽할 수 있는 절물자연휴양림 등을 소개한다. 

셋째 장 '공간 산책 (섬에서 산책하다)'에서는 지극히 제주도다운 곳을 알려준다. 이름만큼이나 색다른 풍경의 이시돌 목장, 제주에 미쳐서 살던 제주만을 찍었던 사진가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 한라산과 산방산이 특별한 풍경을 만들어주는 오설록 녹차밭, 아시아에서 바다로 떨어지는 유일한 폭포 '정방폭포', 호텔 속으로 걷는 '관광단지' 산책로, 1980년대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식물원 '한림공원' 등을 소개한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다음 제주도 여행은 가보지 않은 곳과 작은 마을들을 골라서 3박 4일 혹은 일주일 정도 다녀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조천리에서 해녀들의 숨비소리를 들어보고, 영주십경에 든다는 수월봉의 '월봉낙조'를 보고 싶다. 비자림 입구에서 꿩부침개를 먹고, 한라산 백록담도 보고 싶다. 성산의 맛집에서 문어와 해삼을 먹고, 남은 문어와 함께 끓여주는 라면은 얼마나 맛있을까. 휴양림을 천천히 거닐어보고, 용연에서 한치주물럭을 먹고, 마라도에서 따뜻한 공기의 바람을 느껴보고 싶다. 동문시장에서 맛있는 음식들을 맛보고 시장구경하는 것도 좋겠다. 

'제주도 여행 전에 알아두기'를 보며 '이 책을 조금만 일찍 읽었더라면 좋았을텐데'하는 아쉬움이 컸다. 숙소나 식당에 대한 정보가 그랬다. 두 숙소에서 따로 1박을 했었는데 한 숙소는 인터넷 정보와 많이 달랐다. 식당도 몇 군데 알아보고 갔는데 가격도 괜찮고 음식도 맛있었던 곳은 여섯 곳 중 두 곳 뿐이었다. 이 책의 도움으로 다음번에는 후회 없는 여행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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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센트 경제학 - 숫자로 읽는 4,900만 한국인들의 라이프 보고서
구정화 지음 / 해냄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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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序文)의 '대한민국이 만일 100명의 마을이라면'이라는 제목을 보고 나 역시『세계가 만일 100명의 마을이라면』이 떠올랐다. 얇은 그림책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내용만큼은 포괄적이었다. 예전에 일을 하면서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사람들을 설득할 때, 단순히 이렇다고 이야기하는 것보다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면 더욱 설득력이 있다고. 그런 면에서『퍼센트 경제학』은 믿음이 가는 책이다. 책에서 사용한 통계는 기본적으로 통계청에서 발행하는 '한국의 사회지표'와 정기적으로 발표하는 조사 결과를 활용했다고 한다. 여러 연구기관의 보고서 자료와 여론 조사 결과의 보도 자료까지 활용했고, 책의 끝부분에는 각 장의 참고문헌을 정리해두었다. 무려 20여 페이지나 되는 참고문헌 목록을 보니 이 책이 만들어지기까지 정말 많은 수고를 필요로 했겠다는 생각이 든다.

숫자로 읽는 4천 9백만 한국인들의 라이프 보고서- 무척 흥미로웠다. 특히, 1장의 데이트, 나홀로 족, 결혼, 출산, 맞벌이를 포함한 '사랑과 결혼', 3장의 직업, 취업과 이직, 실업, 연봉, 근무 시간을 포함한 '일과 직업', 4장의 독서, 인맥 쌓기를 포함한 '자기계발', 5장의 한국인 생활 시간표, 주 5일제 시대, 세계여행을 포함한 '여가 생활'은 내 관심거리여서 더욱 재미있게 읽었다.

