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번의 여행 - 우리의 여행을 눈부신 방향으로 이끌 별자리 같은 안내서
최갑수 지음 / 보다북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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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여름, 최갑수 골목산책 『이 길 끝에 네가 서 있다면 좋을 텐데』를 읽고 경주 여행에서 사정동을 걸었다. 제목도 표지 색감도 글도 사진도 좋았던 책이라서 10년도 더 지난 지금까지 책장 한 켠에 꽂아두었다. 당신과 함께 가보고 싶은 그곳 『단 한 번의 여행』도 제목이 맘에 들고, 표지 디자인이 눈에 확 들어올 정도로 내 스타일이라 읽고 싶었다. 책을 받고 펼치자마자 소름이 쫙 돋았다. 내 이름과 함께 적힌 작가님 사인을 보고 너무 좋아서 책을 손에 든 채로 막 흔들었더니 딸아이가 웃으며 달려온다.


우리 인생의 행복한 기억은 대부분 '즐겁게 놀았던' 순간들로 채워져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의 대부분은 여행이라는 것도 알게 됐구요. 그러니까, 우리는 더 잘 살기 위해 조금 더 놀아야 할 것이고, 더 행복하기 위해 더 여행해야 할 것입니다. (4p)



인생은 너무 짧아서 우리가 더 여행하고, 더 행복해지기를 바라며,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떠나는 우리의 여행에 별자리 같은 안내서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쓰여진 '단 한 번의 여행'이다. 그래서일까? 책을 읽는 내내 따뜻함이 느껴졌다.

책을 읽기 전, 차례만 훑어보는데도 말이 너무 예쁘다. '더 열심히 놀아야지, 더 애타게 사랑해야지', '우리에게 아직 더 많은 사랑과 여행의 기회가 남았습니다', '동백꽃 밟으며 봄날을 걷다', '그물 위로 춤추는 은빛 멸치', '손을 잡고 옛 담장 길을 걷는 일' 등 시적인 표현들. '이상한 파주의 유쾌한 여행', '삼척, 해변의 말랑한 봄, 봄, 봄', '매화로 맞이하는 봄날' 등 재미있고 예쁜 말들이 얼른 책을 읽고 싶게 만든다.

정감 있는 인물사진, 마음이 확 트이고, 아련한 풍경사진, 맛있는 음식사진과 함께 대한민국 48곳의 여행지를 소개한다. 혼자 갔는데 함께 다시 오고 싶은 곳, 함께여서 좋았던 곳. 망상해변은 영화 <봄날은 간다>에서 상우와 은수가 파도 소리를 녹음하던 곳(261p), 드라마 <모래시계>,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등의 배경이 되기도 한 공세리 성당(190p), 영화 <리틀 포레스트> 혜원의 집 등 영화나 드라마의 배경이 된 곳, 예능프로그램 촬영지도 소개하고 있다. 재미있게 봤던 영화 속 장소를 보여주니 친근하고 가보고 싶다.

새벽 안개가 점령한 우윳빛 갈대밭은 김승옥의 소설 <무진기행>에 나오던 그대로였다.(241p) 무진기행이나 포구기행, 지리산둘레길, 선암사, 여수의 사랑,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등 책 속 구절과 함께 소개하는 여행지는 책도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나도 어느 곳을 여행하기 전, 가이드북 외에 그곳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나 에세이를 찾아 보기도 한다. 여행 전에 읽는 글과 여행 후에 읽는 글은 느낌이 많이 다르다. 여행지를 배경으로 한 영화는 여행 전에 볼 때와 다녀와서 볼 때의 뭉클함이 다르니 그것 역시 추천한다.


