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첫 글을이라고 올리는게 2011년 뒷설겆이라니 영 마음에 들지 않지만,

마무리가 좋아야 시작도 좋은 법 아니겠는가.

할 말이 많았는데, 알라딘에 로그인하기까지 너무 세월이 가서 잊혀지고,

간신히 남은 몇 가지만 기록한다.

 

모든 소설이야 시대상의 반영이겠지만,

한 사회의 전반적인 모습이 잘 드러난 두툼한 소설 세권에 대한 짧은 코멘트로 2011년 정리 페이퍼를 시작하고자 한다. 먼저 비슷한 시기에 인도와 미국에서 태어난 두 작가의 작품이다.

 

 1. 한밤의 아이들

 한밤의 아이들은 인도가 독립하던 해에 태어난 살만 루슈디의 두번째 작품이다. 아무리 위대한 작가에게도 시작이 있었다는 걸 발견하는 일은 언제나 위안이 된다. 한밤의 아이들에서 작가는 다음 책이 없을 것처럼 인도의 근현대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을 쏟아낸다. 독립하던 해에 엉청난 가능성들을 가지고 태어났던 아기인도는,  과거의 권력들과 시덥잖은 이유들로 서로 죽이고, 찢기며 증오하다 사그라 들어간다.

 

 2. 사우스브로드

  한편 1945년 미국에서 태어난 사우스브로드의 작가 팻콘로이가 본 조국은 어땠을까? 식민지 해방국의 희망은 저리 사그라 들어가고 있을 때 미국은 제국의 최전성기를 지나고 있었다. 그들은 미치광이 어른에게 학대당하고, 미친 자유의 광풍 속을 헤매며 술 섹스 마약이 그들을 집어 삼키기도 하고, 그시절 세계 곳곳에서 그러했듯 아비의 추악한 뒷모습을 고발한다. 그러나 한밤의 아이들은 동족을 내땅에서 죽이는 참혹한 전쟁을 경험하지만, 사우스브로드의 주인공에게 전쟁은 그저 '참전했다'는 말로 간단히 설명하고 지나갈 수 있는 사건이다. 인도의 그들은 아비의 그늘에 삼켜졌지만, 미국의 그들은 지금에 와 돌아보면 편안히 아비의 품으로 돌아갔다. 이웃, 종교, 가족 그들은 돌아갈 곳이 있다.

 

 3. 헬프

 미국의 역사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건 아니지만, 알라딘 중고샵의 위력으로 읽게 된 책이다. 남부에서 태어난 백인여자가 흑인 여자들에 대해 쓴 이야기인데 서술자는 흑인여자라고? 이건 여자의 속마음이라는 주제를 남자작가가 쓴 것처럼 아무래도 삐딱하게 봐진다. 여하간 소설은 술술 넘어가고, 때론 울컥하며, 재미있게 읽힌다. 결혼 밖에는 미래가 없는 키가 너무 큰 데다 공부까지 많이 한 백인 여자도, 남편에게 얻어터지면서도 그가 떠날까봐 두려운 흑인 여자도 책 속에 나오는 케릭터들 하나하나가 참 매력적이다. 나는 이 책 속에 그녀들이 자신의 삶을 바꾸려고 시도했기 때문에 멋진 것이 아니라 참 열심히 끈질기게 살아냈기에 멋지다. 책 속에 그녀들은 인간적이고 품위있다. 물론 그들의 삶의 고초가 너무 슬렁슬렁 그려진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지울 수가 없지만 소설에 인생사 모두를 담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4. 웃음

 우리나라에서 꽤 긴세월 동안 인기를 유지하고 있는 베르베르의 신작이다. 뭐랄까 베르베르는 내게 '당신이 하려는 얘긴 이제 알겠어, 그러니까 그만 읽어야지' 라는 느낌을 주는 작가인데 웃음이라는 소재의 매력에 오랜만에 읽게 됐다.

 

"인간에게 상상력이 주어진 것은 인간의 현재 모습이 아닌 것으로 인간을 보완하기 위함이요, 유머가 인간에게 주어진 것은 인간의 현재 모습에 대해서 인간을 위로하기 위함이다 - 헥터 휴 먼로"

 

그의 다른 책처럼 백과사전식의 웃음에 대한 지식과 더불어, 뤼크레스와 이지도르 콤비를 다시 만난 것은 이책의 즐거움이지만 또다시 베르베르의 책은 이제 그만 읽어야지 하는 생각이 들고만다. 추리소설이라 보기엔 추적의 과정이 딱딱 끊기는 것이 밍숭맹숭하고, 웃음의 역사에 대한 관련 지식이 궁금하면 그런 역사서나 과학서를 보는게 한 흐름으로 쭉 읽힐 듯 싶다.

 

여하간 케케묵은 해방전후사를 요즘도 자주 뒤적이는 것은 지금 우리가 이모냥인 이유가 거기 있고, 미국의 대통령이 누가되던 미국이 저모냥인 것도 그들이 예전에 저랬기 때문이다.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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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주미힌 2012-01-25 1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두꺼운 책들만..

무해한모리군 2012-01-25 21:09   좋아요 0 | URL
오늘은요 ^^

다락방 2012-01-25 1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두 권짜리 책들만..

(반가워요!)

무해한모리군 2012-01-25 21:09   좋아요 0 | URL
오호호 저두요.

내일은 좀 얇은 책들을 해볼까 싶어요.
밑줄긋기도 올려야 하는데 ㅎㅎㅎ

머큐리 2012-01-26 0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다리다 보면 나타나시는 군요...ㅎㅎ 새해에도 건강하시길..^^

무해한모리군 2012-01-26 18:42   좋아요 0 | URL
머큐리님도요 ^^
뭔가 컴퓨터를 잘 켜지 않다보니 그리되었어요 ㅎㅎㅎ

카스피 2012-01-26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우 정말 두껍고 두권짜리 책들만...살짝 들어보고 그 무게에 놀라 놔버린 책들이네요ㅜ.ㅜ

무해한모리군 2012-01-26 18:42   좋아요 0 | URL
카스피님 두껍지만 술술 읽히는 책들이랍니다 ^^

순오기 2012-01-27 0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휘모리님 반가워요.몸은 건강하죠?
여직 숙제를 못한 내가 안부를 묻는 것도 미안하지만...아기가 태어나기 전에는 끝낼게요.^^ 참 예정일은 언제쯤...

순오기 2012-05-19 15:02   좋아요 0 | URL
애기가 태어나 두달이 다 되어가는데도 숙제를 못해서 어쩔꼬?ㅠ
못한 숙제는 내비두고 주문~~~월욜에 도착한답니다!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