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벗들 사이에 이 책이 이슈다. 작가는 하나 감성적으로 쓰는거 같지 않은데 나는 주구장창 울먹이며 본다. 그녀들의 기구한 삶을 알아서인지(허정숙을 제외하고 사실 이책을 읽기 전까지 잘몰랐다.) 그녀들이 집을 나서도, 사내를 만나도, 사내들이 모임할때 국수를 말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
언제나 시선이 머무는 장면이 있다. 로자가 스위스로 유학을 가 스스로 자신의 긴머리카락를 자르는 장면, 허정숙이 상해 유학을 떠난 기차안에서 붉은 댕기를 푸는 장면 같은 것들 말이다. 인습에 종속된 여성으로 살지않겠다는 자기선언.
솔직히 말하면 나는 허정숙이 비난한 선거캠프나 모임에 가면 밥상차리는 위치가 편한 종류의 인간인데, (뭐 요즘에야 보통 사먹지만) 그렇게 길러졌기 때문이야 하며 핑계를 되기엔 여기 세여자 이야기를 읽다보면 그저 내가 혁신에 뜻없이 게으른 탓이다.
지금으로치면 겨우 중고교생 나이에 세죽은 길거리에 만세를 하고, 일제순경에 고초를 겪고, 아직 스물도 되지 않은 나이에 홀로 유학길에 오른다. 정숙은 아버지가 넣은 기독교기숙학교를 박차고 나와 상해로 온다. 고명자는 어떤가. 지주의 외동딸로 자수나 두던 처자가 러시아 유학길에 오른다.
지인에게 책 설명을 하다, 주세죽과 김조이를 박헌영의 아내, 조봉암의 아내로 설명할 수 밖에 없어 마음이 아프다. 그들 스스로 번듯한 혁명가인데, 하기야 주세죽 부부는 아이를 러시아 보육원에 맡기고 혁명길에 올랐다 투옥된 끝에 생이별하는데, 그 딸조차 엄마의 삶을 모른다. 아니 오히려 원망이 깊으리라. 100년가까운 시간을 넘어 그녀들의 삶이 내 마음을 친다. 내가 기억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