『단 한 번의 여행』을 읽으며 가보지 못한 곳에 대해 알기도 하고, 가본 곳을 추억하기도 했다. 어린 시절을 전라남도에서 보내며 가족과 함께 간 선운사와 해남 땅끝마을, 대학 졸업 전에 친구와 밤기차로 갔던 순천, 직장생활하며 숨 돌릴 때 가본 경주, 익산, 군산, 정선, 삼척, 나홀로 전국일주하며 들른 하동, 남해, 영주, 신랑과 간 파주, 강화도, 강릉, 속초, 소쇄원까지. 특히, 8년 전에 제주에서 게스트하우스 스탭으로 지낼 때 산방산이 있는 안덕면에 있었는데, 근처 대평리에 대한 글을 읽고 옛 생각에 빠졌다. 혼자 갔던 하동과 영주 부석사는 마치 영화 속에 들어간 것처럼 사방이 고요해지고 가슴이 뭉클해짐을 느껴 누군가와 함께 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가보지 못한 곳 중에 인제 자작나무숲이나 홍천 은행나무숲, 광양 매화마을이 궁금하다. 꽃구경을 거의 가보지 못했는데, 나뭇잎 좋아하는 딸아이 생각에 숲이 먼저 눈에 들어오니 나도 엄마이긴 한가 보다.

최북단 고성의 중국집에서 짜장면 먹은 글을 읽으며, 최남단 마라도에서 짜장면 먹은 일을 떠올렸다. 죽령옛길에서 사과 먹은 글을 읽으며, 소수서원 매표소 직원분이 커피와 함께 건네주신 빠알간 사과가 떠올랐다. 책을 읽으며 여행지에 관한 이야기보다 더욱 집중해서 읽은 내용이 있으니 바로 음식 소개 글이다. 사진이 나오기도 하고, 글 끝자락에 음식 메뉴와 식당을 친절히 알려 준다. 여행의 묘미 중 하나가 그 지역의 향토음식을 맛보는 것 아닐까?

코로나 이전에는 삼각대를 세우고 카메라를 세팅하는 시간이 너무 지겨운,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 여행작가였다는 작가님 이야기를 읽고 조금 충격이었다. 나는 왜 여행작가라면 다 여행을 좋아할 거라고 생각했지? 회사원이 회사에 가기 싫은 것처럼 그럴 수도 있는데. 그래도 코로나 이후, 가족과 느리게 느긋하게 여행하며 여행이 좋아지셨다니 다행이다.


나는 풍경이 사람을 위로해 준다고 믿는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을 때나 누군가의 거짓말 때문에 마음을 다쳤을 때, 우리를 위로하는 건 풍경이다. 힘들고 지쳤을 때 우리가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풍경이 지닌 이런 힘을 알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풍경을 보는 일은 좋은 음악을 듣는 것과 다르지 않다. (173p)


시간 날 때마다 틈틈이 읽으며, 시적인 표현에 기분이 말랑말랑해지기도 하고, 인생이 길지 않음에 마음이 아리기도 했다. 코로나로 여행에 대한 마음이 사라져 아쉬웠는데, 책을 읽으며 새록새록 떠오르는 여행 추억으로 힐링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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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5분 동요의 힘 - 0~6세, 매일 감성 자극 놀이법
김현정 지음 / 다산에듀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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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 신생아 때부터 재울 때마다 노래를 불러줬다. 아는 동요가 많지 않아 자장가에 맞춰 가사를 지어 부르기도 했다. 두돌까지도 단어 몇 개만 말하는 정도여서 슬슬 걱정됐는데, 두돌 지나고부터 말문이 확 트이더라. 그때까지 엄마로서 해준 것 중에 잘했다고 생각하는 두 가지가 책 읽어주기와 노래 불러주기다.


아이가 원하는 만큼 많은 그림책을 읽어주세요. 이는 아이의 청각을 자극하는 것을 넘어 아이가 아직 접해보지 못한 세상으로 인도해 경험을 넓히는 계기가 된답니다. (53p)


낮잠이든 밤잠이든 금방 잠이 들지 않을 때는 노래를 30분 넘게 불러주다가 힘들어서 멈춘 적도 있다. 같은 책을 하루에 열 번까지 읽은 적도 있다. 전에는 힘들기도 하고 짜증나기도 했지만, 지금은 되도록 해달라는 대로 해주려고 한다. 말을 잘 하기 시작하면서 책을 두어 번 읽어주면 내용을 외워버리는지 혼자서 책 넘기며 종알종알 이야기한다. <하루 5분 동요의 힘>을 읽으면서 딸아이가 말을 잘 하게 된 이유 중 큰 부분이 바로 동요 덕분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말을 잘 못 할 때는 잠자리에서 노래를 불러주면 듣다가 잠들었다. 말하면서부터는 노래를 따라부르는 통에 잠들기는 커녕 눈이 점점 커지더라. 처음 불러주는 노래도 몇 번 듣다가 혼자서도 부르게 됐다. 공원 다녀온 날에는 공원노래, 마트 다녀온 날에는 마트노래를 불러달라길래 재울 때마다 틀어주는 자장가에 맞춰 엄마 맘대로 노래를 불러주곤 했다. 종일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딸아이는 33개월인 지금도 노는 시간의 대부분을 책 보고 노래부르며 지낸다. 예전에는 흥겨우면 양손만 흔들더니 요즘은 고개를 좌우로 움직이고 손뼉치며 노래를 따라 부른다.
 

