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커피를 사러 들린 찻집에 피아노가 있었다.

그 피아노를 보니 아주 소중한 기억 하나가 떠올랐다.
(일전에 말한 적이 있지싶다)

대학교를 졸업하던 해에 여기저기 면접을 보러 다니고 있었다.
새로 산 구두는 불편했고, 옷 속에 억지로 밀어넣은 살이 찐 몸은 답답했다.
회기동 한 병원의 면접대기실은 평소에 예배실로 사용되는지 넓고 추웠다.

까마귀처럼 차려입은 앳된 동지들과 함께 조용히 숨소리도 들리지 않을 듯이 앉아있는데

한 친구가 일어나더니 피아노 앞으로 다가갔다.

허밍과 함께 이어진 연주는 가볍고 즐거웠다. 

그순간 음악의 마술로 여기저기 미소가 번졌다. 

경쟁자들과 자신에게 보내는 격려.

요즘은 그날이 떠오르면 어쩌면 내 아이를 나보다 남의 어려움을 살필 수 있는 사람으로 키울까 하는 생각이 든다. (스스로도 그런 인간이 아닌 주제에) 


여하튼 최근 나의 주요 관심사는 두가지인데 아이의 어린이집과 교회.


아이를 위해 교회를 나갈까 고민중이다.

자녀를 위한 환대의 공동체, 직장을 다니며 인생의 대부분을 기독교 신자로 보낸 나의 빈한한 사고 체계 내에서 교회만큼 적당한게 생각나지 않는다. 그런데 최대한 가까운 곳에 평신도교회를 여기저기 찾아보았지만 마땅치가 않다. 한살림 모임은 평일 낮에 엄마들이 위주라 해당사항이 없고, 아이가 내년부터는 어린이집에 갈테니 그 엄마 모임이 있겠지만, 이 곳은 공동육아가 없으니 이 역시 저녁에 부모모임이 있지 않을터 이러다보니 가족교류가 가능한 곳은 교회. 교회를 다닌다고 해도 여건의 변화가 없다면 굳이 한시간반 출퇴근 하기보다 2년 후쯤은 역시 이사를 고려해봐야겠다. 부천의 산어린이집이나 성산 섬돌교회 주변 공동육아, 하남 꽃피는학교는 모두 가보았고 지인들의 아이들이 다닌 곳이다. 결정이 되면 대기를 걸어둬야한다.. (원한다고 갈 수 있는 것은 ㅠ.ㅠ)


이와 별도로 당장 아이가 첫 사회생활을 시작할 곳을 결정해야 하는데, 어린이집과 약속을 잡고 연차를 내고 하는 것이 쉽지 않다. 아이가 잘 놀 수 있고, 좋은 밥을 먹이는 곳 찾고 싶다... 신도시는 비싸고 선택의 폭은 좁고 경쟁은 치열해 쉽지 않다.(이 많은 아파트가 있는 곳에 유치원이 단 한곳도 없다) 기도가 필요한 순간이다. 행운이여 내게 오라. 


요즘 읽는책

 하루키 작품은 내 경우는 좋을때와 나쁠때가 쫙 갈리는데 이번엔 좋은쪽. 







어제 산 책 - 나는 책을 표지가 이쁘다고 사는 인간임을 깨달음

 나처럼 섬세하지 못한 감성의 소지자들은 소세키를 한번씩 만나줘야 한다.. 무엇보다 책이 너무 예쁘다 ㅠ.ㅠ


 마노아님 서재에서 보고 아이 텐트에 세워주려고 구매. 그러니까 또 예뻐서 구매...







 언제나 지름을 부르는 반값반값. 거기다 이 작가의 사진은 멋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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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14 11: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0-14 11: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4-10-14 1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런 피아노 연주자가 되고 싶었어요, 휘모리님.
그러니까 아무데서고 연주하자, 라는 마음만 먹으면 자유롭게 연주할 수 있는 그런 연주자요. 아름다운 곡의 악보를 몇 개쯤은 외우고 다니는.
그런데 피아노를 배운 실제의 저는 악보를 외우지 못하는 사람이더군요. 몇년간 배웠지만 외우는 악보가 하나도 없어요. 전 피아노쪽 재능이라면 정말이지 `전무` 했던 겁니다.
그래서일지 휘모리님 면접때의 피아노 에피소드가 유독 마음에 드네요. 좋아라..

무해한모리군 2014-10-14 11:43   좋아요 0 | URL
응 다락방님 십년이나 지난 일인데 어느순간 그 장면이 너무 선명하게 떠올라요. 첫사랑 얼굴도 가물거릴 판에 그친구 손가락도 기억이나요.

다락방님 저도 무려 8년간 피아노를 쳤는데 외우는 곡이 젓가락행진곡 수준입니다. 음허허... 불공평하게도 그런건 타고 나는거 같아요.

조선인 2014-10-14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싸 나 역시 외우는 곡은 없지만, 우리 딸은 있어요. 실은 지난주 까페에 갔다가 딸아이가 정중하게 허락을 구한 뒤 몇 곡인가 연주했답니다. 흐뭇흐뭇.

무해한모리군 2014-10-14 13:01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조선인님, 얼마나 예뻤을까. 갑자기 너무 마로랑 해람이가 어떻게 자랐는지 보고 싶네요.

순오기 2014-10-15 0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피아노 연주에선 마음이 따뜻해지고 저절로 미소가 피어났는데
아이 이야기에선 우울해지는... 워킹맘들의 애환과 현실에 찡하네요.
그래도 좋은 마음으로 아이를 돌보는 곳을 찾게 되리라...응원합니다!!

무해한모리군 2014-10-15 09:25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순오기님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하네요. 저는 또 한번에 여러가지를 못하는 인간인데 제 결정만 쳐다보고 있는 것들이 너무 많아요 ㅎㅎㅎ
한번더 산다면 힘들어서 그냥 태어나지 말까봐요.. ^^;;

파란놀 2014-10-17 1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와 함께 집에서 지내는 일도 생각해 보셔요.
아이가 학교에 간대서 사회생활을 경험하지는 않으니까요.
우리가 지내는 집도 `작은 사회`이고, 어디에나 사회가 있으니,
즐겁게 생각하시면 길은 열리리라 믿어요.

그리고, `다른 사람이 만든 공동육아나 모임`이 없으면
내가 스스로 만들어도 돼요 ^^

사실, 공동육아는
처음에는 `내 집 방 한 칸`에
이웃 아이를 불러서 함께 놀도록 하고,
이튿날에는 이웃집에 아이가 놀러 가도록 하고,
이렇게 여러 해를 한 끝에
비로소 다른 건물에 방을 얻어서 차츰차츰 퍼졌습니다.

다 잘 될 테니 즐겁게 생각을 지어 보셔요.
우리 집 아이들은 직경 몇 킬로미터 사이에
`이웃 아이`가 없어도 날마다 잘 놀아요 ^^;;;

무해한모리군 2014-10-17 17:38   좋아요 0 | URL
함께살이님 말씀이 옳습니다. 아이를 어딘가에 맡기고 마음 편해 하려는건 아닌가 하는 고민이 사실 됩니다. 주말에나 아이와 여유있게 있다보니 그 미안함에 뭔가 해주려고 하고 나와 같이 있지 않는 시간들에 대한 불안함이 있습니다. 아이는 친구와 놀고 싶어하는데 아이를 보는 신랑이 몸이 조금 불편해서 함께 잘 나가지 못하니 집에만 있게 되는 듯해 그것도 걱정이구요.

더 고민해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