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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시대 ㅣ 리토피아 소설선 4
방서현 지음 / 리토피아 / 2022년 5월
평점 :

'좀비시대'라는 제목만 봤을 때는 내용을 짐작할 수 없었다. 학습지 방문교사에 대한 이야기임을 알았을 때, 제목과 연결 지어 마음이 아플 것 같지만 꼭 읽어보고 싶었다.
난 스물다섯부터 4년간 학습지 방문교사로 일했다. 한창 입사 지원을 하던 때에 이력서를 넣었던 곳에서 6개월 이상 지난 후에야 연락이 온 것이다. 당시 쉬고 있었고, 아이들 가르치는 일을 하고 싶었던 터라 면접을 보러 갔다. 면접이었는지 신입 교육이었는지 난생 처음 책을 펼쳐 들고 구연을 했었다.

방서현 장편소설 <좀비시대>는 학습지 회사인 수재교육의 신입 교사 연수원에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우량 기업인 수재교육의 대표 학습지 '척척'. 학습지 교사에 대한 광고 이미지를 보고, 아이들 가르치는 걸 좋아해서 일을 시작한 연우 그리고 수아.
연구원에서 교육을 수료하고, 일주일에 두 번 사업국으로 출근하여 정착과정 교육을 받는다. 학습지 교재에 대해 공부하고, 업무 관련 교육도 받는다. 위탁사업계약서에 서명하고 나면 수업할 교실을 인수인계 받는다.
책을 읽으면서 2007년 1월부터 학습지 교사로 일했던 때가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처음 사무실에 출근하던 날, 전임 교사를 동행하며 수업을 참관하던 날, 내 수업을 시작하던 날. 아파트 단지는 많은 이동 없이 수업할 수 있지만, 주택가는 방문할 집이 멀리 떨어져 있어 걸어다니며 수업하던 나는 비나 눈이 오는 날에 너무 힘들었다. 아이만 가르치면 좋겠건만, 엄마들도 상대해야 하고 월말에는 교육비 수납, 입회를 몇 개 더 해야 하고 휴회는 되도록 내지 말아야 하며 전집 판매까지 해야 한다. 한 달에 한 번, 가르치는 회원들 교재를 신청하면 두 박스씩 우리집으로 와서 일일이 정리 해야 했다. 같이 일하던 선생님들도 좋았고, 까탈스러운 회원모도 거의 없었지만, 수업 이외의 업무에 지쳐갈 즈음 내 얼굴은 트러블로 뒤덮였다. 피부는 핑계가 되지 않았고, 발 수술 이야기를 꺼내고서야 일을 그만둘 수 있었다.

요즘의 학습지 방문교사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내가 일하던 때와 비교하면 책 속 이야기는 많이 부풀려진 것 같다. 하지만 전반적인 이야기는 비슷할 것이다. 내가 일하던 때는 지점 관리자들 대부분 여자였고, 교사들을 통틀어 남자는 3명 남짓이었다. 대학을 졸업한 지 1년 지나고 방문교사 일을 시작했던 나는 어수룩했겠지만, 4년을 일하는 동안 많이 바뀌었다.
수아의 일기를 읽으며 공감이 되지만, 슬프고 아팠다. 내 옆에 수아가 있다면 위로해주고 싶다. 방송에서 인터뷰를 하는 수재교육 회장, 본사 앞에서 일인 시위를 하는 연우, 연우와 중학교 동창생이지만 본사 기획팀 대리인 경수 등. <좀비시대>에 나오는 인물들을 마주하며 씁쓸하고 안타까웠다. 이야기가 끝나가며 잠깐의 희망조차 가질 수 없음에 비참한 기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