창의적이고 자발적인 신체 표현력은 영유아기인 4~5세에서 절정의 발달 상태를 보이다가 초등학교 입학을 전후로 한 6세 이후부터 감소하게 됩니다. 즉 영유아의 성향과 상관없이 음악을 듣고 순수한 즐거움으로 몸을 움직이는 시기는 4~5세 전후라고 보면 되지요. (120p)




'0~6세, 매일 감성 자극 놀이법'이라는 부제를 단 <하루 5분 동요의 힘>은 어린이집에서 주로 0세부터 4세까지의 영아들을 돌본 동화 작가이자 동요 작사가인 저자가 쓴 책이다. 동요만 잘 불러도 아이의 감성부터 언어 능력을 비롯해 표현력, 사회성 등을 키워줄 수 있다고 한다.


아이에게 건강하고 올바른 식습관을 키워주기 위하여 저염·저당 음식이 존재하는 것처럼 음악에도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풍부한 영양이 담겨 있는 장르가 있습니다. 바로 동요입니다. (22p)


아이들은 좋아하는 동요를 듣고 따라 부르며 자연스럽게 듣기와 말하기 연습을 할 수 있고, 놀이처럼 어휘를 익힐 수 있다. 감성 계발은 물론이고, 창의성 발달, 상상력 자극 등 아이의 성장에 긍정적인 힘이 가득하다.


또래들과의 생활이 시작되는 2~6세 시기에는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는 법과 적절한 말과 행동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법을 배우며 정서 지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서 지능을 높이기 위한 첫걸음은 바로 감성 교육입니다. (28p) 특히 동요 부르기는 언어 능력을 담당하는 좌뇌와 창의성과 상상력을 담당하는 우뇌를 동시에 쓰는 방법이므로 감성 계발에 더욱 적합합니다. (29p)




2장에서는 아이 연령별 동요 놀이를 소개한다. 생후 6개월부터 6세를 전후한 언어 민감기에 말을 스펀지처럼 받아들이는데, 이 시기에 동요를 활용하여 다양한 어휘와 표현을 가르칠 수 있다고 한다. 연령별 발달 특징과 동요 고르는 법, 동요 놀이법을 알려주니 6세 이하의 아이가 있는 부모에게 도움이 될 것 같다. 저자가 직접 작사한 동요도 QR코드로 삽입해서 바로 들어볼 수 있다. 딸아이가 <오리야, 잠깐만> 영상을 보더니 잊을 만하면 오리노래를 보여달라고 하더라.


영유아는 노래를 부르면서 자기가 경험한 상황이나 대상에 관한 생각을 표현할 기회를 얻습니다. 노랫말이나 멜로디를 자기 생각이나 기분에 따라 바꿔 불러보기도 하고 그것에 어울리는 율동을 만들어 움직여보기도 합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영유아는 자신만의 독특한 창의성을 발달해나갑니다. (109p)




3장에서는 말이 없는 아이, 친구와 다투는 아이 등 상황을 보여주고 언어 자극, 애착 형성, 자존감, 소통, 공감, 발성, 듣기, 리더십까지 동요 자극으로 성장하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4장에서는 동요를 접하며 부모가 궁금해할 만한 질문에 답을 한다.


