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이렇게 말해줘서 고마워요 - 세상의 모든 엄마의 첫 ‘말걸음’을 함께하다.
이선형 지음 / 미래와사람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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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엄마의 말습관만 바꿔도 우리 아이가 달라진다'는 표지 아랫쪽 문구가 눈길을 끌었다. 한동안 육아 관련 책을 읽지 않았는데, 31개월차 엄마인 나는 <엄마, 이렇게 말해줘서 고마워요>가 읽고 싶었다.




아이를 키우는 동안 내 시간, 내 공간도 없이 하루 종일 아이와 부대끼고 집안일에 시달리다 보면 가끔 나 자신이 없어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 (중략) 이럴 때는 자꾸만 나를 찾는 아이의 부름이 귀찮게 느껴지기도 한다. (13p)


돌 지나서였나, 아빠와도 곧잘 자던 아이가 엄마가 옆에 없으면 잠이 들지 않았다. 눈 뜨면서부터 잠들 때까지, 자면서도 옆에 누워있으니 하루 종일 붙어있는 셈이다. 이제는 아이 혼자 노는 시간이 길어지긴 했지만, 내가 컨디션이 안 좋을 때는 자꾸만 들러붙는 아이에게 짜증이 나기도 했다. 밥 먹을 때 씹지 않고 입에 물고만 있거나 잔뜩 어지르기만 하고 정리하지 않을 때, 재우려는데 누운지 한 시간이 다 되도록 잠들지 않을 때 등 그 개월 수의 아이라면 크게 혼낼 일도 아닌데 소리부터 지르게 된다.


순간 욱하고 올라오는 감정을 말로 표현하지 말고, 잠시 쉼표를 두고 이 상황에서 가장 필요한 말이 무엇일지 생각해 보자. (34p)

 

 

딸아이가 돌도 되지 않았을 때부터 매주 집 앞에 오는 이동도서관을 이용했다. 힙시트로 안고 다니다가 신발 신겨 데려간 어느 날, 직원분과 얘기하다 "말을 너무 안 들어요" 했더니 "지금 말을 안 듣는 게 당연하죠." 하더라.


아이를 향한 '말걸음'을 조심스럽게 내딛기 위해 노력하면서 한 가지 깨달은 점이 있다. 내 아이를 내 것이 아닌 다른 인격체라고 생각하고 말을 하면 아이에게 크게 분노하고 소리 지를 일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이것을 넘어서 아이를 내게 온 손님이라 생각하고 말을 하면 아이에게 말을 함부로 내던지는 일이 줄어드는 것을 알게 되었다. (94p)


뱃속에 있을 때는 이런저런 걱정들로 속썩이더니 건강하게 태어나서 지금껏 아픈 적이 없다. 그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인데, 엄마의 욕심인가. 배변 훈련을 따로 하지 않았고 아이가 스스로 하려고 할 때까지 기다릴 작정이었다. 영유아건강검진을 36개월 즈음에 예약하고부터 마음이 조급해지더라. 건강검진하기 전까지는 기저귀를 떼야 할 텐데.


배변 훈련의 '배'자도 꺼내지 않고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아이가 기저귀를 벗어 던지더니 변기의 이름을 부르며 뛰어갔다. (19p)




<엄마, 이렇게 말해줘서 고마워요>에서는 엄마와 아이가 함께 행복해지는 말하기에 대해 알려준다. 아이의 심한 감정 표현과 떼쓰기가 아이의 타고난 기질 때문일 수도 있지만, 양육방식의 문제일 수도 있다고 한다. 아이가 떼쓸 때마다 내 목소리가 커졌던 것 같다. 아이의 마음에 귀기울여 주면서 아이 스스로 감정을 조절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대화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데 말이다. 많은 엄마들이 딸에게 친구 같은 엄마가 되고 싶을 것이다. 그렇다면 아이의 마음을 존중하는 대화를 하고, 엄마와의 좋은 기억을 많이 심어주고 좋은 대화 많이 나누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아이의 눈을 바라보고, 고개를 끄덕이고, 아이 말에 호응하며, 끝까지 경청'을 해주는 것이다.


아이를 낳고 인생이 송두리째 달라진 우리, 엄마 노릇을 잘하고 싶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아 속상한 우리, 애를 쓰면 쓸수록 더 어긋나는 것만 같은 우리, 아이의 아픔과 잘못이 모두 내 탓 같은 우리. 나는 그런 우리가 자신의 이름으로, 엄마라는 이름으로 모두 행복했으면 좋겠다. 지나고 보면 너무나도 그리워질 지금 이 순간들을 감사히 느끼고 누리며 행복하기만 했으면 좋겠다. (276p)


책을 읽으며 '엄마의 말하기'에 대해 많이 배우고 반성하고 느꼈지만, 무엇보다 지친 마음에 위로를 받을 수 있었다. 아이를 출산하고부터 30개월이 넘는 지금까지 내가 겪어온 일과 앞으로 겪을 일들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아이에게 행복한 마음을 나눠주고 싶다면 내가 먼저 행복해야 하고, 아이를 잘 돌보고 싶다면 그 전에 나를 먼저 잘 돌볼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을 명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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