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 가는 풍경들
이용한 지음 / 상상출판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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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표지 색감이 좋다. 아련한 느낌이 <사라져 가는 풍경들>이란 제목과 잘 어울린다. 옛 시대부터 전해 내려왔지만 지금은 거의 사라져 버린 옛집 풍경, 명맥을 잇는 사람들과 마을 문화 등 <사라져 가는 풍경들>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사실 이 세계는 무수한 사라짐 속에서 구축된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 주변에 엄연히 존재했던 그것들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는 것들이다. (중략) 늘 그랬듯 우리는 시간 앞에서 슬퍼할 겨를이 없다. (5p)



책은 '1998년 영광군 효동마을이란 곳에서 그림 같은 초가를 만난 적이 있다.'로 시작된다. 2001년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영광에 살았기 때문에 괜히 반가웠다. 이제는 민속마을이나 전통마을이 아니면 만날 수 없는 초가, 샛집, 나무를 쪼개어 만든 널을 지붕에 얹는 너와집, 돌판을 고기비늘처럼 이어 놓은 돌너와집, 굴피집, 흙집, 귀틀집과 투막집 등 종류만 해도 많은 집. 시대가 변해서 어쩔 수 없다지만, 시골길을 좋아하고 시골여행을 좋아하는 이유로 안타까움과 아쉬운 마음을 숨길 수가 없다.



불씨 담는 화로, 아궁이와 부뚜막, 굴뚝, 물레방아, 절구, 맷돌, 장독대부터 뒷간, 고무신, 짚신, 등잔, 조리, 키 등 요즘 아이들은 알지 못하는 옛것이 그립다. 외갓집에서 장독대는 본 적 있지만, 30개월 딸아이와 책에 나오는 초가집, 기와집, 썰매타기 등 설명할 때마다 직접 보고 체험해보면 좋을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1980년대 후반에 아빠가 나무로 만들어주신 썰매를 들고 동네 성당으로 갔다. 성당 옆 꽁꽁 언 넓은 논에서 추운 줄도 모르고 열심히 탔던 썰매. 벌써 30년도 더 지난 추억이 돼버렸다.



밭일 하다 쉬는 초막, 경운기 생기기 전의 소달구지처럼 점점 줄어들어 보기 힘든 풍경이 되고, 베짜기, 참빗과 죽부인, 한지, 쌀엿과 한과, 메주와 곶감, 숯가마와 대장간 등 명맥을 잇고 있지만 손에 꼽을 만큼 찾아보기 힘들게 되고.

사라져 가는 오지마을과 간신히 흘러가는 시골길. 말이 참 슬프다. 뱃사공과 줄나룻배, 섶다리, 서낭당, 곳집, 짐대(솟대)와 벅수(장승) 등 마을에 남아 있는 문화. 2013년에 남해 가천 다랭이마을에 갔었는데, '옥빛 바다와 다랑논 굴곡의 절묘한 어우러짐(226p)'을 만날 수 있었다. 다만 버스로 이동하려니 조금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내 십 대를 보낸 곳에서는 매년 정월 대보름이면 농구장에 모여 쥐불놀이를 했다. 깡통 안에 불을 붙여 빙빙 돌리다가 불씨가 잔디에 튀어 불이 날까 식은땀을 흘리기도 했다.

<사라져 가는 풍경들>을 읽으며 내가 보고 경험해본 것도 있지만, 들어보기만 했거나 처음 보는 것이 대부분이다. 컴퓨터와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로 돌아가면 불편할 것 같은데, 그 당시에는 나름 잘 살아가지 않았나. 저자가 서문에서 말한 것처럼 '숱한 풍경이 시간의 무덤에 묻히기 전에 이렇게 기억의 창고에 하나씩 저장해 두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5p)' 그런 의미에서 <사라져 가는 풍경들>은 좋은 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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