5세 이전의 영유아는 사회성 부족을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지만, 영유아 때부터 공감에 바탕을 둔 소통 방법을 배우면 아이가 성장하면서 사회성이 좀 더 높아질 수 있겠지요. 비난 섞인 잔소리 대신 좋아하는 노래와 율동으로 영유아들의 마음을 안아주고 용기를 내라고 다독이는 상호작용이 영유아에게는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을 꼭 기억해주세요. (172p)
 

책에 실린 저자가 직접 작사한 동요를 보며 노랫말이 예쁘다고 생각했다. 특히 <사랑>(206p) 가사가 참 좋았다. 책을 읽는 내내 동요 가사를 보며 아이들을 대하는 저자의 모습을 보며, 우리 아이의 선생님이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부록으로 연령별·주제별 추천 동요가 실려있다. 딸아이는 음이 단조로운 것보다 신나는 동요를 좋아하는데, 연령별 추천 동요를 참고하여 골고루 들려줘야겠다. '우리 아이가 좀 더 어릴 때, 이 책을 알았더라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을 느끼기 전에, 지금 바로 읽을 육아서로 강력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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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이렇게 말해줘서 고마워요 - 세상의 모든 엄마의 첫 ‘말걸음’을 함께하다.
이선형 지음 / 미래와사람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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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말습관만 바꿔도 우리 아이가 달라진다'는 표지 아랫쪽 문구가 눈길을 끌었다. 한동안 육아 관련 책을 읽지 않았는데, 31개월차 엄마인 나는 <엄마, 이렇게 말해줘서 고마워요>가 읽고 싶었다.




아이를 키우는 동안 내 시간, 내 공간도 없이 하루 종일 아이와 부대끼고 집안일에 시달리다 보면 가끔 나 자신이 없어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 (중략) 이럴 때는 자꾸만 나를 찾는 아이의 부름이 귀찮게 느껴지기도 한다. (13p)


돌 지나서였나, 아빠와도 곧잘 자던 아이가 엄마가 옆에 없으면 잠이 들지 않았다. 눈 뜨면서부터 잠들 때까지, 자면서도 옆에 누워있으니 하루 종일 붙어있는 셈이다. 이제는 아이 혼자 노는 시간이 길어지긴 했지만, 내가 컨디션이 안 좋을 때는 자꾸만 들러붙는 아이에게 짜증이 나기도 했다. 밥 먹을 때 씹지 않고 입에 물고만 있거나 잔뜩 어지르기만 하고 정리하지 않을 때, 재우려는데 누운지 한 시간이 다 되도록 잠들지 않을 때 등 그 개월 수의 아이라면 크게 혼낼 일도 아닌데 소리부터 지르게 된다.


순간 욱하고 올라오는 감정을 말로 표현하지 말고, 잠시 쉼표를 두고 이 상황에서 가장 필요한 말이 무엇일지 생각해 보자. (34p)

 

 

딸아이가 돌도 되지 않았을 때부터 매주 집 앞에 오는 이동도서관을 이용했다. 힙시트로 안고 다니다가 신발 신겨 데려간 어느 날, 직원분과 얘기하다 "말을 너무 안 들어요" 했더니 "지금 말을 안 듣는 게 당연하죠." 하더라.


아이를 향한 '말걸음'을 조심스럽게 내딛기 위해 노력하면서 한 가지 깨달은 점이 있다. 내 아이를 내 것이 아닌 다른 인격체라고 생각하고 말을 하면 아이에게 크게 분노하고 소리 지를 일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이것을 넘어서 아이를 내게 온 손님이라 생각하고 말을 하면 아이에게 말을 함부로 내던지는 일이 줄어드는 것을 알게 되었다. (94p)


뱃속에 있을 때는 이런저런 걱정들로 속썩이더니 건강하게 태어나서 지금껏 아픈 적이 없다. 그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인데, 엄마의 욕심인가. 배변 훈련을 따로 하지 않았고 아이가 스스로 하려고 할 때까지 기다릴 작정이었다. 영유아건강검진을 36개월 즈음에 예약하고부터 마음이 조급해지더라. 건강검진하기 전까지는 기저귀를 떼야 할 텐데.


