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교 직장생활까지 20년을 6시면 일어나는 생활을 해와서인지 노친네처럼 아침잠 없이 주말에도 일어나 꼬무작거리며 이것저것 한다.  

오늘 아침엔 남은 나물이랑 비벼먹게 청국쌈장 만들고, 쓰레기 정리해두고, 쓰레기통도 씻고 빨래를 돌려둔다. 그리곤 우유랑 귤 가지고 어제 밤에 너무 졸려서 몇장 읽다만 서점원의 사랑을 몇 자 읽다 서재에 들어온다.  

그러고보니 지난 주에도 내가 이리 부산하게 움직였더니, 늦잠쟁이 신랑은 눈치보였는지 '집안일 가계부'를 쓰겠다지 뭔가. 자기가 집안일에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지 데이타로 보여주겠다나? 저걸 작성해가지고 오면 요즘 아이들한테 하는 식으로 착한일 스티커라도 붙여줘야할 기세다. 나는 굉장히 독특한 사람과 결혼했다는 걸 요즘들어 문득문득 깨닫는다 ㅎ 어쨌거나 집안일에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건 좋은 일이다. '힘센 니가 더해라'를 주문처럼 외운 효과가 있나보다 --;; 

요즘은 네가지 책을 한번에 읽고 있다. 

출퇴근 시간에는 녹색세계사를 읽고 있는데, 반쯤 읽다보니 지구상에 인간이 너무 많은 것이 이 모든 사단에 원인이라는 생각이 든다. 인간이 이렇게 많이 증가할 수 있었던 인간이 만든 사회체제도 문제고 말이다. 일찍이 그놈의 농사짓는 이가 지배층을 먹여살리는 사회만 만들지 않았어도 이리 집약적으로 농업하지 않아도 되었을테니 그럼 인구도 이리 많이 늘지 않았을테고, 그럼 자연도 많이 파손되지 않았을테고, 그럼 수렵채집으로도 먹고 살만 했을테고, 나는 새벽 6시에 일어나 집안일 하고 책읽는 대신 주변을 슬금슬금 걸어다니며 과일이랑 옥수수 한두시간 다니며 따놓은 걸로 하루의 노동은 종치고 노래하며 춤추며 노는 인간이 되었을지도 모를텐데 말이다.   

이 긴 지구의 역사에서, 아니 인간의 역사 전체에서도 지금 우리가 보는 사회경제체제는 정말 찰라에 불과한데 이게 진리라고 믿고 자꾸 불행한 삶 속으로 애어른 없이 몰아넣는 짓은 끊을 때가 되었다. 지식인이랑 나같은 보통 사람한테 이런걸 알려주는 사람을 뜻하는 말인가보다.  

주말이고 하니 26살의 말랑한 연애소설로 돌아가야겠다. 혼자만의 이런 행복한 순간들이 있기에 또 행복한 둘이 될 수 있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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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1-02-19 1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편분이 좋으신거 같아요. 가계부 작성하는 남편은 좀처럼 보기 힘들텐데 말이죠.^^

무해한모리군 2011-02-19 17:12   좋아요 0 | URL
cyrus님 그러니까 가계부가 아니라 자기가 한 집안일을 적어서 저한테 보여주겠다는 거예요 ㅎㅎㅎ

제가 집안일이 서툴다고 뭐라했더니 하나를 해도 시간은 많이 들인다나 어쩐다나 하면서 수치화해서 보여주겠다잖아요 으흣.

cyrus 2011-02-19 20:15   좋아요 0 | URL
아,, 제가 잘못 읽었나보네요, ^^;;
휘모리님에게 사랑과 관심을 받으려고 하시는거 같은데
밑에 분들 말씀처럼 칭찬은 적당히 해주셔야 될거 같습니다. ^^

글샘 2011-02-19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든 부부는요.
무진장 독특한 사람과 결혼했다는 걸 신혼 초에 문득문득 깨닫는답니다. ㅋㅋ
근데 애 낳아서 기르며 살다 보면, 애만 보고 살게 돼요.
그러면서 그 깨달음을 잊고 계속 사는 거죠.
계속 깨달으면... 행복한 둘이 되긴 힘들답니다. ^^

즐건 주말 보내시길...