오래 사귀었던 남자 친구와 헤어진 일을 가장 크게 실감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돈'이었다. 한 달 동안 사용한 용돈과 휴대폰 요금이 눈에 띄게 줄었던 것이다. 가장 처음에 나오는 내용은 '데이트', 평균 데이트 비용으로 7만 원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보니 잠시 옛 일이 떠올랐다. 하지만 이는 단지 평균일 뿐이고, 거의 '무전'에 가까운 데이트를 즐기거나 럭셔리 데이트를 고집하는 커플도 있다. 근래에 결혼이 부쩍 많아진 이유가 1982년에 시작된 3차 베이비붐 세대가 이제 20대 후반이 되어서라고 한다. 앞으로 몇 년 간 주변의 결혼 소식이 넘쳐날 것이라는데 내 또래의 이야기라서 왠지 다급해지는 마음이다. 잘 되면 한없는 보람이 있지만 잘 되지 못하면 다시없는 무거운 짐이 된다는 결혼, 정말 '행복'이 전제되어야 하겠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우리반 여학생은 스무 명이 넘었고 남학생은 여덟 명이었다. 1990년대 중반의 일이다. 중학교 때에도 남학생은 모두 여학생과 짝이었는데 여학생끼리 짝이던 친구들도 몇 명 있었다. 하지만 그 즈음 태어나는 아이의 성비는 여자아이를 100으로 보았을 때 남자아이는 113.2였다고 한다. 지금 20대를 눈앞에 둔 남성들은 배우자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대부분의 남성들이 맞벌이 부부를 원한다고 한다. 비단 남성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맞벌이와 자녀양육 등 모든 것이 관련되어 있어서 세계 최저 출산율이라는 것이 이해는 가지만 심각한 문제 같다.  

취업을 앞두고 어느 자기계발서를 읽었다. 그 책을 읽고, 살면서 적어도 세 가지 직업을 가져봐야 겠다고 생각했다. 세 군데의 직장이 아닌 세 가지 직업 말이다. 그것과 비슷할 수도 있고 다를 수도 있지만『퍼센트 경제학』에서는 평생 '직장'이 아닌 평생 '직업' 찾으라고 한다. 2007년 구직 단념자 수가 11만 명이라는 말에 가슴이 답답하다. 우리나라의 근로 시간은 세계 1위라고 한다. 노르웨이나 프랑스보다 1년에 600시간이나 더 일한다고 하니 무언가 더 부당한 느낌이 든다. 

내가 활동하고 있는 북카페나 북클럽의 회원들을 보면 독서광이 정말 많다. 글솜씨가 뛰어난 사람들도 부지기수이다. 그런데도 우리나라  성인 월평균 독서량은 1.3권이고, 5명 중 2명은 1년 동안 책 한 권도 안 읽는다고 하니 놀랍기만 하다. 인생 최고의 통장을 인맥 쌓기라고 했다. 나와 인간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을 크게 고교 시절까지의 선생님들과 친구들, 대학 시절 만난 사람들, 졸업하고 만난 사람들, 직장에서 만난 사람들로 나눌 수 있다. 올해 초에 휴대폰에 저장되어 있는 이름들을 훑어보며 1년 이상 연락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연락할 일이 없을 것 같은 사람들을 삭제했다. 아는 언니와 우스갯소리로 내 결혼식에 초대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을 정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했다. 전에는 내가 아는 사람이 많다는 게 자랑거리인 듯 느껴졌는데 이제는 몇 명 되지 않더라도 진심으로 나와 소통할 수 있는 사람들이 소중하다. 우리나라 직장인은 평균 57명과 인맥을 맺고 있으며 이 중 자신이 힘들고 어려울 때 도와줄 진정한 인맥은 11명이라고 한다.

2004년 자료에 따르면 조사대상국 31개국 중 대한민국의 주당 일하는 시간은 2위, 여가 시간은 꼴찌였다고 한다. 나는 한 달에 20일만 일하면 되기 때문에 올해처럼 공휴일이 적을수록 좋다. 비록 급여는 적더라도 쉬는 날을 이용하여 여행을 다녀오거나 가고 싶었던 미술관 나들이를 한다거나 읽고 싶었던 책을 읽으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좋다.

꽤 두꺼운 책 한 권이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알찬 강의를 들은 느낌이다. 믿을 만한 통계자료를 토대로 한국인들의 라이프 보고서를 완성했다. 시대가 바뀌면『퍼센트 경제학』은 과거의 기록이 되겠지만, 라이프트렌드를 보여주는 현재의 책으로써 손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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