배변 훈련의 '배'자도 꺼내지 않고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아이가 기저귀를 벗어 던지더니 변기의 이름을 부르며 뛰어갔다. (19p)




<엄마, 이렇게 말해줘서 고마워요>에서는 엄마와 아이가 함께 행복해지는 말하기에 대해 알려준다. 아이의 심한 감정 표현과 떼쓰기가 아이의 타고난 기질 때문일 수도 있지만, 양육방식의 문제일 수도 있다고 한다. 아이가 떼쓸 때마다 내 목소리가 커졌던 것 같다. 아이의 마음에 귀기울여 주면서 아이 스스로 감정을 조절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대화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데 말이다. 많은 엄마들이 딸에게 친구 같은 엄마가 되고 싶을 것이다. 그렇다면 아이의 마음을 존중하는 대화를 하고, 엄마와의 좋은 기억을 많이 심어주고 좋은 대화 많이 나누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아이의 눈을 바라보고, 고개를 끄덕이고, 아이 말에 호응하며, 끝까지 경청'을 해주는 것이다.


아이를 낳고 인생이 송두리째 달라진 우리, 엄마 노릇을 잘하고 싶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아 속상한 우리, 애를 쓰면 쓸수록 더 어긋나는 것만 같은 우리, 아이의 아픔과 잘못이 모두 내 탓 같은 우리. 나는 그런 우리가 자신의 이름으로, 엄마라는 이름으로 모두 행복했으면 좋겠다. 지나고 보면 너무나도 그리워질 지금 이 순간들을 감사히 느끼고 누리며 행복하기만 했으면 좋겠다. (276p)


책을 읽으며 '엄마의 말하기'에 대해 많이 배우고 반성하고 느꼈지만, 무엇보다 지친 마음에 위로를 받을 수 있었다. 아이를 출산하고부터 30개월이 넘는 지금까지 내가 겪어온 일과 앞으로 겪을 일들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아이에게 행복한 마음을 나눠주고 싶다면 내가 먼저 행복해야 하고, 아이를 잘 돌보고 싶다면 그 전에 나를 먼저 잘 돌볼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을 명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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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 가는 풍경들
이용한 지음 / 상상출판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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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표지 색감이 좋다. 아련한 느낌이 <사라져 가는 풍경들>이란 제목과 잘 어울린다. 옛 시대부터 전해 내려왔지만 지금은 거의 사라져 버린 옛집 풍경, 명맥을 잇는 사람들과 마을 문화 등 <사라져 가는 풍경들>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사실 이 세계는 무수한 사라짐 속에서 구축된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 주변에 엄연히 존재했던 그것들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는 것들이다. (중략) 늘 그랬듯 우리는 시간 앞에서 슬퍼할 겨를이 없다. (5p)



책은 '1998년 영광군 효동마을이란 곳에서 그림 같은 초가를 만난 적이 있다.'로 시작된다. 2001년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영광에 살았기 때문에 괜히 반가웠다. 이제는 민속마을이나 전통마을이 아니면 만날 수 없는 초가, 샛집, 나무를 쪼개어 만든 널을 지붕에 얹는 너와집, 돌판을 고기비늘처럼 이어 놓은 돌너와집, 굴피집, 흙집, 귀틀집과 투막집 등 종류만 해도 많은 집. 시대가 변해서 어쩔 수 없다지만, 시골길을 좋아하고 시골여행을 좋아하는 이유로 안타까움과 아쉬운 마음을 숨길 수가 없다.



불씨 담는 화로, 아궁이와 부뚜막, 굴뚝, 물레방아, 절구, 맷돌, 장독대부터 뒷간, 고무신, 짚신, 등잔, 조리, 키 등 요즘 아이들은 알지 못하는 옛것이 그립다. 외갓집에서 장독대는 본 적 있지만, 30개월 딸아이와 책에 나오는 초가집, 기와집, 썰매타기 등 설명할 때마다 직접 보고 체험해보면 좋을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1980년대 후반에 아빠가 나무로 만들어주신 썰매를 들고 동네 성당으로 갔다. 성당 옆 꽁꽁 언 넓은 논에서 추운 줄도 모르고 열심히 탔던 썰매. 벌써 30년도 더 지난 추억이 돼버렸다.



밭일 하다 쉬는 초막, 경운기 생기기 전의 소달구지처럼 점점 줄어들어 보기 힘든 풍경이 되고, 베짜기, 참빗과 죽부인, 한지, 쌀엿과 한과, 메주와 곶감, 숯가마와 대장간 등 명맥을 잇고 있지만 손에 꼽을 만큼 찾아보기 힘들게 되고.

