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형, 즉 나의 마음을 사로잡는 이성은 어떤 전형적인 모습을 하고 있다거나, 혹은 이런 기질, 습관이 있는 사람은 절대 나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없다거나 하는게 있을까?
나는 취미가 됐든 일이 됐든 무엇인가에 몰두해서 그걸 말하지 않고는 못견디는 사람을 보면 금새 좋아진다. 정도가 지나쳐서 잘난척에 가까워도 좋다.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의 얼굴들은 너무 사랑스러워서 아무리 오래 보고 있어도 물리지가 않는다.
그리고 심각한 정도의 목소리 페티쉬다. 내가 열렬히 좋아하는 배우 사토 타케루군이 여성에게 말할때 목소리를 무척 좋아해서 그의 목소리를 음성파일로 따서 들으며 잠들곤 했다. (당연히 알아듣지도 못하고 그의 외모는 뭐랄까 사실 전혀 내 취향이 아니다. 전혀 내 타입이 아니지만 저런 목소리라면 사랑할 수 있다)
이 사토 타케루군이 주연한 영화중에 '그녀는 거짓말을 너무 사랑해'라는 작품이 있다. 그가 천재작곡가로 나오는데다 로맨스물이다. 상기의 원칙에 따라 내가 무척 좋아할듯하나 사실 그렇지 못했다.
재밌게도 타케루군은 목소리는 정말 좋은데 노래는 딱히 잘하지 않고, 운동이나 액션연기는 훌륭하지만 사실 춤도 그다지 대단하지 않다. 그러다 보니 천재 뮤지션 역할을 이미 다른 영화에서도 한 바 있지만 영화에서 노래를 부르지는 않는다. 여자주인공은 정말 노래를 잘하고, 영화에 나오는 음악들도 무척 좋지만, 뭐랄까 아키(남주인공)가 영화속에서 누군가와 음악을 함께 한다거나 음악으로 성장한다거나 하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물론 아키는 작곡가기도 하지만)
그러니까 이 영화는 전혀 음악 영화가 아니라 로맨스물이다. 화면이 예쁜 평범한.
대단한 영화는 아니지만 몇몇 장면은 정말 사랑스러워서 가끔 돌려보곤 한다.
심지어 dvd도 가지고 있다 ㅎㅎㅎㅎ
첫만남에서 여자주인공이 지나치려는 남자주인공의 후드를 잡아 당겨 반했다고 말할때
여자주인공이 우연히 남자주인공을 발견하고 너무 좋아서 물건을 마구 흘리며 뛰어올때
콜라를 마신 여주인공에게 갑자기 입을 맞출때
헤어지는게 아쉬워서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손을 흔들때
여자주인공이 정말 사랑스럽다. 그녀는 5천대 1의 경쟁률을 뚫을 만하다.
영화가 제법긴데 이렇게 안아주고 싶은 그녀와의 심쿵 이야기는 짧디 짧고,
원스처럼 함께 음악을 만들어가는 이야기도 아니고
아키의 고뇌만 가득하다 보니 다소 아쉬운 영화가 되었다.
세계의 많은 이들처럼 일본 애니를 보다가 일본 드라마와 영화에 입문하게 되었다. 이 영화도 만화가 원작이고 만화가 더 재밌다. 지금 상영중인 그의 영화 바쿠만도 만화가 원작이다. 바쿠만은 원작을 좋아했던터라 실망할까 보기가 무섭다. 나는 사실 웹으로간 만화에 스크롤에 적응하는데도 꽤 어려움을 겪었다. 만화의 사각 공간의 제약에서 오는 압축이 좋다. 길고길게 시리즈가 이어지는 점도 좋고, 작가의 말 이나 작가의 자기 소개 같은 사족이나 곁가지 이야기들도 좋다. 영화가 되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백가지 모습중에 일만 보여지는 것같은 아쉬움이 들곤한다.
실망할지라도 아야노 고군이 주연한 피스오브케이크 dvd는 손에 넣고 싶다. 아주 재미있는 만화가 아닌데 그냥 그 심심한 이야기가 취향에 맞아 자꾸 보게 된다. 부천영화제에 상영된다는 소식을 너무 늦게 접해 놓쳤다.
타게루군의 작품으론 내년에 개봉할 예정인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은 꼭 보고 싶다. 죽음을 앞둔 청년앞에 악마가 나타나 세상에 하나씩 무언가를 없애는 대신 그에게 하루씩 삶을 연장해주는 소설이 원작이다. 홋카이도 풍경도 그립고 해서 기대가 된다.
*추신 : 요즘엔 원피스를 읽고 있다... 누군가와 미친듯이 원피스 얘기가 하고 싶다... 나랑 할 사람??? - 원피스 덕후 구인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