무해한모리군 2011-02-19 17:14   좋아요 0 | URL
글샘님도 좋은 주말 보내시고 계시지요?
하긴 인간 한명한명 모두 특별하겠지요?
지금은 굳이 하나가 되려하지 말고 평화로운 둘의 공존을 꿈꿔봐야겠어요. ㅎ

꿈꾸는섬 2011-02-19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편분의 집안일에 많은 기여를 하실 기세군요.ㅎㅎ
늦잠쟁이 남편의 마음을 너무 잘 아는 늦잠쟁이 아줌마에요.ㅎㅎ
즐겁고 행복한 주말, 둘이 함께 보내는 것 정말 좋겠어요. 아, 부러워라. 우리도 그런 시절이 있었는데......좋은 주말 보내세요.

무해한모리군 2011-02-19 17:15   좋아요 0 | URL
에... 그러니까 꼭 그런건 아니고요.
집안일도 서툴고 해서 제가 뭐라고 했더니 저런답니다..
지기 싫어서 그러는 걸거예요 ㅎㅎㅎ
꿈꾸는섬님껜 너무 귀여운 아가들이 있고, 두분의 고운 역사도 있고.
저흰 아직 결혼했다기보다는 캠핑와 있는 느낌으로 살아요..

꿈꾸는섬님도 즐거운 주말되세요..

L.SHIN 2011-02-19 1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티커..대왕 별로 붙여주세요.ㅎㅎㅎ

무해한모리군 2011-02-19 17:16   좋아요 0 | URL
엘신님 그럼 기고만장해져서 안되요..
당연한걸 했잖아 흥!
해줄래요 으흣

개인주의 2011-02-19 1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다독다독거리면 으쓱해서 더 잘하잖아요..

무해한모리군 2011-02-22 10:37   좋아요 0 | URL
아하하하 애다 생각해야겠어요... ㅎ

가시장미 2011-02-21 1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휘모리님, 주말 잘 보내셨나요? ^^
넘 오랜만이죠?!!! 인사가 늦어서 죄송합니다.
그동안 결혼도 하시고, 많은 일이 있으셨죠???
늦었지만 축하드려요. 가끔 와서 눈팅은 했는데.. ㅋㅋ

결혼하니 끼니 챙겨먹는게 참 힘들던데..
그런 일에 익숙하셔서 괜찮으신지도 모르겠네요.
전 아직도 밥 차리는 일에 익숙하지 않아, 친정 도움을 ^^;;
아무쪼록 신혼생활 행복하게 보내시고, 이제 자주 뵈어용!
저도 봄에는 영화도, 책도, 글도 많이 하려구요. 으흐
(마음은 그런데, 몸이 따라 줄지는 모르겠네요..;; )

무해한모리군 2011-02-22 10:39   좋아요 0 | URL
가시장미님 안녕하세요.
아 3월까지는 일이 많아서 정신 없습니다.

밥을 잘 챙겨먹는 비법은 제 생각엔 적당히 하는 건거 같아요.
뭐든 잘할려면 품이 너무 드니까 적당히.
섬세한 가시장미님 글도 많이 보게 될 걸 생각하니 저도 기대가 되네요 ㅎㅎ
꽃미남 아드님과 행복한 일상도 많이 전해주세욧!

후애(厚愛) 2011-02-24 0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맛 있겠당~
라면 끓여 먹어야겠어요.^^

무해한모리군 2011-02-24 08:37   좋아요 0 | URL
외국에 나가 있으면 정말 나물들이 그리울듯 해요.
거기서도 구할 수 있나요? 아무래도 맛이 다르겠지요?

후애(厚愛) 2011-02-24 11:28   좋아요 0 | URL
여기서 싱싱한 나물 구할 수 있으면 정말 좋겠어요.ㅜㅜ
고사리는 너무 비싸서 따로 주문을 해야하구요.ㅜㅜ
도라지는 몇 년을 말린 건지는 몰라도 질겨서 못 먹고요.ㅜㅜ