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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 유품정리
가키야 미우 지음, 강성욱 옮김 / 문예춘추사 / 2022년 12월
평점 :
품절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3/0111/pimg_7615421543707397.jpg)
작년 11월 말에 할머니가 운명하셨다. 할머니 유품정리를 친정부모님이 하셨다는 말을 들었는데, <시어머니 유품정리>라는 제목을 보자마자 궁금했다. 언젠가 나도 유품정리를 할 때가 올 것이고, 마음이 먹먹하지만 책의 내용이 가볍지 않을 것 같아서 읽어 보고 싶었다. 책 뒤표지에 써 있는 '누구나 직면하는 인생의 뒷정리를 유머러스하게 그린 유품정리 응원소설'이라는 말이 무거운 마음을 덜어 주었다.
오십 대 중반의 모토코는 (피곤에 절어 누더기 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 외아들인 남편 대신 시어머니 유품을 정리하러 한 시간 반 거리를 오간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4층 집을 업체에 맡기지 않고 모토코 혼자서 정리하기 시작한다. 시어머니 혼자 사는 집이었는데 옷장 가득 빼곡하게 걸려 있는 시아버지 양복, 한 아름이나 되는 도자기 항아리, (고서점에서도 받지 않을 것 같은) 책장 가득 꽂혀 있는 책 등 집안 곳곳 잔뜩 쌓아둔 물건들에 골치가 아프다.
책을 읽기 전에도 난 버릴 물건들을 조금씩 정리하고 있었다. 몇 년 동안 입지 않은 옷, 이사 때마다 챙기지만 손도 안 대는 오래된 물건들을 버리는 게 왜 그렇게 어려운지 모르겠다. 넓지 않은 집에 쓰지 않는 물건이 여기저기 숨어 있는데, 버리려고 하면 아까운 마음이 든다.
<시어머니 유품정리>를 하는 모토코는 필요 없는 물건은 평소에 좀 버리세요, 대체 가족이 몇 명이에요, 치우는 제 입장도 생각해 보세요, 조금씩 버렸으면 좋았잖아요 등 아무도 없는 방에서 소리 내어 말한다. 그와 함께 책상 위에 반지 하나만 덩그러니 남겨 놓고 돌아가신 친어머니와 비교하는 대목이 여럿 나온다.
생각보다 무겁지 않은 내용의 <시어머니 유품정리>를 읽으면서 생각이 많았다. 유품정리를 하며 고인을 그리는 시간도 필요하겠지만, 정말 남은 사람 입장도 생각해야겠구나. 필요 없는 물건들을 필요한 사람에게 주거나 쓸데없는 물건들을 버려야겠다는 생각이 확고해졌다.
주인공 모토코가 결국에는 업체를 이용하지 않을까 했는데, 옆집 사나에와 자치회 어르신들의 도움을 받는다. 단순히 유품정리에 대한 이야기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모토코가 직장 동료나 친구 후유미와 대화하고, 주말에 남편과 유품정리를 하고, 동생 부부와 만나는 등 여러 에피소드가 나온다. (앞표지 한가운데 보이는 토끼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롭다.) 다 버리고 싶은 모토코와 어머니와의 추억이라며 다 간직하고 싶어하는 남편, 모토코의 어머니가 남긴 유품을 돈으로 바꾼 올케 등 한 명이 아닌 각자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또 이해가 간다. 하지만 (모토코의 남편이) 돌아가신지 십 년도 더 된 아버지의 월급명세서 40년 치를 한 장도 못 버린다는 건 이해할 수가 없다.
<시어머니 유품정리>는 술술 잘 읽힌다.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주제인데,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중간중간 넣어 궁금증이 일도록 한다. 물건 정리에 대한 생각도 다시 하게 해주니 한 번쯤 읽어 볼 만한 소설로 추천하고 싶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3/0111/pimg_7615421543707400.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