사라져 가는 오지마을과 간신히 흘러가는 시골길. 말이 참 슬프다. 뱃사공과 줄나룻배, 섶다리, 서낭당, 곳집, 짐대(솟대)와 벅수(장승) 등 마을에 남아 있는 문화. 2013년에 남해 가천 다랭이마을에 갔었는데, '옥빛 바다와 다랑논 굴곡의 절묘한 어우러짐(226p)'을 만날 수 있었다. 다만 버스로 이동하려니 조금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내 십 대를 보낸 곳에서는 매년 정월 대보름이면 농구장에 모여 쥐불놀이를 했다. 깡통 안에 불을 붙여 빙빙 돌리다가 불씨가 잔디에 튀어 불이 날까 식은땀을 흘리기도 했다.

<사라져 가는 풍경들>을 읽으며 내가 보고 경험해본 것도 있지만, 들어보기만 했거나 처음 보는 것이 대부분이다. 컴퓨터와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로 돌아가면 불편할 것 같은데, 그 당시에는 나름 잘 살아가지 않았나. 저자가 서문에서 말한 것처럼 '숱한 풍경이 시간의 무덤에 묻히기 전에 이렇게 기억의 창고에 하나씩 저장해 두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5p)' 그런 의미에서 <사라져 가는 풍경들>은 좋은 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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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이 쑥쑥 오르는 이직의 기술 - 몸값 제대로 받고, 회사에서 인정받는 프로 이직러의 커리어 수업
김영종 지음 / 상상출판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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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이라면 한 번쯤 고민할 법한 이직 문제. 주변에 속시원히 털어놓고 상담받을 곳이 있다면 괜찮겠지만, 보통은 힘들지 않을까 생각된다. 처음 이직하려는 사람은 물론이고, 합격 통지를 받은 사람, 이직에 성공한 사람, 또다시 이직을 고민하는 사람 등 이직과 관련해서 막막한 궁금증을 풀어줄 책이 있으니 바로 김팀장의 <연봉이 쑥쑥 오르는 이직의 기술>이다.


6번의 이직 경험을 가진 15년차 인사 팀장인 저자는 '김팀장'이라는 크리에이터로 활동하고 있고, 오프라인 강의와 컨설팅으로 다양한 이직 관련 서비스를 전달하고 있다. 저자의 경력만 봐도 <연봉이 쑥쑥 오르는 이직의 기술>이 믿음직스럽고 든든하다. 직장 생활을 힘들게 견디고 있을 직장인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되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힘들게 입사한 첫 직장인데, 업무든 사람 때문이든 생각하던 것과 달라서 이직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다. Part 1에서는 이직 준비를 언제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타이밍은 언제인지, 또 이직해도 되는지 등 궁금증을 풀어준다. Part 2에서는 이력서 업데이트, 자기소개서와 경력기술서 작성 등 서류 전형 관련 질문과 답, Part 3에서는 면접과 관련한 정보를 알려준다. 첫 직장이든 이직이든 시작할 때의 걱정과 두려움은 누구나 비슷하지 않을까? 서류 통과하고 면접을 보는 그 과정에서 사람에게든 책에서든 도움받을 곳이 있다면 덜 힘들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연봉이 쑥쑥 오르는 이직의 기술>은 고마운 책이다.


Part 4, 5에서는 합격 통지 받고 연봉 협상은 어떻게 하는지, 다니던 회사 마무리하기, 이직하고 적응하기 등 한시름 놓고서의 궁금증을 풀어준다. 마지막 Part 6에서는 또다시 이직을 고민하는 사람들을 상담한다. 30, 40대 나이별 고민, 이직을 포기해야 하는지, 창업을 해야 할지, 고민도 제각각이다.



저자는 결국 사람이 전부고, 결과며, 미래라고 한다. '사람'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현재 있는 자리에서 좋은 관계를 만들라고 한다. 경력직 이직을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해 책 끝에

'셀프 체크 리스트'를 부록으로 실었다. 이직하기 위해 얼마나 준비되었는지 확인하고, 부족한 부분은 채우고, 막히는 부분은 해결하며 하나씩 실천한다면, 책의 제목 대로 연봉이 쑥쑥 오르는 이직이 가능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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